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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죽음 - 신화로 읽는 죽음의 기원
권태효 지음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22년 7월
평점 :
한국민속박물과의 연구관이자, 한국무속학회 회장인 지은이는 민속문화를 조사, 연구하는 연구관이자, 신화에 관심이 많은 작가이기도 하다. 책은 신화에 대한 관심이 세계 곳곳에 전승되는 다양한 죽음관련 신화를 찾아 인간의 어떤 사고가 이와 같은 신화를 탄생시켰는지 살펴보는데 의의가 있다. 죽음과 관련된 다양한 신화를 통해 인간의 영원한 화두인 '죽음'을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해볼 기회를 갖기를 바라는 것이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한 목적이었다고 한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세계 각국이라고 해도 한국인 정서가 녹여져있는 한국내부의 신화이다. 제주도에서 전해오는 까마귀와 뱀이 등장하며, 까마귀의 실수로 사람의 죽음에 나이와 상관없이 죽음순서가 뒤죽박죽이 되었다는 신화는 흥미로웠다. 또한, 중국 하니족의 죽음신화와 제주도의 신화가 비슷한 점이 많다는 점은 놀라운 부분이기도 했다.
이집트신화에서 보면 개만큼 죽음의 세계에 맞닿아있는 동물도 드물다고 본다. 망자를 미라형태로 만들어 사후세계를 인도하는 신으로, 개의 머리를 가지고 있다. 멕시코의 경우는 아즈텍 문화에서 죽은 사람들이 개의 도움을 받아 저승의 강을 건넌다고 보고, 망자를 묻을때 개 한마리씩 함께 묻는다고 한다.
우리 신화에서도 개가 인간을 죽음의 세계로 안내하는 역할을 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인간에게 가장 충성스런 동물이면서 다른한편으로 인간을 죽음으로 인도하기도 하는 신화적 동물로 설정된 부분이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죽음에 대한 신화가 세계적으로 다양하면서도 흥미로운 부분은 죽음을 상징(뱀,까마귀, 카멜레온)하는 동물들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어두움과 동일시 되는 동물들과 가깝다는 점이다. 반면, 개가 등장하는 부분은 의외였다. 괴담이나, 전해내려오는 이야기를 보면 개가 죽음을 인도하기도 하고, 죽음의 길을 헤멜때 같이 등장하는 경우도 볼수 있었는데, 가장 가까운 동물이라 사람의 죽음에도 함께 하는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방콕의 신화 조형물이나, 인도 카슈미르 왕국에 비슈누신상과 함께 우리나라의 무속신앙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무속신화 속 죽음을 인도하는 신인 바리공주가 그 주인공이다. 부모를 살리기 위해 저승에 가서 약수를 구해오고, 그 공로로 망자를 인도하는 신이 된다는 이야기는 그림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바리공주 무신도와 죽음을 인도하는 존재로 등장하는 바리공주의 복색을 갖춘 무녀의 모습도 사진으로 첨부하여, 신화의 이야기를 좀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무녀가 나오면 샤머니즘적 요소가 짙어 신뢰하기가 더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현재도 무속인은 존재하기 때문에 좀더 가깝게 와닿은 것 또한 사실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창 흥행했던 < 신과함께> 라는 웹툰과 영화가 생각났다. 망자를 저승으로 인도하면서 심판 받는일에도 관여하는 강림차사의 이야기를 통해 무속인의 이야기에 좀더 집중하며 읽어 갈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사후세계를 다녀왔던 사람들의 이야기도 담아보았으면 좀더 새로울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죽음의 세계를 여행하는 것이 목적성이 뚜렷한 여행임을 이 책을 통해 알수 있었다. 우리 일상생활에서 통과의례라는 말을 종종 사용한다. 생이 있으면 사가 있듯 죽음은 누구나 일생에 한번은 거치고 가는 통과의례다. 이 책을 통해 신화를 통해 죽음을 바라보는 시각이 세계적으로 다르지는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인용문-
신화에서는 순서없는 죽음을 신의 탓으로 돌리지는 않는다. 신과 인간의 매개자, 곧 신의 뜻을 전달하는 사자가 이를 잘못 전달하면서 죽음에 순서가 없어졌다고 말한다. 죽음에 순서가 없는 것은 신이 의도한 바가 아니라는 것이다. P. 35
인간이 죽지 않고 영원히 살아가니 세상에 문제가 생겼고, 그래서 결국 신이 인간에게 죽음을 부여한다. 그런데 신이 본래는 노인만 죽도록 했지만 전달자가 그만 그 내용을 잊어버려 말을 잘못 전달하면서 죽음에 순서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즉, 죽음에 순서가 없는 것은 신의 책임이 아니다. 신의 뜻과는 달리 왜곡된 말이 전해지면서 죽음에 순서가 없어진 것이니 신을 원망하지 말고 순순히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P. 37
제주도에는 죽음에 순서가 없어진 까닭을 설명하는 신화가 있다. <차사본풀이>라는 무속신화에서는 본래 신은 인간에게 일정한 시기, 곧 사람의 머리가 희어지면 차례로 죽도록 배려했다고 한다. 하지만 까마귀가 이 사실을 잘못 전달하는 바람에 죽음에 순서가 없어졌다고 한다. 신의 의지가 아니라 신의 뜻을 전달하는 자의 실수로 순서가 없는 불공평한 죽음이 인간에게 생겨났다는 것이다. P.38
제주도의 <차사본풀이>에서는 까마귀와 뱀, 두 동물이 인간에게 죽음을 가져다주는 데 관여한다. 강림차사가 인간의 수명을 적은 적패지를 가지고 가다가 까마귀에게 맡긴다. 그런데 까마귀가 이를 잃어버리고 " 아이올때 어른와라, 어른올때 아이와라"라고 멋대로 외치고 다니는 바람에 죽음의 순서가 뒤죽박죽되고 만다. 그리고 그 적패지를 뱀이 주워 먹으면서 뱀은 계속 허물을 벗으면서 영생을 누리는 동물로 거듭난다. P. 53
뱀은 성서에서 아담과 하와를 유혹해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게 만든 사악한 동물인데, 이 신화에서도 신의 말씀을 거짓으로 전해 인간에게 죽음이 생기도록 만든다. P. 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