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치즈는 어디에서 왔을까? - 아직도 망설이는 당신에게 스펜서 존슨이 보내는 마지막 조언
스펜서 존슨 지음, 공경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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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헴, 때로는 상황이 변해서 다시는 예전처럼 되지 않아.
지금이 그런 것 같아. 삶은 움직이는 거야. 그러니 우리도 그래야만 해.

 

헴은 뭔가 ‘해야’ 했다. 이제 더 이상 집에 앉아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미로 속으로 들어가 치즈를 찾아야 했다. 헴은 주위를 뒤적거려 운동화를 찾아내 신었다. 처음 치즈를 찾아 나설 때 그와 허가 했던 것처럼 운동화 끈을 묶으며 헴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다시 한 번 점검했다. 더 많은 치즈를 찾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죽는다. 헴은 미로가 어두운 모퉁이와 막다른 골목이 많은 위험한 곳이라는 걸, 그래서 조심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마침내 헴은 알게 되었다. 이 상황을 이겨내고 더 많은 치즈를 찾아서 살아남을지 말지는 자기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것을. 그는 혼자였다.

 

 

어느 날 갑자기 치즈가 없어진 것을 알게 된 두 생쥐 스니프와 스커리는 득달같이 새 치즈를 찾아 나서지만 꼬마인간인 헴과 허는 그 사실을 받아 들이지 못하고 며칠을 그곳에서 낙심하며 머뭇거린다. 하지만 허마저 그들을 따라 새 치즈를 찾아 나서고 며칠 후 다시 나타나 새로 가져온 몇 조각의 치즈를 헴에게 나누어 주지만 이 상황을 받아 들이지 못하는 헴은 이곳을 떠날 생각이 없다. 이에 허는 마지못해 혼자서 더 많은 치즈를 찾기 위해 떠나버리고 헴은 모두가 떠나버린 그곳에서 홀로 남아 다시 예전처럼 매일 그곳에서 더 많은 치즈가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자리를 지키고 끝까지 기다리면 상황을 달라지리라 믿었던 것, 그런데 아니었다. 그 뒤로 치즈를 찾지 않고 홀로 남은 헴은 어떻게 되었을까?

대체로 갑자기 변화가 주어지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스러워한다. 아마 헴과 허도 그랬을터, 하지만 허는 그럼에도 움직여서 새 치즈를 찾아나섰고 헴은 그곳에 혼자 남았다. 그러나 아무리 오래 기다려도 친구들이 돌아오지 않자 결국 자신도 그곳을 떠나 새 치즈를 찾아나서기로 결심하는 헴. 치즈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그는 왜 새 치즈를 찾아 나선 것일까. 미로를 벗어날 수 있을까. 헴이 처한 상황은 지금 우리들의 모습과 닮아있다. 사회로 나와 수많은 문제를 만나고 고민에 휩싸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는 우리들. 저자가 다시금 들려주는 치즈이야기는 단순하지만 아주 강렬하게 다가온다. 내가 헴의 여정을 말미암아 깨닫게 된 한 가지는 ‘내가 가진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면 새로운 세상이 눈 앞에 펼쳐진다’는 것이다. 헴이 그랬듯이 생존하기 위해 삶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그에 맞게 대응해나가자 그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계속해서 그 자리에 머무를 수 밖에 없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는 원래 스펜서 존슨이 살면서 맞닥뜨린 힘든 시기를 헤쳐 나가는 데 도움이 되도록 만든 이야기였다. 자신이 만든 이 우화를 몇 년간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그는 이 이야기가 사람들의 삶과 일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알게 되었고, 결국 짧은 시간 내에 읽을 수 있는 책으로 펴냈다. 그 책은 출간 6개월 만에 100만 부 이상, 5년간 2100만 부 넘게 팔렸고 수많은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에 독자가 생겼다. 하지만 아직 답을 얻지 못한 질문이 있다고 느낀 저자는 치즈 이야기를 한번 더 펼쳐서 이 질문의 답을 찾아 보여주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고 그 결과 <내 치즈는 어디에서 왔을까?>가 만들어졌다. 전작인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에서는 삶과 일에서 변화를 대처하는 길을 제시했다면, 이번 책에서는 그 길에 나서 변화에 적응하도록 도와줄 뿐 아니라, 운명을 바꾸는 방법까지 제공한다.

 

 

 

신념은 내가 사실이라고 믿는 생각이다.

과거의 신념이 우리를 가둘 수 있다.

어떤 신념은 우리를 주저앉히고, 어떤 신념을 우리를 나아가게 한다.

우리는 마음을 바꿀 수 있다.
우리는 새로운 신념을 선택할 수 있다.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것에 한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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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8.12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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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에도 어김없이 집으로 찾아온 월간 샘터. 표지의 두툼한 이불을 보니 이제 정말 겨울이구나 싶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도 춥다지.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알록달록 색색깔의 두툼한 이불을 보니 어린 시절, 늘 아랫목에 이불을 깔아두고는 손주들이 오면 어서 들어가라고 성화를 부리시던 할머니 생각이 절로 난다. 자식·손주들에게 따뜻한 밥을 먹일거라고 아침부터 부엌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며 식사를 준비하시던 할머니의 뒷모습. 그 생각에 코 끝이 찡해진다. 이제는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으니 가슴으로 마음껏 그리워해야겠지. 이번 달에는 또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 있을까? 언제나 그렇듯 이번 달에도 다양한 소식과 이야기들로 가득한 월간 샘터. 올해를 마무리 짓는 마지막 달이라 그런지 특집 <추위를 잊게 하는 내 마음속 난로>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훈훈하다. 추운 겨울을 비집고 살랑살랑 따뜻한 바람이 불어 들어온다. 올 한 해를 마무리 짓는 12월, 다시 새롭게 한 해를 맞이 하기 위해 얼마남지 않은 2018년을 뒤돌아보고 잘 마무리 지어야겠지. 새해에는 또 어떤 소식들을 들려줄까. 샘터 식구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우리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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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지만 다르지 않습니다 - 장애인과 어우러져 살아야 하는 이유 아우름 32
류승연 지음 / 샘터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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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여기예요.
밑줄 쫙!
바로 여기에서부터 장애인 차별이 시작됩니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시작됩니다.
장애인은 ‘나와 같은 너’가 아닌 ‘나와 다른 너’가 됩니다.
그러다 보니 장애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배척을 당하거나 오히려 특별대우를 받습니다. (p.39)

 

 

장애는 미안해할 일이 아닙니다. 장애는 그냥 장애일 뿐입니다. 곱슬머리를 갖고 있는 게 남들에게 미안할 일이 아니듯이, 지적장애가 있는 게 미안할 일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그 누구도 원해서 장애인이 된 사람은 없습니다. 장애는 ‘그냥’ 찾아옵니다. 나 아니면 너, 확률 게임에서 앞서 걸린 누군가로부터 장애를 먼저 맞이하게 될 뿐입니다. 더불어 장애라는 것은 싸워서 이기거나, 노력해서 극복해야 할 성질의 것도 아닙니다. 싸우거나 극복해서 발달장애를 없애는 건 현대 의학에서 불가능합니다. 누군가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면 그는 인류 역사에 큰 획을 긋고 노벨 의학상을 받게 될 겁니다. 인류의 진화를 바꾸는 일이 될 테니까요. 이렇듯 장애는 미안해할 것도 아니고 노력해서 없어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평생을 지니고 살아야 하는 개인의 특성일 뿐입니다. 우리 모두가 서로 다른 특성을 갖고 있듯이 제 아들은 단지 지적장애로 인해 나타나는 특성을 지닌 어른으로 자라게 되는 것입니다. (p.38)

 

 

장애와는 무관한 비장애인으로 30년 넘게 살아오다 지적장애인 자식을 키우며 장애인과 함께하는 삶을 10년 가까지 살다 보니 알게 된 것이 하나 있습니다. 진짜 공격적이고 무서운 것은 느린 속도로 성장해가는 발달장애인이 아니라 장애가 없어 당당하고 똑똑한 우리들 자신이라는 사실입니다. 장애인이 싫을 수도 있습니다. 각자의 호불호가 있으니까요. 특별히 피해를 받은 적이 없지만 이유 없이 그냥 꺼려질 수도 있어요. 그런 것까지 뭐라 할 수는 없습니다. 저도 피해를 받은 게 없음에도 싫어하는 정치인이 있고 싫어하는 연예인도 있거든요. 하지만 발달장애인이 싫다고 해서 그들이 위험하다는 생각까지 정당화하지는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좋고 싫은 건 ‘느끼는 감정’에 대한 문제이고, 위험하다는 건 ‘사실 여부’에 관한 문제입니다. 감정 때문에 사실을 호도하지 않는 우리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p.50)

 

 

장애인과 그 가족은 ‘특별한’ 누군가가 아니라
여러분과 똑같은 ‘보통의’이웃입니다.
울고 웃고 소리치고 싸우고 사랑하고 웃어대는 여러분처럼,
우리도 똑같은 삶을 살고 있답니다.
다만 가족 중에 장애인이 있고,
그로 인해 겪는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을 뿐이예요. (p.60)

 

 

장애에 대한 편견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면 그것이 내게 있는 장애든, 내 자식에게 있는 장애든, 내 친구에게 있는 장애든 누구나 당당히 말하고 일상적으로 거론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네 아들은 팔에 큰 점이 있구나? 내 아들은 발달장애가 있어.”
이런 이야기가 편하게 오고 갈 수 있어야 합니다. 장애를 쉬쉬하며 말해선 안 되는 분위기가 아니라 누구라도 쉽게 얘기하고 장애인을 그 자체로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합니다. ‘장애’라는 단어를 가치판단 없이 순수하게 말할 수 있는 세상, 그래서 장애인이라는 말을 들어도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있는 세상, 그런 세상이 제가 바라는 세상입니다. (p.86)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세상에서 만나야 합니다. 세상은 장애인을 남의 일이라고 배척해서도 안 되고, 장애인과 그 가족 역시 세상에서 상처받았다며 숨어버려서도 안 됩니다. 어차피 장애와 비장애는 그 경계조차 모호합니다.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과연 ‘정상’이라는 것은 무엇이며, ‘비정상’을 가르는 기준은 또 무엇이란 말입니까. 노화를 맞게 될 우리 모두는 필연적으로 장애인이 될 숙명을 타고났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서서히 신체 기능의 저하로 인한 장애를 갖게 됩니다. 그런 우리는 정상인가요? 아니면 비정상인가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장애인을 ‘장애’에만 매몰돼 바라보는 걸 멈춰야 합니다. 왜냐고요? ‘건강한 삶’에는 장애가 장벽이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행복’에는 장애인 접근 금지 같은 건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 예비 장애인이기 때문입니다. (p.179)

 

 

세상에 두려울 것이라곤 없던 국회 출입 정치부 기자에서 세상의 모든 시선이 두려운 장애 아이 엄마가 된 지 10년. 저자는 장애가 있는 아들을 세상에 ‘편입’시키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다. 하지만 장애인과 그 가족들의 일방적인 노력만으로는 세상이 장애인을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이젠 세상을 향해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저자의 첫 번째 책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에 이은 두 번째 책으로 전작에서는 발달장애 아이가 있는 가정이 현실에서 부딪히는 사회적 문제를 다루었다면 이번에는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왜 하나의 세상에서 공존해야 하는지, 함께 어우러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무런 준비 없이 맞게 된 장애라는 단어, 그리고 장애인의 가족으로 살아가는 삶. 장애 아이의 엄마로 살아오며 보고 느끼고 깨닫게 된 그녀의 생생한 이야기는 가슴이 아프고 애틋하긴 하지만 솔직히 말해 나와는 거리가 먼 남의 일처럼 느껴진다. 나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일이니까. 하지만 시야를 넓혀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건 우리 모두의 일이다. 지금은 장애를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남의 일이라 치부하겠지만,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나 혹은 우리 가족 중 누군가의 일이 될 수도 있다. 장애인? 저자의 말에 의하면 장애는 한 개인을 대표하는 특성이 아니라 그 사람이 지닌 여러 특성 중 하나일 뿐이다. 그리고 장애인은 장애가 있을 뿐인 사람이다.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사회의 시선은 그리 넉넉하지 못하다. 우리와 똑같은 사람임에도 장애라는 단어가 붙으면 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진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장애와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면 인상을 찌부리는 사람들을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들이 어떤 해를 끼친 것도 아닌데 못 볼 걸 본 것 마냥 인상을 쓰고 자리를 피하며 심하면 욕설을 퍼붓기도 한다. 그게 아이일 경우는 더 심각하다. 혹여나 자신의 아이에게 해코지를 할까 싶어 기를 쓰고 닥달한다. 자기 자식이 소중하듯 남의 자식도 소중하단 걸 모르지 않을텐데, 입장을 바꾸어 생각한다면 그런 자신의 행동들을 이해할 수 있을까. 이 책이 의미하는 바는 상당히 크다. 이 일은 우리 모두가 경각심을 가지고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고 또 앞으로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의견을 나누며 바꿔나가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그런 뜻에서 모두가 이 책을 한 번 이라도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우리는 당연히 안 좋을거라 생각하지만 당사자가 되어보지 않고서는 얼마나 힘든지 얼마나 불편한지 알 수 없다. 이 책으로 말미암아 잠시라도 그들의 입장에 서 보는 것은 어떨까. 저자의 말처럼 이 길은 저 혼자 걸어간다고 해서 생기지 않는다. 세상의, 우리들의 도움과 협조가 필요하다. 그들의 삶을 함께 공유하고 동등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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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적성에 안 맞는걸요 - 마음 아픈 사람들을 찾아 나선 ‘행키’의 마음 일기
임재영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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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두 가지 질문이 있다.
“당신은 몸이 아픈 사람인가, 아니면 마음이 아픈 사람인가?”
“그래도 살고 싶으신가? 아니면 그래서 죽고 싶으신가?”
위 질문들에 어떤 대답을 해도 괜찮다. 괜찮다는 말이 상관없다는 뜻은 아니다. ‘그럴 만하다.’, ‘그럴 수 있다’는 뜻이다. 사실 몸이 아프면 마음도 따라 아프게 된다. 그리고 몸이든 마음이든 더 이상 견디기 힘들 정도로 아프면 죽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그런데 마음 한쪽에 살고 싶은 마음이 아직 남아 있으면, 마음은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한다. 그러다 마음의 병이 깊어지면 더 이상 버틸 힘이 사라지고, 살고자 하는 마음도 사라지게 된다. 죽고 싶은 수 있다. 그럴 수 있다. 그럴 만해서 그런 것이다. 하지만 죽고 싶을 수 있다는 것이 죽어도 된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p.15)

 

 

나는 늘 내 감정에 나를 고스란히 맡겼었다. 그것이 문제였다. 무엇이 문제였는지 깨닫자, 그것만으로 나는 달라졌다.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쓸린 나 자신을 한 발짝 물러서서 바라볼 수 있었다. 언제나 나로부터 불거진 문제, 내 안에서 벌어진 문제였다. 문제를 알고 나니 답을 찾을 길이 보였다. 애타게 기다리던 터닝 포인트였다. 문제를 풀려면 감정에 휘둘리는 대신 감정을 조절할 수 있어야 했다. 감정의 노예가 아닌 주인이 되어야 했다. 동시에 한참 동안 잊고 있었던 누군가가 떠올랐다. 정신과 의사가 되고 싶었던, 과거의 나 자신이었다. 반가웠다. 오랜만에 만난 고향 친구 같았다. 그가 왜 이제서야 연락했냐고 따져 물었다. 그때부터였다.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난 것은. 내 문제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문제라고 생각했던 내 모습 속에 내가 찾던 답이 있었다. (p.22)

 

 

나는 상담하러 오시는 분들의 말을 들을 때 종종 눈을 감는다. 상상을 하기 위해서다. 그가 되어보려고, 그의 마음을 느껴보려고 눈을 감는다. 잠깐 동안 내가 아닌 그가 된다. 눈을 감았는데도 눈이 시려온다. 눈을 감고 있는데도 눈꺼풀이 무겁게 느껴진다. 지금은 아침이고, 이곳은 그의 방이다. 이불을 덮고 누운 채 꼼짝도 하기 싫다. 몸과 마음이 땅으로 꺼지는 것 같다. 내겐 낯설지 않은 느낌이다. 다시 나로 돌아가기 위해 눈을 뜬다. 그리고 그를 다시 바라본다. 그도 내 얼굴을 바라본다. 그가 내 얼굴을 통해 자신의 고통을 바라볼 수 있다면, 우리는 공감에 성공한 것이다. 나의 마음이 그의 마음이 되었다면 된 것이다. (p.62)

 

 

우리의 생각은 말랑해지기도 하고 딱딱해지기도 한다. 내가 처한 상황에 따라, 내 마음 상태에 따라 생각의 상태는 달라질 수 있다. 이 상담 사례처럼 인생 최악의 상황이라면, 그 어느 때보다 생각은 딱딱하게 굳어진다. 하지만 아무리 최악의 조건이더라도 해결책을 혼자 찾느냐 함께 찾느냐에 따라 결론을 달라질 수 있다. 죽어야 할 이유가 있다면, 살아야 할 이유 또한 있다. 동전에는 분명 양면이 있는데도 우리는 그 사실을 종종 잊어버리고 만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혼자 깜빡 잊어버린 사실을 상기시켜줄 사람이 필요하다. 혼자 내려버린 결론을 점검해줄 사람이. (p.122)

 

 

 

병원에서 벗어나 거리로 나온 그를 세상은 ‘정신 나간 정신과 의사’, ‘거리의 정신과 의사’라 부른다.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의사를 넘어 행복을 키우는 사람이고 싶어 ‘행키’라는 별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2016년 3월부터 자비로 구입한 상담 트럭을 몰고 다니며, 거리에서 아픈 이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행복을 키우고 있다. 마음 아픈 사람을 한 명이라도 더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병원에 가야 할 정도로 아프기 전에 도움을 주는 것이 그의 사명이다. 그는 병원에서 환자들을 치료하는 의사이기 전에 사람들의 마음을 들어주는 사람, 사람 냄새 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 바람 하나만으로 트럭 상담을 시작했다. 그는 스스로가 의사라고 결코 자만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렇게 될까 싶어 늘 경계하며 마음 아픈 사람들을 맞이 한다. 


책은 멀쩡히 잘 다니던 병원을 그만두고 달랑 중고 차를 하나 구입해 <찾아가는 고민 상담소>를 만들고 운영하며 겪은 좌충우돌 사건들과 이전에 병원을 찾지 못하고 홀로 힘겹게 버티다 그곳을 찾은 사람들의 사연을 담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정신과 의사를 만나지 못하는 외로운 사람들을 위해 누구에게 말도 못 하고 홀로 힘겹게 버티는 외로운 사람들을 위해 그들이 마음의 병을 얻기 전에 도움을 주고 싶어 직접 길거리로 나선 정신과 의사 임재영. 어찌보면 너무 하다 싶을 정도로 무모하다.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는 곳을 놔두고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고생길을 자처해서 가다니 이게 말이나 되나. 하지만 그에게는 다른 어느 길보다 꼭 가야하는 길이었다. 정신병원에 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18개월. 병원 안에서 남들처럼 의사 가운을 입은 채로 문턱이 낮아지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병원을 떠났다. 같은 말이라도 병원 밖으로 나가서 하는 것이 전달력도 파급력도 클 것이라 판단했다. 마음 아픈 사람들이 정신병원까지 오는 데 걸리는 시간을 조금이나마 줄여보고 싶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2년 만에 병원으로 돌아와 만나는 분들은 2년 전에 뵈었던 분들과 거의 다르지 않았다.  


예전보다 마음이 아픈 사람은 더 많아졌는데 왜 아직도 여전히 정신병원의 문턱은 높은 걸까.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나를 향해 쏟아지는 따가운 시선, 수근거림, 내 태도에, 당신의 태도에 자꾸만 발걸음이 뒤로 달아난다는 것을.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정신병원에 편견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예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다. 결국 참다참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러서야 발걸음을 옮긴다. 자의가 아닌 타의로 말이다. 책에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상담 사례가 등장한다. 갈수록 늘어나는 마음의 병. 몸에 상처가 나면 알아보고 약이라도 발라줄텐데 마음은 보이지가 않아서 본인이 직접 말해주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치기 일쑤다. 요즘은 누구나 저마다 가슴속에 마음의 병을 가지고 있다. 감기처럼 흔한 질병이 되어버렸는데도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는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한껏 날이 서 있다. 그러면 어느 누가 편히 상담을 받을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면서 한껏 많은 양의 위로를 받아간다. 아마 저자 자신도 마음의 병을 충분히 앓아 봤기에 상처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누구에게도 차마 말하지 못하고 가슴 한켠에 담아 두었던 상처에 약을 바르고 반창고를 붙인 것만 같다. 나도 당신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내 조그마한 관심이 세상을 바꾼다. 별것 아닌 것 같은 내 작은 관심이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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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ma1228 2018-12-04 0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행키입니다! ^^ 리뷰 감사합니당~ 우리의 행복을 위해서! ㅎㅋ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윈터 에디션)
김신회 지음 / 놀(다산북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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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 속 등장인물들의 일상을 가만히 살펴보면 낯선 생각이 든다. 대부분의 캐릭터가 인간과 똑같은 감정을 느끼고, 인간과 비슷한 행동을 하는데도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하나 있다. 그건 보노보노와 친구들이 미움받는 것에 대해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천하의 소심한 보노보노는 온갖 걱정은 다 하면서도 누군가에게 미움받을 것 같다는 걱정은 단 한 번도 하지 않는다. 너부리는 항상 밉상인 짓을 하면서도 그런 자신을 누가 미워하든 말든 관심이 없다. 포로리나 야옹이 형도 마찬가지다. 관계에 대해 고민하면서도 늘 사랑만 받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자신을 좋아하면 좋아하는 대로, 미워하면 미워하는 대로 그저 받아들인다. (p.41)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게 있다.
좋아하는 것은 좋아하는 거고
싫어하는 것은 싫어하는 건데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건
사이좋게 지낼 순 없는 걸까. (p.65)

 

 

 

세월이 주는 장점 중 하나는 유연함이다. 유연함은 우리를 즐거움이나 재미에도 무던해지게 만들어준다. 이는 재미없이 사는 사람이라는 뜻도 되지만, 재미가 없어도 사는 사람이라는 뜻도 된다. 그런 의미에서 즐겁지 않은 삶은 그만큼 나쁠 것도 없는 삶이다. 재미도 없고 특별할 거라곤 더 없는 요즘 내 일상을 떠올리다 보니, 아무것도 없는 삶은 그 이유만으로도 제일 좋은 삶이라던 야옹이 형의 말이 떠오른다. 어릴 적,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어른들의 말도 점점 수긍이 가는 걸 보면 나도 영락없는 어른이 된 건가 싶다. “평범하게 사는 게 제일 어려운 거야.” (p.98)

 

 

 

내가 어른이 되면 누군가 “됐어”라고 말해줬으면 좋겠다.
아직 안 됐다면 “안 됐어”라고 말해줬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나는 조금 안심이 될 것 같다.
그렇다면 나는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다. (p.133)

 

 

 

소중한 것은 쓸 수 있는 게 아니야.
소중한 것은 움직이는 게 아니야.
소중한 것은 더는 움직이지 않게 된 거야.

보노보노에게 있어서 소중한 것은 만질 수도, 느낄 수도 없고, 움직이지도 않아서 도무지 뭐가 뭔지 모르겠는 것. 우리에게 있어 소중한 것 역시 그런 것 아닌가. 설명하기 어렵고, 납득하기 힘들고, 그래서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데 있어 없으면 안 될 무언가. 그것 때문에 때때로 인생은 힘들어지지만 그것 때문에 우리는 지더라도 살아갈 수 있다. 이를테면 사랑이나 우정 같은 것. 정이나 진심 같은 것. 우리가 넘어졌을 때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워주는 것들이 그런 것처럼. (p.158)

 

 

작은 공간에 틀어박혀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그 공간 안에는 나보다 큰 것들은 그다지 없잖아.
‘가장 큰 나’의 고민이니까 엄청난 일이라 느껴지는 거 아닐까.
그런데 밖으로 나가보면, 나보다 큰 것들이 눈에 들어오고
게다가 그것들은 고민 같은 건 하지도 않는단 말이지.
대자연의 거대함에 비하면
나는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고민 같은 건 있지도 않은 거야. (p.205)

 

 

 

 

 

 

 

 

 

 

보노보노에게 첫눈에 반했다가 살짝 지루해했다가 또다시 생각나서 푹 빠졌다가 한참 안 보고 있다가도 불쑥 떠올라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정주행하기. 이 과정을 반복하는 사이에 어느새 보노보노를 친구처럼 여기게 된 저자 김신회. 보노보노만큼이나 겁 많고, 포로리처럼 고집이 세고, 너부리인 양 자주 직언을 하는 그녀는 보노보노를 알고 나서 세상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됐다. 사람은 다 다르고 가끔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사람도 만나지만 다들 각자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는 것과 내가 이렇게 사는 데 이유가 있듯이 누군가가 그렇게 사는 데에도 이유가 있다는 것,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면 억지로 이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말이다. 이해하든 하지 않든, 앞으로도 우리는 각자가 선택한 최선의 모습으로 살아갈 것이므로. 보노보노와 친구들이 그러는 것처럼.



재밌다고 까르륵 웃고 떠들던 어렸을 때와 달리 어른이 되어 다시 보는 보노보노는 어느 것 하나 내버릴 것 없이 저마다 굵직굵직한 울림이 있다. 심오한 이야기들을 어찌 그리 아무렇지 않게 툭툭 내뱉을 수 있는걸까. 소심한 보노보노, 버럭쟁이 너부리, 수다쟁이 포로리, 듬직한 야옹이 형 등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하나같이 가슴에 깊게 파고든다. 각 글마다 가슴을 두드리는 묵직한 울림에 여운이 오래도록 길게 남는다. 이래서 책을 여러 번 읽어보라고 하나보다.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더 많은 글들이 나를 향해 다가온다. 도대체 어딜 보고 웃었던건지 웃음 포인트가 기억 나지 않는다. 그저 마음을 위로 받고 또 무거워진 마음을 덜어간다. 혹여나 실수라도 할까 싶어 하루 종일 뾰족하게 날이 서 있던 감정들이 조금씩 무뎌지기 시작한다. 보노보노를 좋아하는 사람 중에 이상한 사람은 있어도 나쁜 사람은 없다는 작가의 말처럼 보노보노 이야기를 읽다보면 귀여운 보노보노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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