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왜 안 좋아하세요? - 아는 만큼 들리는 나의 첫 클래식 수업
권태영(탱로그) 지음 / 빅피시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요즘 K-POP의 인기는 가히 뜨겁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열렬히 환호하고 기다리고 무한재생하는 노래들이었지만 음악들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유럽과 미국 각지에서 울려퍼지고 그 사람들이 한국어 가사를 따라부르며 떼창하는 모습을 상상이라도 해본 적이 있었나. 꿈도 꾸지못했던 일들이 현실이 되었고, 그 현실화의 하나로 빌보드핫100 차트에서 1위 가수가 등장했다.

팬덤의 화력을 막기위해 차트 순위집계방식을 바꿀정도로 케이팝의 위상은 말로 형언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우리나라 가수들이 빌보드 메인차트에서 오랜시간 좋은 성적을 유지하며 이 현상이 단시간적 유행이 아니라 세계적 문화 주류에 케이팝이 당장히 한자리 차지하였음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음악가가 빌보드차트에서 1위를 기록한 것이 대중가요가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대중가요보다 먼저 빌보드에서 1위를 기록한 분야는 바로 클래식이다. (최초의 1위는 뉴에이지 음악가 이루마이다)

서양이 본고장이라 동양인에게 유독 벽이 높은 클래식계에서 콩쿠르 우승자가 나오는 것은 물론, 빌보드 클래식 차트 1위에도 한국인이 오른 것이다.

대표적 인물들로 임현정, 선우예권, 조성진, 임윤찬같은 음악가들이 있고, 이들의 인기는 티켓팅이라는 말로도 부족해 ‘피켓팅’이라고도 불리며 5분만에 매진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이렇게 국제적 위상과 많은 팬덤을 보유한 클래식임에도 어디가서 클래식을 듣는다라거나 클래식을 좋아한다라고 말하기가 쉽지않다. 대체 왜 이 어렵고 비싼걸(아이돌 콘서트보다 훨씬싸다
이것도 선입견. 물론 교육비는 장난없지만 교육비가 많이 들지않는 학문이 요즘 시대에 존재하나싶다🤣)왜 굳이 듣고 좋아하냐며 허세라고 더 나아가 재수없다, 있는 척(?)한다는 소리까지 듣는다. 그래서 홍길동전의 호형호제도 아니고 어디가서 속시원히 말하지 못하는 비밀 아닌 비밀이 되어버린다.

이러한 인식을 바꿔줄 수 있는게 무엇일까.
이미 해외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구가하는 음악가들이 있으나 어렵다라는 이미지는 여전하다. 그럼 어렵다라는 이미지를 없애주면 되지 않을까?
유튜브 보듯이 쉽고 재밌게 말이다.

이것을 이룬 사람이 있다.
‘드뷔시 가스라이팅’이라는 유튜브 영상으로 10만의 구독자수로 80만회에 육박하는 조회수를 기록한 유튜버이자 음악교육자 #탱로그 가 #클래식왜안좋아하세요 (#빅피시 ​출판)을 선보이며 클래식 대중화에 앞장섰다.

<클래식 왜 안좋아하세요?>는 클래식의 역사와 클래식의 기본용어와 같은 기본지식뿐만 아니라 쇼팽이나 바흐의 오프더레코드 이야기를 들려주며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그러고나면 이제 한번 들어볼래? 라며 쉽고 듣기좋고, 심지어 이미 들어봤으나 이게 이곡이었어? 하게 되는 곡들을 추천해주며 어떤 곡을 들어야할지 감도 잡히지않는다는 일반인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준다.

소설로 치면 배경설정과 대한 전반적인 설명과 더불어 갈증이 해소되는 카타르시스가 터져나오는 전개이다.

심지어 유튜버답게 플레이리스트에서 착안한 듯한,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하고 싶을 때’ ‘새벽 감성이 차오를 때’ ‘교양에 취하고 싶을 때’‘차분한 사색의 시간이 필요할 때’처럼 이럴때 이 음악을 추천하며 단발적이지 않은 클래식 감상기회를 제공한다.

“나 클래식이랑 하나도 안 친한데 왜 이렇게 재미있지?”
“그가 음악 선생님이었다면, 내 삶이 조금은 더 풍요로웠을 텐데.”
“건너뛰기와 배속 없이 집중하게 만드는 압도적 스토리텔링!” 와 같은 극찬을 듣는 것은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무엇이든지 시작이 어려운 법이다. 오죽하면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겠는가. 그래서 그 시작의 어려움을 완화해줄 조력자가 필요하다. 그 조력자는 쉬워야하고, 편안해야하고, 유쾌해야 한다. 그래야 높디 높은 벽이 허물어 지고 나의 일부로 받아들여 앞으로의 인생을 함께하는 동반자로 삼는 것이다.

나는 <클래식 왜 안좋아하세요?>가 클래식을 좋아해보고 싶은데 막막해하는 수많은 예비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최고의 조력자로 추천하고 싶다.

인생에서 무언가를 좋아한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정말 놀랍고 귀한 경험이다.

그 경험을 꼭 해보기를 간절히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얗지 않은데 왜 백인인가? - 인종차별, 헛소리에 지지 않고 말대답하기
박중현 지음 / 드루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무언가를 바꾸거나 해결을 하려면 무엇부터 해야할까.
#박중현 작가가 쓴 #하얗지않은데왜백인인가 (#드루 출판사 출판)을 읽고나니 그 답이 보였다. 바로 인식이었다.
문제임을 인식하고 나서야 비로소 그 현상이 내 주위에서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고, 해결해야한다고 문제인식이 되고 그래야 해결책을 고민하는 순서로 사고가 진행된다.

어떠한 문제로 인해 피해를 입는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피해자다보니 금방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문제’임을 모르고, 무지로 인해 행동을 반복하는 가해자 입장에서는 민감하게 알아채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하얗지 않은데 왜 백인인가>는 ‘인종차별’이라는 묵직한 주제에서 피해자와 가해자 두 입장에서의 무지 모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인종차별이란 단어는 많이 들어왔지만 실제로 우리가 느끼기에는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우리는 단군이라는 시조아래 한민족으로 이어져온 사회라 인종차별이 생길 수 없는 환경에서 평생을 살아가기 때문이다. 대부분 간혹 여행을 가서야 인종차별을 당하게 되는데, 언어도 모국어처럼 잘 통하지않아 당했으면서도 제대로 어필도 하지 못하고 2차 가해를 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때만 분노할뿐, 막상 돌아와서 다시 한민족국가에서 살아가다보면 한 순간의 해프닝정도로 (과거를 미화시키는 인간의 본성때문이겠지) 점점 그때의 불쾌함이 사라진다.

인종차별이라고 느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친구, 가족, 지인, 또는 여러매체에서 이러이러한 일을 겪었는데 기분이 나빴다라는 인종차별의 예시를 들었기 때문이리라.
그렇게 들었던 종류의 인종차별을 겼었기 때문에 인종차별이라
인식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인종차별이라는 이름아래 수많은 종류의 인종차별적 행위들이 벌어진다. 알지 못한다면 그냥 문화가 달라서 그런가? 우리랑 다르네 정도로만 여기고 대놓고 차별당함에도 알아채지도 못하는, 그 모습을 보고 키득거리며 인종차별이 계속 진행될 확률이 높다.

때리는 사람은 아이러니 하게도 맞는 사람이 아픈줄 모른다.
아프다고, 밟힌 지렁이가 꿈틀거리듯 이야기해야 변한다.
그래서 황인종이라 불리는 우리가 반드시 인종차별에 대해서 알고있어야 하는 것이다. 인종차별이 없어지기 위해서는.

그리고 더 아이러니 했던 부분은 바로 가해자의 무지였다.
윗 세대에서부터 자연스럽게 행해져온 인종차별을 일상처럼 생각하고 어릴때부터 보고자란 것이라 인종차별이라 생각하지 못하고 행하는 것이다.
그래서 윗세대처럼 강력하고 드센 차별들은 인종차별이라 인식하고 매체에서 문제가 되다보니 많이 사라졌지만, 무지에서부터 기인한 비교적 조용하고(심지어 차분하기까지하다)드세지 않은 차별은 계속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인종차별인지 모르는 차별이 계속해서 자행되어오고있는 것이다. 충격이었다.

요즘 한국의 위상이 많이 올라가면서 인종차별같은게 많이 없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이제 신뢰가 가지않는다.
우리가 모르는 형식으로 심지어 그들도 차별인 줄 모른체로 차별이 자행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충격적이었다.

우리도 피해자이지만 가해자가 될 수도있다.
아픈 역사로 인해 같은 황인종이지만 중국와 일본을 혐오하는 사람들도 있고, 흑인을 흑형 흑누나라 부르며(흑인들은 이 단어를 싫어한다 무지에서 시작된 전형적인 인종차별이다)차별하고 외국인 노동자를 깔본다.
어디에선가 흑인보고 ‘살색’을 쓰는것은 인종차별이라 이야기해서 흑인이 많은 생각이 들었다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세상은 가해자와 피해자로 명징하게 구분되지않는다.
가해자임과 동시에 피해자일수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인식하고 바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것들을 실천해야한다. 하찮고 작게보여도 그렇게 작은 것이라도 시작해야 세상이 바뀌기 시작한다.

이렇게 무거운 주제임에도 표지디자인도 이쁘고, 내부도 핑크색으로 섹션들을 구분해놓아 발랄하다. 작가가 책의 마지막에서 이런말을 한다.
“이 책이 제시한 주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하지만 무겁게만 생 각할 필요는 없다. 변화는 작은 곳에서부터 시작된다. 사람과의 대화, 일상 속에서의 작은 행동, 그리고 우리 모두가 더 나은 세 상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 그 출발점이다. 그렇게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갈 것이다.” 이런 작가의 의도가 고스란히 글에, 책의 디자인에 담겨있다.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세상을 좀 더 올바르게 인식하기위해 이 책을 읽기를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번 역은 서울역입니다
근하 지음 / 여섯번째봄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평생을 살던 곳을 가족과 떨어져 혼자 향하게 되는 순간들이 제법 있다. 특수목적의 고등학교 진학, 대학 진학(인서울!), 취업, 결혼 등등. 부푼 꿈을 안고 걱정반 기대반으로 낯선 곳으로 떠나왔지만 처음은 누구에게나 그렇듯 녹록지 않다.
허심탄회하게 마음을 털어놓을 곳도 없고, 출퇴근으로만 하루에 두세시간씩 써가며 ‘집’(home이 아닌 house)에서 잠만 자고 또 다시 먼 출근길을 나서야만 하는(심지어 집값이 비싸 내 몸하나 누이면 끝이다)온통 잿빛인 낯선 곳.
그런 곳에서 나는 살아갈 수 있을까?

#이번 역은 서울역입니다(#여섯번째봄 #근하 지음)은 나와 동향인 대구 토박이 작가가 친구 영지의 생생한 증언에 여러가지들을 더한, 서울에서 퍽퍽한 삶을 살아가는 시영의 이야기이다.

시영이 고3때 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오빠에게만 모든 지원을 몰아주는 부모때문에 집에 정을 붙이지 못한다(실질적 부모였던 할머니는 돌아가셨고, 시영은 장학금을 받으며 여고 기숙사에 산다) 하지만 단 하나. 동성의 친구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그 친구 곁에 머물 수 있음에 감사하지만 그 친구에게 남자친구가 있음을 봐버리고는 넋이 나간다.

그래도 수능을 무사히 버텨내고 서울까지 뭐하러 가냐며, 학비싸니까 지방 국립대 가라는 엄마의 말을 무시하고 서울로 진학라며 첫 서울생활이 시작된다.

그 이후로는 군대 간 사이 오빠의 기숙사, 겨우 취업해서는 고시촌을 전전하며 잿빛 서울에서 잿빛으로 살아간다.

그래도 시영에게 딱하나 남은 것이있다면 대학 졸업반 때 우연히 만나 친구가 된 주운. (이 친구도 동성연애를 한다.) 시영 뒷담화하는 동기들에게 나 시영이친구인데 왜 그런말을 하냐며 멋짐 뿜뿜하던 친구이다(이때는 친구는 아니었다 통성명 한번 정도?) 시영에게 먼저 만나자 해주고, 여자친구 소개시켜주고, 집들이 오라고 귀찮게 굴고, 마지막에 시영이 첫 자기만의 집을 갖게되었을 때 계약까지 도와주는, 시영이 서울에서 버틸 수 있었던 이유가 되어주었다.

살던 곳과 거리가 얼마가 떨어져있는지, 집값이 얼마인지 내 월급이 얼마인지는 솔직히 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경제적을 비롯한 현실적인 문제들이 발목을 잡긴 하지만 정말로 그곳이 좋고 살아가고자 할 마음이 있으면 조금 열악하더라도 기쁜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더라.

결국 중요한 것은 내가 서울로 대변되는 낯선 장소에 얼마나 정을 붙일 수 있는가이다. 사람을 만나는 것일 수도 있고, 취미를 가지는 것일 수도 있고, 방법은 다양하다.

내까짓게 뭘, 현생이 바쁘니 내일 생각하자 와 같은 생각으로 차일피일 미룬다면 그것은 내가 평생을 살아온 고향에 살더라도 외롭고 힘들 것이다. 아무도 날 모르는 곳으로 떠나고 싶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어디 한둘이던가.

결국 정을 붙인다는 것은 자기 스스로에게 정을 붙이는 것이다.

내가 나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나에 대해 알아가고 깨달아가야,그 깨달음을 이용해 누구보다 나를 사랑하고 보듬어주고 아껴주고 위해주어야 어디에서든 ‘이게 사람사는거지’라고 생각이 들만큼의 빛나는,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낯선 곳, 나혼자 똑 떨어져 있는 것 처럼 느껴지는 곳은 다른의미가 아니다. 내가 알던, 오롯이 나로서 존재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물리적 장소는 아무런 의미가 아니다.
내가 낯선 상황인 것이다.

나를 잃어버린 곳은 물리적으로 내가 어디에 있는지와는 상관없이 낯선 곳이다.
그런 의미에서 헬조선이라고 불리우는 이 나라에서 아둥바둥 살아가고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낯선 곳을 정처없이 헤매이는 방랑자이다.

<이번 역은 서울역입니다>의 근하작가는, 세상이라는 타지에서 바다위를 부유하는 빙하의 일각같은 모든 방랑자들을 위한 위로를 전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어딘가에 숨겨져 있던 아름다운 세계가 우리를 맞이해 주길 바랬던 책 속 시영처럼, 우리 모두가 꼭꼭 숨겨져있던(숨겨놓았을 수도, 찾아볼 생각도 하지않았을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오롯한 ‘나’를 찾아 방랑자의 삶을 끝내고 여기서 살면 좋은 일만 일어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집을 찾아 마음 붙여 살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혼자 사는 연습을 합니다 - 피할 수 없는 노년의 싱글 라이프 당신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요?
류슈즈 지음, 박소정 옮김 / 미래의창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아직 나는 젊다 이르다 라는 반감때문인지
#혼자사는연습을합니다 (#류슈즈 지음 #미래의창 출판)을 읽는 내내 나를 대입한다기 보다는 자꾸만 엄마의 얼굴이 떠올랐다. 너무 일찍 아버지에 사기당해(?) 결혼하여 고생을 많이 한 우리 엄마는(나이들면 어머니라 부르라 하지만 난 그래도 엄마가 더 좋다. 뭐 어떤가 내가 좋으면 되었지☺️)아직 육십대 초반으로 정정, 아니 한창이다.

그래서 그런가 (이 책을 지은 류슈즈 작가가 75세라서 그런가)이 책이 말하는 노년이 70대라는 것이 괜히 마음에 들고 왜때문인지모를 안도감이 든다.

누구나 인생에 때가 되면 다가오는 퀘스트들을 하나 둘 씩 클리어하며 살아가다보면 자식도 커서 떠나고 옆에 있던 사람도 떠나고 혼자가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거의 99프로지 않을까)

그때까지 가만히 내가 노인이라고 나는 이제 늙었고 저물어가는도 아닌 저문해라고 스스로를 방관해버리면 남은 인생이 너무나 괴롭고 지루한 법이다.

그래서 요즘 젊을때부터 패시브인컴을 준비하라고 하는 것 처럼(물론 작가는 병에 걸렸을 때 치료비까지도 생각해서 노후를 준비하라고, 돈을 많이 벌지 못할 것 같으면 고수익의 투자따위는 하지말고 건실히 모아라고 다그친다)건강하고 젊은, 액티브 시니어가 되기위한 준비를 하라고 당부한다.

쉽게 말하면 ‘잘 늙기’가 아닐까 싶다.
요즘 사람들도 쓰기 쉽지않은 키오스크가 대중화되면서 삼성페이나 애플페이 같은 전자거래를 모르면 밖에서 밥 한끼, 커피 한잔도 쉽게 마시기 쉽지않은 세상이다. 저자도 빠릿빠릿한 뇌에 비해 몸은 어쩔 수 없이 느려진다며 외식 후 친구들과 1/n할 때 현금을 부랴부랴 꺼내며 한숨쉬는 직원, 오래 기다려 짜증이 난 뒷사람때문에 쩔쩔매지말고 라인페이로 깔끔하고 빠르고 우아하게(!)결제하라고 한다.

변화하는 세상에 열심히 배우고 익혀 뒤쳐지지말고 적극 활용하라는 것이다. 요즘 참 살기좋아졌어 요즘 것들 부럽다(?)하지말고 본인 스시로도 요즘 것들 하는 거 다할 수 있도록 부지런히 배우고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같은 것들을 새롭게 배우는 것을 주저하지 마라고 말하며 뇌를 꾸준히 사용하여(치매치료 권위자 충신답다)치매걸리지않게 ‘인지예금’도 꾸준히 부어라며 혼구녕을 낸다.

75세가 (심지어 자기가 한 말들을 모두 실천하며 사는 독거노인)하는 말인데 어찌 듣지않을소냐🤣

나도 나이가 들고(엄마 눈감아)엄마도 나이를 먹어가면서(요양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신다)가장 두려운 병은 암도 관절염도 아닌 치매다.

라틴어로는 dimentia (di없다 mentia정신)이라는 뜻임에도 일본의 번역으로 우리나라로 유입된 학문이라 혼자 아무것도 하지못하는 어려지는 병이라 비하하여 어리석을 치 어리석을 매를 써서 ‘치매’라고 불린다. 어감이 더 불쾌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치매라는 단어의 사용을 자제하자라는 의견도 있고 나도 동의하는 바이다.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어있지 않아 치료도 어렵고 남은 사람들에게도 못할 짓이고 스스로도 존엄성을 잃어버리는 병이라 많이 두려워한다.
그래서 엄마랑 같이 살 때는 의무적으로 마주보고 앉아 화투를 매일 쳤었는데(손을 움직이는 뇌 자극+그림 맞추기+계산능력까지 뇌활성화에 이만한 운동?이 있을까) 떨어져살고 1차 은퇴(지금은 또다른 직장에 다니신다)후 몇 달을 집에서 가만히 쉴 때 기억력이(정확히는 깜빡깜빡하는게)평소와는 다르다고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엄마를 보고 본인과 나 둘다 바짝 두려워해서 밤잠을 못이루는 때가 있었다.
물론 지금은 일도 하고, 뇌영양제(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플라시보라도 있길바라며)를 챙겨먹으며 없던 일이 되었다.

<혼자 사는 연습을 합니다>에서 저자도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살으라고 한다. 건강한 정신을 유지해서 몸도 건강해지는 것이라며 새로운 친구, 새로운 활동 을 하며 계속 자극받고 깨어있고 즐거워하고 유쾌하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농담도 많이 하라고 실제로 글 분위기도 몹시 유쾌하다.

우리 모두는 결국 늙는다.
이것은 기적이 일어나지않는이상 기정사실이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카르페디엠 오 티처 마이 티처~)라는 말도 있지않나. 아무 상괸없다 싶을 때부터 비자금모으듯이(!)조금씩 노인이 되는 것을 준비하자. 시작 이후에 온갖 불확실함 속에서 딱 하나 확실한 것은 끝(죽음)이 있다는 것이다.
그 사이를 잘 끝맺는 것을 위해 잘 살아야지.

엄마에게 전화걸어 온라인맞고 깔아서 한판치자(!)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웬만해선 죽을 수 없는 최고령 사교 클럽
클레어 풀리 지음, 이미영 옮김 / 책깃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실버힙Silver Hip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있는가?
아마도 힙한 노년층을 일컷는 말일 것이다. 자기관리가 잘되어 배도 나오지않고, 멋지게 백발을 관리해 단정하게 포마드를 발라 넘기고 멋진 핏으로 모직재킷을 소화하거나, 하얀 정장바지에 뾰족한 힐을 신고 멋진 미소를 보이고 있는 나도 저렇게 늙고싶다라는, 늙는 것도 나쁘지않다고 생각하게 하는 그런 모습들이 떠오를 것이다.

#웬만해선죽을수없는최고령사교클럽 (#창비교육 출판 #클레어풀리 지음)은 기본적으로 70은 가뿐히 넘는 실버힙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비주얼은 위와는 사뭇다르다.
오히려 머리색이 빨간색 노란색 보라색 등등 사람머리가 저런 색을 머금을 수도 있구나를 깨닫게하고, 전동 휠체어를 멋진 운전실력으로 몰고다니는 우리 주변의 분들과 비슷하다.

저기는 영국이고 여기는 한국인데, 이래서 사람사는 곳은 다 거기서 거기다 라는 말이 나오는 모양이다.

하지만 소설을 읽다보면 힙하다라는 말이 어떤 뜻인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기본 설정을 빼고 대프니, 아트, 윌리엄이라는 인물만 주욱 보고있으면 과연 이 사람들이 노인이 맞는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

중간중간 나오는 십대 미혼부와 칠십대 노인들 앞에서 저도 이제 쉰 셋이에요!라며 나이자랑을 하는 사교클럽 관리자가 나오는 것도 나이가 그렇게 다르게 느껴지지않는다.

이것이 아마 이렇게 여러세대가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하는 이유가 아닐까한다.

무언가를 있는 그대로(라고 곡해하고있는 것들을 수긍하는)받아들이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며 살아간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그 사람이야 말로 진정 ‘늙은’것일테다.

실제로 극중 등장인물 대프니(힙하다못해 시크하다 멋져)는 20여년동안 다른사람들과 소통하지않고 자기의 정체성과도 같은 멋진 아파트속에서 혼자 살아왔다. 시작할 때는 영락없는 꼬장꼬장한 할머니였다. 하지만 무언가를 시작하기전에 이건 이래서 안되고 저건 저래서 안된다는 비관적 생각을 과감히 벗어던져 버리고 모르는 것은 배우고, 데이트앱도 설치해 새로운 인연들을 만나면서부터는 나이는 생각도 나지않게 활기차게 나아간다.

스토리도 재미있다.
전업주부로 수십년의 경단녀 리디아는 오랜만에 시작하는 사회생활로 노인 사교클럽을 오픈하고, 다양한 노인들(물론 리디아가 생각했던 모범적인? 노인들의 모습은 아니다)이 사교클럽을 각자의 이유로 방문한다. 하지만 낡은 사교클럽 건물 천정 일부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하고, 의원들은 보수할 생각은 하지않고 땅을 비싸게 팔아먹을 생각뿐이다. 각자의 큰 결심으로 겨우 시작한 사교클럽을 문닫게 하지않게 하기위해, 같은 건물에서 같은 위기에 처한 유아원의 아이들을 이용해 크리스마스 연극을 열어 의원들의 관심을 끌도록, 그로인해 건물이 유지되도록 작전을 짜고 각자의 몫을 수행해 나간다.

어찌나 생생하게 인물들이 묘사되어있는지, 읽음과 동시에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영화화가 될 수 밖에 없는, 명절이나 크리스마스를 노려 영화배급사의 그해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그런 대작의 냄새가 난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영화가 개봉만 하면 수백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것이 당연시되던 영화관의 황금기가 지나갔다지만 명절날 모든 나이대의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영화마저 거의 보이지 않아서 영화애호가인 나는 참 아쉬웠다.

이제 우리집엔 어린 아이가 없어 엄마 모시고 오붓하게 ‘완벽한 타인’을 같이 보긴 하지만 아무생각없이 끝까지 불편함 하나없이 “아 재밌었다”라며 밥먹으면서도 반찬이 되는 그런 영화가 여전히 그립다.

<웬만해선 죽을 수 없는 최고령 사교클럽>은 그런 가족영화같은 책이다. 글의 처음에 이야기 했듯이 사람사는 것은 다 거기서 거기인지라 14개국에서 같은 생각을 한 모양이다.
이미 판권이 팔려나갔고, 영화화 요청도 제법 들어온단다.

분명 어딘가에서 영화화되어 우리나라에서도 개봉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엄마랑 둘이서봐도 웬만한 식당 밥값이지만 같이 극장에서 간식먹으며 관람하고 그거보다 더 비싼 저녁을 함께 먹으며 내용에 대해 낄낄 거릴것이다.

멋지게 나이듦이란?, 세상이 배척하지 않는 노인이란? 이라는 질문의 답과 가족간의 따뜻한 저녁식사가 생각나게하는 알콜프리 칵테일 같은, 멋지고 무해한 책이다.

책을 덮을 때 따뜻함이 느껴지길 원한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