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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의 패러독스 - 존 롤스를 통해 본 정치와 분배정의
김만권 지음 / 개마고원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우연한 기회에 이 책의 저자 김만권의 책 『세상을 보는 열일곱 개의 시선』를 읽고는 그의 문체에서 스미어 나오는 인간미를 느낀 적이 있었다. 물론 그런 느낌이 나만의 것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앞으로 기억해 둘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시간이 흘러 존 롤즈의 『정의론』을 읽기위한 워밍업을 하려고 참고 서적을 찾다가 다시 김만권과 만나게 되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또한『자유주의에 관한 짧은 에세이들』을 읽으며, 이 사람과 나 사이에는 앞으로 몇 번 더 만나야 할 운명의 강이 흐르고 있음을 직감하게 되었다.
이 책은 롤즈의 『정의론』뿐만 아니라 『정치적 자유주의』와『 만민법』등 롤즈의 대표적 저서들에 대한 해설서로서 롤즈의 사상을 한권에 압축하고 저자 나름대로의 해석을 시도한 책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을 ‘정치적 동물’이라고 규정한 이래로, 그 ‘정치적 인간’이 추구해온 최선(最善)의 정치란 무엇일까? 나아가 오로지 시장논리만이 최고의 가치인 경제 우위의 현대 사회에서 정치로써 이룰 수 있는 정의(正義)란 무엇일까?”라는 물음에 대해 저자는 본질적으로 “사회가 분배의 체계이며, 정치라는 것이 이것들에 관해 말하고 싶어 한다는 점, 그리고 이러한 분배의 체계가 누구나 수용할 수 있는 정의로운 것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정치와 정의는 불가분의 관계”임을 전제로, 경제의 영역에 머물던 ‘분배정의’ 문제를 정치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존 롤즈에 주목한다.
저자는 우리가 경제적인 것으로 여겨오던 분배문제가 실제로는 정치적인 것의 영역에 있음을 밝혀낸다. 또한 자유주의가 어떤 조건을 갖추었을 때 비로소 인간이 타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정치적 인간으로 돌아갈 수 있는가를 제시하며, 그 조건은 결국 사회구성원들 모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정당한 분배체계를 마련하는 일임을 역설하고 있다.
3장과 4장에서 다루고 있는 '정의론'에 대한 반론과 비판, 그리고 그들과의 화해 가능성에 대한 내용은 보기에 따라 내용이 좀 빈약해 보일 수도 있는데, 노직과 왈쩌의 책들을 통해 논쟁점에 대해 보완한다면 괜찮을 듯싶다. 게다가 스테판 뮬홀의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까지 읽어준다면 금상첨화 일듯하다. 물론 롤즈의 주요 저서들을 먼저 읽어야 하겠지만…….
일단 이번에 구입한 『정의론』을 먼저 읽어봐야 하고, 『정치적 자유주의』와『 만민법』도 따라서 읽어야 하는데 이번에 시작한 ‘롤즈 읽기’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알 수가 없다.ㅠㅠ
아무튼 정치적 자유주의와 분배정의에 대한 롤즈의 평생의 대업은 끝없는 삽질경제와 경쟁, 그리고 그에 따르는 기본권의 무시와 양극화의 확대에 따른 사회통합의 부재를 가져오고 있는 지금의 대한민국에 많은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p.s 결국 김만권과 나는 『참여의 희망: 광장에서 민주주의를 만나다』라는 책으로 다시 만나게 되었다. 또한 이 책에서 다시 책 한권이 더 나올 것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계속될 그와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