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의 기쁨 - 온몸으로 불안을 깨부수며 나아가는 해방에 대하여
벨라 매키 지음, 김고명 옮김 / 갤리온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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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의 도서제공으로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달리기에 관한 책들을 찾아보면 끝까지 읽기가 솔직히 부담스럽다. 달리기에 관한 책이다 보니 달리기가 얼마나 좋은 운동인지가 적혀있는 것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뭐랄까 너무나 예찬 가득하달까? 뛰다 안뛰다를 반복해온 내 입장에서는 읽을수록, 아니 신앙고백같은 예찬을 보는 것이 쉽지않았다.

그래서 #벨라매키 의 #달리기의기쁨 (#웅진지식하우스 갤리온 출판)을 받아들었을때는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제목부터 달리기에 대한 신앙이 느껴지는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작가가 저널리스트 출신이라 그런지 담백했다.
일종의 성과보고서 같달까? 너무 예찬하지않으면서 다른 사람에게 쉽게 털어놓기 힘든 개인사를 고백하며 처절하게 달린 지난날을 한걸음 물어난 시선으로 있는그대로 전달한다.
오히려 너무나 처절해서 처음에는 웃지못할, (적응하면 피식거리게되는)자학적으로도 보이는 농담들로 글의 분위기를 무겁지 않게 만들려 노력한다.

달리기를 예찬한다기 보다는 새뮤얼 존슨의 수필 속 표현을 빌려와 정신의 깊은 병을 치유하는 ’육신의 혹사‘라 표현한다.
오랫동안 불안장애를 겪어왔던 작가는 불안장애를 방지하기위해 자기를 불안하게 했던 장소들은 출입금지 구역으로 지정하며 살아왔고, 결국엔 런던의 대부분이 금지구역이 될 정도까지 이른다. 그렇게 집밖을 위험해하며 회사생활을 괜찮은 척 이악물고 살아가는 와중 결혼 한지 1년도 되지않아 파경에 이르며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는다. (심지어 엑스남편은 회사동료 허허😇) 그렇게 하루에도 몇번이나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숨기기 위해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살던 와중 무턱대고 뛰쳐나간다.

여기서 포인트는 자기도 왜 그랬는지 왜 하필 달리기였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밖의 사람들이 모두 자기를 쳐다보고 있을 것 같다는 불안에 사로잡혀 평생을 살아온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처음은 3분을 달렸다는데(작가 인생 최고기록)심지어 그것도 한번에 3분이 아니다 쉬다 달리다를 반복해서 달성한(?)기록이다. 종아리가 아프고(아마 씬스프린트가 아닐까)숨이 미칠듯 헐떡였지만 왜일까 그녀는 계속 달리러 나간다.

그녀를 뛰게 한 것은 단 하나. 기분이 좋은 것도 아니고, 그녀를 끊임없이 괴롭히던 슬픔과 분노가 달리는 와중에는 멈추었다는 것이다. 달려야만 좋은 것이 아니라 ‘평범’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무너져내린 것과 진배없는 그녀의 상황에서는 그것이 얼마나 위안이 되었을지 감히 짐작도 할 수 없다(그녀 스스로도 처음엔 몰랐던 것 같다)그렇게 괴롭지 않기 위해 꾸준히 달렸던 그녀는 결국 극복해냈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불안증 초고수 러닝 초보임을 자처하는 그녀는 인생이 바뀌고 달리기에 대해 글을 쓰고 직접 쓴 소설로 등단을 한 지금에도 러너로 산다고 항상 인생에 햇살이 비치고 삶의 의지를 불태우는 명언이 난무하지는 않더라며, 그런 명언따위 불쏘시개나 되라며 끝까지 시니컬하게 달리기를 예찬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점이 책을 읽는 동안 미친듯이 달리고 싶게 만들었다. 달리다가 멈춰선 지금의 나는 모든 인간이 그렇듯 달리기라는 행위가 굉장히 미화되어 있다(인간은 지나간 것을 미화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증명된 사실이다)
그래서 달리고 나면 너무나 좋고 마냥 행복한 너무나 위대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어중간하게 뛸거면 시작도 하지못하게 부담을 지운다.
벨라매키가 이러한 환상을 와장창 깨부숴 나에게 달리기를 현실로 돌려놓았다. 뛰러 나갈때마다 아 귀찮아 나가기 싫어를 연발하고 나가서 겨우 뛰기 시작했음에도 아 이걸 내가 왜 대체 내가 자발적으로 하고있지? 라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고, 40분 뛰기로 한 것을 35분만, 30분만 이라며 끝없이 유혹하는 자기자신과의 싸움을 한다. 심지어 다 뛰고 나서도 내가 다시는 뛰나봐라 라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씻고나면 아 그래도 개운하다 라는 착각을 한다(실은 샤워가 개운한 것일 수도 있는데)

그래 매순간 번뇌에 들게하던 것이 달리기였지! 잊었던 현실을 깨닫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기하게도 달리고 싶어진다.
아니 달리려한다.(하고 싶은지는 모르겠다 그냥 달려야 할 것만 같다)

책 속에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모든 감정은 그당시에는 모두 필요해서 드는 감정이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었다. 감정처럼 왜인지 모르게 달려야겠다면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이기 때문일테다. 그러니 나와 같은 생각이 들었다면, 작가의 말대로 일단 석달은 뛰어보고 그때 생각하자.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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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위한 침묵 수업 - 소란한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침묵의 뇌과학
미셸 르 방 키앵 지음, 이세진 옮김 / 어크로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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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쉼표(,) 긴 문장에서 한번 끊어 피곤해진 집중력을 환기시키고 긴장감을 와해할 수 있는 글 속 배려이다.
글은 우리 인간의 사고와 지식의 표현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글의 구조는 우리 인간의 삶 속 구조와 닮아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미셸르방키앵 이 쓴 #뇌를위한침묵수업 은 우리가 산업화를 겪으며 무한 경쟁의 사회에서 전혀 쓸데없는 것으로 여겨지는 쉼, 몽상, 정적등 여러이름을 가지고 있는(이만큼 비슷한 것을 지칭하는 단어가 많다는 것은 인류가 ‘그것’에 대해 많은 관심이 있었다는 반증 아닌가?) 침묵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밖에서 안으로 생각한다면 외부 자극이 없는 고요한 환경을 말하는 것일테고 반대로 생각한다면 자기를 놓아버려 외부의 자극보다 자기 자신 내면의 소리에 더 귀기울이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너무나 소음이 차단된 무향실에 들어가면 완벽한 고요를 경험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심장 뛰는 소리, 장기가 움직이는 소리, 심지어 혈관에 피가 도는 소리까지 들린다고 한다. 이것도 오롯이 침묵하는 것과는 다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침묵이란 물론 실제로 소리를 배제시키는 행위이나, 자연상태로 나를 이완시켜 ‘그냥 두는’것에 가깝다.
그래서 요가나 호흡같은 릴렉싱으로, 스스로를 관조하게 되는 영적의 형태로도 가능하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고 있는 침묵의 형태는 바로 몽상이다. 이제는 고전영화가 되어버린, 내가 어렸을 적에도 이미 고전이었던 ‘몽상가들’이라는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몽상가라고 하면 그냥 아무것도 하지않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나 늘어놓으며 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한량같은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다. 정신의학의 아버지 프로이트마저 공상은 쓸데없는 것이라고 확언해버려 그렇게 이 시대에서는 몽상을 하는 시간을 허락하지않는다. 저 놈 또 멍때리고있네 라며 혀를 끌끌차며 고개를 절레절레 할 것이다. 매 분 매 초가 돈으로 환산되는 시대라 사회의 구성품으로는 용납되지 않는 일인 것이다.

인간은 원래 이성과 이성이 작용하지않는 무의식 두가지 속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성이 해결할 수 없는 일은 에라 모르겠다 하고 제쳐두면 아르키메데스가 ‘유레카’라고 외치듯 무의식이, 몽상이 이게 이렇게 간단한 거였어?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쉽게 떠올려버린다.
이렇게 상호보완을 해야 비로소 하나의 존엄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성만이 존재할때는 그냥 외부자극을 처리하는 컴퓨터일뿐이다. 이미 인간의 머리로는 따라잡을 수도 없을만큼 방대한 데이터를 순식간에 처리하는 AI 양자컴퓨터 까지 나오는데 그것이 과연 인간의 이성만으로 가능했을까?
우리의 뇌 건강을 위해서는 뇌가 침묵하는 시간이 있어야만한다. 갑자기 몽상에서 뇌라는 하나의 장기로 바뀌니 당황스러울수도있지만 같은말이다. 결국 호르몬의 분비에 따라 우리의 경험이 바뀌는 것이니 말이다. 끊임없는 외부자극은 코르티졸을 분비해 불안을 유발하고, 몽상, 명상, 심지어 누군가의 말에 다른 모든 것들을 제외하고 집중해 경청만 해도 모성애 호르몬인 옥시토신이 분비되어 몸이 이완되며 뇌도 쉬어간다.

뇌가 쉬는 동안 림프절이 혈액 속의 노폐물 제거하는 것 처럼 뇌척수액에서 뇌 속에 있는 노폐물을 제거한다(뇌에는 림프절이 없으며 뇌에서 노폐물을 제거하는 현상은 오직 뇌가 쉴때에만 일어난다.)
이 노폐물에는 알츠하이머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단백질도 포함되어있다. 몽상도, 휴식도, 심지어 수면도 제대로 허락받지 못하는 인류를 초기의 상태로 돌려놓으려는 누군가의 개입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은 지독한 워커홀릭이었던 작가가 안면마비에 걸려 강제로 휴식을 처방받으며 그 시간동안 겪고 느꼈던 것들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아마 침묵에 대한 것을 깨달으면서부터는 온전한 휴식을 취한 것 같지는 않지만🤣 이 책은 뇌의 침묵을 권하는 책이 아니다.
뇌의 침묵은 해야한다는 것은 이미 받아들여진 그 이후를 논하는 책이다.

침묵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침묵을 해야하는지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고르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의 원동력인 몽상과 뇌의 침묵을 시도해 보고싶은 현대인들이라면, 휴식이라는 처방전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우주스토리 님의 모집, 어크로스 출판사의 도서지원으로 #우주클럽_글쓰기방 에서 함께 읽은 책이다.

읽는 모든 순간이 쉼이었고 외부로부터의 침묵이었다.
무한한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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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프랑스 홀리데이 - 2025~2026 개정판 최고의 휴가를 위한 여행 파우치 홀리데이 시리즈
맹지나 지음 / 꿈의지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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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아름다운 해변, 우리나라는 패딩을 꺼내입어야하나 고민해야할 시기에도 반팔로 기분좋게 만끽할 수 있는 11월의 니스.
소싯적 배낭여행지로, 스스로를 위한 호화로운 여행으로 프랑스를 꿈꿔봤다면 여행지로 꼭 꼽았을 만인의 휴양지이다.
나는 우리나라에서도 현재 내가 보고있는 방향이 동서남북 중 어디인지 잘 모른다(판단할 수는 있겠으나 그러고싶지않다. 그래 길치 방향치라는 이야기이다😁)하지만 니스가 남프랑스라는 것은 안다. 그만큼 프랑스에서도 화창한 날씨로 유명한 남쪽 해안가들은 모든 이들의 로망이었다.

첫 프랑스여행은 유럽여행이 되어 여러나라를 가게 되는지라 파리가 프랑스의 전부인 여행이 되지만 나는(아직 현실화하지는 못했지만)한나라를 오래 있는 여행을 선호한다. 한 도시에서 길게 있으면 더욱 좋다. 한 장소에 머물면서 단골가게, 단골 식당들도 만들고, 눈인사하는 현지인들도 생기고 여행객이 아니라 거기서 살아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다양한 나라를 돌아다니는 것은 과감히 포기하고 한곳에서 시간을 많이 두는 여행을 한다.
대만이나 일본 같은 곳은 경제적 시간적 부담이 덜하니 많은 준비가 솔직히 필요없다. 가서 동네를 돌아다니며 좋아보인다 하는 곳을 들어가면 되니까. 하지만 인생에서 방문할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절대적으로)적은 남프랑스를 여행하게 된다면 P(부지런한 P라고 짝궁이 말하긴 하더라만)인 나조차도 사전준비를 한다. 그래야 뽕(?)을 뽑는 여행이 되기때문이다.

하지만 혼자 알아보려면 막막하다.
#꿈의지도 출판사가 만든 #남프랑스홀리데이 (#맹지나 지음)은 여행 80일 전부터 여행을 떠나는 그날까지 하루하루 여행을 위해 준비해야 할 일들을 9가지 미션으로 나누어 클리어할 수 있도록 플랜이 짜져있다.
항공원 예약부터 환전, 짐싸기, 출국까지 모든 과정을 도와준다.
나같은 계획은 짤 줄 모르나 하라는 것은 잘하는(?)P에게는 딱인 책이다.

라벤더의 색깔인 보라색인 표지도 매력포인트이다.

나는 언제인지를 모르겠지만 나의 다가올 남프랑스 여행의 컨셉은 ‘화가의 발자취를 찾아서‘이다.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날씨를 자랑하는 남프랑스에는 세계적인 화가들이 머물던 곳이다.

니스에서 샤갈과 마티스의 박물관을 보고, 가장 훌륭한 컬렉션으로 꼽히는 피카소 박물관을 보러 앙티브로, 고흐로 가득한 아를, 세잔의 화실을 그대로 살린 아틀리에가 있는 액상프로방스까지. 마지막은 최근 콘클라베로 인해 다시한번 이슈가 되었던 아비뇽유수의 아비뇽까지 쌰악 훑어보는 여행이다. 빡빡하게 잡으면 일주일동안 바쁜 일정을 보내야하는데 내 스타일이 아니긴 한데지역을 줄여서 한 곳에서 오랫동안 그림들을 보고 또 본다거나 애초에 기간을 늘리면 되겠지(기간을 늘리려면 어쩔 수 없이 퇴사해야하나 아이참☺️)이런 행복한 고민들을 했다.
물론 <남프랑스 홀리데이>에서 추천하는 여행테마가 여러개 존재한다. 그 중에 예술여행도 포함되어있어서(럭키!) 동선이나 추천체류기간, 숙소, 식사까지 모든 것이 다 짜여져있다.
AI와 다를게 없다. 아! 쇼핑도 살뜰히 챙겨줘서 기념품 고민할 시간도 줄여준다. 오롯이 여행에 집중 할 수 있어서 더 좋다☺️

나는 가보고 싶은 여행지들의 정보가 담긴 여행책들을 사서 그 나라의 여행을 떠나는 편이다. 특별한 이유는 없고, 세계지도에 색칠하기보다 꽂혀있는 책으로 내가 다녀온 나라를 표시하고 싶기도했고, 그 책에 내가 다녀온 곳을 표시해두고 간단히 메모도 남기고 사진몇장이나 티켓들 스크랩도 해둔다.
내가 어딜 갔고 어땠고와 같은 잊혀져있던 기억이 화악 불어와서 참 마음에 드는 방식이다.

남프랑스 여행책이 생겼으니 이제 떠나기만 하면 되는 것인가!
항상 떠나고 싶다라는 마음이 생기면 회사도, 경비도, 계획짜는것도, 비행기예매하는 것도 모두가 부담이다.
그냥 못갈 것이라는 슬픈예감에서 오는 방어기제일테지만, 그래도 이왕 마음 먹은김에 다녀오면 좋지않은가. 위의 부담 중 계획짜기 하나라도 줄면 그만큼 떠날 확률이 올라갈 것이다.

0에서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 이 책과 함께라면 말이다.
매번 가고싶다에서 포기하는 현시대의 우리에게,
<남프랑스 홀리데이>를 추천한다. 용기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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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소문과 영원의 말
나인경 지음 / 허블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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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해리포터에서 기억을 뽑아내 다른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마법도구 ‘펜시브’가 있었다. 관자놀이에서 하얀빛으로 형상화된 기억을 뽑아내는 것이 낭만적으로 보였는지 어릴적부터 20년정도 해리포터를 보고있지만 한번도 부정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나인경 작가가 쓴 #도시의소문과영원한말 (#허블 출판사)에서 기억이 데이터화 되어서 클라우드에 올려두고 실제 머릿속에서는 지워버린 첨단 사회의 모습은 왜이렇게 디스토피아 그자체로 느껴지는지. 이토록 과학기술이라는 분야는 어쩔 수 없이 철덩어리의 차가움과 삭막함이 담겨지는가보다.

왜 많은 SF소설들이 디스토피아를 그리고있는지를 곰곰히 생각해보면 AI가 주도하는 첨단과학세계에서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지의 방향이 어렴풋이 보이는 것 같다.

김영하 작가가 알쓸인잡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있다.
우리 인간의 삶 속 모든 순간에는 모두 다른 내가 있는 것이라고. 그 여러 군상들을 잘 정리하는 것이 인생이라고.
이 낭만적인 단어도 소설 속에서는 한 인간에게 여러명의 기억을 담는 실험을 해버리는 것으로 낭만은 또한번 난자당한다.

기억을 잊으려는 자와 기억을 되찾으려는 자. 서로를 모르는 둘은 기억은 없지만, 왠지모를 그리움이 서로에게 이끈다.
기억이라는 것이 굳이 필요없는 것들은 거세해도 된다는 그런 사소한 것들이라면 그로인한 감정또한 사소한 것일까?

똑같은 경험을 한다고 모두가 알고리즘처럼 똑같은 감정으로 유도될까? 또다른 디스토피아 영화 ‘이퀼리브리엄‘이 강렬하게 떠올랐다. 크리스찬 베일이 열연한 이 작품에서도 무의미한 특이점으로 인해 질서가 어지럽혀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약물로 감정을 통제당하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 그래서 이러한 사회를 반대하며, 감정을 지우지않고 강아지를 키우고 레오나르도의 그림을 소유하고 감상하는 반동세력들이 존재하고, 그들을 찾아 검거하는 역할을 크리스찬 베일이 맡았다.
베일이 너무 바쁜 나머지 감정조절제를 투약하지 못하고, 무채색의 콘크리트 벽과 그 벽을 적시는 음침한 빗줄기가 더할나위없이 아름답게 느껴지고, 반동세력에서 압수(?)한 강아지와 눈이마주쳐 죽이지못하고 몰래 데려오기도 한다.
(관심있으시면 한번 찾아보시는 것도 추천👍🏻)

우리에게 기억과 그에 따른 감정을 필요없는 것일까?
효율적이지 못하고, 돌발적인 상황을 유도한다는 이유로 거세당해야할 정도로 의미없는 것일까?
그럼 우리는 AI와 무엇이 다른가? AI는 먹고 재우지도 않아도 되는데 그럼 오히려 AI보다 못하지않은가?
아마 이런 생각들 때문에 첨단과학의 시대가 다가올수록 희망적이지않은 미래를 그리는 것일테다.

효율성 관리성증진 이것들만이 사회에서 제일의 가치인가?
그렇다면 예술이나 창의력따위는 의미가 없는 것인가?
그럼 왜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은 수십 수백, 수천억까지의 값어치로 팔려나가는가.

그저 화학반응일 뿐이라 한다면 기억이 지워지고도 화상자국처럼 남아있는 감정은 어떻게 설명할 것이며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면 무엇을 위해 고효율을 꿈꾸는가.

인간이 AI의 시대에도 여전히 인간으로 남아있으려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인간이 AI를 만들어내고 지금까지 살아남고, 여러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해준 음악 미술 들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런 사랑같은 감정들이 원동력이었다.

첨단 AI시대에서 기계같은 서늘한 감촉의 인간들의 모습을 <더시의 소문과 영원한 말>에서 보여주는 것은 오히려 이러한 따뜻함으로 대표되는 사랑과 인류애적 감정들이 제1의 가치라는 것을 더 잘 보여주기위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게 나를 당당하게 보이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바로 자기자신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것이다.
누구보다 자기자신을 아끼고 사랑한다면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생길 것이고, 세상 누구와 맞붙어도 비교하며 스스로를 까내리고 앞날을 걱정하며 불행속에 스스로를 두려하지 않을 것이다.
첨단사회 속 인간의 바람직한 모습도 이러한 것이라 생각한다.
얼마나 인간이 윤택한 삶을 살 수 있는 요즘인가.

굳이 기술과 나를 비교하여 스스로의 존엄성을 까내릴 필요가 있을까. 기억과 감정은 인간의 정체성임을 계속해서 SF소설들이 말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처럼 소중한 것을 잊지말고 잘 유지하라는 뜻일테다.
우리가 우리로 오롯이 서있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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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가 묻고 다산이 답하다
신창호 지음 / 판미동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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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로게 작성한 글입니다)

나는 경상도, 그것도 대구출신이다.
박정희 박근혜 모녀의 정치요충지라 그런지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지금까지 세상에 어떤 일이 있어도 투표결과는 항상 시뻘겠다(빨갛다의 사투리:그냥 빨강보다 더 빨감을 강조하고싶었다)대통령 선거가 되면 할아버지가 항상 다른 생각말고 누구후보 찍으라고 전화가 걸려왔었다. 그게 매년 딱 한번 할아버지와의 통화다. 그래서 정치라는거에 질렸던 걸까. 정치는 나의 관심사였던 적이 한번도 없다. 궁금하지도 않았고 당연히 정치인이 되고싶지도 않았다. 아무리 다른 색을 골라도 결국은 정치적 결단이라는 이름으로 색이 비슷해져 가는 것을 보고 선거도 고민하지 않았다.

그런데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나서 다시한번 정상의 자리가 비어있는 지금, 여전히 선거는 관심이 도통 생기질 않지만 올바른 정치란 무엇일까라는 정치에 대한 환상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는 관심이 생겨났다.

아마 책을 읽는 중간중간에 작년 말부터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어떤 이유에서든 다시는 없어야 할 일들에 대한 책들을 읽어서 그런 것 같다.

악의 평범성, 한나 아렌트가 아이히만을 누군가와 겹쳐보이게 만들었고, 제목자체가 ‘계엄령’인 카뮈의 책도 읽었고, 프랑스혁명이 반쪽짜리 성공이었다라는 책도 읽었다.

수백년 전에 벌어졌던, 이제는 소설 속에나 볼 수 있을 줄 알았던, 지금 이 세상에는 엄청난 것 보단 사소한 선들이 모여야 할때임을(레베카 라인하르트의 선의 평범성)다시 한번 깨닫게 하는 일이 21세기, 그것도 나의 나라 대한민국에서 벌어졌다라는게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
2002년 4강 신화는 이거에 비하면 신화도 아닌 것 같은 느낌.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일들이니 타산지석으로 삼는다면 우리나라의 이야기이길 바랬던 마음이 은연중에 있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매화도 피기 전 올바른 정치, 올바른 관리인의 모습을 수십년의 세월동안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수십번 고쳐나간, 하지만 귀양살이로 마음속에만 담아 둘 수 없었던 애절함을 ‘심서’라는 단어로 남긴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찾아보게 되었었다. 그 책에서 참 많은 것을 느꼈던 것 같다. 내가 아니라 저 위의 분들이 봐야하지않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다하려면(중립) 적어도 어느정도는 알고 뜻을 가지고 있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 선거에는 많은 관심을 두고있는데, 뜻을 두고 보아도 오래보기가 힘든 건 사실이다.

또 한번 옳은 정치란 무엇인가에 대한 표본이 필요했다.

그래서 #정조가묻고다산이답하다 (#판미동 출판사 출판 #신창호 지음)을 읽었다.

노론 소론으로 (지금이랑 비슷하네 그러고보니)나뉘어져 정치는 뒷전이고 파벌싸움에 급급한 조정대신들을 규합하여 정치를 해야했던 정조는 붕당정치 신분제를 넘어선, 출신에 국한되지않는 능력위주의 사람을 뽑아내는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하였다.

그래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실학자 정약용을 만날 수 있었고, 그 당시 정조는 40대, 정약용은 30대 혈기왕성한 나이였다.
그래서 올바른 일처리에 대해 끊임없이 토론하였다.
정조 자체가 끊임없는 독서로 지식을 쌓고 그것들을 이용하여 올바른 정치를 하려했고 그것에 대한 모색방안을 정약용에게 끊임없이 묻고 답한다.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빼곡하게 담겨있다.

서로의 끈끈한 군신간의 관계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동료애가 모든 질문과 답속에 녹아들어있다. 심지어 질문은 정조만이 하는게 아니다. 역으로 다산이 정약용이 묻기도 한다.

군신과 벗의 관계에 스승과 제자의 모습까지.

물론 지금의 사회모습과 다르다 보니 구체적인 방법들은 다르나 진정으로 나라를 사랑하고 백성을 어여삐 여기는 나라의 대표와 관료들의 이상적인 모습이 머리에 생생하게 그려졌다.

정치는 혼자하는 것이 아니다. 마음이 잘 맞는 동료가 있어야 한다. 비록 직급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권력과 이해관계 속에서 줄건 주고 받을 건 받는 그런 ‘정치’적 행위말고, 아니 그래도 그건 아니지!라고 할말은 하고 그렇게나 매번 외치는 나라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것을 실천하기위해 1순위는 이해관계가 아닌 국민과 이 나라 대한민국이 되어야한다.

그런 대통령에게 충언을 하는 국민들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들이 많이 나와야 이 나라가 올바른 길로 나아간다는 것을 다시한번 깨닫게 되었다.

정치에 대해 관심을 가져보려 한다면, 진짜 올바른 정치의 모습의 대조군을 설정하고 싶다면, <정조가 묻고 다산이 답하다>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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