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지음, 야나 렌조바 그림, 이한음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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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의 도서제공으로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진화라는 개념은 수백년간 생물학에서 뜨거운 감자로 남아있다.우리가 알다시피 우리를 비롯한 모든 생명체들은 서로를 구별짓는 뚜렷한 특징들, 발현형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 이렇게 발현되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가 생물학에서는 당연히 근간이 되고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생물을 배우지 않은 사람들도 진화해서 주어진 환경에서 살아남기위해 이런 모습을 가지게 된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이 이 형태의 이유에서 첫번째, 진화론이다.
이것말고 또 있냐고? 당연하다. 바로 신이 완전무결하게 만들어주셨다라는 창조론이다. 아니 이건 예전에 교황의 권력이 한 국가의 왕의 그것을 넘어섰을 때 주장한 것이 아니야 라고 하겠지만 놀랍게도 사회과학이 아닌 자연과학에서, 정확하게 설명되지 않는 부분에는 아직까지 창조론이 등장한다.

양자역학에서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죽지도 않고 좀비같은 상태로 존재하는 것 처럼 말이다.

그럼 이러한 진화론을 일반인들에게 널리 인식되게 한 사람은 누구일까? 종의 기원으로 진화라는 개념을 착안해낸 찰스 다윈이 제일 먼저 떠오를테지만, 종의 기원을 실제로 읽어본 사람은 찾아보기 쉽지않다. 그러면 진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책 중 가장 성공하고 널리 읽혀진 것이 있을 것이다.

바로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이다.
물론 진화론의 입장에서도 가장 급진적인 진보적 성향이 있는 학자이지만 (생명체를 유전자를 전달해 주는 ‘탈 것’에 불과하다는 유전자 만능주의를 신봉하는 것을 넘어 당연한 보편적 진리로 받아들이는 것에 망설임이 없다) 그럼에도 자연의 생존에 의해 선택된 유전자들만이 살아남아 지금의 형태가 되었다는 자연선택설을 가장 잘 , 그리고 널리 알린 학자임은 분명하다.

#리처드도킨스 의 신작 #불멸의유전자 (#을유문화사 출판)은 작가의 신념은 더 굳건해졌으나 조금 더 유순해 졌다 해야할까. ‘탈 것’이라는 단어와 견해가 다른 학자를 신랄하게 비판하던 작가는 온데간데없고 수도원에서 필사를 하며 수련한 수도승처럼 뾰족하지도 않고 흥분하지도 않고 차분히 정돈된 자신의 생각을 읊는다.

불멸의 유전자. genetic book of the dead. 사자의 유전서 로 생물체를 여기면서 ‘탈 것’으로 폄하했던 생물의 가치를 스스로 끌어올렸다. 유전자를 전달해 줄뿐만 아니라, 계주 육상 선수가 어떻게 해서든 다음 주자에게 전해주고자 했던 바통처럼, 과거의 존재들의 환경이 생물체의 온몸에 고스란히 새겨져있다고 그래서 이전 세대의 환경을 유추해 볼 수 있는 지표가 된다고 말한다. 이렇게 과거를 유추하는 것을 과거 비싼 양피지를 아껴쓰는 방식으로 여러번 겹쳐쓰기를 뜻하는 ‘팰림프세스트‘에 비유한다. 물론 눈으로는 잘 보이지않아 첨단 과학장비들을 동원해야하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만한 노력은 전혀 아깝지 않다고 말한다. 바로 과거의 것들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화론자들의 입장에서는 진화라는 과정은 어떤 특정세대에서 갑자기 일어나기보다는 매 세대 거의 일정한 정도로 일어난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매우 혁신적이기 보다는 보수적으로.
그래서 과거의 진화 양상을 알아내면 높은 정확성으로 미래를 예측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도킨스의 논리를 지금보다 미래에서 ‘현실’을 살아가는 과학자도 이용가능한 유의미한 것이라는 것을 가상의 미래과학자 Scientist Of the Future, SOF를 등장시킨다.

이 소프에게는 지금 우리의 현재 생물체의 모습이 ‘사자의 유전서’가 되는 것이다.

현재에서 과거와 미래까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그래서 누군가에게 과거도, 미래도 될 수 있는 현실에 충실하고 최선을 다해 전해줄 것들을 내가 아닌 타인(후손)을 위해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으며 공동의 운명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수렴진화나, 학습의 진화 가능성까지. 진화론자의 끝없는 진화에 대한 이야기에서 우리는 여러 시간대가 켜켜이 쌓여있는 퇴적층에 뿌리내린 한그루의 식물 같다는 생각을 했다.

썪어 토양이되어 다음세대를 키워낸 과거를 잊지말고 발판삼아 내가 맺은 열매와 후에 썪어문들어질 몸체도 또 하나의 시간대를 의미하는 퇴적층이 되어 다음세대를 살릴테니 말이다.

나의 현재가 더없이 귀하고 소중함을 다시한번 깨닫는다.
누군가에게 전해질 나의 이야기를 소중히 기록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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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가 없는, 삶은 없다
소위(김하진) 지음 / 채륜서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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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어쩌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책을 덮는 순간 떠올랐다.

#부사가없는삶은없다 (#채륜 출판)을 쓴 #소위 작가는 폭력적인 아버지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병에 걸린 엄마가 작가의 손을 잡고 도망쳐나오는 순간부터 결핍을 안고 살아간다.

국어교사, 출판 편집자, 수녀가 되려했다가 글을 쓰는 사람으로 꾸준히, 기어이 나아간다.

외면 하고 들춰내지 않음을 선택했을 수도 있었을텐데 하나씩 오롯이 받아들여 자기만의 언어로 그것도 신중히 선택해 여유롭게, 덜아프게 다시 만들어내며 그렇게 과거의 자신을 떠나보내는 작가의 글을 읽으며 마음이 복잡했다.

우리는 삶을 살아오면서 발표를 하거나 누군가와 이야기를 해야하는 순간이 오면 ‘간단하게 해야할말만, 요약해서’를 최고의 미덕으로 배우고 행하며 살아간다.

시간이 곧 돈인 사회에서, 이 상황뿐만 아니라 신경써야할 일들이 넘쳐나는 바쁘디바쁜 사회에서 쌀이 도정되어 생쌀이 가지고 있던 독특한 풍미가 사라져가듯, 비슷하게 느껴질 수는 있으나 절대로 같을 수 없는 개인의 이야기들을 하나의 카테고리속에 비슷한 케이스로 분류해버린다.

이 얼마나 폭력적인 권한 행사인가.
그 속에 담겨져있는 한 사람의 진짜 인생이 무차별하게 깎여나간다. 자기만의 특별함이 무시당하고 다른 것들과 하등 차이없는 것으로 비하당해버리면 무슨 의미로, 의지로 행복이 빛날 만큼 힘듦과 고통이 가득한 이 세상을 열심히 살아간단말인가.

소위 작가는 깎여나가버린, 어쩌면 스스로부터 특별하다 생각해보지 않았던, 하지만 고통스러웠던 삶을 부사하나에 하나의 이야기를 대입하여 마주보고 특별한 것으로 만들었다.

나의 하나의 사건이 특별해지면 하루가, 일주일이, 한달이, 일년이, 평생이 특별해지는 것이다.

어쩌면 하나의 이야기에 하나의 부사도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하나의 부사가 평생을 좌우할 수도 있다.

용언 또는 다른 말 앞에 놓여 그 뜻을 분명하게 하는 품사.
우리 국어에서 부사의 의미이다.
뜻을 분명하게. 우리의 삶에 부사가 쓰이는 순간, 우리의 삶의 의미가 분명해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나를 비롯한 50만명의 독자들이 이 글을 읽으며 위안과 감동을 받은 것도 작가의 인생에 담겼던 부사가 우리의 삶에도, 태양의 빛을 반사해 빛을 내는 달처럼, 분명하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주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그 느낌은 ‘위안‘이다.

위로하여 마음을 편하게 함. 또는 그렇게 하여 주는 대상.
위안의 사전적 뜻이다.
스스로 위안을 할 수 있으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게 하여 주는 대상’이 있다면 우리의 삶은 좀 더 쉽게 매순간 특별하고 명징해 질 것이다.

쳇바퀴 구르듯 구르는 인생이라는 표현을 아무 거리낌 없이 쓰며 살아왔다. 내 스스로가 내 인생을, 내 삶을 전혀 특별하고 분명하고 의미있게 여기지 않았다.

놀라운 것은 스스로의 삶이 특별하다고 여겨야 한다는 것을 생각해보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저 우리의 삶이 ‘특별해지기’를 바라며 살아간다. 우리의 현재 삶은 특별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비슷비슷하다는 인식을 우리도 모르는 새에 하고 있는 것이다.

인생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인생이 우리의 인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그만큼 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되짚어 볼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는 빡빡한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작은 하나의 계기만 있으면 꽃이 피듯 활짝 피어나 이전과는 전혀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또 사람의 특징이다. 그러니 수만년을 넘는 아득한 세월을 견디며 살아오지 않았겠는가.

우리는 모두 특별하고 귀한 존재이다.
부사를 통해 너무 아프지 않기를, 외면했던 무언가를 다정하게 보듬어 줄 수 있기를.

작가의 말대로, 부사가 없는 삶은 없으니까.

이 책을 만나 마침내, 우린 각자의 하늘에서 가장 빛나는 유난히 밝은 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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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해방일지
김명주 지음 / 아빠토끼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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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인구 오천만의 시대. 수도이자 성공을 위해서라면 무조건 향해야한다는 이미지가 강한 서울에는 천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살고있으며, 수도권까지 확장하면 전체인구의 절반수준인 2500만명정도가 살아가고있다.

과연 날때부터 서울 및 수도권에 살았던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가 문득 궁금해졌다. 원래도 비쌌던 집값이 코로나시대를 지나오면서 몇배나 한번에 올라 말그대로 정말 그림의 떡이 되었는데도 사람들은 서울로 향한다.
서울은 무엇이 그렇게 특별할까?

나도 광역시이지만 지방에서 태어나 학업으로 서울로 올라가서 몇년을 지내다 고향도 서울도 아닌 지역에 터를 잡고 몇년 동안 살아오고 있다.

어쩌다보니 성향과 맞지않게 경상도 서울 전라도를 아우르는 인간 화개장터가 되어보니 어디 한 곳이 특별나게 뛰어난 곳은 없었다. 다들 저마다의 장단점을 지니고 있었다. 완벽한 곳은 없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왜 서울로 향하는 것일까?

#서울해방일지(#아빠토끼 출판)을 쓴 #김명주 작가는 직장인시절 출강하는 직업 특성상 매달 본사가 있는 서울을 왔다갔다하면서 대전에서 출퇴근 했던 경험과 퇴사하고 디지털노마드로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경험을 이야기 하면서 굳이 서울에 머무를 이유가 없음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예전에는 서울에 대기업들이 몰려있고, 좋은 학교도 인서울이라 불리며 소위 성공이라 불리는 것들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들이 서울에 있어서 사람들이 몰리는 경향이 있었으나, 코로나 및 통신의 발달로 서울에 집약되어 있던 메리트들이 꼭 서울이 아니더라도 누릴 수 있게 되었고,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만이 성공이 아닌 세상이 왔다고, 세상이 변화했음을 인지하고 받아들이고 기꺼이 그 변화에 올라타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남들 다하니까, 혼자 도태되는 것 같아서, 부모님이 원하셔서 같은 수동적이며 아무생각없는 태도에 대해 비판한다. 서울로 향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않는다고, 다만 자기에게 진정으로 옳은 일인지, 이득이 되는 일인지 잘 따져보고 결정하라고 말한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위해 기꺼이 하루에 많게는 4시간을 출퇴근길에 투자할 수 있는지 같은 요소들을 요목조목 따져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지방에 살아도 아무문제없음을 경험으로 이야기하며 오히려 지방에 살았을때의 이점에 대해서도 이야기 한다.
같은 금액으로 좀 더 신축의 더 넓은 쾌적한 주거환경을 누릴수도 있고, 상대적으로 서울보다 낮은 인구밀도와 소음으로 더 고요하게 스트레스 받지않고 오롯이 나 스스로에게 더 집중하여 진정한 자기계발을 이룰 수 있었음을 고백한다.

물론 요즘은 물가와 집값의 상향평준화로 돈이 오직 지방에 살아야하는 이유가 되지는 못하지만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경쟁력 등의 이유로 청년들이 새로운 시작을 하기 유리하다는 점을 내세우며, 단순히 정착지원금같은 제도만 운영하는 정부기관들의 수동적 태도를 비판하기도 한다.

정착했을 때, 지원금이 아니라 앞으로 주욱 정착해서 발전해서 살아갈 수 있는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서울 해방일지>는 지방소멸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변화한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의식의 환기를 시도함과 동시에 지방소멸에 반응하는 정부기관의 이상적 모습에 대한 이야기까지 정치적 제도적 이야기와 자기계발까지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회사의 구성원으로도, 디지털 노마드로 1인 가구 세대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겪고 가르치고 배운 작가의 사상과, 책을 펴낼정도로 끊임없이 글을 써오면서, 같은 무언가를 두고도 나의 상황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지더라는 고백까지 담아 세상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고 주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을 강조하며 책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다.

그러면서도 지방소멸에 대해 자신의 관점까지 내세운다.
두권의 책으로 만들었어도 분량걱정은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작가의 활동성과 의지, 열정이 읽는사람에게도 전달될 만큼 꽉꽉 눌러담아져있다.

다른 것들을 다 차치하고 나는 이 작가처럼 무언가에 최선을 다해 열정을 다 바치고 자기 목소리를 당당하게 낼 수 있게 살아왔는가라는 반성을 하게 되는 독서였다.

세대가 변하듯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 남들의 시선과 스스로에 대한 불확실에서 벗어나는 ‘나의 해방’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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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예술가들 - 창작은 삶의 격랑에 맞서는 가장 우아한 방법이다
마이클 페피엇 지음, 정미나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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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덕업일치 라는 말이 있다.
덕후라도 불리어도 좋을만큼 좋아하는 특별한 일을 업으로 삼는 행운을 누리는 행복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덕업일치를 이루었다라는 것도 부럽지만, 무언가를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을 가졌다는 것과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했다라는 것이 더 부럽다.

#내가사랑한예술가들 (#디자인하우스 출판)을 쓴 #마이클페피엇 이 덕업일치의 정수가 아닐까 싶다.
제목에서 부터 ‘내가 좋아하는’이라는 말을 숨김없이 그대로 적은 의도 처럼, 자신의 60여년의 미술평론가 인생에서 가장 사모하고, 직접만나 우정을 나눴던 작가들을 자기만의 신전에 모셔놓았다.

하나의 전시회를 구상한 듯한 구조이다.
전시회의 제목은 ‘지극히 개인적인 예술가들을 위한 신전’이며 전시실은 총 다섯개이며 전시실의 이름은 없다.
많은 작가들의 표현을 차용하자면 ‘무제(Untitled)'가 아닐까.

하지만 각각의 전시실에는 누가봐도 예술사를 말함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화가들이 빽빽하게 전시되어있다.
작가의 그림에 집중했다기 보다 화가 그 자체에 집중되어 있어 그림에 대한 기억은 희미할 수 있지만, 화가에 대한 이해도는 내가 옆에서 지켜봐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올라간다.

작가는 서문에서 화가의 신전이 있듯 문학가들을 모셔놓은 신전도 마음속에 구비해 두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화가들의 편지나, 메모 다른 사람과 나눈 대화에 유난히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인생이 온통 ‘고통’뿐이었던 고흐의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동생 테오와의 편지, 고갱이 남긴 일기 등을 통해 고흐의 심정이 생생하게 전달되어 읽는 내내 입꼬리가 아래로 쳐지는 부작용이 있긴 하지만 위대한 그린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궁금했던 내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책이었다.

아직 미숙하여 잡히지 않은 내 스스로의 취향이 제대로 감상하지도 못한 화가들로 잡아먹힐 정도로 말이다.
페피엇의 신전을 고대로 모셔와 평신도로 숭배할 뻔 했다.
(그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안비밀이다😇)

피카소의 인정욕이 그의 패션에도 담겨있다며, 베래모로 대표되는 그의 갖춰입은 패션은 그림으로 인정을 받으면서 점차 옷이 검소해져가는 과정도 인상깊었고, 화려하면서도 절제되어 있다는 지극히 모순되는, 불가능해 보이는 화풍을 90이 넘도록 열정적으로 그려온 멀티링구얼 천재소녀 출신 소냐 들로네, 이름만으로도 20세기 실존주의 그 자체의 상징이 되어버린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처절한 실패로 가득한 그의 인생에 절로 박수를 보내며 팬이 될 수 밖게 없는 서사성들을 보여준다.

형상화 그것에만 집중해도 평생이 걸릴텐데 존재자체의 본연성에 몰두하여 실패의 고통에서도 포기않고 끝까지 마주친 그의 예술은 가히 하나의 사상을 대신하는 대명사가 되기에 충분했다.

인류가 망할때 까지, 아니 어쩌면 인류가 사라지고 다음 생명체가 과거에 있었던 인류의 문명을 찾아내더라도 고도로 심화된 사상과 문화를 가졌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게 할 예술가들을 막연히 상상할 때는 천재, 특출난 재능, 오롯이 자기의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쾌적한 환경을 생각했는데 오히려 정반대인 것에 또한번 충격을 받았다.
고통과 결핍으로 예술이 이루어진다던 고리타분한 이야기가 사실이었다. 문학에서도 우리가 재미있어하고 열광하는 이야기의 특징은 주인공이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아픔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는 김영하 작가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위대한, 감명깊은 이야기들은 결핍과 고통에 대한 공감으로 살아남아 우리의 마음에 박혀서 영원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 예술 뒤에서 결핍과 고통을 피하지 않고 평생을 고통스럽게 마주해 포기하지 않고 살아낸 화가들이 진정한 예술이며 그들이 만들어낸 창조물의 진정한 뜻임을 깨달았다.

나도 이 위대한 예술가들 만큼은 아니지만 버티고 열심히 살아낸다면 누군가가 기억해줄 무언가 하나쯤은 남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삶을 살아가는데에 용기가 생긴다.

이래서 예술은 불멸인가보다.
우리의 삶도 예술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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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 지구라는 놀라운 행성에서 함께 살아가는 존재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아이작 유엔 지음, 성소희 옮김 / 알레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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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우리는 지구에 대해서 얼마나 많이 알고있을까?

눈 뜨자마자 눈 감을 때 까지 심지어 눈을 감고 잠을 청하고 있는 그 순간까지 우리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지구에 속해있다. 심지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죽어 지구의 일부로 돌아갈때까지 지구를 단 한번도 벗어나지 못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구에 대해 아는 걸 이야기 해봐라라고 하면 딱히 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없다라는 것에 당황한다.

#지구를여행하는히치하이커를위한안내서 (#아이작유엔 지음 #알레 출판)제목을 보고는 여행객처럼 맛집 관광지말고는 제대로 아는게 하나없는 우리에게 딱 맞는 제목이 또 있겠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떠한 과학적 지식을 담고, 어떠한 데이터를 보여주면서 하나의 행동으로 귀결되는 대부분의 지구를 다루고 있는 책들과는 다르게 어떤 장르로 규범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 글들이 500여종에 이르는 다양한 생물들(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앞서 언급했고 대부분 생명체인 대상)을 열거하면서 진행된다.

과학적 지식이 담긴 글이었다가 문학적 에세이로 글이 끝나기도 하고, 아예 소설인 것 처럼 보이는 글도 있고, 사소한 것에서 고찰을 고백하는 철학 에세이 같은 글들도 있다.

읽으면서 계속 그래서 이 작가는 하고싶은 말이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했다. 생물들의 이름짓기에 문제점, 시각적 정보들을 받아들이는데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위해 각기 다르게 진화한 모습들, 동물들의 보금자리에서 인간의 가정과 가족의 이야기로 넘어가는 글 등 좋게 말하면 다채로운 주제와 그 주제보다 더 다양한 작가의 생각들이 담겨있다. (끊임없이 작가가 유머를 녹여 글을 적어 놓았는데 책을 덮는 순간에는 작가의 농담이 가장 강하게 기억될 만큼 온갖 이야기들이 온갖 방향으로 흘러가 다정한 느낌이나 분명히 얽혀있다)

작가는 이러한 글들의 주제와 형식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설명한 것이 아닐까 싶다.
다들 독립된 개별적인 것처럼 하나로도 이미 완성된 이야기들이 무슨 관계가 있는지 헷갈리긴 하지만 그래도 하나의 소주제로 나아가 한권의 책으로 묶이듯이, 다양한 생명체들이 독립적으로 살면서 하나의 역,계,문,강,목,과,속,종으로 묶이고 그것들이 다시 모여 하나의 지구라는 거대한 생태계를 이루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거기에 제목에 적혀있는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라는 표현을 보면, 읽기 전에는 아 우리 인간을 말하는 것이구나 했지만 다 읽고나니 이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들이 다 지구라는 관광지를 여행하고 있는 히치하이커구나라는 생각까지 더해지니, 만물의 영장이라는 자만심으로 지구를 마음대로 다룰 권리를 가진 것처럼 살아가는 우리 인간의 모습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지구를 지배하는 지배종이라 여기면서도 지구의 생명체라면 본능처럼, 당연하다는 듯이 모두 가지고있는 보금자리조차도 마음대로 가지지못해 낑낑거리고 있으면서 뭘 그렇게 떵떵거리고 있는지. 아 정말 방구 낀 놈이 성낸다라는 말을 고대로 실천하고 있더라🤣

가만 생각해 보면 우리 인간끼리 사회화과정을 통해 이루어놓은 모습들도 하나의 지구 생태계처럼 이루어져있다.
짝을 이루어 번식을 하고 사냥을 하고 힘을 기루고, 보금자리를 마련하고(하기위해 애쓰고) 등 모든 일들이 인간뿐만 아니라 지구의 모든 생명체들이 똑같이 하고 있는 것들이었다.

결국 다 똑같은 평등한 임차인이다.
똑같은 돈을 지불하고 빌려쓰면서 다른 생명체에게 소음, 쓰레기, 폭력 등 다양한 갑질을 하고있었다 우리 인간은.
당연하다는 듯이 생명체에 이름을 붙가면서.

이름을 붙여준다는 것은 하나의 생명체를 창조해 내는 것과 다름없다. 하지만 우리는 이 거룩한 행위를 우리의 편의를 위해서 한 것이다. 지구에서 가장 많은 개체수, 가장 넓은 서식영역, 가장많은 각종 배설물들을 만들어내는 주제이니 반성하고 다른 동등한 권한을 가진 이웃들을 위하고 보살펴야한다.

가볍게 유쾌하게 우리도 지구의 일부임을 특권따위 없음을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대부분의 것들에서 부정적이고 강압적인 압박에 의한 행동보다 유머와 가벼운 유쾌한 상황에서 스스로의 깨달음에 기반한 행동이 더 효과적인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유쾌한 동기부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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