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결 없는 파편들의 사회 - 한국 2060 여성들의 일 경험과 모험
김현미 지음 / 봄알람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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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풀이. 신자유주의와 플랫폼 자본주의가 가부장의 자리를 대체했을 때 여성들은 어떻게 파편화되는가, “흠결 없으라”는 능력주의의 주문은 어떻게 일터에서의 우리를 갉아먹는가. 가장 생생하고 실증적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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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는 뭔가 부족했다. 뭔가 마땅치 않았다. 나한테 문제가 있을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들지 않았다. 내가 다른 사람의 한계를 받아들이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도, 내가 가진 거대한 결핍감의 크기도, 또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내 소망의 부조리함도감지하지 못했다.
RESPE하지만 술에 취해 사는 동안에는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 대해서그런 종류의 정직함을 얻지 못한다. 술은 진정한 감정과 진정한 공포와 진정한 의문을 마비시킨다. 정직해질 수 있는 용기를 빼앗아간다. 우리는 진정한 자신을 움켜쥐지 못하고, 자꾸만 자기 자신을괴로운 상태로 몰아넣는다. 교수의 차에 앉아 키스를 당한다거나,
비밀을 감춘 채 남자친구와 식사를 하는 것과 같은.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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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차별은 축적된 불평등을 개선하고자 하는 시도를 제압하기 위해 종종 사용되는 담론이다. 입시 경쟁에서 또래 여성에게 뒤처지고, 남성이 주도한다고 믿었던 데이트나 결혼 시장에서 주도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데서 박탈감을 느끼는 남성들은 자기 자리가 없어지는 두려움의 원인을 여성에게 겨냥하고 있다. ‘명령에 복종하면 보상이 따를 것이다’라는 남성 동성 사회의 메시지를 수용해온 이들은 경쟁적 일터에서 ‘교활한’ 여성들 때문에 마땅히 자신들 몫인 보상을 빼앗겼다고 느낀다. 여성들의 일 경험은 임금 차별, 근거 없는 해고, 성적 괴롭힘, 외모 차별 등으로 점철돼 있음을 인지하고 이런 고질적인 불평등이 해결되어야 한다고 믿는 남성 동료는 그리 많지 않다. 이들은 동료 여성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왜, 어떤 노력으로 능력주의에 매달렸는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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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다른 사람이 조치를 취하리라고 가정하거나 자신이 개입할 책임이 없다고 여기기 때문에 혹은 개입할 구체적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쉽게 방관자가 된다. 또는 자신의 개입을 주변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판단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방관자가 되기도 한다.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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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과 효율성으로 누구나 경쟁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일견 관습과 전통의 경직성에서 개인을 해방하는 것처럼 보였다. 탁월하고 참신하기만 하다면 전통적 주류 엘리트와 거리가 먼 개인도 그들과 같은 지위를 획득할 수 있다는 약속은 여성에게도 주어졌다. 이는 여성의 젠더 수행에도 영향을 미쳤다. 여성 주체는 성별 불평등 같은 오래된 차별의 피해자로 자신을 위치시키기보다 스스로의 능력으로 불평등을 초월하거나 극복하고자 했다. 그 결과 많은 이가 남에게 무언가를 보여줌으로써 인정과 보상을 획득할 수 있다는 ’전시성 자아‘를 갖게 되었고 페미니즘 담론 내에서도 욕망, 기회, 성공에 대한 추구가 이전 세대에 비해 훨씬 강력해졌다. 개별적 역능감을 통해 ’이등 시민인 여자‘의 위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믿음 역시 생겨났다.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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