숲속의 은둔자 - 완벽하게 자기 자신에게 진실한 사람
마이클 핀클 지음, 손성화 옮김 / 살림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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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자가 사는 곳에 있는 나무는 대부분 앙상하다. 거대한 바위 위에 픽업스틱처럼 도처에 쓰러진 나무들이 서로 뒤엉켜 있다. 길이라곤 없다. 여느 사람들이라면 나뭇가지를 마구 쳐내며 고생고생해야 찾아갈 만한 곳이다. 날이 저물면 도저히 찾아갈 수 없을 듯한 장소다. 은둔자가 움직인 건 바로 그때다. 한밤이 되길 기다렸던 그는 배낭과 침입용 공구 가방을 메고 야영지를 나섰다. 걸고 있던 목걸이에 펜라이트를 끼워 달았지만 당장 쓸 일은 없다. 찾아왔던 길은 이미 머릿속에 다 들어 있었다. (p.13)

 

 

내 행동을 설명할 수가 없어요.
떠날 때 아무런 계획이 없었습니다.
아무것도 생각하고 있지 않았어요.
그냥 떠났습니다. (p.132)

 

 

역사 속에서 대부분의 은둔자들, 특히 일반 대중 틈에서 살아가는 세속적인 은둔자들은 은둔한 상태에서 나이를 먹지 않았다. 세상을 떠나기 위해 경험과 지혜를 축적하면서 상당히 나이가 들 때까지 기다렸다. 나이트는 스무 살에 사라진 뒤 가르침을 다시 받은 적이 없었다. 조언을 구하려고 연장자에게 의지하지도 않았다. 그는 아주 작은 자신만의 왕국의 왕이자 문지기였다. 세상이 자신에게 가르쳐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믿었다. 당연히 제공해주는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가 내린 결정은 순수하게 자기 자신의 것이었다. (p.230)

 

 

직업도 있고 차도 있고 머리도 좋은 스무살 짜리 청년이 왜 갑자기 세상을 등진 걸까? 사반세기 내내 숲에서 지내기 전에 크리스토퍼 나이트는 텐트에서 밤을 보낸 적이 없었다. 그는 야영지에서 동쪽으로 차로 한 시간도 안 걸리는 거리에 있는 앨비언이라는 마을에서 성장했다. 크리스의 어린 시절을 아는 사람들은 그를 조용하고 부끄럼이 많으며 머리는 좋지만 괴짜인 아이였다고 했다. 하지만 어떤 심각한 문제를 발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 그는 혼자 있을 때가 가장 편했다. 다른 사람들과 교류할 때마다 좌절감을 느꼈다. 타인과의 만남은 충돌처럼 보였다. 결국 그는 어느 날 갑자기 다니던 회사를 관두고 가족들을 포함해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그곳을 떠났다. 기름이 거의 다 떨어질 때까지 차를 몰아 갈 수 있는 만큼 가능한 멀리 야생으로 들어가 차를 세우고 어디로 갈지 모르는 채로, 마음 속으로 특별히 생각해둔 장소도 없이 숲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의 목표는 하나였다. 바로 길을 잃는 것. 그냥 세상에서 행방불명되는 것이 아니라 숲에서 스스로 영원히 사라지는 것. 그는 가장 기본적인 캠핑 용품들, 옷 볓 벌, 약간의 음식만 가져갔다. 그 후 27년 동안 나이트는 타인과 단 한 번의 접촉도 없이 홀로 숲속에서 살아간다. 혹독한 겨울이 몰아치는 숲속에서 얼어 죽지 않기 위해 기발한 방법으로 물과 식량을 저장하고 쉽게 구할 수 없는 음식, 옷, 책이 필요할 때는 불가피하게 숲 인근 오두막에서 훔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본의 아니게 지역 사회에 공포분위기를 조장하고 그 결과 경찰과 주민들이 그를 붙잡으려고 수십 번 시도 하지만 번번히 실패하고 만다. 하지만 그들의 끈질긴 추적 끝에 드디어 그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 책은 저자가 저널리스트로서 살면서 슬럼프에 빠져 휴직하던 중 ‘미국판 로빈슨 크루소, 27년간 은둔 생활 충격’이라는 기사를 접하면서 시작된 책이다. 기사의 주인공 크리스토퍼 나이트가 비록 살기 위해 1,000번 이상 무단 절도를 범했지만, 그에게서 묘한 연민과 동지애를 느꼈던 것이다. 일상에 지칠 때면 무조건 숲으로 도피생활을 갈 정도로 지쳐 있던 핀클에게 나이트의 행위는 일종의 동경심을 불러일으켰다. 직접 인터뷰하고 싶은 열망에 무작정 편지 한 통을 보냈는데 그에게서 답신이 오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취재가 시작됐다. 핀클을 이 책을 쓰기 위해 크리스토퍼 나이트를 감옥에서 아홉 차례 면회했고, 그의 재판마다 참관했다. 또한 그의 은둔처이자 야영지가 있는 메인 주를 총 일곱 차례나 답사하기도 했다. 나이트의 가족은 물론, 나이트의 절도 표적이 되었던 노스포스 주변의 별장 소유주, 파인 트리 캠핑장 직원, 그를 체포했던 경찰까지 총 140명 이상을 인터뷰했다. 이 책은 범죄인과 나눈 단순한 취재가 아니다. 스스로 자발적 고립을 선택하거나 인간관계에 지쳐 도시 생활에 염증을 느끼는 사람, 사회성은 부족하지만 지적 호기심이 높아 책을 많이 읽는 사람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관계장애, 또는 일탈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무엇이 좋은 삶인지 질문을 던져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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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8.11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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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에 만난 사람 / 김차동 
늘 같은 자리에서 빛나는 라디오 스타


영화 <라디오스타>에서 왕년의 인기 가수였던 주인공은 산속 오지 영월방송국의 DJ를 맡으며 인생의 의미를 깨달아간다. 청취자들과 함께 울고 웃는 그의 모습은 가슴 따뜻한 감동을 안겨주었다. 1993년부터 전주MBC에서 아침 방송 <FM모닝쇼>를 진행하고 있는 방송인 김차동에게도 동화 같은 인생 스토리가 있다. MBC 골든 마우스상 수상자인 김차동은 한눈 팔지 않고 산다는 게 얼마나 값진 일인가를 보여주는 진정한 라디오 스타다.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군산 시내 빵집, 다방을 돌며 시작한 DJ생활을 직업으로 삼으며 졸업 후 KBS군산라디오와 CBS전북방송에서 활동하다 전주 MBC로 옮겨온 김차동 씨. 심야 인기 프로그램인 <별이 빛나는 밤에>에 욕심이 났지만 높은 청취율이 보장되는 프라임타임은 방송국 소속 아나운서들의 몫이었다. 그가 맡게 된 방송은 진행자들이 제일 꺼려 하는 출근 시간대 아침 프로그램. 듣는 사람도 많지 않을 때였고 작가도 없어 새벽부터 일어나 준비해야 하는 게 내키지 않았지만 직접 대본을 쓰고, 선곡에 신경쓰며 방송을 이어갔다. 일 년, 이 년, 삼 년, 간절했던 날은 차곡차곡 쌓여갔고 25년이란 시간이 거짓말처럼 채워졌다. 그에겐 DJ만한 천직이 따로 없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새벽마다 장례식장에서 달려와 방송을 마치고 돌아갈 만큼 책임감이 투철했던 그의 자리는 언제나 마이크 앞이었다. 모든 방송인이 꿈꾸는 최고의 영애인 골든마우스를 지역방송, 그것도 아침 방송 진행자로는 전무후무하게 그 영광의 자리에 이름을 올린 김차동 씨. 꾸준히 연구하고 겸손한 모습으로 방송을 이어가는 그에게 당연한 결과가 아니었나 싶다. 역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정성을 들여 반복하면 반드시 이루어진다. 70살이 넘어서도 FM모닝쇼를 계속 진행하는게 목표라는데 이 역시 충분히 이루어질 것만 같다.

 

 

 

 

 

 

 

특집 미운 오리, 백조가 되어 날다

 

남들 앞에서 괜히 움츠러들고 살수 연발인 나는 정말,
잘못 끼어든 미운 오리일까요?

어릴 때 읽은 동화처럼 언젠가 백조가 되어
하늘로 당당히 날아오르는 날이 올 겁니다.

 

이번달 특집에서는 주눅 들던 상황에서 벗어나 당당히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던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한때는 미운 오리였지만 떠나갈 때는 반전을 선사하며 일등 교사로 거듭난 초짜 선생님, 왼쪽 시력을 잃어 어릴 때부터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선 본 남자와 3개월 만에 이혼을 하는 등 불행한 삶을 이어오다 자신을 아껴주는 남편을 만나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전업주부, 외국인 사원이 많은 회사에 근무하며 의사소통을 잘하지 못해 투명인간 취급을 당하지만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여 동료들을 감동시킨 영어 왕초보,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참아가며 고생한 끝에 자식 넷을 모두 대학교에 보낸 멋진 아빠 이야기 등 남들이 뭐라고 하든지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부단히 노력하여 결국 반전의 상황을 만들어낸 이들의 모습이 자극이 되어 나도 그들처럼 노력하면 해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절로 힘이 난다.

 

 

 

 

 

 

 

이 남자가 사는 법 / 배성태
사랑으로 물든
어느 웹툰 작가의 신혼일기

 

독자들은 제 그림이 영화 속 한 장면 같다는 얘기를 많이 해주세요. 그런데 제 그림은 누구나 겪는 지극히 평범한 상황들이에요. 다만 제가 조명을 해주니까 특별해 보일 뿐인 거죠. 애정 어린 눈길로 자신의 일상을 바라보는 열린 마음만 있다면 누구든지 흘러간 시간에서 빛나는 순간을 포착할 수 있어요.

 

 

배성태 작가가 2년 전부터 그려온 한 컷 웹툰에는 신혼부부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길에서 만난 고양이 앞에 쭈그려 앉아 이야기 나누는 장면에서 아내가 “얘네, 도둑고양인가봐”라고 말하면 남편이 웃으며 “우리 마음을 몰래 훔쳐가 버렸으니까?” 라고 응답한다. 함께 밤하늘을 올려다 보는 장면에서도 부부의 달콤한 대화는 계속된다. “이렇게 별이 많은 하늘은 처음 봐,” “나도! 우리가 사랑하는 마음만큼 뜬 것 같아.” 영화 대사 같은 멋진 말만 골라 하는 부부가 과연 현실에 있을까 싶지만 그림 속 남자가 바로 배성태 작가 본인이다. 3년 전 결혼한 그는 아내와 함께하는 일상을 그려 일주일에 2회 정도 SNS에 연재한다. 팍팍한 현실 때문에 결혼을 기피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지는 요즘, 그의 웹툰은 결혼 권장 만화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담당하고 있다.
샘터에서 배성태 작가님을 발견하고 어찌나 기쁘던지, 며칠 전 평소 자주 봐오던 광고에서 나오던 목소리가 작가님의 목소리이고 직접 출연까지 했다는 소리에 깜짝 놀랐던 터라 작가님의 등장이 더더욱 반가웠다. 그림만 잘 그리는 줄 알았더니 사랑꾼에 목소리도 좋고 연기까지 못하시는 게 뭐지? 언제나 서로를 사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가득 넘쳐나는 작가님의 그림. 부부는 닮는다고 했던가 처음에는 좀처럼 속마음을 겉으로 드러내는 성격이 아니었던 작가님도 아내를 닮아 변해간다. 어제보다 더 사랑이 돈독해졌다는 믿음으로 신혼 생활을 기록하는 배성태 작가님. 앞으로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그림들을 계속 그려주시길, 작가님의 행복을 우리에게 계속해서 물들여 주셨으면 좋겠다.

 

 

 

 

 

 

 

 

 

 

 

 

이번 달에는 또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까? <샘터>를 받아보자마자 손이 바쁘게 움직인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쏟아져 나오는 사연에 함께 웃기고 하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하며 샘터의 매력속으로 빠져든다. 특별한 누군가가 아니라, 바로 우리 이웃의 이야기이자 우리들의 이야기라 정감있다. 그래서 더 마음에 와 닿는다. 다음 달에는 또 어떤 이야기들을 들려줄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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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임수의 심리학 -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김영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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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은 자유’라는 말이 있지만, 그 자유의 대가는 생각보다 무시무시하다. 한 사람의 물질적, 경제적 기반을 무너뜨리는 것은 물론, 평생 정신적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 피의자가 아닌 피해자의 ‘사회적 생명’을 끊어놓을 수도 있다. 그러니 타인이 보내는 신호를 잘못 읽고 엉뚱하게 해석하지 않도록 조심하자. (p.103)

 

 

 

남을 믿는 게 죄는 아니다.
하지만 무턱대로 남을 믿는 것은 어마어마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모든 것의 시작은 잘못된 사람을 믿었기 때문이다. (p.112)

 

 

 

상대가 의도를 가지고 접근하는지 여부를 간파하기는 쉽지 않다. 상대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말인지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다. 문제는 상대가 중요한 제안을 했을 때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속지 않으려면 이들의 제안 뒤에 숨어 있는 이해관계를 간파할 수 있어여 한다. 무슨 이익이 있는지, 무슨 이유로 그런 제안을 하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그래야만 그들의 속임수에 쉽게 빠져들지 않는다. (p.132)

 

 

속임수에 당하지 않으려면 쉽게 불안해하지도, 남의 말에 쉽게 흔들리지도 말아야 한다. 결국 필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믿는 마음이다. 자신만의 확고한 기준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이 뭘 했는지, 어떻게 평가하는지 등에 둔감해야 흔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욕심을 없애야 한다. 욕심이 많아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기보다는 자신이 잘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그럼에도 계속 불안하다면 결정 자체를 미루는 게 좋다. (p.174)

 

 

 책은 현직 검찰청 수사과장으로 25년간 사기, 횡령, 등 각종 형사 사건을 수사해온 저자가 실제로 있었던 여러 사례와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속임수를 가려내고 또 그 꼬임에 안 넘어갈 수 있는지 속임수의 세계에 대해 낱낱이 파헤친다. 총 5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1장에서는 한국 사회의 문화적 특성을 살펴보며 잘 속을 수밖애 없는 이유를, 2장, 3장, 4장에서는 속임수가 악용하는 세 가지 심리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사기꾼이 얼마나 교묘하게 피해자를 낚아채는지 알아보고, 마지막 5장에서는 사기꾼의 정체나 속임수를 간파하는 노하우 등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지침을 담았다.

요즘은 진짜 나이가 많은 적든 상관없이 우리 모두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피의자들이 하나같이 어찌나 철두철미한지 그 수법에 혀를 내두를 정도. 오죽하면 의사, 변호사, 기사, 약사, 교사 등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보이스 피싱에 걸려들까. 방심은 금물. 정말 순식간에 당해버린다. 그 좋은 머리 좋은 일에나 쓸 것이지, 왜 아무 죄도 없는 사람의 돈을 갈취하겠다고 그 야단법석을 떠는지 그냥 좀 없으면 없는대로 있으면 있는대로 살면 안되나.

속임수는 우리를 착각의 늪에 빠뜨린다. 돈을 잃는 순간이 되어서야 속임수임을 깨닫고 금방 헤어 나온다. 하지만 어떤 속임수는 사람을 평생 착각에 빠뜨리기도 한다. 예를 들어 사이비 종교 같은 경우 한번 빠지면 부모나 형제들이 아무리 설득해도 거기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결국 주변 사람들과 점점 멀어지게 되고 자신만의 세상에 갖혀 버린다. 속임수에는 학력이 낮거나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만 걸려들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이런 위험한 착각은 너나할거 없이 무작위로 일어나며 언제나 우리 주변에 도사리고 있다. 부유하건 가난하건 나이가 많든 적든 대상을 가리지 않고 일어난다. 

자의 말에 따르면 전국 각지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신종 보이스 피싱과 전자 금융사기, 다단계 사기, 애정을 미끼로 한 결혼 사기 등 사람의 심리를 이용한 다양한 속임수가 나타난다고 한다. 세상의 변화를 쫒아 속임수와 사기 수법 또한 나날이 교묘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모든 사건 사고들이 상당히 상당히 용의주도하다. 저렇게 작정하고 덤벼 들면 누구라도 답이 없다. 특히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맞닥들이면 나도 모르게 정신없이 그 상황에 휩쓸려 버린다. 서로 돕고 나누고 정이 넘치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이런 속임수에 넘어가는 사람은 부지부수. 그 대상자가 전혀 모르는 낯선 사람일수도 있고 믿었던 친구나 알고 지내던 가까운 이웃일수도 있다는 게 참 안타까울 따름이다. 좋아지기는 커녕 갈수록 삭막해지는 세상에서 아무 조건 없이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이들을 보면 의심부터 해야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이러니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으려면 저자의 말처럼 속임수의 기술을 제대로 알아가는 수 밖에 없다. 그래야만 사기와 속임수로부터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다, 자유로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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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 - 혼자여서 즐거운 밤의 밑줄사용법
백영옥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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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은 괜찮고, 어떤 날은 힘이 들어 집으로 가는 길에 눈물이 나기도 해요. 외롭고 우울한 마음에 병명을 붙일 수 있다면 위로 받기 쉽겠지만요. 우리의 고민은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채로 우리를 흔듭니다.
밤이 되면 가게의 문이 모두 닫히고 커튼과 창문도 닫힙니다. 하지만 마음만은 활짝 열리죠. 너무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온기로 당신에게 다가가고 싶습니다. 그걸 포근함의 온도라 불러봅니다. (p.19)

 

우리 말에 ‘속상하다’라는 절묘한 표현이 있죠. 내 몸속이 ‘상한다’라는 뜻인데 괴롭고 슬픈데도 눈물을 밖으로 밀어내지 못하면 몸속의 울음이 우물처럼 고여 썩을 수 있다는 뜻일 거예요. 그렇게 보면, 속이 쓰릴 때 나오는 위산이나 스트레스 호르몬이라는 코르티솔도 어쩌면 눈물의 다른 형태가 아닐까 싶습니다.

만약 누군가 내 앞에서 울고 있다면, 흐르는 눈물은 그 사람이 나를 믿고 있다는 증거가 되기도 합니다. 때로는 약함을 내보일 수 있는 게 진짜 용기니까요. 가끔은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 맑은 날만 계속되면 사막이 된다죠. 비 온 후, 우리가 가장 아름다운 무지개를 볼 수 있는 것도 그런 까닭일 거예요. (p.95)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갈등이 없을 수 있을까요? 모두의 의견이 같다면 좋기만 한 세상이 올까요?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궤멸을 바라는 건 건강한 사회는 아닐 겁니다. 과도한 갈등과 증오는 서로의 올가미가 되어 둘 모두의 성장을 방해하니까요.
나무 한 그루를 두고도 숲지기는 숲에서 보호해야 할 유산이라 믿고, 솜씨 좋은 목수는 대들보에 쓸 좋은 목재라 믿습니다. 숲지기의 말처럼 베지 않는 것이 맞을까요, 아니면 목수의 말대로 베는 것이 옳을까요.

갈등에는 많은 원인이 있지만 가장 큰 건, 서로의 ‘다름’을 ‘틀림’으로 인식하는 데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다른 존재라는 걸 인정할 때, 나의 다름도 존중받을 수 있습니다. (p.112)

 

 

보통 사람들은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해요. 하지만 (걱정 많은) 지혜로운 사람은 문제가 일어나는 것을 피합니다. 위험은 그것을 무릅쓸 때가 아니라 피할 때 상책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진짜 실력은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문제 자체를 만들지 않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과도한 걱정이에요. ‘걱정만’ 하는 게 진짜 문제죠.
우리는 대개 실패의 원인을 잘못된 판단과 선택 때문이라도 생각해요. 하지만 많은 경우, 판단하고 결정해야 할 시기에 걱정하느라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하는 게 더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과도한 걱정은, 계속 움직이기는 하지만 단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는 못하는 회전목마와 같은 상태로 만들거든요.

티베트 속담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걱정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p.185)

 

 

 

책은 1년에 500여 권의 책을 읽는 활자 중독자이자 문장 수집가인 저자가 오랫동안 차곡치곡 모아온 밑줄 가운데서 고르고 고른 인생의 문장을 소개하는 에세이로,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 후 아파하는 사람들에게, 삶에 지쳐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마음에 상처 입은 사람들에게 책속의 문장을 약 대신 처방해준다. 한마디로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위한 그녀만의 위로법이라 할 수 있다. 그간 읽어본 수많은 책들 속에서, 일상생활 속에서 경험한 일들을 바탕으로 위로가 될 법한 문장들만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냈다.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토닥토닥 마음을 다독여주는 듯한 글들이 가득해 굳이 처음부터 읽지 않아도 괜찮다. 그녀의 글을 읽다 보면 마치 단골 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온 것 마냥 마음이 편안하다. 그녀만의 감성이 녹아있다.

미리 말하건데 무방비한 상태에서 이 책을 읽으면 KO패 당할 수도 있다. 서로 맞붙어서 투닥거리는 게 아닌 저자가 일방적으로 퍼붓는 공격에 아주 편안하게 온 마음이 무장해제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우리는 우리가 느끼는 감정 앞에서 한없이 작아진다. 남들이 보기에는 티끌 같아 보이는 고민도 나에게는 아주 거대하게 느껴진다. 타인의 고민과 걱정에는 힘내라, 괜찮다, 위로의 말을 곧 잘 건내면서 자신에게는 야박하다. 감정을 밖으로 끄집어내기 보다는 오히려 깊은 곳에 꼭꼭 눌러 담아두게 된다. 그러다 가끔씩 마음이 흘러 넘칠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조언을 해주기보다는 그냥 묵묵히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로가 되고 힘이 될 때가 있다. 그런데 저자 같은 경우는 그 반대로 상처난 마음을 내보이지도 않았는데 마치 알고 있다는 듯 살포시 그에 적절한 처방전을 내어 놓는다. 책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뭐랄까 정처 없이 둥둥 떠다니던 마음이 차분해지고 차가워진 마음에 온기가 더해져 온몸이 따뜻해지는 것 같다. 그래서 한 번만 읽기에는 뭔가 좀 아쉽다. 손이 잘 닿는 곳에 놓아두고 마음에 먹구름이 낄 때마다 꺼내어 읽어 보고 싶다. 하나 둘 떨어져 내리는 낙엽에 괜히 나도 모르게 마음이 쓸쓸해지는 요즘 읽기에 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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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파단자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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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상실증 환자와 초능력자의 대결이라니 소재가 상당히 독특하네요. 그래서 더 기대됩니다. 정말 흥미진진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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