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 선정 도서로 읽는 중. 윌라에 마침 있어 듣는 중. 어렸을 때 들어본, 누군가의 차에서 흘러 나오던 라디오 극장 같기도 하고. 성우들 연기랑 음향 효과가 짱짱해서 좋긴 한데. 정작 내용이나 메세지가 크게 와 닿은 건 없었다. 아직까지는.


세계관이 치밀하지 않은 듯한데 나도 워낙 흘러(흘려) 듣고 있어서 내 읽기부터도 치밀하지가 못함.😂 방금까지 들은 부분에서는…여주가 본인이 아니라 댄의 꿈을 살고 있다는 현실 자각을-아무리 중간에 뛰어들었다 해도-좀 늦게 하는 거 아닌가 싶음. 그런데 또 다 할만한 후회들. 해봤던 고민들. 책이 왜 공감을 얻는지는 일단 알겠다.


미국 공공도서관 사서는 우리나라랑 다르게 여러 층위의 역할을 한다고 들었는데 개인적으로 소설의 이 설정은 지금까지는 나도 호감이다. 어린이나 청소년의 유년을 지켜봐주는, 가족이나 집안과 연관되지 않은 어른의 존재가 꼭 필요하다 생각한다. 공동체면 더 좋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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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 대입해 읽어도 손색 없는 젤다의 에세이들. 자신의 정체성인 플래퍼 걸의 목소리를 직접 내기도 하고 작품 전반에 다양한 플래퍼 캐릭터들을 내세우는데, 스콧 피츠제럴드가 묘사한 재즈에이지 신여성과는 사뭇 다르다.



재즈시대 플래퍼 운동은 단순한 패션 트렌드가 아니었고 젤다 본인도 상류층 백인 여성임에 무브먼트를 완전히 구현하지는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고 하니(출처 미즈매거진 기사) 이걸 알고 보면 개츠비 영화는 얼마나 엉망진창일지 ㅋㅋ 두려움과 기대가 생긴다ㅋㅋㅋ아마 패스하겠지




그나저나 젤다 재밌다❣️❣️ 원서로 소장하고 싶지만 이 고도의 비꼼을 시간차 없이 이해해서 같이 깔깔댈 자신이 없으므로 그냥 번역서나 틈틈이 열심히 읽는 걸로!

내가 말하는 권리는 내일이면 죽고 없을, 속절없기에 더애틋한 자기 자신을 실험할 권리를 말한다. 여자들은 열에 아홉은 일생을 임종 분위기로-그 분위기가 최후의 발버둥이냐 순교자의 체념이냐의 차이일 뿐- 살지만 내일 죽지는않는다. 그다음날도 죽지 않는다. 그들은 여러 가지 쓰라린최후 중 하나를 맞을 때까지 쭉 살아야 한다. 신경 쓰기도 지겨워질 때까지 세상이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그들이 빨리 깨달을수록 이혼 법정의 인기도 빨리 떨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거리낌에서 벗어나자." 플래퍼는 호기롭게 외친다. - P125

착하고 순종하면 행복이 따라온다는 이야기를 왜 믿지 않는지 망연해한다. 그런데도 플래퍼 문화를 향한 가장 거센 비난은 그것이 이 나라의 청춘을 냉소적으로 만든다는 주장이다. 플래퍼 문화는 청춘을 명철하게 만든다. 그들이 가진 천연자원을 밑천 삼아 본전 뽑는 법을 가르친다. 그들은 그저 비즈니스 방식을 젊음에 적용하고 있을 뿐이다.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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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nessa 2021-07-22 1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정념도 반복된다는 점에서 명실공히 현실이다. 세월과 사연들이 첩첩이 밀려와 인생을 채운다. 그러면서 취향이 축적되고 그것을 충족하는 지식이 쌓이면서, 애욕은 단지 그것의 인식만으로도 남성성을 증명하는 일이 된다.
<서른 이후에도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중에서



미국의 잉여 자산은 거의 다 과시에 들어간다. 만약 이것이 퇴폐라면 그것을 최대한 활용하자. 다만 나는 퇴폐의 증후가 있다면 그건 과도함이라고 생각한다. 퇴폐는 ‘더욱 더’에 대한 욕망이 아니다.
<연지와 분> 중에서




발칙한 여자의 백년 전 글. 새롭고 재밌다. 이런 여자를 사장시켜 버렸다는 건 안 새롭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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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 바다에서 모래 위를 쿵쿵 신나게 뛰는 아이를 보다가, 나도 어쨌든 수평선을 좋아하니까 바다를 싫어한다고 할 순 없나-생각했다. 모래 처음 만져보고 이거 뭐야!!!!빼액!!! 격렬히 싫어라하는 말못하는 둘째를 유모차 태워 긴 백사장을 하염없이 왔다갔다하며 상념..아닌 땀에 마스크 속이 젖었다.



그러고 간 그림책방에서 이 책을 봤다.
아파트 상가 2층에 숨어 있던 책방 안은 햇살이 담뿍 쏟아져 들어왔고 하드커버 원서들이 겉싸개가 다 살아있는 채로 위용!과 자태!를 자랑했다. 간만에 제대로 구경하고 왔다. 사고 싶은 책은 더 많았는데.. 내 취향에 더 깊게 들어오는 책도 많았지만 고른 책은


Ocean meets sky 제목만 보고 아이한테 오늘 간 바다 사진 보면서 수평선 설명해줘볼까하는 생각에 골랐다. 막상 수평선 얘기는 없지만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추억하는 어린이의 한바탕 단꿈이다. 그림이 몽환적인 것도 좋지만 그리움과 상실처럼 어른이 돼서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들을 아이의 눈높이에 맞게 그려낸 점이 특히 좋았다.

처음엔 안본다 하더니 겉싸개 벗겨내고 금박 반짝이는 거 보고 호어-끌려들어오는 여섯살. 미끼를 물어븐 거.. 자식 낚시..

금박 진짜 이쁜데ㅋㅋ 시가에서 햇빛을 못받아서 일단 아무렇게나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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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0 1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유수 2021-07-20 12:24   좋아요 0 | URL
와 진짜요? 저는 그저 스킨 중에 고른 건데.. 북플 컴으로 자주 하지는 못하는데 전체 사진은 안보이지만 좋더라고요. 비타님 히스토리는 동앗줄같군욬ㅋㅋ
 
내가 사랑한 시옷들 - 사랑, 삶 그리고 시 날마다 인문학 1
조이스 박 지음 / 포르체 / 202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다가 부코스키 시집 <사랑은 지옥에서 온 개>를 빌려왔다. ‘파랑새’는 소개된 대로 부코스키의 시들 중 가장 읽기 무난한(?) 류의 시였다. 찰스 부코스키는 하류계관시인(두 표현을 나란히 쓸 수 있는 거구나)으로 평가받는다고 한다.

마초이즘의 정수인데. 말이 좋아서 그렇지, 시를 읽어내려 갈수록 그의 자기혐오(+ 다른 대상에 화풀이. 반응을 노린듯한 선정적이고 노골적인 표현들)나 비대한 에고를 어쩌지 못하는 모습에 당황스럽다. 문학적 가치는 있었을 것 같다. 전례없고 파격적이었겠지-근데 요새 그런 사람들 엄청 많지 않나. 21세기 특산품-비관과 냉소를 내내 유지하는 데다가 기성 사회에 문제를 제기한다는 시들도 많다고 하니. 읽게 되면 개인적으로 취향에 들어맞는 시를 찾게 될지도 모르겠다. 다만. 아웃사이더의 가장 좋은 점은 다른 아웃사이더를 좋아할 필요가 없다는 거라서. 일단은 그 장점을 누리련다.


원책으로 돌아가서.
영시를 소개하는 저자의 노련함이 좋다. 그걸 신뢰하고 따라가면 돼서 독자로서는 기분 좋은 산책길을 잘 아는 친구 따라 걷듯 마냥 즐겁다.
시작은 alone/ 마지막 실린 시는 may love seize you 책을 덮고 나서 목차를 보고 깨닫게 되는 무언가가 있다. 눈 앞의 삶을 받아들이는데 조금 더 도움이 된다.

비감과 상실을 다룬 시들과 요절한 시인들. 논란과 비난이 있었던 그들의 생애에 대한 힌트도 함께 주어져서 읽기에 재밌다.


실린 시 거의 모두 다 좋았는데 아직 번역된 시집이 없다는 린다 파스탄과 작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는 루이스 글뤽의 시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루이스 글뤽의 시는 페르세포네를 데려오려는 하데스의 계획과 결심, 소회(!) 등이 담긴 시로, 포획자의 심리와 모순이 잘 담겨있어서 강렬하다. 이걸로 다른 사람들하고 대화해보고 싶다. 저마다의 이야기와 해석을 한보따리 들을 수 있을 거 같은 ㅎㅎㅎㅎ시인의 다른 시들이 궁금하다.
엘리자베스 비숍, 에밀리 디킨슨, 사라 올슨 등등 다 언급하기 힘들 정도로 모든 장이 재밌었다. (왜 day로 챕터를 나누었을지 궁금하다. 부제로 짐작되듯이 삶에서 읽는다는 의미를 담은 걸까?) 앤 섹스턴이나 앨리스 워커, 에이미 로웰 시집도 읽어 보고 싶고. 앞으로 어느 서가를 오가다 이들의 이름과 부딪힌다면 기꺼운 마음으로 뽑아 오겠지. 그런 점에서 이 책에 많은 목록을 빚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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