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럿 퍼킨스 길먼 <누런 벽지>, 에이드리안 리치, 영화 <벌새> 등 인용하면서 수시로 깨워주는 이 책 다 같이 읽어주셨으면.

죽은 아기가 그 마을 어떤 성씨의 조상이며, 살았다면 큰 인물이 되었을 거라고 맺기도 한다. 흔히 "비범한 능력에도 불구하고신분적 제약 때문에 좌절과 죽음을 맞게 되는 민중 영웅담"이며,
"자신들의 영웅을 수용하지 못한 민중의 통렬한 자기반성이 주제" <한국민속문학사전>라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민중이나 영웅과 같이 웅장한 담론으로는 이 작은몸의 안타까운 죽음을 담아 내기 어렵다. 말이 좋아 ‘아기장수‘지, - P92

는 "아기가 바람벽을 기어오르고 천장에 올라가 붙었다."는 진술은 고립무원에 빠진 산모의 비명이다. 샬럿 퍼킨스 길먼의 <노란벽지>에서는 산후우울증으로 공황상태에 빠진 주인공이 벽지의무늬가 살아나 기어다니고 뒤집힌 눈깔들이 사방에서 자신을 노려다고 믿는다.
두 번째는 죽은 아기에 관한 것이다. 아기는 파리나 거미, 노래기처럼 천장에 올라가 붙어 있었다고 한다. 이런 벌레들은 장군감으로 비유되기는커녕 징그럽고 더럽게 여기는 미물들이다. 죽음을 부른 아기의 ‘비범함‘은 기실 자식으로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의장애거나 가부장 사회가 허락하지 않는 ‘더러운 핏줄‘을 달리 말한것일 수 있다.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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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3-01-26 13: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을거에요. 바로는 아니지만, 책 제목 적어두었어요. 그럼 저의 바램 시간 ㅋㅋㅋㅋㅋㅋㅋㅋ

유수님, 글 좀 자주 쓰셨으면.........
유수님, 글 좀 더 길게 쓰셨으면........

유수 2023-01-26 14:21   좋아요 1 | URL
제가 단발머리님께 배우고 싶은 부분 아니겠습니까?🤣🤣 노력해보겠습니다

단발머리 2023-01-26 14:24   좋아요 1 | URL
귀여운 아가들 얼른 자라도록 제가 탬버린 흔들면서 응원할게요!
잘하실거에요, 유수님은!!
떡잎부터 다르잖아요, 유수님은!! 👍🏼👍🏼👍🏼

유수 2023-01-26 14:37   좋아요 1 | URL
자주도 못 쓰고…길게 쓰는 건 정말 어렵고 이렇게 콕 집어 주셔서 찔리는ㅋㅋ 떡잎은?? 단발님 보시기에 제가 떡잎이 달랐구나.. 얼렁뚱땅 기뻐하고 있습니다.
 
자미 - 내 이름의 새로운 철자
오드리 로드 지음, 송섬별 옮김 / 디플롯 / 2023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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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사랑은 더 잘하는 오드리 로드. 분노하는 글조차 어떻게 그렇게 섬세하고 견고하고 따뜻할 수 있었는지 이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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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 에피소드들. 이런 건 읽어도 읽어도 익숙해지지 않네. 종류는 다르지만 당시엔 마땅히 설명할 지적 도구가 없었던(마리 루티 인용) 내 경험들도 떠오르고. 어떤 책에서 마주쳐도 응원하게 되는, 예민하고 조숙한 어린이/청소년으로 산다는 것은 참 가혹하다. 차라리 물정 모르고 무감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늘 반반임.


“나는 어머니의 숨겨진 분노뿐 아니라 비밀스러운 시를 비추는 거울이다.”


어머니를 묘사하는 부분 나올 때마다 좋은데, 그의 양육태도에 대해서도 자연히 생각하게 된다. 로드의 부모는 인종차별주의라는 도처에 있는 거대한 악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하는 방법으로 ’그것을 무시하고 없는 것처럼 대하기‘를 선택했다. 어린 로드는 그것때문에 당연히 혼란스러워하지만 또 어떻게 보면 그 덕분에 시적 자아(나는 어떻게 시인이 되었는가)를 지킨걸까. 문장이 황홀하다.

세인트마크플레이스의 성체 수녀회 수녀들도 나를 내려다보는 태도이긴 했으나 최소한 그들은 수녀로서의 사명 속에 인종차별을 숨기기라도 했었다. 세인트캐서린학교, 자선수녀회 수녀님들은 대놓고 적대적이었다. 그들은 장식도, 핑계도 없이 인종차별을 일삼았으며, 나는 아무런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기에 더 고통스러웠다. 나는 집에서도 도움받지 못했다. 우리 반 아이들이 내 땅은 머리를 놀려대자 교장인 빅투아르 수녀는 내가 "돼지꼬리‘ 머리를 할 나이는 이미 지났으니 머리 모양을 더 ‘적절하게‘ 바꿔주라"는 가정통신문을 나한테 들려 보냈다.
전교생이 입던 푸른색 개버딘 교복은 아무리 자주 드라이클리닝을 해도 봄이 오면 곰팡내가 풍겼다.쉬는 시간이 끝나 자리로 돌아오면 내 자리에 "냄새 나"라고 적힌 쪽지가 놓여 있곤 했다. 블랑슈 수녀에게 쪽 지를 보였더니, 그는 유색인들이 실제로 백인과 다른 체취를 풍긴다는 걸 내게 알려주는 것이 기독교인의 의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 러나 이는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아이들이 못된 쪽지를 쓴 건 잔인한 일이기에, 내일 점심시간이 끝난 뒤 내가 교실에 들어오지 않고 건물 바깥에서 기다리는 사이 다른 아이들한테 나에게 잘해주라는 이 야기를 해주겠다는 게 아닌가! - P105

어머니의 결혼반지가 목제 헤드보드에 부딪히는 소리. 어머니는 깨어 있다. 나는 일어나서 어머니 침대로 기어든다. 어머니의 미소. 글리세린과 플란넬 천의 냄새. 온기. 어머니는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 한 팔 은 쭉 뻗고 다른 팔은 이마에 대고 있다. 어머니가 밤에 담낭의 통증을 가라앉히려 쓰는, 플란넬 천으로 싸놓은 체온과 같은 온도의 더운 물주 머니. 단추 달린 잠옷 아래 커다랗고 말랑거리는 두 가슴. 그 아래, 만져 보라는 듯 잠자코 자리하고 있는 둥글게 부풀어 오른 배.
나는 침대로 기어 들어 가서 어머니에게 몸을 기댄 채 플란넬 천으로 싼 따뜻한 고무주머니를 주먹으로 치기도 하고 던져보기도 하고 어머니의 구부린 팔꿈치 사이 가슴 아래 허리의 곡선을 따라 미끄러뜨리다가, 날염한 천싸개 속에서 한쪽으로 세워보기도 하면서 가지고 논다.
이불 속 아침의 냄새는 부드럽고 밝고 약속으로 가득하다.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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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24 0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유수 2023-01-24 08:35   좋아요 0 | URL
앗 진짜요 ㅎㅎㅎㅎ 그럼 페미니즘 철학이나 메두사의 웃음/출구는 어떠세용
검은 얼굴 하얀 가면은 왜요? 어려울거란 생각은 하는데요 ㅎㅎ 궁금해요

2023-01-25 15: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3장 읽는 중. 리처드 로티의 <우연성, 아이러니, 연대>와 그 책에서 그려낸 인물상, 자유주의 아이러니스트를 설명한다.

이 챕터를 여러 번 읽게 되는데 정치적 연대를 설명하는 부분이 특히 감명 깊다. 내게 이십오년 정도 묵은 추천왕이 하나 있는데, 걔가 <우연성, 아이러니, 연대> 읽는 걸 보고 음, 나에게는 무리겠다 싶었던 기억이 있고 <철학책 독서모임>을 읽으면서 그 예감이 맞았다는 확신이 드네ㅋㅋ 그래도 리처드 로티의 이 책을 꼭 읽어봐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종종 나는 뜻도 모르면서 연대라는 말을 너무 자주 사용하는 게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이건 정체성 정치(잘 몰라서 공부가 필요하다)에 대해서 스스로가 무지하다고 느끼는 지점과 맞닿아 있는데 나는 나와 정체성이 동일한 범주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만 연대하고 있는가? 그러고 싶은가? 라고 하면 둘 다 아닌 것이다. 예를 들면 나를 가부장제 부역자, 라고 하는 사람에게도 내가 공감할 수 있을까? 맘충, 집에서 놀고 먹는 뭐뭐, 류의 언설을 일삼는 사람들이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그들의 심정에 감정을 이입할 수 있을까? 내 공감은 좋아요 등가교환처럼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들에게만 향하고 있지 않나? 내 아이들을 나와 똑같은 가치관과 세계관을 가진 사람으로 길러내는 것이 진짜 내 목표여야 하나? 그런 고민들인데, 책의 설명에 따르면 리처드 로티의 철학, 그 중에서도 연대에 대한 재정의가 바로 이런 물음들을 해소할 만한 단서가 되어 준다.

“이렇듯 <우연성, 아이러니, 연대>는 우연한 개인들의 사회를 위한 철학이다. 한마디로 말해, 우리는 우연한 존재다. 우리의 언어도 자아도 양심도 공동체도 발견되어야 할 본질 같은 것은 없다. 우리는 철저히 역사적인 산물이며 스스로를 만들어가야할 아이러니한 존재다. 독특하고 특이한 개인들의 사회에서 전통 철학이 추구해 왔던 보편적인 진리는 더 이상 연대의 근거가 될 수 없다. 오늘날 인간의 연대는 공통의 진리보다는 오히려 각자의 세계가 파괴되지 않을 거라는 이기적인 희망을 공유하는 데 달려 있다.”88

‘이기적인 희망’과 더불어 ‘근대 이후 개인의 우연성을 받아들이는 것’ 또한 나한테는 희망을 주는 말이다. 페미니즘 책을 읽기 시작하고 나서 짧다면 짧은 시간이 나에게는 나라는 사람의 필연성에 대해 얼마간 답을 얻는 과정이었다. 왜 나는 이런 욕망을 갖게 되었는지, 이런 괴로움에 처해있는지, 내가 속한 사회와 나는 어떤 지점에서 불화할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한 것들 말이다. 당연히 계속 해나가야 할 작업이겠지만 다른 면에서는 이게 계속 나의 정체성(혹은 가능성)을 제한하고 가두는 것처럼 느낄 때도 있다. 페미니즘 인식론을 배우고 적용한다는 것은 그 이상이어야 할 텐데, 나는 왜 이것밖에 못하고 있나? 이건 정리되지 않은 부분이라서 더 탐구해보려고 한다. 여하튼.. 아래 인용한 부분을 읽고 그런 부담을 쪼끔 덜 수 있었다.

“결국 우리는 우리가 있는 곳에서 출발할 수 밖에 없다. 우리의 시야는 유한하고, 우리의 도덕적 관심사는 한정되어 있으며, 우리의 정치적 상상력은 언제나 협소하기만 하다. 그러나 자신이 갖고 있는 유한한 정체성을 부정하고 온전히 중립적이고 보편적인 시점에 설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93

“각자의 아이러니한 삶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공간을 점차 늘려 가는 것이 사회의 도덕적 진보이며, 이런 진보는 보편적 철학이나 초월적 힘을 지닌 이론을 통해서가 아니라 타인의 삶과 고통을 세밀히 포착하는 서사와 이야기를 통해 가능하다는 로티의 생각…”96

“로티가 말하는 자유주의 아이러니스트란 우리가 지닌 신념과 욕망의 이와 같은 우연성을 직시하는 사람이다. 우리의 우연한 출생과 삶의 유한한 궤적은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공감의 범위를 어쩔 수 없이 제약한다. 그런 제약됨과 고착됨의 사실에만 주목하면 연대에 대한 희망은 없다. 하지만 그런 제약은 그 자체가 우연의 산물이기 때문에, 반대로 얼마든지 고쳐 쓰고 확장할 수도 있다.”99

책 너무 좋고, 천천히 곱씹으면서 나머지도 읽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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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1-22 0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은데요. 3번째 문단 저도 고민하는 부분입니다. 솔직히 ㅈ같거든요. 하... 우연성 아이러니 연대 전부터 장바구니에 있긴 했는데 구입할 타이밍인가 봅니다.

유수 2023-01-22 12:30   좋아요 1 | URL
앗 리뷰 또 갈겨주시나? 김칫국 마시게 되네요ㅋㅋㅋㅋ욕도 검열하지 말고 맘껏해주세요

은오 2023-01-22 15:58   좋아요 1 | URL
ㅈ됨과 욕을 응원해주는 사람이라니... 유수님 정말 흔치 않은 사람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티나무 2023-01-22 01: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미니즘의 이론과 실천은 각개전투(제 해석임)라고 정희진샘이 말씀하셨습니다. 페미니즘 이론은 실천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다른 상황에 있는 개인들이기 때문이죠. 항상 변화하고 있고요. 우리는 모두 우연의 산물… 하…
유수님 자책 금물! 부담 금물! 매일 올라오는 유수님 글 읽는 행복!~~^^ ❤️❤️❤️ 이거시 연대다!!!

유수 2023-01-22 12:36   좋아요 0 | URL
우연의 산물 이야기 넘 좋더라고요. 웰컴백입니다 난티님. 이거시 연대다! 넘 조쿠만요 흐흐흐흐

반유행열반인 2023-01-22 13: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학원 정치철학 수업 발제를 하필이면 리처드 로티랑 우연성 아이러니 연대성으로 맡아가지고… 겨우 완독을 하고 발표도 어찌저찌 했고 지금은 기억이 하나도 안 나지만 리처드 로티 사상도 좋네 맞네 끄덕끄덕 하다가…그 학기에 우울증 와서 저는 결국 긴 휴학에 들어갑니다… 나중에 수료하고도 학위를 못합니다…써 놓고 보니 놀라운 저작…

유수 2023-01-22 13:17   좋아요 1 | URL
오오.. 이 댓글에서 놀라운 게 한두가지 아니라서 일단 오오만 하고 있어요.역시 리처드 로티 나중에 도전해야 생각도..ㅎㅎ 열반인님 댓글로 첨 인사드려요. 건강은 그때보다 좀 나아지셨나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해 원하시는 거 이루시길요.

2023-01-22 13:33   좋아요 1 | 수정 | 삭제 | URL
좋지만 어려운 책이니 (사실 저도 이젠 잘 모르는 책ㅋㅋㅋ읽은지 너무 오래되면 안 읽은 책이랑 똑같음…) 읽다가 저처럼 시무룩하지 마시고 책 탓하시라구요…ㅋㅋㅋ 유수님 안녕하세요. 이웃신청해주시고 눈팅 많이 하다보니 인사 벌써 나눈 걸로 착각했습니다…건강 염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책은 책이지, 나는 나고, 안되는 건 안 되는 거지, 정도는 된 것 같습니다. 유수님도 새해복 많이 받으시고 늘 건강하시길!!!!

반유행열반인 2023-01-22 13:34   좋아요 1 | URL
위에 제가 쓴 댓글이고요 ㅋㅋㅋㅋ쓰다가 왜 로그아웃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ㅋㅋㅋ저 위에 비로그인 아이콘이 시무룩해서 어울리게 되었네요 ㅋㅋㅋㅋ

유수 2023-01-22 15:25   좋아요 0 | URL
책 탓 ㅎㅎ 너무 좋은 핑계를 마련해주고 가시는군요. 어떤 책 읽든 시무룩해하다가도 뿅 기운 차릴듯합니다.
 

어린시절 가족들(주로 어머니)과의 일화 속 구체적인 장면들을 묘사한다. 얼마나 영특하고 맹랑한 꼬마였는지 현웃 터지고ㅋㅋ 어떻게 시인이 되었는지 오드리 로드의 면면을 납득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자전 신화는 꼭 맞는 조어구나.

 

“하고 싶은 말이 가장 힘센 언어가 되어 내게서 쏟아져 나올 때면 그것들은 기억 속 내 어머니의 입에서 나오던 말들을 닮았고, 그러면 나는 지금 해야 할 모든 말의 의미를 다시금 평가해보거나, 어머니가 옛날에 했던 말의 가치를 다시금 검토하게 된다.”57 



해 질 녘, 희끄무레한 하늘빛이 침대 머리맡에 감긴 눈꺼풀처럼 꼭 닫힌 담황색 블라인드를 통과하며 초록빛이 되어 스미면 집에서와 마찬가지로 겁이 더럭 났다. … 담황색 블라인드 안으로 새어드는 땅거미의 빛깔은 내게 외로움의 색이었고 도저히 나를 떠나주지 않았다. - P79

나는 목제 캐비닛 라디오에 등을 기댄 채 바닥에 앉아 <푸른 요정 책>을 무릎에 놓고 바닥에 앉아 있었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라디오를 듣는 걸 좋아했는데 등을 타고 전해지는 소리의 울림이 마치 동화에 몰입해 머릿속에 펼쳐지는 장면들의 배경이 되어주는 것 같아서였다. 책을 읽다가 갑자기 그만둘 때면 들던, 혼란스럽고 멍한 기분이 되어 고개를 들었다. 트롤들이 진주로 된 보물이 묻힌 항구를 습격했다는 소린가? - P94

어머니 집에는 오류를 범할 공간이, 잘못을 저지를 공간이 없었다.
나는 삶을 필요로 하는 만큼, 확인을, 사랑을, 나눔을 필요로 하는 흑인으로 자랐다. 어머니 의 내면에 있는 충족되지 못한 것을 그대로 본 뜬 대로. (…) 어머니는 백인 남성들의 혀에서, 당신 아버지의 입에서 나온 말들로 인해 배운 온갖 교활하고 견제적인 방어술을 내게 알려주었다. 어머니는 이런 방어술을 사용해야 했고, 그것들을 통해 살아남았으며, 동시에 그것들로 인해 조금씩 죽었다. 모든 색채는 변하고 서로가 되었으며 섞이고 나뉘고 무지개와 올가미로 흘러들어갔다.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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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21 0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21 1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