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터 아웃사이더 딕테 시리즈 1
오드리 로드 지음, 주해연.박미선 옮김 / 후마니타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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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는 나의 것이고, 그 에너지를 전환해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만의 것이 된다. “분노는 정보와 에너지를 갖고 있다”는 문장이 주는 힘. 책의 일관성이 북돋는 격려. 경전 삼아 읽고 또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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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모르니까 빌려 왔고 흥미롭다. 책에서 다루는 열 권 중 두번째 책 읽는 중. 근대 철학의 이분법적 인간론에 도전하는 책, 개별주체를 “관광객”으로 사유하는 <관광객의 철학>을 다룬다.

특히 슈미트, 코제브, 아렌트와 같은 20세기 사상가들은 좌우파의 입장을 막론하고 인간이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고, 현재적 쾌락에 자족하고, 노동과 소비를 왕복할 뿐인 경제적 동물로 전락해 가는 당대의 현실 상황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 그러나 이런 거부의 입장들이 지구화와 정보화가 극도로 진행된 21세기에도 여전히 타당하고 유효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어쩌면 오늘날 인문학의 영향력이 급속히 쇠퇴한 것은 20세기 인문 사상의 근간에 있는 인간 개념의 한계 때문은 아닐까? - P59

그러나 지식인과 대중을 가르고 진정성 있는 정치적 인간만을 성숙한 시민으로 간주하려는 인문학자들의 태도는 현실 정치 바깥에 있는 또 다른 공공성과 정치를 보지 못하게 만들고, … - P61

문제는 글로벌리즘에 대항하여 국민 국가의 정치를 옹호하게 되면 결국 모든 논의가 내서널리즘으로, 성숙한 정치적 인간론으로 회수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그리하여 한쪽에는 경제적 동물 또는 동물적 소비자를, 다른 한쪽에는 진정성 있는 정치적 인간을 배치시키는 인문학적 분할 작업은 세상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포착하기보다는 이미 진부해져 버린 이분법적 도식을 관습적으로 적용하는 데 그치고 만다.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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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1-19 15: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호 이 책 재밌어보여요. 여기서 다룬 사람장소환대가 참 좋았습니다. 이건 꼭 따로 읽어보시면 좋을 책!

유수 2023-01-19 16:47   좋아요 2 | URL
못 알아들으면서도 읽으면서 짜릿했던 기억이 나요. 초판 표지가 좋았어서 신판을 못 사고 있음. 리뷰 한번 갈겨조요….

은오 2023-01-19 16:47   좋아요 2 | URL
네ㅜㅜ 그 회색 표지가 훨씬 예쁘더라고요. 전 흰색으로 갖고 있습니다. 근데 저 그거 읽은지 너무 오래돼서 못갈깁니다... 리뷰는 덮고나서 뽕이 차오르고 기억이 남아있을때 가능한것... 언젠가 재독을 한다면 갈겨보겠습니다.

유수 2023-01-19 16:57   좋아요 2 | URL
성실한 답변… 갈김요정이세요♥️

단발머리 2023-01-19 16: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척 어려워보이는 책인데요! @@

유수 2023-01-19 16:44   좋아요 0 | URL
에이~~~~ 단발머리님~~~ 처롹 저만 어렵죠. 길 따라갈게요🥰
 

시리 허스트베트의 <당신을 믿고 추락하던 밤>을 맘속으로 흠모하는 분께 추천 받고(그냥 따라 읽음) 작년에 재밌게 읽었다. 꽤 지난 지금도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한다. 식상한 말이지만 실제로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주인공을 지지하고 이해하고 한심해하고 그런 열화와 같은 읽기였다는 점에서 좋았지만 동시에 나는 이제 이 젊은 여자 심리에서 너무 멀어져 버린 게 비로소 실감나서, 읽을 때 쓸쓸했다. 그렇게 격렬하게는 이제 못 살아. 안 살아. 멀어져서 다행이야. 안심하는 마음이 있었다. 지독히 예민해서 웬만한 중독(차라리 약을 해..)조차 필요없고 스스로의 불안과 욕망을 다 파악하고 있는 주인공 아이리스. 책을 관통하는 이 여자의 총명함과 위태로움이 내 허기와 관음을 충족시켜 준다는 걸 깨달았을 때, 읽다가 수치스럽기도 했다.














“내가 그를 좋아했던 건 아마 강요하는 기미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대다수 남자애들은 그게 문제였다. 그들의 열렬한 소망은 내게 폐소공포를 유발했다. 언제나 남자들은 내게 숨결을 뿜고, 잡아당기고, 밀고, 심지어 내가 자기네한테 줄 수 있다고 믿는, 무슨 수수께끼 같은 은총을 달라고 애걸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내게는 사실 그게, 그들이 원하는 게 없었다. (..) 남자들 잘못은 아니었다. 왜곡은 욕망의 일환이다. 우리는 언제나 우리가 원하는 걸 바꾼다.”


관계에 관한 한 온갖 ‘기기묘묘한 모험’(번역가의 말 인용)을 하면서 아이리스는 별 특이점이 없었던 연애에 대해 이렇게 말하는데, 책을 다 읽고 나면 결국은 본인 얘기 아닌가 싶어진다. 내내 눈가리개blindfold한 채 모든 세계를 더듬는 것처럼 사니까. 관계를 거치며 내가 깨달아온 것이 겨우 나라는 사람의 조각이었던 것처럼 외부를 조형하면 스스로의 경계선이 윤곽을 드러낸다. 아이리스는 언제나 아이리스가 원하는 걸 바꿨다. 여전히 이이가 종종 생각나고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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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엔 더 용감하지 민음사 세계시인선 리뉴얼판 28
앤 섹스턴 지음, 정은귀 옮김 / 민음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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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의 칼들을 어쩌지 못할 때, 그래 칼춤이 낫지. 이런 칼춤이라면 그런 것 같다. 현재진행형의 고통과 분열. 알아듣겠다는 희열과 괴로움이 공존한다.
(저한테 이거 선물해주시고 알라딘 오라고 하신 분 어디 가셨어요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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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3-01-17 15: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아..... 이거 유수님께 선물해 주시고 알라딘 오라고 하셨던..... 그 분을 찾습니다!!!

유수 2023-01-18 12:05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이 부르시믄 오신다..에 한표!
 
















<서평의 언어>를 읽기 시작하면서 기대한 부분은 아니었는데 얼마전에 진 리스의 <어둠 속의 항해>를 읽고 궁금했던 것들이 조금씩 해소돼서 흥미롭다. 주인공이 왜 이렇게 육체적/정신적으로 떠돌고, 만족을 쫓는 동시에 무감각한지, 그렇게 그렸는지 궁금했는데 이 책에 따르면 진정한 자전 소설(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이어서 그렇다는데.


“진 리스가 젊을 때 쓴 글이나 나이 들어 쓴 글에서도 모두 나타나지만, 데이비드 플랜트의 묘사는 리스가 자신이 부당한 취급을 받는다는 생각에 매달린 동시에 이로부터 영감을 받았음을 분명히 해준다.(…)

리스는 어마어마하게 고독했는데, 그의 정신 속에는 오로지 자기 자신밖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 저마다 작가 자신의 여러 버전인 동시에, 하나같이 매력적인 데다가 몹시 예쁜 여성 주인공들 말이다. (…)

본인의 글, 그리고 글쓰기 전반이라는 본인에게 큰 의미를 갖는 듯한 두 가지에 대해 아주 많은 말을 하면서도, 한편으론 한두 줄의 슬픈 문장을 쓰기 위해 여태 쓴 모든 글을 등질 준비가 되어 있었다는 점이 진 리스의 특징이다.”180


“리스가 여성 주인공들에게 고통의 극복을 허락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리스의 운명은 소설 속 주인공의 운명보다는 너그러웠다.”111















<어둠 속의 항해> 읽으면서 페미니즘보다는 디아스포라 소설 아니야? 생각했던 것도, 영국이라는 배타적인 제국에 속하고픈 자아-여성, 작가,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 책에 따르면 ‘나르시시스트’-가 흠씬 배어있기 때문일지. 진 리스가 헤어나오지 못한 세계(나르시시즘)에 대해서 메리 케이 윌머스는 “어쩌면 외모라는 감각과 예술이라는 관념 사이엔 모종의 관계가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묘한 말을 남기는데 그런 분열을 안 겪는다 쳐도, 모르는 여성도 있을까요 승생님. 책 아직 안 읽은 부분에서 힌트 좀 나오나요, 싶은 마음.


“나는 흑인이 되고 싶었다. 난 항상 흑인이 되고 싶었다. 프랜신이 거기 있어서 나는 행복했다. 나는 그녀의 손이 부채질을 하느라 까딱까딱하는 모습을 보았고, 그녀의 손수건 밑으로 떨어지는 구슬같은 땀방울을 보았다. 검다는 것은 따스하고 유쾌하며 희다는 것은 차갑고 슬프다.” <어둠 속의 항해>
















같은 글에서 다룬 데이비드 플랜트의 책이 진 리스와 함께 소니아 오웰, 저메인 그리어 세 명에 대한 회고록인데 번역된 바 없다. <Difficult women; A memoir of Three> 고로 못 읽어보겠지만 메리 케이가 재정의하는 어려운 여자들의 의의는 몹시 날카롭구나 ㅋㅋㅋㅋ


저메인 그리어에 대해서는 책에서 또 다른 서평(매력 노동)으로 또 다루는데 몹시 신랄하고 재밌다… 소개되는 모든 책을 읽어보고 싶게 하는 서평가여….

어쩌면 ‘어려운 여자들’이란 이성애자 남성은 살면서 누릴 수 없는 호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여성과 함께 살아야 하는 남성은 지각이 있는 한 분명 성격이 느긋한 여성을 택하리라는 것)이 어느 정도 사실이라 해도 이를 뒤집으면 전혀 말이 되지 않는다. 레즈비언들은 어려운 남자를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그런 건 그들 도덕률에 어긋나는 일인데다가, 어차피 이성애자 여성들이 언제나 하고 있는 일이니 불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
알고 보니 ‘어려운 여자들’이 가진 의의는, 그들을 좋아하는 자신을 더 좋아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인 모양이다. -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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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3-01-17 15: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 리스 한 권이라도 읽고 나면 바로 서평의 언어 읽어야겠어요. 저도 쉬운 여자 아니지만 ㅋㅋㅋ 아, 어려운 여자 어떠신지 막 알고 싶네요.

유수 2023-01-18 09:38   좋아요 0 | URL
진 리스 읽고 읽어보세용ㅎㅎㅎ 여기에 아직 못적었지만 저는 저메인 그리어가 읽고 싶어지더라고요.

은하수 2023-01-17 16: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쉬운 여자가 있을라구요!
‘어려운 여자들‘이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자신을 더 좋아할수 있게 해주는 것인 모양이라고 한 말은 맞는 말이네요

유수 2023-01-18 09:37   좋아요 1 | URL
네 은하수님 각기 개성 뚜렷한 세 여자를 묶어서 어려운 여자들로 표현한 것도 그렇고요 ㅎㅎ 처음 인사드리는 거 같아요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