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본질을 무너뜨림으로써 세상을 더 해방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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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웬일로 별점을 높게 준 걸 훔쳐보고 <눈부신 안부> 담는다. 뭐가 그렇게 좋았냐고 다음에 만나면 물어봐야지.

짐도 많고 걸을 일도 많았는데 굳이 오프로 책 사서 이고 지고 왔다.

i를 메고 돌아왔다.

주말에는 밤을 따러 갔다. 농장에 돈을 내고 망을 받아서 얕은 산을 오르내리며 밤을 줍는다. 밤나무가 빼곡하고 밑에는 비어있는 밤송이가 더 가득하다. 적당한 색깔로 익은 밤송이를 찾아 열고, 그 가시 안에 뭐가 있을지 기대하고 베팅하고 헤집는다. 따갑고 통쾌하고. 그게 왜 재밌었는지 이제사 이해하며 아무맛 없는 밤을 씹고 있다. 밤을 밤답게 하는 향도 정확히 알게 됐다.

밑도 끝도 없이 아프지 말자고 적은 작은 메모지를 재워준 친구네 어느 책 사이에 숨겨두고 왔다. 이제 아프지 말자는 건지, 너무 많이는 아프지 말자인지, 앞으로에 대해서인지, 예전을 생각하며 적어야 될지 모르겠어서. 나에게 적는 말이었나. 집안 다른 가구와 묘하게 외떨어져 근사하게 서있는 고동색 책장 앞에서 서성댄 시간을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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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3-09-25 14: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기가 설마 한강인가요??? 나 서울사람인데 서울이 언제나 낯서네요 너무 안 나가 놀아서 ㅋㅋㅋㅋㅋㅋㅋ

유수 2023-09-25 14:30   좋아요 1 | URL
설마 한강이네요 ㅋㅋ 강은 강이되 저도 한강고수부지 때 사람인지라 변한 것도 많더라고요 ㅋㅋ
 

투덜이 할아버지 싫어하는 것을 얘기할 때도 비유가 거침없고 날서있지만 좋아하는 것, 그리운 것에 대해 말할 때는 정교하다고까지 할 정도다. 발췌는 안했는데 사라진 서점에 대해 얘기하는 부분은 나까지 눈물날 거 같고 (내) 상처로 남은 기분됨. 그러나 또 모두까기 시작하면 절레절레 질려가고.. 이렇게 반복중. 생활에 치여 덮었다 읽고 덮었다 읽고 묘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주말독섴ㅋㅋ

나는 그 노래가 좋았고 지금도 그렇다. 힘이 풀리고 자신의 세계가 서서히 도망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도 자기 믿음이 버티기를 바라는 한 사내에 대한 노래다. 그 당시 나의 소망도 그랬다. 그러나 나의 믿음은 버티지 못했다. -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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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읽기 오지게 싫어하는 딸이 억지로 억지로 읽어줬다. 앞표지 내눈엔 아이가 남기고 간 흙발자국 보는 엄마구만, 이 엄마가 개미 보는 거라고, 뒷표지에 보면 젊었을 때부터 이 엄마는 개미를 좋아했던 거라고 아이가 지어내고 그런다. “그렇게 그렇게” 살고, “그렇게 그렇게” 늙고 하는 내용인데 어린이 목소리로 들어서 그런가 눈물을 펑펑 쏟았네. 흔하고 능청스럽고 유난하지 않게 기발한 요시타케 신스케 읽을 때마다 대중성, 상업성 뭘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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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3-09-16 08: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는 진짜 엄마들을 위한 그림책 작가 ㅋㅋㅋ집에도 음청 많은데 이거만 없나봄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09-16 16: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내가 나를 과소평가함...이 책 샀었네요... 책 발굴하다 페이퍼로 이어짐 소재 제공 감사합니다 ㅋㅋㅋ

유수 2023-09-16 21:24   좋아요 1 | URL
앗 너무 기쁩니다.. 반님 그림책은 안 보시나 늘 궁금하였기도 하고. 근데 어마어마하게 갖고 계시네요. 정작 저는 몇권 못 읽어봤어요.

반유행열반인 2023-09-16 22:12   좋아요 1 | URL
집에 어린이책도 헌책으로다 도서관급으로 갖춰놔서 저는 잘 못 보고 애들만 본 것도 많네요 ㅎㅎㅎ그래도 이 작가는 저도 열심히 챙겨봐서 유수님 애기가 읽어주고 글썽였대서 반가웠어요 ㅎㅎ 안 본 거다 했는데 펼쳐보니 나도 봤고 나새끼는 감동 주려고 펀치 주는 부분에서 오히려 뻐팅기는 편 ㅋㅋㅋㅋㅋ

유수 2023-09-16 22:46   좋아요 1 | URL
ㅋㅋ 펀치맞고 시러시러하던 신파와 어화둥둥하는 저는 바보입니다 ㅋㅋㅋ
 

이렇게 내내 투덜대려면 자격이 필요한 것 같다. 말을 잘 해야 함. 기깔나게 해야 함ㅋㅋ

사람들은 항상 이 작가 혹은 저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를 대지만, 사실 특정 주제에 대한 독자의 생각을 작가가 글로 정확하게 옮겨주었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이다. 그들은 작가를 일종의 영매처럼, 무언의 존재에게 목소리를 빌려주는 역할로 본다. 내 입장은 다르다. 나는 자가들이 내 생각이 아닌 말, 어떤 면에서는 내가 아예 생각조차 못할 말을 한다고 느낀다. 누군가가 미국 최고의 여류 시인 운운하면서 에밀리 디킨슨에게 접근하려면 무릎을 꿇고 다가가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내 생각도 그렇다. 위대한 작가들이 하는 말은 참으로 아름답기에, 그들의 말을 반복하는 바로 그 행위가 삶 자체를 한결 아름답게 한다. (…)
열심 있는 독자들은 문학이 끝없는 원정의 연속이라는 확신으로 한데 뭉친다. 계획된 원정이든 그렇지 않은 원정이든 다 고무적이다. 우리 중에 그냥 폼 좀 잡으려고 이러는 사람은 없다. 책이 늘 우리가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주진 않아도, 확실히 누군가는 가고 싶어 할 곳으로 데려다준다. 책에 환장하는 사람들은 어떤 면에서 현실에 만족 못 하는 사람들이다. - P39

이 책들의 일부는 본가에 남겨두고 왔는데 부모님이 갈라서는 바람에 전쟁 사상자 꼴이 났다. 이미 옛날에 없어진 책들이고 어떻게 처분됐는지도 나는 모른다. 그 책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이제 기억도 안 난다. 책이란 그렇다. 그 책들이 아직 내 수중에 있으면 좋겠다. 그 책들을 맨 처음 읽었을 때 내가 어떤 대목에 줄을 그었는지 확인할 수만 있다면 좋겠다. 내 시각이 변했는지 알고 싶어라. 여전히 그 책들이 나를 압도하는지 알고 싶어라.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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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3-09-14 15: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이 아저씨 진짜 까칠한데 저도 몇 년 전에 반했었쥬...개투덜인데 간지남 ㅋㅋㅋ

유수 2023-09-14 19:48   좋아요 2 | URL
재밌어요 할배도괜찮은데ㅋㅋㅋ반님이 더 잘하신다!

반유행열반인 2023-09-14 19:45   좋아요 2 | URL
약간 표지석 같은 할배 야 저 정도 지랄해도 재밌으니까 심지어 불평을 엮어 책으로 내는구나!하고 ㅋㅋㅋㅋ

책식동물 2023-09-14 18: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몇 년 전에 읽었었는데 진짜 너무 까서 좀 불편... 하지만 그걸 만회할만한 유머가 넘쳐서 그냥 넘어갔다네욬ㅋㅋㅋㅋㅋ 또 생각나네요 도서관 가야겠다...

유수 2023-09-14 19:38   좋아요 2 | URL
ㅋㅋ 아슬아슬해요 선 넘었다가 돌아왔다가 ㅋㅋ 이렇게 책 부둥부둥하며 인간 시러하는 사람들이 모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