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정경과 기후, 주인공 유년기의 가족과 벗들, 굽이굽이 장마다 작가의 인생을 겹쳐보게 되는 건 소설에 득일까 실일까. 여하튼 너무 재밌게 읽었다. 서사와 작법, 인물과 배경 어느 하나 다층적이지 않은 게 없고 프랑켄슈타인이 왜 제목인지, 그러니까 빅터가 왜 주인공인지를 계속 짚어가며 읽어야 하는 후대의 오독 한가운데서 나 역시 표류한다는 점까지도.
어떤 화제든 쉽게 설명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독서라니. 재미없으면 안 읽어도 되지 생각하고 살다가 책을 권(해야)하는 입장이 되어보니 더더욱. 지금 시대에 책읽(게 하)기란 정치적이고 폭넓은 화두지만 제목이 적시하듯이 저자가 주장하는 바는 직접적이고 간명하다.. 정보의 바다.. 풍요로워서가 아니라 익사할 수준이라 바다인가.. 허탈해져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책.
모리슨의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빗발치는 궁금증은 적나라한 응시와 동시에 어떻게 이런 거리를 유지하는지, 에 대한 것이었고 이 책을 읽으면서 일정 부분 해소되었다. 다만 인간적으로 여전히 궁금하다. 극단을 다루면서도 그에 시달리지 않고 의연하게 지켜내는 인간애에 대해서. 내가 오독한 게 아니라면 작가는 그것이야말로 예술의 영역이라 내내 힘주어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