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웬일로 별점을 높게 준 걸 훔쳐보고 <눈부신 안부> 담는다. 뭐가 그렇게 좋았냐고 다음에 만나면 물어봐야지.
짐도 많고 걸을 일도 많았는데 굳이 오프로 책 사서 이고 지고 왔다.
i를 메고 돌아왔다.
주말에는 밤을 따러 갔다. 농장에 돈을 내고 망을 받아서 얕은 산을 오르내리며 밤을 줍는다. 밤나무가 빼곡하고 밑에는 비어있는 밤송이가 더 가득하다. 적당한 색깔로 익은 밤송이를 찾아 열고, 그 가시 안에 뭐가 있을지 기대하고 베팅하고 헤집는다. 따갑고 통쾌하고. 그게 왜 재밌었는지 이제사 이해하며 아무맛 없는 밤을 씹고 있다. 밤을 밤답게 하는 향도 정확히 알게 됐다.
밑도 끝도 없이 아프지 말자고 적은 작은 메모지를 재워준 친구네 어느 책 사이에 숨겨두고 왔다. 이제 아프지 말자는 건지, 너무 많이는 아프지 말자인지, 앞으로에 대해서인지, 예전을 생각하며 적어야 될지 모르겠어서. 나에게 적는 말이었나. 집안 다른 가구와 묘하게 외떨어져 근사하게 서있는 고동색 책장 앞에서 서성댄 시간을 기억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