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잤어야 했는데 망함.

책은 근본적으로 교육과 학습에 있어서의 읽기를 다루는데 학령기는 아니어도 스스로의 읽기 습관과 비교하면서 보게 되어 흥미롭다. 어린이와 학생들의 읽기 습관 형성에 관해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도 다양한 사례와 연구를 제시하는데 그 실험 결과가 예상과 다를 때가 많아 자주 놀라는 바람에 책을 이만 덮기 쉽지 않아지고.

초반에 유도성 개념affordances을 설명하면서 스마트폰을 근처(탁자에 두거나 가방 안)에 (사용하지 않고 그냥 둠)놓은 것만으로도 대화의 질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실험한 부분 예상 밖이었다. 정말? 이러면서 몇 번 다시 읽어야 했고 같은 문장을 돌아가 읽는 자신이 책에서 말하는 ‘얕게 읽’는 바로 그 사람 같아 쭈구리됨ㅋㅋ

“서로 가까운 사이일수록 모바일 기기의 존재가 가깝지 않은 사이에 비해 공감의 수준을 훨씬 더 낮아지게 만들었다.”96

왜 종이책에 관해 진솔한 이야기가 필요한가? 우리가 종이책 읽기를 낭만화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본능적으로 스크린 읽기는 결함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게 된다. 그럴 경우 우리가 종이책을 바탕으로 상정한(그리고 가끔은 비현실적인) 기준에 이르지 못했을 때, 디지털 읽기가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지를 두고 집착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어진다. - P102

많은 교수들은 디지털 기술이 단순히 종이책과 같은 읽기 내용물을 담는 대체 용기가 아니라, 학생들이 무엇을 어떻게 읽을지를 좌우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느낀다. - P124

디지털 책을 읽으며 대화를 나눌 때 어린아이들의 주의가 분산되는 요인은 무엇보다 디지털 기기가 아이들의 주의를 끌어 당기는 부분일 때가 많다. - P150

어린아이와 책을 읽을 때 주요 목표가 무엇인지 명확히 하라. 만약 목표가 사회적 대화(와 그에 따른 모든 개인적, 교육적 풍요)라면, 종이책을 택하라. 그게 아니라 책 자체에 깊이 빠져드는 것이 목표라면 디지털 책이 적절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종이책에는 책 자체가 주는 촉감이 있고 그것과 상호작용하는 나름의 방식이 있다. 읽기 체험은 이런 식으로 물질적으로 설정된 환경(우리가 읽는 장소와 우리 몸이 자세를 잡는 방식, 즉 체화의 차원)에 뿌리를 내리게 된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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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3-03-07 1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소싯적에 ㅋㅋㅋㅋㅋㅋㅋ 큰아가가 진짜 아기였을 때 독서 지도에서 제일 참고했던 책이 <하루 15분 책읽어주기의 힘>이거든요. 제목이 8할입니다. 하루에 15분 읽어줘라(최소한/중3때까지 ㅋㅋㅋㅋㅋㅋ) 근데 그건 스마트폰 나오기 전의 사정이구요. 요즘은 식당에서 유투브 없이 아가들 밥 먹이는 부모님 안 계시더라구요.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

이 책 근사하네요. 저도 ‘다시‘ 좀 해야겠어요^^

유수 2023-03-07 10:18   좋아요 1 | URL
저 그 책 좋아해요! 아직도 책읽어주기에 대한 로맨스에 불을 자작자작 지피기에 좋은 거 같은데 요즘분들께는 이젠 아닐까요? ㅋㅋ
책에서 짚는 부분 중에, 종이책은 단일 텍스트(책의 물성에서 오는 개체 특성), 디지털 읽기는 복수 자료 읽기(학습을 위해 읽는 거니 충분히 그럴 수 있는 거 같아요)라는 특성을 언급하는데 공감되더라고요. 전자책/읽기를 가능케하는 전자 기기들에 대해서 지금 자라나는 세대들보다 제가 적은 상상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인정하게 되고요.

난티나무 2023-03-07 19: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간이 흐를수록 독서가 어려워지는 1인 저요. ㅎㅎ
 

양육자 입장에서도 그냥 독자로서도 생각해 볼 게 많다.

버커츠는 ‘깊이 읽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깊이 읽기란 천천히 생각에 잠기며 한 권의 책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것이다. 이때 우리는 그저 단어를 읽는 게 아니다. 그 주변에서 우리의삶을 꿈꾸는 것이다." - P45

다시 말하지만 ‘하이퍼 읽기‘는 ‘훑어보기‘와 ‘살펴보기‘의 일종이라할 수 있는데, 여기에 약간의 변화가 더해진 것이다. 바로 색다른 동기가 추가되었다. 단편적인 조각들만 찾아 읽는다면 정신적인 에너지를아낄 수 있을 것이라는 동기 말이다. 원리만 보자면 이 접근법은 종이읽기나 스크린 읽기에 다 적용할 수 있다(오디오는 빨리감기를 하지 않는한 단어가 하나하나 다 재생되는 것을 듣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실제로 보자면 사람들을 ‘하이퍼 읽기‘ 쪽으로 가장 강력하게 몰아가고 있는 것은 디지털 기술이다. - P47

11~15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연구해봤더니 결론은 이러했다. "소설책 읽기는 추론하기라는 더욱 높은 수준의 이해 기술에 독보적이면서 확실한 도움을 주는 유일한 읽기 습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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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미 - 내 이름의 새로운 철자
오드리 로드 지음, 송섬별 옮김 / 디플롯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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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와 맥락은 다르지만 내 육아를 압축해서 표현하면 이 한 문장인 거 같다. 오늘도 울 거 같은 얼굴로 산다. 하하

어쩌면 용감함이란 용감하지 못한 것에 대한 더 강렬한 두려움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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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티나무 2023-03-07 20: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문장 밑줄 그었어요!!!!!

유수 2023-03-09 19:00   좋아요 0 | URL
안 겹칠 수가 없다..! 같은 마음으로 블로그에 올리신 거 봤었어요😆
 
희박한 공기 속으로
존 크라카우어 지음, 김훈 옮김 / 민음인 / 2007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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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좋아하긴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인으로 그런 거고 전문등반은 전혀 모른다. 그러다보니 읽으면서 마음 한 구석에서 고개드는 의문을 계속 마주하게 된다. “산을 정복한다”는 말에 들어있는 어폐와 인간의 오만 , ‘최고봉 등정=정복’이라는 등식이 얼마나 단편적인가하는 생각들. 그런데도, 재밌게 읽었다. 인간이 산에 오른다는 것은, 그 거대한 위용이라든지, 억겁의 시간과 자연의 경이처럼 산이 품은 모든 가치를 발(몸)로 일일이 구체화하는 일이라는 걸 느끼게 된다. 출간 후에 크고 작은 사실 논란이 불거진 책이라는 걸 감안해도 산-몸-글로 이어진 저자의 구체화 작업도 탁월하다. 책을 덮을 때쯤엔 내가 수긍하든, 수긍하지 않든, 에베레스트 등정에 임하는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가치관과 야망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이다. 상업적 탐험대든 비영리 탐험대든, 가난한 사람의 세 번째 도전이든 트로피 하나를 더 걸려는 부자의 돈지랄이든.. 도전이 아니라 인간의 욕구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납득하지 못할 것이 없다. 누군가를 어리석다고 비난하는 건 쉽지만 어리석은 욕망에 대해서 비난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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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3-03 11: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저 이거 주문해뒀는데 유수 님 찌찌뽕~ 이라기엔 벌써 읽으셨지만..
저 이거 원래 오늘 받기로 되어있었는데 배송지연 사과한다고 내일 온대요. 사무실로.. 그러면 주말동안 못봐요. 우와 유수 님의 별다섯! 미미 님도 이 책 추천하셨었거든요. 그래서 읽어야지 마음 먹고 있던 책이었어요. 아 궁금합니다!!

유수 2023-03-03 11:24   좋아요 1 | URL
저는 별에 헤퍼요. 평점 매기는 거에 혼자 부담 갖고 있어서 ㅋㅋ 다같이 읽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갖고 매겨요. 다락방님한테 제가 내적 ㅉㅉㅃ 느끼는 게 얼마인데요 크크 기쁩니다!
 

재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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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2-28 15: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가지고 있나요?

다락방 2023-02-28 15:34   좋아요 3 | URL
구판으로 가지고 있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02-28 15:48   좋아요 2 | URL
다락방님 그만좀귀여워주세요ㅜ

다락방 2023-02-28 16:22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수 2023-02-28 19:11   좋아요 2 | URL
ㅋㅋㅋ뒷북이지만 다락방님 정말 귀여우시고 노답이시고 서재 탐나고ㅋㅋ

2023-02-28 1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28 2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28 20: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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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8 19: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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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8 20: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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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8 20: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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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1 07: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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