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밑줄에 이어, 결국 따라적게 되었던 문장들은

행진은 몸이 걷기를 통해 말하는 때이고, 사적 시민이 공중公衆이라는 저 신비로운 것으로 변하는 때이며, 도시의 거리를 가로지르는 것이 정치적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하나의 방법이 되는 때다. 그 행진은 9 · 11의 살육과 분열의 순간을 전세계적 일체감의 순간으로써, 함께 행진하는 낯선 사람들 간의 신뢰의 순간으로써, 무기와 비밀이 아니라 탁 트인 하늘 아래를 걷는 사람들에 의해 역사가 만들어지는 순간으로써 맞받아쳤다. - P149

대중은 마치 자신이 지닌, 폭력이 아니면서도 강력한 힘을 한껏 즐기고 있는 거대한 한마리 짐승이 된 것 같았다. - P150

역사는 공통된 꿈, 여론의 고조, 전환점, 분수령 등으로 이루어진다. 역사는 상응하는 원인과 결과보다 더 복잡한 것으로 이루어진 풍경이며, 그 평화운동도 부시보다 훨씬 더 멀리 오래전에 뿌리내린 원인에서 비롯됐다.
결과는 원인에 비례하지 않는다. 엄청난 원인이 때로 이렇다 할 결과를 낳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사소한 원인이 때로는 엄청난 결과를 낳기도 하기 때문이다.(…)
‘행동주의 운동은 예상 밖의 결과를 낼 수 있다‘는 법칙이 예상케 하다시피, 노예제 철폐 운동은 최초의 광범위한 여권운동을 촉발하기도 했는데, 여권운동은 노예제 철폐와 거의 같은 시간이 걸려 미국 여성의 투표권을 확보했으며, 뒤이은 84년간 훨씬 더 많은 것을 성취했고 단연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행동주의 운동은 익숙한 길모통이 가게로 가는 걸음이 아니라 미지의 것에 몸을 던지는 것이다. 미래는 언제나 어둠 속에 있다.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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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암울함은 선물과는 거리가 멀다. 그리고 개인적인 이유로 절망에 빠졌으면서도 그것을 정치적 분석의 결과로 투사하는 사람도 있다. … 그런 시절은 지금은 망가져버린 모든 것이 한때 온전했던 것으로 상상될 수 있는 자리다. 그건 자기성찰을 회피하는 방법이다.”


밑줄 더.


“그같은 언사는 대중을 진정시키고 무력화하며, 좀더 직접적인 폭정이 시민들을 겁주어 고립시키듯, 우리를 무력감의 함정에 빠져 고립된 채 가정에 매몰되도록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 어떤 의미에서 그건 안전한 두려움이라 하겠는데, 왜냐하면 두려움의 진정한 원천을 인정하는 건 그 자체로 무서운 일이며 근본적 문제제기와 근본적 변화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생각으로는, 이렇게 해서 거짓 희망과 거짓 두려움이 민주주의라는 짐승을 죽음으로 유인하기에 딱 적당한 당근과 채찍이 된다.”


“기쁨은 운동을 배반하는 것이 아니라 지탱해준다. 우리를 겁먹게 하고 소외시키고 고립시키려 드는 정치적 상황과 대면했을 때, 기쁨을 느끼는 것은 항쟁의 근사한 첫 행동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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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3 17: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2-13 2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2-14 0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포도 꿀꺽
현민경 지음 / 창비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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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재밌어!! 이 작가님의 다음 그림책은 어떨지 더더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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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12-12 13: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게다가 청포도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샤인 머스캣 별로고요.
청포도 좋아하는 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수 2024-12-12 14:17   좋아요 0 | URL
저도 캠벨 파인데 찾아보기 힘들어져서 샤인머스캣에 내적 대항중입니다.. 대항할 일 너무 잦아 힘들다.. 좋아하는 거 드시고 힘내는 하루 되세요 단발님!!

반유행열반인 2024-12-14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샤인머스켓만 반년째 아침 맨날 먹고 있어요... 가격 내린 덕에 주식됨ㅋㅋㅋ
 
아픈 몸을 살다
아서 프랭크 지음, 메이 옮김 / 봄날의책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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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 무엇보다도, 겸허해진다. 소멸과 죽음과 상실이 품고 있는 슬픔과 그것들이 이끄는 각성의 과정 때문만이 아니라 저자가 몸소 꺼내어 보인 자신과의 대면 덕분이다. 절묘하게 공명하는 표지그림을 계속 마주하며 나 또한 아주 아래로 내려가 묻어둔 기억 몇 가지도 들추어 볼 용기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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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 2024-11-28 22: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질병의 가치가 병자 본인의 성찰과 의미 찾기에 머무르는 것임이 아님을, 우리가 “질병을 이겨내는” 서사, ”긍정적인 환자“의 이상의 함정에 빠지고 있음을 조목조목 부드러이 짚어내는 동시에 저자 자신이야말로 ”질병이라는 위기 상황“에서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이 놀랍다.

유수 2024-11-28 22: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100자평은 정말 글자수를 세는 거였구나..

유수 2024-11-28 22: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김효은 작가님 그림 정말 너무 좋고,. 이 책 읽게 된 계기인 메이님 번역 또한.. 원서 초판으로 30년도 더 된 책이던데 여러 모로 놀랍다.

단발머리 2024-12-12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띄어쓰기 포함일 거에요. 맞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난 주 <다섯째 아이>를 다시 읽었을 때.. 나는 이상하리만치 벤이 무구한 아이로 느껴졌다. 어쩌면 그것이 이 소설의 핵이었을까,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괴물들>, 레싱 부분을 들추어 본다. <금색 공책>은 읽고 싶은데 읽고 싶지 않네ㅋㅋ

좋은 문학 작품이, 아니 좋은 글 한 편이 해야 할 일은 내가 느껴야 할 것 같은 감정이 아니라 실제로 느끼는 감저오가 살아 있는 경험을 대신 드러내 주는 것이다. ... 어쩌면 부분적으로는 누가 말하는지에 따라 다르다고도 생각한다. 레싱은 이 부분에서 중요한 일을 해냈다. 대체로 가사 노동에 시달리는 익명의 여성들에게는 이렇게 직접적으로 느낀 경험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사기꾼 같다는 느낌, 엄마 역할을 거부하고 싶다고 말하는 이 조용한 목소리, 그 경험 속에서 나도 살았다.

애나/도리스-저세상에 계신 도리스 여사님, 자꾸 이 둘을 통합하려는 저를 용서해주시길-는 아이와 함께 갇혔다느 느낌을 너무나 실감 나게 묘사한다. 하지만 도리스 레싱은 아이들을 버리지 않았었나? 그 사람이 엄마이자 작가로 사는 사람의 피로와 무기력을 어떻게 알지? 하지만 사람의 일은 그렇게 간단히 판단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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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11-22 16: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도리스 레싱 두 권 밖에 안 읽었지만 두 권 다 힘들었어요. (다섯째 아이랑 금색 공책) 찜해두고 있는 다른 책은 <그랜드 마더스>인데 그 책도 피하고 싶 ㅋㅋㅋㅋㅋㅋㅋ
이 책은 유수님 밑줄로 계속 읽게 되네요. 계속 읽어주세요!

유수 2024-11-28 22:25   좋아요 2 | URL
책 무서워서 못 읽겠어요. 도리스 레싱만 겨우 들춰봤고요. 애정이 클수록 괴물도 커.. 읽지도 못하겠는 나도 괴물이야 ㅜㅜ 막 그러고 있어요.

공쟝쟝 2024-12-06 17: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아아 아직 여기까지 못갔지만.... 쓰는 자아는 전능하죠... 솔직하기를 속이기도 좀 전능하다..ㅋㅋㅋ 소설가들에 대한 질투를 좀 섞어서ㅋㅋㅋㅋ 그러나 자전적 에세이도 픽션이다 ㅋㅋㅋ 그리하여 언제나 저는 필력론자... (뚜또잉)

유수 2024-12-06 20:45   좋아요 0 | URL
필력이란 무엇인가!! 누가 필력론자로 만들었나요. 쟝님 안목의 역사가 궁금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