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터시
이희준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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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비티북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용 사냥꾼, 독립군, 도련님, 앞잡이, 마법사들, 원정대, 가족, 아낙, 쓰레기 그리고 소설의 앞뒤로 위치한 외딴 섬에 있는 할아버지에게 맡겨진 서준까지.
10개의 시선, 20개의 눈으로 바라보는 각각의 이야기가 5번 씩, 300페이지가 채 되지않는 분량안에서 정신없이 순서대로 돌아간다.
문장이 웅장해보이게하는 수식없이 간결하게 진행 될 수 밖에 없는 분량이긴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긴박한상황이 속도감있게 진행된다.
일제강점기.
연합군에게 밀리고 있는 일본
그 일본이 승기를 가져오기 위해 준비하는 끔찍한 작전을 막기위해 모인 333인의 마법사들.
그 긴박한 와중에 좌파 우파로 갈린 333인의 마법사들
근현대사를 배울때 들었던 기본적인 배경에다
마법, 용, 용사냥꾼, 여의주 등의 판타지가 한방울 묻어있는 이희준 작가의 엑스터시 는 순식간에 읽힌다.
너무나 속도감 있게 읽히는 와중에도,
열개의 시선 열개의 이야기가 순서대로 돌아가는 와중에도 머릿속에서 섞이지않고 생생하게 기억난다.
간결한 작가의 문체가 큰 힘을 발휘한 것이다.
엑스터시를 다 읽고나면
인간들이 얼마나 이기적인지를 깨닫게 된다.
독립을 위해서라지만 인간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않고
산속 깊은곳에서 네 가족이 단란하게 살고있는 용을 찾아가서 죽이고 여의주를 강탈한다
일본이 조선인에게 생체실험을 가하고 독립운동을 하고 일본인에게 테러를 가하고 독립될거라 믿는 조선인들을 미개하게 바라보는 조선인 앞잡이들이 나오는 조선 독립에 관한 이야기가 큰 틀이지만, 용 가족을 사냥하는 이야기가 가장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다.
평소였으면 저런 고뇌를 안고도 나라를 위해 한몸 바치는 그런 열사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자유롭게 잘 살고 있다고 여겨져야 하는데 괜히 오늘따라 용의 심정에 더 이입이 된다.
인간은 이토록 잔인한 존재이다.
지금도 우리는 인간을 위해서 라는 명목하에 지구를 함께 공유하는 다양한 생명체들에게 심지어 지구 그 자체에도 위해를 가하고 있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스스로 붙여가면서.
더 소름끼치고 슬픈 것은 나도 나를 위해, 가족을 위해, 내가 속한 사회를 위해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소설 속 인물들과 같은 선택을 할 것 같다는 점이다.
그렇게 사회화가 되어버린것인지
아니면 정말 인간은 악한존재라는 선악설이 맞는건지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짧은 소설이다.
흡입력 있고 잘 읽히고 속도감 있는 진행, 간결한 문체,
마법과 용과 같은 판타지적 요소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래비티북스출판사가 출판하고 이희준 작가가 지은, 엑스터시. 적극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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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목민심서 (다산의 지혜 에디션) 다산의 지혜 에디션
정약용 지음, 다산연구회 편역 / 창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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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지방자치론을 공부한 적이 있다.
지방분권이 이루어지기까지의 과정부터 첫 지방선거까지 세세히 담겨있고 관련 조항들이 전문이 수록되어있었다. 이 과목을 공부할때는 법령을 전부 세세히 살펴보니 정말 지방행정을 잘 할 수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정선 목민심서]를 읽은 후 내 생각은 바뀌었다
[정선 목민심서]는 법이 전혀 나오지않고
백성들을 다스릴때 어떤 마음가짐이어야하는지
어려운시기에는 어떻게 다독여야하는지
불안해 할때는 어떻게 불안을 잠재울지
똑똑한 아이들은 어찌 교육시켜야할지 등에 대해
세심히 담겨있는 다짐들이었다.
다산 정약용이 유배를 끝마치고 다시 일을 할 수
있었다면 [목민심서]에 썼던 다짐들을 항상 떠올리며
일을 보았을 것이다.
그러면서 조금씩 더 채우거나 비우거나 고치거나 해서 발전시켜 나갔을 것이고 그렇게 자연스래 후임에게 물려줄것이다.
그렇게 되면 [목민심서]는 인수인계서가 될 것이다
저렇게까지 세심하게 인수인계서를 써주는 선임자가
과연 존재는 할까. 참 복많은 후임자였을 것이다.
요즘 세상이 힘들고
뉴스를 보면 맨날 싸우고 속이고 사건 사고만 나온다며
뉴스를 보지않는 사람들도 많은 것이 법들을 모르는
사람들이 정치를 해서는 아니지않나.
다들 서울대에 법대에, 행정학과에, 하버드에, 어디에, 무슨 자격증에, 검사장에, 변호사에 등등 더이상 똑똑할수없을 만큼 똑똑한 사람들이 정치를 하고있다.
결국 정치는 어떠한 개념이나 학문이 아닌것이다.
사람과 사람의 연계가 아닌가 싶다.
그것도 대등한 관계라는 인식을 상대방에게 줄 수 있는 편안함을 주면서 (실제적으로는 권력관계) 거부감이 들지않게 도움을 주고 삶은 안전하다고 안정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것이 한낱 학문으로 될 수 있을리가 없다.
똑같은 죄를 지어도 어려운 시기일때는 감형하고 이해해주고, 전쟁, 침략 등으로 인해 백성들이 겁에 질려 불안해 할때 오히려 성문을 활짝열어 불안감을 쫓아버리는 등의 수는 아무리 저명한 교수의 교재라 할지라도 담겨있지 않을것이다.
지금보다 더 보수적인 계급사회에서, 수십만 수백만분의 1의 경쟁률을 뚫고 관리가 되고 또 거기에서 승진을 거듭해야 오를 수 있는 자리인데 그 시대에 저런 애민, 백성을 옳은 길로 이끄는 목민의 가치를 둘 수 있을만큼 깨어있었다라는점이 다산 정약용이라는 이름이 수백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상식처럼 기억될 수 있게 하는 이유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사단 참여를 하면서 필사를 하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껴 적고싶다라는 충동을 느끼는
구절이 참으로 많았다.
내가 돌봐야하는 백성이 있는 것 처럼
한글자 한글자 마음에 들어왔다.
지금 대내외적으로 많이 혼란스럽고
힘든 시간을 우리모두가 보내고 있다.
우리같은 어려움에 빠진 사람들이 [정선 목민심서]를
보고 마음을 다잡는것도 훌륭하지만, 왠지 요즘같은
날들에는 목민심서를 읽어봐야 할 사람이 따로 있는 것 같다. 읽고 잃어버린 무언가를 다시 되찾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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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롱뇽의 49재 - 2024 제171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아사히나 아키 지음, 최고은 옮김 / 시공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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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내가 어릴때 까지만 해도 쌍둥이라는 존재는
참으로 희귀했다. 초등학교 시절 한 학년 위에
예쁘장한 일란성 쌍둥이가 살아서 재학시절 내내
(심지어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에도)어딜 가든 눈에
띄었고 관심의 대상이었다.
요즘은 왜 이렇게 됐지? 라고 생각할 정도로
주위에 쌍둥이가 제법 많아졌다.
(내 주위만 일수도 있다) 대부분 난자2개 정자2개가
수정되는 이란성 쌍둥이이긴하지만.
각설하고, 예전이나 쌍둥이가 제법 흔해진(것 같은)
요즘이나 신체의 일부가 붙어서 세상에 나오는
샴쌍둥이는 여전히 귀하고 세상의 관심사이다.
상체를 공유하거나 머리의 일부가 붙어있음에도
해맑게 웃고있던 사진들을 본적도 있고, TV에서도 본적이있다. 일부가 공유됨에도 세간의 주목을 받았고
간혹 분리수술을 진행하는 경우도 기사를 통해 읽어본적이 있었다.
시공사에서 출간한 #도롱뇽의49재 에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을 공유하는, 이른바
“완전 결합 쌍생아”라는(하나의 몸에 둘이 존재하는)
충격적이고도 신선한 자매 안과 슌이 주인공이다.
5살이 될때까지 ‘슌’의 존재를 몰랐다가 ‘안’이 인식한 뒤로 판사의 검사(?)까지 받아가서 같은 날짜, 같은 시간의 출생기록을 가진 진정한 쌍둥이가 된다.
쌍둥이도 유전력이 있는걸까.
자매의 아버지도 쌍둥이 출신이다
심지어 태아내 태아(형의 몸속에서 형의 영양분을
받아먹고 살아온, 형이 세상에 나오고 1년만에 발견되었다. 심지어 형의 몸안에는 장기 일부만 남은 또다른 형제도 발견되었다)
이 책은 안과 슌의 아버지를 1년동안 품어 키운
형의 장례식을 치루는 걸로 큰 사건이 시작된다.
(동생이 뱃속에서 영양분을 받아 자랄때부터 몸이
허약해 제법 많은 수술을 받으며 병약하게 지냈다)
하나의 몸, 당연히 하나의 심장을 가져 쌍둥이라면
동시에 죽는다고 생각해서인지, 특별한 친분이라고는
부족한 큰아버지의 죽음에 적잖이 충격을 받은 ‘안’은
죽음이라는 것에 침몰되다시피 몰두한다.
49재를 치르기위해 친가에 들러있으면서 큰아버지의
방대한 저서를 탐독하며 죽음이라는것을 다시 한번 곱씹으면서 ‘슌’은 어떠한 현상을 겪게 되는데...
이 책은 흥미진진하고 충분히 긴박하게 전개할 수 있는 충격적인 소재를 가지고 ‘죽음’이라는 단어에 깊게
가라앉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떤 큰 사건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어떻게 되었다라는 시원한 결말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200페이지가 채 되지않는 분량임에도
읽기가 더뎠다.
제목이 왜 도롱뇽인지 이해하는데에도 절반의 분량을
읽어야했다.
어디까지 이야기를 해야 스포를 하지않는 것인지
적당한 선을 찾는것도 퍽 난감하다.
긴박감있게 여러사건이 속도감있게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사건에서 깨달은바를 깊숙하게
그것의 민낯까지 파고드는 전개를 보여주고 있어서
그런것이리라.
내가 한가지 이야기 할 수 있는게 있다면
도롱뇽은 서로의 꼬리를 물기위해 싸우는 특징을
가졌다는 것과,
무언가를 오롯이 ‘내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을
하나라도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상실감이 더해진
내용이라는 것이다.
아마 ‘슌’의 기분을 100%이해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것이라 확신한다.
이 책에서 나오는 ‘완전결합쌍생아’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현재까지)케이스 이기 때문이다.
이과출신(심지어 생명공학)으로써
의사 출신 작가의 지식을 기반으로, 이과답지 않은
섬세한 문장으로 특이한 쌍둥이 케이스를 대하는
소설이라 참신했다.
비록 소설이라면 응당 사람들이 기대하는 그런
카타르시스를 유발하는 결말을 없지만
그래도 평소에는 잘 생각해 보지 못했던
‘공유’ 와 ‘죽음’ ‘인격’이라는 것들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평소에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해
보기가 워낙 힘든 세상이지않은가.
도롱뇽의49재를 읽는시간동안 자연스럽게
사색에 잠긴 시간을 가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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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시간의 알레고리 - 빛으로 그려진 영원의 시퀀스, 사랑으로 읽는 50개의 명화
원형준 지음 / 날리지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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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드날리지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세계, 여행, 비행기 같은 단어들을 배우고 활용할 수 있게 될 때부터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러나라들을 여행하고싶다라는 생각을 가졌을 것이다.
그러니 돈을 많이 벌어야지라고, 전 세계를 누비는 그런 일을 해야겠다라고 생각하고 미래의 직업을 구해야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룬 사람들도 분명 있을것이고.
나도 그런 꿈을 꾸던 사람 중 하나였다.
비록 돈벌이도, 직업도 자유롭게 이곳저곳을 떠날 수 있는 여건도 되지 못했고, 사실적인 이유로 해외여행 자체도 많이 다니지 못했다. 하지만 여행을 다녀오면 잘 다녀왔다고 돈 벌어서(모아서)또 가야지 라는 생각이 드는(심지어 본인은 ISFP, 대단한 집순이다)걸 보아하니 여전히 세계를 탐험하고 싶은가보다.
몇번의 해외여행을 하면서 그 귀한시간 와중에 꼭 하는 것이 있다면(P이지만 이것만은 미리 찾는다 나에겐 이것이 비행기, 숙소와 동급이다)바로 미술관(또는 전시회)를 들르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보기힘든 거장들의 명화를 운좋게 감상 할수도, 아니면 그 나라의 문화가 가득히 담긴 독특한 화풍을 구경할 수 있어서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것 만큼그 나라를 이해하는데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림이라는 것이 클래식보다 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나만의 착각일 수도) 클래식은 그래도 인기있고 유명한 곡들은 들으면 왜 유명한지 왜 인기가 많은지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는데 유명한 그림은 이게 왜 좋은 그림이고 인기가 많은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제법있다.
그래서 클래식음악보다 미술이 좀 더 친근하게 접근하기가 어렵다고 생각되고, 결국 큐레이터나 도슨트같은 도움을 받는 것이 이해하기도 쉽고, 관람에 재미를 붙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원형준 교수의 사랑과 시간의 알레고리 책을 읽으면서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면서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많은 전시회가 수많은 사람들로 인해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기 힘들만큼 인파가 붐비지않나.
그런 전시회들은 인파가 붐벼 도슨트의 해설이 취소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런 유명 전시회 못지않은 50여점의 명화들을 삶,사랑,죽음,욕망이라는 감정에 따라, 빛, 자연, 그림자라는 주변 환경에 따라, 시간, 영원, 초월과 같은 초자연적인 것들에 따라 10개의 전시관으로 나누어서 이렇게나 꼼꼼하고 자세하고 자기의 일화까지 녹여낸 큐레이팅을 누구의 방해도 없이 몇번이고, 언제고 감상 할 수 있는 갓성비 전시회. 그게 바로 [사랑과 시간의 알레고리] 라고 말하고 싶다.
제목의 알레고리란, ‘무언가 다른것을 말하기’라는 그리스어 알레고리아에서 유례된 말로, 말하고자 하는 바를 그대로 드러내지 않고 다른 것에 빗대어 설명하는 방식을 말한단다(책을 읽기전에 검색해본 내용이다) 그래서 나는 이책은 사랑과 시간의 알레고리로 채워진 50점의 그림을 보여주며 인간은 오랜시간 동안 사랑과 시간에 대해서 깊이있게 다루었고 중요시했다는 것을 말하는 책일거라 지레짐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이 책의 일부분이었다.
‘사랑과 시간의 알레고리’라는 것은 이 책에 실려있는 아뇰로 브론치노의 동명의 그림이었다.
16세기의 그림이고 비너스와 큐피트의 나체가 아름답게 묘사되어있어서 표지로 사용하지는 못했으리라.
그리고 이 그림에 대한 설명 중 미술에서의 알레고리에 대한 개념이 소개된다.
도덕, 예술, 감정, 정치 등의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의인화하여 표현하는 방식을 뜻한다고. 실제로 이 그림에는 당최 지식이 없으면 보이지도 않는 사랑, 아름다움, 쾌락, 기만, 허위, 질투, 시간, 질서가 알레고리로 나타내어져 있다.
이 그림으로 예나 지금이나, 그림은, 그리고 사랑에 관한 관심은 시공간을 초월한 모든 사람들의 문제이며, 또 그것의 이해가 결코 쉽지 않다는 말을 작가가 전하고 있는데, 아마도 이책으로 독자들에게 하고픈 말이었으리라. 작가는 먹고살만큼의 돈만 벌면 평생 즐겁게 공부할 수 있다고 말할정도로(지금도 지키고 있다)전공인 미술사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어렵고 복잡하더라고 미술에 대한 관심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 두꺼운 책을 썼으리라.
이 책을 마감할때즈음에도 북아프리카에 가서 수많은 예술작품과 건축물을 감상하고 왔다고(맛있는 것도 맘껏 먹고 사진도 많이 남겼다며)자랑한다.
이 책을 끝맺는 글에 남겨놓았는데 이전의 글과는 뭐랄까 느껴지는 텐션(신남)이 확연히 다르다. (그래서 나는 진정 작가가 자랑하고 있는 것이라 확신한다. 부럽다 진심으로)
작가만큼 여러곳을 직접 돌아다니는 즐거움을 누릴 용기는 없으니 좋아하는 대가의 작품이 걸려있는 예약한 전시회나 보러가야겠다.(얼리버드로 티켓을 예매하며 좋아하는 나와 왠지 많이 다른 것 같다 작가는)
마침 예매한 전시회가 모네의 수련 연작 중 한점이 전시되는데 이 책의 두번째 전시관인 “빛과 자연의 교향곡”의 첫번째로 모네가 등장한다.
(팬심을 담아 내가 10개의 전시관 중 가장 애정하는 전시관이다 몇번이고 다시 책을 펼쳐 관람할 예정이다)
인상주의 ‘빛의 화가’ 라는 별명을 갖게 되기까지의 화풍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초기의 그림들부터 모네의 말년에 그려진 수련 시리즈 그림의 변화를 집어주며 그렇게 된 이유를 말해준다.
(궁금하면 사랑과 시간의 알레고리를 읽어보시라)
약간만 들려주자면,
“대상의 견고함이 사라져 사물이라기 보다는 빛이 모여있는 무언가처럼 보이게 된다.(p.69)"
수련 시리즈를 좋아하고 작품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만한 문구다. 나는 무릎을 탁쳤다. 이 책의 표현 중 나에게는 가장 시적이고 은유적이며 매력적인 것이다.
이전에 모네의 수련을 보러갔을 때 보다 약간의 지식,
그림이 변하게 된 과정과 이유, 무릎을 탁치게 만들었던 저 문구와 함께하니, 이번에 수련을 보러가면 또 다르게 보일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사랑과 시간의 알레고리라는 전시회를 모두
관람하고 나오면, 또다른 전시화에 가고싶어진다.
이제 좀 더 잘 감상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들끓는다. 실제로 가서는 그 자신감이 사그라 들수도 있고, 역시! 더 재미져!라며 신이 날 수도 있다.
몇번이고 재결제를 하지않고도 보고픈 그림을 맘껏 볼수있게 해주는 것도 모자라, 자신감과, 또다른 기회로 나아갈 도전의식까지 챙겨주는 멋진 전시회이다.
물론 그 멋진 전시회의 제목은 사랑과 시간의 알레고리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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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집
전경린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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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다산북스 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자기만의 집 이라는 제목이 무슨 뜻일까?
책을 펼치기 전에 무슨 말일지 곰곰히 생각해보았으나
잘 정리되지 않았다. 정확히는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라는게 더 옳은 표현일 것이다.
결국 하나의 생각으로 귀결하는 것을 포기하고 책을
펼쳤다. 2007년에 나온 책을 현재의 시각에 맞게 고친 개정판인 2025년의 [자기만의 집]은 제목마저 바뀌었단다. 원래의 제목은 [엄마의 집]이었다고.

결국 ‘엄마’가 ‘자기만’으로 바뀐 것인데...
책을 펼쳐보니,
30십대에 80년대 학번 60년대 생을 지칭하는
‘386세대’ 의 부모와, 저임금 노동착취에 시달렸어야 하는 ‘88만원 세대’의 딸 의 이야기였다.

부모는 5.18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던 사람들이고
아빠는 20대에 가졌던 물질만능주위로 혐훼되어버린
사회를 극혐하고 비난하며 그 시스템에 맞춰 움직이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흔히 말하는 ‘가장’으로서 가족 구성원들이 기대하는 안정적인 경제적 수입 등의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직장을 여섯번 바꾸고, 모아왔던 돈들을 모두 날려먹는) 그 모습에 엄마는 실망하고 그렇게 둘은 헤어진다.

양육권을 포기한 아빠를 대신해 엄마를 따라 나선
주인공 ‘호은’이는 외가댁에 맡겨져서 가끔 엄마를 만나며 상실감에 젖은 어둡고, 시니컬한 사춘기와 성장기를 보낸다.
그러다 엄마가 하루 15시간씩 일하며 모은 돈으로 구입한 언제될지 모르는 재개발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십수년된 낡은 아파트로 들어가 엄마와 함께 살게 되지만, 새로운 사랑을 찾은 여자의 모습을 엄마에게서 본 호은은 또다른 상실감에 빠지며 적응하지 못하고 대학진학과 동시에 기숙사로 독립이라는 이름으로 탈출한다.

스물한살 어느날.
말도 없이 학교앞에 초록빛으로 빛나는 눈을 가진 중학생 여자아이 승주를 데리고 나타난 아빠는 엄마에게 데려다줘라 라는 말만 남기도 혼자 떠나버리고 당황스럽지만 방법이 없는 호은은 엄마집으로 향한다.
(초록빛으로 빛나는 눈을 보고 예전부터 아빠 옆에서 있어왔던 한 여자를 떠올린 호은은 그 여자애를 마냥 곱게 바라 볼 수만은 없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을 침범당한(심지어 모르는 여자애까지 하나 더)엄마는 애를 돌려보내기 위해 아빠를 찾아 나서고,
(아이러니 하게도 그 모습은 단란한 가정처럼 보인다.)
아빠 찾기에 실패한 세 여자는 그렇게 한집에서의 삶을 살아간다.

여러가지의 이야기들을 겪으면서
세 여자는 각자 응어리를 풀기도 하고, 함께 밥을 먹고 청소를 하고 나름의 시간들을 보내며 의도치 않는 성장들을 해나간다.

부모로서의 ‘엄마’와 이성간의 사랑에 생기를 찾는
여자로서의 ‘엄마’ 나의 선택없이 세상에 태어났을 뿐인데 모든 시련은 다 나만 짊어지고 있는 것 같은
두 딸(물론 부모도 다르고 성격, 대응도 다르지만)
이 세 여자의 생각, 말, 표정, 관계가 변해가는 것에서
수많은 의미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작품이 끝난 뒤에 작가의 말을 읽어보니
IMF를 겪으면서 두드러진 변화 중 하나가 집을 가진 엄마들의 등장이라고.
그 전에는 가장인 남편의 이름으로 된 집에서 종속되어 살아가는 전업주부 엄마들이 대부분이었다며, 물론 집을 가지게 된 이유가 멋진 것들은 아니다. 미혼모라던가 이혼이라던가...

그래서 2007년의 제목은 [엄마의 집]이었던 것 같다.
이혼하고 딸과 살아가기 위해 마련한 집이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2024년 25년이 되면서 1인 가정이 늘어나고 하면서 작가가 의도한 ‘엄마의 집’은 조금 의미가 퇴색되어 버린게 아닌가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개정판은 ‘자기만의 집’으로 제목마저 바꾼게 아닌가란 생각을 했다.
누구의 시선도 신경쓰지않고 오롯이 자기로 있을 수 있는 그런 곳. 아직 어린 너가 우는 것은 너 때문이 아니라고 무조건 엄마 잘못이라며 사과하며 안아주는 엄마가 있는, 소속감을 안겨주는 따뜻한 나만의 집.
딸에게도 엄마에게도 그렇게 위안이 되고 의미가 깊은 ‘자기만의 집’인 것이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마냥 편하게 엮을수만은 없는
세 여자의 연대와 각자의 사랑과 삶이란 결국 모순되게도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것임을, 무릎을 탁 치게되는 주옥같은 문장으로 잘 풀어두었다.

책을 읽으면서 문장에 표시를 그렇게 많이 하는 편은 아닌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제법 많은 문장에 표시를 해두었다. 문득 이 책을 꺼내 표시된 문장을 찾아 읽는 것 만으로도 흔들리던 삶이 단단하게 뿌리내릴 것이라 믿어의심치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식뿐만 아니라 부모도, 모두 성장해 나간다는 것과 그 성장의 원동력이 집에서 함께 살 부비며 살아가는 것이라는데에서 위안을 얻었다.
그리고 띠지부터 적혀져 있는 “생은 시어빠진 레몬 따위나 줄 뿐이지만, 나는 그것으로 레모네이드를 만들 것이다”라고 고뇌로 가득찬 삶을 포기하지않고 그 안에서 꿈을 꾸고 목표를 정해 단단하고 맑아지는 주인공 호은이 참으로 멋져보였다.
실제로도 내 나이 또래일거라 더 공감이 가기도 했고,
안타깝기도했고, 응원하기도 했다.

난 또 레모네이드도 얼마짜리 레모네이드인들 어떠랴 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정말 크고 싱싱한 레몬을 눈앞에서 몇개나 짜서 만들어주는 만원에 육박하는 레모네이드부터, 이게 레모네이드인가? 싶을만큼 달기만 한 공장에서 찍어내는 레몬이 채 1퍼센트도 들어있지않은(나머지는 합성향으로 대신하는) 레모네이드도 있을것이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레모네이드가 된들 실패한 것일까?
오히려 누군가에겐 달달한 레몬향만 첨가된 레모네이드가 입맛에 맞을 수도있고, 접근성이 용이해 많은 사람들에게 이용되고 손쉽게 레모네이드를 접할 수 있게 해줄 것인데 이게 잘못된 것일까?

꼭 남들이 보기에 비싸고 좋아보이는 고급 레모네이드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가 되고 싶은 레모네이드의 모습이어야겠지만

밝은 미래를 꿈꾸며 학업도 아르바이트도 엄마와의 관계에도 최선을 다하는 호은의 인생은 고급 레모네이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생길 수 밖에 없지만 결국 호은이 도달한 레모네이드가 달달한 저렴한 그것이라도 나는 기꺼이, 기쁘게 박수치고 그간의 노고를 치하하고싶다. 함께 레모네이드를 마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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