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미치지 마세요 내책꽂이
박현숙 지음, 윤유리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 독감으로 급 입원했고 하루 종일 티비 보여주다 밀리에서 찾아 읽어주는 중. 골때리는 어린이 동수동의 말썽 탈출시도 ㅋㅋㅋㅋ 수동이가 말 잘 듣는 착한 아이가 되고 싶을 수록 엄마가 미치는데..RGRG.. 그래도 착한 아이라는 허상을 더 잘 알고 있는 어른이기 때문일지, 어째 아이보다 내가 더 감정이입하게 된다 ㅋㅋㅋ

“나는 똑똑한 아이도 아니지만 불쌍한 아이도 아니에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두번째, 세번째 여성. 애니와 엘리자베스까지 읽었다. 책이 살해된 여자들의 궤적을 좇아간다는 점에서 읽는 기분은 무거울 수밖에 없는데.. 그럼에도 책을 엄청 흥미롭게 만드는 점 몇가지는, 죽음에 이르기까지 이 여성들이 그런 죽음을 맞으리라고는 상상하기 힘든  삶을 살았다는 게 첫번째. 시대가 여성에게 허락하지 않은 욕망(여자가 술을 마시는 것, 혼외관계를 했다는 것)을 따랐다는 것만으로 여자들의 인생이 뒤집히고 쌓아온 기반이 무너져 내려가는 걸 실시간으로 읽어 나가는 게 웬만한 소설 못지 않게 극적이다. 이 고증을 읽어나가는 것만으로도 힘이 생기는 기분이 드는 건 편집자가 편지(yes24 책아 미안해 2022 참고)에서 말한대로 피해자들에게 존엄성을 되돌려주는 작업이기 때문이겠다. 동시에 19세기 여성 빈곤층, 여성 노동계급의 실상을 읽는 것이 읽는 나의 위치성, 실상을 파악하는 것으로 환원되는.. 정희진 선생님의 책을 다시 읽고 있어서 그렇다. “지독한 위치성을 인식하는 일, 이것이 앎의 본질이다.” 






“홈리스에 대한 편견도 공간을 소유해야 시민권을 갖게 되는 자본주의 사회원리의 산물”

“구조적이든 개인적이든 지배/피지배의 인간관계는 문명의 조건

“역사는 독자의 수준에 달려있다. 지금도 마찬가지.”

“자신의 자리가 포지션이라면 이를 인식하거나 이동하는 과정이 역지, 포지셔닝이다.”

<새로운 언어를 위해서 쓴다> 중에서


이 여성들이 연쇄 살인마에게 죽임을 당하고 매춘부로 호도되기 전까지 겪은 사연이 제각각으로 안타까운데.. 이렇게 한데 모아놓고 보면 모두에게 동일한 억압논리가 작동한 셈이다. 부부 중 누구에게 귀책 사유(음주, 남편의 외도, 아이가 없음)가 있든 기혼 여성이 가정을 떠나게 되고부터는 생계유지와 계급적 측면에서 고립되기 시작한다. 빈민층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조금이나마 일신의 안전을 도모하려면 남성 동반자를 구해야하고 그 관계는 자연히 혼외관계가 되어 결국 사회적으로 신뢰를 잃게 된다.(“결함이 있는 여자”) 시설(구빈원)에 들어가 통제를 받고 높은 가능성으로 남성 관리자에게 착취를 당하며 살거나, 거리에서 살면서 성매매를 하든 어느 경우의 수에도 여자는 굴레를 진다.


“빅토리아 시대 런던의 노숙자는 누구나 비참하고 불행했지만, 폴리 같은 여성 노숙자는 성폭력의 위협까지 감수해야 했다. 남성 보호자 없이 혼자 살거나 거리에서 살아가는 여자는 버림받은 사람으로 여겨졌고, 그래서 결함있는 사람으로 여겨졌으며, 결국 도덕적으로 타락하고 성적으로 부정한 사람으로 치부되었다. 그런 여자는 음식과 숙소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마다하는 일이 없다는 것이 사회 모든 계급의 철석같은 믿음이었다. … 심지어 그런 여자에겐 동의를 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92



“중독이라는 수치,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의 수치, 거기다 이제는 어머니와 아내로서 실패했다는 수치까지 더해졌다면 애니가 가족과 친밀한 관계를 맺기는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다. (…) 기독교 교리를 따르고 품위를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가족 안에서 애니는 자신이 구원받을 수 없을 만큼 타락했다고 여겼을 것이다. 그 시대의 여자다움 기준에서 애니는 실패자였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도, 집안 살림을 맡은 아내로서도 무능력했고, 그 누구도, 심지어 저 자신도 보살필 수 없는 사람이었다. 술을 마시는 여자는 혐오의 대상이었고 “자신의 가장 야만스럽고 꺼림칙스러운 기호를 겉으로 드러내는” 사람, “육욕에 사로잡혀 … 여성다움을 잃은” 사람이었다.  165-167


“폴리 니컬스의 경우에도, 애니 채프먼의 경우에도 그들이 성매매를 했다거나 스스로를 매춘부라고 칭했다고 말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잭 더 리퍼 피해자의 공상화된 이미지들에서는 애니가 가슴이 드러나는 웃옷을 입고 뺨을 붉게 화장한 채 가스등 아랫에서 유혹적인 눈빛을 던지며 “길거리 호객”을 한 것으로 그려졌지만, 이는 거짓이다. 176


저자는 그동안 사회가 피해자에게 찍어 온 낙인을 단호하게 반박한다. 지금도 피해자에게 거짓 이미지만 한겹 덧씌워 상황과 증거를 면밀히 들여다보지 않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대중 또한 그러려니 하지 않나. 이 다섯명의 이름을 불러 삶을 들여다 보는 것은 이 꺼풀을 벗겨내는 작업이다.




그러다 1870년대 들어 알코올 중독이라는 개념이 알려지면서 습관성 음주가 전보다 부정적인 의미를 띠게 되었고, 특히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공개적인 취태는 인격타락의 징후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이제 음주는 그 사람의 ‘무절제한’ 본성과 무딘 판단력, 나약한 정신력, 불성실함의 결과였다. 그런데 이보다더 중요한 변화는, 음주벽이 가난하고 ‘상스러운’ 노동자 계급과 결부되었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결혼 후의 애니처럼 중산층 정체성을 희구하던 사람들은 대개 의존증이 심해질수록 그 사실을 부정하거나 감추려 했고 또 얼마든지 감출 수 있었다. - P155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수 2023-01-06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c버전에서 내가 알라딘 상품 넣기 순서를 어떻게 적용해야 북플 앱에서 대표이미지가 제대로 적용될까… 난항이다 난항ㅋㅋㅋㅋ

난티나무 2023-01-06 12:41   좋아요 1 | URL
처음 넣는 상품 이미지가 먼저 뜨는 것 아닌가요?^^;;;; 그리고 북플에서는 정희진샘 책은 상품이미지가 뜨지 않네요????? 그것 참…

단발머리 2023-01-06 16:11   좋아요 1 | URL
얼른 알라딘이 봐야할텐데요.... 알라딘아? @@

유수 2023-01-07 00:59   좋아요 0 | URL
저는 서재 기준 더 파이브를 먼저 넣었는데.. 어떻게 해도 두 책 모두 상품이미지를 넣으면 정희진샘 책이 대표이미지로 (북플에서) 나오네요. 북플에서 정희진 샘 책 저는 또 이미지가 뜨는데요? 그것참2222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뭐람요

단발머리 2023-01-06 16: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처음 보는데 시도 자체가 무척 특이하네요. 저자가 영국 여성사 전문가라니 믿고 읽을 수 있겠어요.

지금이나 그 때나 이혼은 여성이 가난으로 직행하는 길이죠. 결혼하지 않은게 더 나은데 당시로서는 경제 활동 자체가 불가능 혹은 절대적으로 불리했으니까요.

저는 그럴 때는 일단 북플로 해놓고 서재 들어와서 편집을 ㅋㅋㅋㅋㅋㅋ 정희진쌤 책은 소중하니까요!

유수 2023-01-07 00:56   좋아요 0 | URL
아 그럼 북플로 등록 후 서재가서 수정하면 북플 대표 이미지(?) 책도 지정할 수 있나 보군요. 해볼게요!! 감사해요
 
뱀파이어 소녀 반다 - 거울아 거울아, 내 모습을 어디로 가져갔니? 글로연 그림책 6
시우바나 지 메네제스 글.그림, 김정아 옮김 / 글로연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토니, 난 내가 웃는 모습조차 볼 수가 없단다. 나의 이 지독한 슬픔을 넌 눈곱만치도 알 수가 없을 거야.”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할 줄 아는 이가 타인을 사랑하게 될 때. 앞으로 연애와 사랑의 여러 가지 형태를 궁금해 할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폴리가 이 가운데 어떤 일을 했든 간에 그런 삶은 너무나 공허했을 것이다. 가족이나 남편이 없는 여자는 이해받기는 커녕 깊은 의심의 대상이 되는 시대였기 때문이다.“

잭더리퍼를 백년 넘게 문화로 향유하고 누린 역사 밑에 깔린, 살해된 여자들이 있다. 그 여자들에게 이름도 있었고 삶도 있었다. 누구에게서 태어나 어떤 자식으로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어느 동네에 살았는지, 누구와 연애(결혼)했고 자식은 몇을 낳았던지, 일상은 어땠는지 모든 정황이 삭제되었고 살해된 매춘부 누구,로만 기록에 남았다.


책을 읽을수록 왜 이 책이 안 팔렸는지 이해가 된다.

여전히 여자에게 관심이 쥐뿔도 없기 때문이다.

구빈원에서 태어난 주인공을 통해 빈민의 삶과 사회의 병폐를 그려낸 고전 올리버 트위스트의 출생지, 혹은 조지오웰이라는 대작가 본인의 ‘체험 삶의 현장’으로서의 구빈원은 알려져 있지만 당시 노동 계급 여성에게 구빈원이 어떤 의미였는지 아직까지도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기 때문이다. 신세가 몰락해 오갈데 없어진 노동계급 여자가 어떻게든 안 가보려고 애를 써도.. 구빈원을 들락거리며 매춘이나 성 노동과 접점을 가지게 될 수 밖에 없는 사회구조에는 누구도 호기심이 없기 때문이다. 희생자들의 삶처럼, 책 또한 가부장의 승인을 받지 못한 스토리텔링이다.

내게는 시대극 내용의 연재물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사료와 고증이 적절하게 어우러진 논픽션이라 꽤 재밌다. 저자가 인물들의 구체적인 삶에 대해 더 알 수 없는 부분은 그렇다고 솔직히 끊는데, 그런 부분이 오히려 상상을 더 자극하기도 한다. 일이백년전 여자들 상황을 유추하거나 이해하기가 어렵지 않다는 게 이젠 끊어져야 할 저주일텐데.
여하튼 책은 이런저런 이유로 술술 읽히고 내용 특성상 오디오북 콘텐츠로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내가 영국근대사를 더 잘 안다면 책에 대해 더 성의껏 적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해… 이 책은 더 많은 사람들이 보면 좋을 거 같아 다 읽으면 리뷰를 꼭 적으려고 한다. 지금은 밑줄만 옮겨두려고 했던 건데 썽내게 되었지만...

나이 든 사람, 쇠약한 사람, 아픈 사람, 버려진 사람, 신체 장애가 없는 사람 모두가 각자 다른 사정으로 구빈원에 들어왔을 텐데도 똑같이 멸시당했다. 흔히 가장이 돈을 벌지 못하면 가족 전체가 구빈원 신세를 질 수밖에 없었다. 한 가족은 입소와동시에 남녀로 구분되어 서로 다른 공간에서 지내야 했다. 아주 어린아이는 어머니와 함께 지낼 수 있었지만 일곱 살이 넘은 아이들은 부모와 떨어져 구빈원 내 학교에서 지냈다. - P67

1880년 남편을 떠나 집을 나왔을 때 폴리는 앞으로 자신이 어떤 일을 겪을지 잘 알았을 것이다. 그러니 그것은 엄청나게 과감한 행보였다. 노동자계급의 별거가 그리 드문 일은 아니었지만, 여자 쪽은 "도덕을 중요시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착실한 아내로서 누리던 지위를 박탈당했다. 불화의 원인이 누구에게 있는가는 중요하지 않았다. 어쨌든 아내가 남편을 떠나는 것은 여자의 잘못이었다. 좋은 아내는 "언제나 변함없이 선하고, 본능적이고 절대적으로 현명한 여자, 그리고 "자기발전이 아니라 자기절제"를 추구하는 여자였다. 아내로서 여자의 의무는 "절대로 남편 곁을 떠나지 않는 것"이었다. 어머니로서 여자의 의무는절대로 자식을 버리거나 방치하지 않는 것이었다. 가족을 두고 집을나가는 여자는 무능하고 부도덕한 여자, 그야말로 망가진 여자였다. - P6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장 나쁜 일 오늘의 젊은 작가 37
김보현 지음 / 민음사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빌리는 책은 대체로 나만 빌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우리 동네 도서관에서 가장 인기있는 책이었다. 예약도 길고 그런. 다 읽고 나니 여행에 들고 가도 괜찮았을 거 같다. 이야기가 후루룩 읽히고 소재 자체도 내겐 감정이 북받치거나 하는 류가 아니라서. 줄 안치고 뭐 안붙이고 책읽는 게 오랜만이라 솔직히 여유있고 편아~안했다. 안 읽은 과거의 나에게, 여행 짐가방 여유있을 때 넣을 만한 책으로 추천… 뭔 쌉소린지 싶지만 여행 가방 챙길 때마다 책 뭐 넣지 고민 만번해서 그렇다.

추리할 건 없는 추리 소설이지만 완성된 그림을 알고 맞추는 직소퍼즐 같아 재밌게 읽었다. 장르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말인지도 모르지만 꽤 친절하고 쉽다는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메시지가 가벼운 건 아니다. 책을 덮고 나면 보이는 제목, ‘가장 나쁜 일’이 내게 남겼을 흔적(“인간은 모두 약하고, 지금보다 훨씬 더 약해질 수 있다는 뜻이라고 해두죠.”)을 생각하게 하고, 그렇게 다른 이들의 것도 한번쯤 헤아리게 한다. 이 주인공으로 사건을 전개해 나간다는 것이 읽으면서는 의아한데 마지막에 이르러선 어느 정도 설득되었다는 것도 장점이었겠지?

“정희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가능성은 현실적으로도 확률적으로도 희박했다. 그녀의 삶이 그런 판타지로 작동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정희는 문득 억울해졌다. 어째서지? 한번쯤은 그래도 되잖아. 인생에 딱 한 번쯤은.”

“그녀는 스스로를 공양하기로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