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잣새의 구과수 사랑은 노래에도 흔적을 남겼다.…내 몸은 불편하지만 나무들은 편안하다. 낭창낭창한 가지는 흐름에 순응하여, 휘어지면서 바람의 힘을 분산한다. 저지대 소나무와 달리, 고지대 구과수의 바늘잎은 철사나 가시처럼 질겨서 바람의 짓뭉개고 잡아 뜯는 힘에 저항한다. 이곳에 참나무나 단풍나무가 있었다면 가지가 꺾이고 잎이 너덜너덜해졌을 것이다. 산지 구과수의 억센 바늘잎과 유연한 가지는 이 숲 특유의 바람발 소음을 일으킨다. 아마도 이 소리가 솔잣새의 노래를 빚었을 것이다. 바람에서 나무로, 나무에서 새소리로. - P128
너무 좋다… 알라딘에서 올해 산 신간 중에 제일 좋아 ㅜㅜ 주말 아침이라 읽을 짬이 안나서 아쉽다. 일단 플래그를 꺼내야겠다.
좋아서 천천히 읽었는데도 기차에서 다 읽어버렸다. 내일 상행 탈 때 읽을 게 없어졌네. 한 권을 사면 될텐데 부산 올 때마다 꼭 가보고 싶은 서점을 이번에도 못 갔다ㅜㅜ 혼자 온 절호의 타이밍이었는데 변수란!책에서 여러 부분이 인상깊었지만 전쟁 피해여성들을 인터뷰하는 본인의 저널리즘, 저널리스트적 태도를 성찰하는 부분이 깊이 다가왔다. 피해자들의 트라우마 경험을 들을 때 감정적으로 방벽을 침으로써 스스로가 공감에 기우는 것을 경계하고 인터뷰이를 비집고 들어갔던, 기존 방식을 검토하고 자신이 가진 특권을 성찰한다. “전문가는 울지 않는다. 극작가는 사람을 등장인물로 인식한다.”“나는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만들 드라마를 상상했고 여자들이 하는 말의 리듬과 속도를 가늠해 보았다.”“분석적이고 해석적이며 심지어 이 전쟁통의 가난함 속에서 예술을 끌어내고자 했던 이 욕구는 나의 무능함에서 기인했다.”“이제 나는 때로 인터뷰 도중에도 눈물을 흘린다. (…) 제가 녹아들 수 있게 해주세요. 갑옷처럼 단단한 저의 자아를 해방시켜 주세요. 제가 집 잃은 사람이, 집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되게 해주세요. 더 많은 것들을 무너뜨리기 위해 실망하는 일을 멈추지 않게 해주세요.“변화라기보다는 탈태라 해야 할 것 같다. 호소력이 깊다 못해 글에 진폭이 느껴지는 건 아무래도 자기 삶의 구멍을 집요하게 들여다 본 경험에서 기인하는 힘이겠지. 차마 옮기지도 못하네. 따라가고 싶다. 멀고 요원한 길.
<블루엣>에서의 그 친구, 내 기억이 맞다면 “신탁을 내리는 것 같은”. 리시올 인스타에서 보고 알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