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트
알베르 카뮈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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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페스트 (#알베르카뮈 #새움 출판)를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세계를 휩쓸기 전에 읽었더라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 라는 생각이 책을 덮으면서 들었다.

유럽에 흑사병이 돌아 1/3의 인구가 숨지기는 했지만 그것을 실제로 겪은 세대는 존재하지 않으니 막연한 디스토피아 소설로 읽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현실로 <페스트>속 등장인물들과 같은 시간을 함께한 우리세대는 분명 이 책이 다르게 읽힐 것이라고 생각했다. 소설이라기 보다, 저 시간을 견뎌낸 누군가의 처절한 기록같았다. 마음이 불편했다.

언론을 통제해 사실을 축소할 뿐 원활한 대응을 하지못하는 정부, 불안과 공포속에서 어쩔 수 없이 팔이 안으로 굽을 수 밖에없는 이기적인 사람들을 맘껏 욕할 수 없었고, 그렇게 화가 나지도 않았다. 모두가 이런 재난같은 상황은 처음이었고, 정부이든 일반 시민이든 모두가 인간이라는 존재의 다른 이름일뿐.
각자의 사정, 위치, 지위에 따라 할 수 밖에 없는 선택들이었다. 어차피 끝이 보이지않는 장기간동안 그 모든 사람들을 통제할 수 없다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겪지 않았나.

그래서 그런지 어느덧 잊혀진 작은 영웅들이 유난히 찬란히 빛났던 것 같다. 리외, 그랑, 타루. 모두 자기의 위치에서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해내며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켰다.

이런 보통의 선함들이 세상에 남겨져 세상을 이롭게 만드는 것이다. 문득 레베카 라인하르트의 ‘선의 평범성‘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거창한 선함을 행하기 위해 아무 행동을 하지않는 것 보다 휴지를 줍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외면하지 않는 등의 누구나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작은 선함을 행하면, 그 선함은 이 세상에 사라지지않고 남아 쌓이고 쌓여 좋은 세상으로 바뀌어 나갈 것이라는 말이었는데 이 보통의 영웅들을 보니 선의 평범성이란 말이 바로 이런 것을 말하겠구나 싶었다.

저런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선함으로 이 세상이 바뀌어 나간다고 생각하니 비로소 이 세상이 참 올바르게 돌아가고 있구나 싶었다.

나라를 지켜 부상을 입어 몸과 마음에 후유증이 남은 참전용사와 매국노들의 삶의 모습을 보며 세상이 무언가 단단히 잘못되었다라고 생각했었는데, 참전용사들을 위한 집짓기 봉사와 같은 당장 나가서 망치를 두드리고 먼지를 뒤집어 쓰기만 하면 누군가의 삶이 직접적으로 바뀌고 다른 사람들의 행동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는 것도 보통의 선함에 해당하는 일 인 것 같다.

우리는 세상을 구원해줄 슈퍼맨, 어벤저스와 같은 인물들이 나타나기를 꿈꾼다. 히어로물이 인기가 많음이 세상을 살아가기 힘들다라는 것의 방증일 것이다.
<페스트>속의 사회에도, 그리고 우리가 겪었던 시간에도 슈퍼맨은 없었다. 하지만 보통의 그랑, 리외, 타루(심지어 우리의 시간선에는 이런 사람들이 참으로 많았다)들이 이 세상을 지켜냈다. 아직까지 완벽히 아물지 못한 상처이지만 사람들의 일상으로의 복귀를 이뤄냈다라는 것만 해도 너무나 큰 업적이다.

그리고 #이정서 번역가의 번역으로 전염병, 역병, 돌림병으로 페스트로 통일되어 번역되던 것들이 카뮈가 구분했던 원문 그대로 나뉘어 번역이 되면서, <페스트>의 소재인 질병으로의 역병만이 아닌 우리 개개인의 인간이 가슴속에 지니고 있는 악의도 ‘역병’으로 읽혀졌다.

“우리가 더 이상 역병 환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필요한 일을 해야한다는 것과 그것이야 말로 우리가 평화를 기대할 수 있고, 또는 좋은 죽음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라는걸 알고 있소."의 문장 속에서의 ‘역병’을 단순히 ‘페스트’라고 받아들이기에는 ‘역병’이라고 받아들였을때의 의미와 전혀 다르다.

내가 읽기에는 스스로를 위해 기꺼이 타인을 져버리는 것, 해야만하는 필요한 일을 하지않은 것 이 ‘역병’의 의미라고 읽힌다. 카뮈도 이런 의미를 담지 않았을까?

물론 내가 틀렸을 수도 있지만 아예 가능성이 삭제된 것 보다는 카뮈의 원래 글에 더 가깝지 않을까.

세상을 위해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그리고 그만큼 번역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닫게 되는 독서였다.

어쩌면 번역가도 이 글을 통해 해야만 하는 일을 용기있게 함으로써 ‘역병’을 이겨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갓 입문한 고전들이 더 좋아지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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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소원 - SPRING's WISH
양버터.루미칠리 지음 / 이음서가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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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봄비치고 비가 제법 많이 오네, 꽃 다 떨어지겠다 꽃구경도 제대로 못했는데😭 이런 대화를 한 것이 어제같은데 어느덧 유월도 끝나 초여름을 지나 본격적인 장마와 태풍들이 한반도를 방문하는 본격 여름이 시작되었다.

봄을 제대로 누렸던가? 속절없이 흘러버린, 이런저런 일들로 모두가 올해는 유난히 시간히 빨리가는 것 같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니, 이번 봄이 더 아쉬운 마음이다.

그래서 여기 봄이 다시 왔다.
#이음서가 가 펴낸 #봄의소원 (#양버터 지음 #루미칠리 그림)은 평화로운 듯 보이나 낮에도 밤에도 무수한 탄생과 변화가 발생하는 변화무쌍한 봄을 떠올리면 드는 안타까움, 따뜻함, 그리움, 그리고 약간의 서늘함을 다섯개의 이야기로 소복하게 담아냈다.
마치 꽃이란 꽃이 다 핀 소담한 정원같다.
아무리 창조주라도 홀로 다 만들었다기엔 너무나 다양한 생명체들이 자기들끼리 맞물려 영향을 주고받으며 정원이라는 하나의 세상을 만들 듯이 다섯편의 이야기도 그렇게 <봄의 소원>을 만들어냈다.

우리의 일상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보통, 평범이다.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에 슬퍼하는 것 대신, 오늘 하루 나쁜 일 없이 무탈했음을 보통의 어느날과 다름없음애 감사할 수 있는 비슷하게 생긴 날들이 많은 그것 중 하루.

그것에서 우리는 안정감을 얻고 복에겨워 지루해한다.
어떠한 사건이 생기면 순식간에 동요되고 휩쓸리면서 말이다.

좋은 사건, 나쁜 사건 상관없이.

흔한 살인에서는 폭력성, 봄의 소원에서는 누군가에 대한 마음, 다섯용사에서는 외로움, 그리움x2에서는 같은 하늘아래 숨을 쉬고 있다라는 것이 주는 안도감, 내셔널 스탠다드 메리지 에서는 결혼을 담아내서 평온한 우리의 삶에 파문을 일으킨다.

그 파문은 어떤 모양으로 어디로 어느만큼의 속도로 나아가야하는지 강력하게 어필하지 않는다. 평온한 일상과 같은 양버터 작가의 잔잔한 글이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을 가려놓았다.
그래서 우리가 작가의 진의를 찾아내고 어떻게 받아들이고 느끼는지에 따라 같은 글을 읽지만 저마다의 파문으로 기억할 것이다.

간혹 그래도 글이 너무 드문드문 비어있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는데 그 때 루미칠리 작가의 아기자기한 그림이 글과 글사이에 흘러 들어가 이 책을 온전하게 만든다.

선물받은 마스킹테이프에 삽화와 글의 연장선과 같은 컬러감이 인상적인데, 모든 글들과 그림이 따로 존재하는 것 같지만 하나의 이야기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것을, 엄연히 다르지만 자세히 보면 결을 함께하고 있는 마스킹테이프의 디자인으로도 잘 나타내고 있는 것 같다.

<봄의 소원>은 우리 개인 하나하나와 굉장히 닮아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개인에게는 물리적 몸이 하나밖에 없지만 그 안에는 수십년 동안 여러 일들을 겪으며 웃고 울고 했던 수많은 ‘나’가 있다. 나이가 들면서 지금의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사라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 순간에는 스무살적의 나, 이때는 고등학교 시절의 나, 어떨 때는 초딩의 나, 사라진 줄 알았던 여러 모습의 ‘내‘가 문뜩문뜩 피어오른다.

우리의 삶은 그런 다양한 나를 모두 유기적으로 묶어 다양성을 가진 나로 묶어내는 과정이고, 그것을 위해서는 우리는 누구보다 우리 자신을 더 잘 알아야한다.

하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우리는 외부로만 눈을 돌릴뿐 우리 내면은 들여다보지않는다. 그래서 삭막하고 힘들고, 외롭고, 화가 가득한 하루하루가 이어지는 것일 수도 있다.

피하지 않고 마주쳐 말로, 글로, 깊은 사유로 어렵고도 몰랐던 다양한 감정들과 조용한 대면을 하게하는 <봄의 소원>은 우리 스스로가 알게 모르게 흘려보내고 있는 우리 스스로를 붙잡게 하는 힘이 있는 책이다.

작가가 저의를 숨기면서도 글에 빼곡하게 감정을 담은 것 처럼, 왜때문이지 모르게 책을 덮으면 올라오는 여운 사이사이에 우리만의 감정도 빼곡하게 들이붓게 한다.

그렇게 나도 몰랐던 감정들이 작가의 단어와 글을 빌려 피어나고, 우리는 좀 더 우리다운 우리가 된다.

모두가 똑같아 보였던 휑한 나무들이 겨울을 지나 봄을 맞이하면 제각각의 꽃을 피워 자기만의 존재감을 내뿜듯이, 외면했던 감정들과 솔직하게 마주해 다양한 봄꽃처럼, 자기만의 고유한 색과 향을 찾아 낼 수 있을 것이다.

내 안에 무수히 소용돌이치고있는 나 스스로를 붙잡아 마주하고픈 사람들에게 <봄의 소원>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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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에게 입이 있다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박춘상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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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여름이 돌아왔구나를 언제 강하게 느끼는가?
뜨거운 태양, 연두를 넘어 초록이 짙어지는 풍경, 장미, 능소화 많은 것들이 있겠지만 나는 공포, 스릴러, 미스테리 장르의 영화나 책이 서점과 영화관을 장악하는 것을 보면서 강하게 느낀다.

어릴적 화면을 보는 시간보다 눈을 감거나 이불을 뒤집어 쓴(심지어 소리도 듣기싫어 귀도 막은)전설의 고향같은 납량특집의 여파 때문일까. 아마 링과 같은 공포물 소설이 인기를 끌었던 것도 한 몫했을 것이다.

생각만해도 닭살이 소름이 오소소소 올라오는 그런 이야기들. 링을 지나 가장 유명한 일본 공포 작품으로는 아마 13계단 과 제노사이드가 아닌가 싶다. 미스터리의 오싹함과 기이함, 한동안 일상생활이 불편한 강력한 여운까지, 그럼에도 신간을 기대하게 만드는 작가의 필력이 수많은 팬들을 양성하기에 부족함이 전혀없다. 오히려 과할 정도이다.

그런 작가가 단편집 #죽은자에게입이있다 ( #다카노가즈아키 지음 #황금가지 출판)을 경력 20년만의 첫 단편소설집으로 세상에 선보였다. 미스터리에서 공포와 SF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작가의 넘치는 상상력과 정확한 기획력을 부족함없이 선보이고 있으며 여섯 편의 수록작 중 네 편은 일본을 포함해 어디에서도 공개된 적이 없는 미발표작이란다.

초자연적 소재는 인간의 역사가 쌓이고, 문명의 기술력이 발달할수록, 빛이 밝으면 그림자가 짙어지듯이 그렇게 존재감이 더 해지고 있다.

아마 발전한 문명에서도 뭔가 속시원히 있다 없다가 증명되지 않아서이지않을까(과학에서는 증거를 찾지못해 없다고 말하지만 미스테리한 일을 겪은 사람은 꾸준히 나와서 그런걸지도)

<죽은 자에게 입이 있다>작품에서는 초자연적인 것들로 주로 죽은자의 혼, 유령이 많이 나타난다.
그리고 이 유령의 존재는 인간과 인간사이에서 속고 속이는 지지부진한 모습들에 긴장감과 변화를 주는 변곡점의 역할을 수행한다. 원래 인간들끼리 존쟁을 벌였다면 결정적 증거가 발견되지 않는이상 진척도 일어나지 않고, 결국 버티는 사람이 이기는,악의 승리가 당연하게 일어났을텐데 유령의 존재로 문제가 해결되어 진실이 드러나는 상황을 기대할 수 있게 되고, 실제로 해결되기까지 한다. 유령이 어디있어 라고 믿는 우리의 세상과 대부분의 모습이 정확하게 일치한다. 기시감을 느낄 수 없을만큼 평행우주론 속 또다른 가능성의 어디가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라는 것은 누가 봐도 알 수 있다. 작가특유의 섬세한 묘사가 현실성을 부여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딱 하나 다른 것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유령이라는 존재도 섬세한 묘사로 응당 세계에 존재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라는 것이다.
점점 커지는 발소리, 눈에 보이는 영혼, 교수의 집념, 낯선남자 등의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의문의 존재들이 장르에 걸맞는공포감과 으스스함을 선사하지만 그것만으로 그치지 않고 이 세상에 버젓이 살아 활보하고 다니는 악인들을 징벌하고, 그와 동시에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사람들에 대한 연민까지 생각하게 하는 겉모습과는 다른 우리사회가 좀 더 나은 사회일 수 있도록 필수적인 존재로 등장한다.

이것은 필수적인 무언가가 결여된 채 끔찍한 사건들이 발생하고, 그러한 악인들이 교묘히 법위에 잠을자고, 반성하지 않고 떵떵거리며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과 이 세상이 올바른 모습으로 나아가는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장르물이긴 하지만 상상력과 소재가 장르를 탈 뿐, 그 안에 섬세한 관찰력과 눈부신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세상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흡사하다.
결국 해결되는 책 속의 세상처럼, 우리의 세상도 조금 더 나아지길 바래본다.

무더운 여름 에어컨이 고장난 사람, 유령이라는 존재를 잊고 있었던 사람, 냉방비가 아까운 사람, 더워서 집에서 시원하게 있고 싶은 사람들에게 <죽은자에게 입이 있다>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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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나의 종말
신주희 지음 / 북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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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흉흉하면 기다리기라도 한듯(정말 기다렸겠지)득세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신흥종교라 일컬어지는 사이비다.
특히나 종말이 도래했다는 종말론을 전도하는 사이비들이 득달같이 불어나는데, 심취하여 재산을 남김없이 탕진하는 사람들이 제법 나오는 것을 보니 불안으로 인해 벌어진 불안의 틈은 그만큼 취약한가보다.

하지만 종말의 순간에 구원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종말, 삶이 끝나는 것 자체를 간절히 기다리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할까.

#친애하는나의종말 (#신주희 지음 #북다 출판)의 주인공인 주하나, 구영진은 자세한 이유는 다르지만 지리멸렬함의 끝이오길, 소설을 써도 이렇게까지는 쓰지않을 것 같은 막장 인생에서 벗어나고픈 이들에게는 이 세상을 끝내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종말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인 것이다.

혹시나 마냥 기다리다가 종말이 오지않을까 두려워 적극적으로(?)종말을 바라는 자기주도적 종말을 위한 계획을 세우게 되고, 그 계획의 일환으로 이니셜만을 적어둔 오늘의 유서를 다니고 있는 고등학교 교내신문에 실는다.

그들이 쓰는 유서는 생의 마무리의 순간을 정리하는 글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간절히 바라며 무너질 것 같은 하루하루를 겨우 버텨내려고 애쓴 분투가 담겨있다.

이 분투를, 고통을 그나마 견딜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주인공들 간의 유대인데 그것마저 오해로 인해 균열이 일어나서 이들을 더 깊은 수렁으로 빠트린다.

이들은 과연 그들이 바라는 대로 고통의 끝이자 새로운 시작인 종말을 맞이 하게 될까? 그래서 그들은 마침내 평안을 얻었을까? <친애하는 나의 종말>을 읽으면서 계속 들었던 생각은 참으로 열심히 능동적으로 살아간다라는 아이러니함이었다.

고통과 무료함뿐인 삶에서는 대부분 무기력해지기 마련인데 이들은 주저앉지 않는다. 오히려 더 종말을 얻기위해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행동으로 옮김에 주저함이 없다.

누가 인생의 마지막을 바라면서 이렇게 한다는 말인가.
이들 스스로도 종말을 기다리는 것 보다 끝이자 시작인 종말을 스스로 결정지으려 애쓰는 자기주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거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갓생아닌가?

삶을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것을 이룰 것이라는 강력한 자기암시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일단 시작하는 추진력과 결단력, 절대 포기하지 않는 끈기가 필수소양이다. 이 책 속의 인물들도 이런 모습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성공의 인사이트를 전달하는 그 어떤 구루들못지않게.

그들은 자신이 바라는 삶으로 최선을 다해 자신을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바라는 삶이 종말이라는 모순이기는 하지만.

그래서 나는 <친애하는 나의 종말>을 읽으면서, 예전에 티비에서 보았던 심리치료 방식으로 유서를 작성하고 실제 사용되는 좁은 나무관에 몸을 뉘어(심지어 관뚜껑도 닫아보는)보는 장면이 떠올랐다. 끝을 생생히 체험한 그들은 지금 내가 살아있는 이 시간이 굉장히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고 삶의 의지를 불태웠다.

자신의 끝에 다다랐을 때 후회없는 삶이었으면 좋겠다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책 밖에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종말이라는 것은 핵전쟁이 발생하거나 공룡시대처럼 운석이 지구와 충돌하는 정도의 극적인 사건이 요구된다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안다.

그러니 책 속의 인물들이 바라는 종말이라 불리어질 엔딩은 높은 확률로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안다.

그러면 종말을 위해 최선을 다해 달려갔던 이들은 실패하고 주저앉을까? 아마 일시적으로는 그럴 것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탈력감이 밀려 올 것이지만, 이들은 종말보다 새로운 삶에 더 필요한 것을 이미 얻었다.
바로 끈기와 실행력, 그리고 열정이다. 이미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며 모든 것을 불태운 ‘경험’은 도저히 바뀌지 않을 것 같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열쇠이다.

한번 최선을 다했던 경험이 있다라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 무기인지 우리는 이미 너무 잘 알고있다.

이들은 이미, 마냥 종말만을 기다리던 어둡던 인생과 찬란하게 결별하며 종말을 고했다.
이제 종말은 사라지고 찬란함만 남았다.
그들의 앞에 찬란한 인생과 친애하는 끝이 함께 하기를.

좋은 기회로 #청맥살롱 에서 작가님의 서명이 들어간 도서를 제공받아 읽게 되었다.
작가님이 적어주신것처럼 유한한 존재라 특별하고, 그래서 사라지지않는 의지, 마음이 더 중요함을 모두 이 책을 읽고 깨닫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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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의 유혹
윤한샘 지음 / 아빠토끼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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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나에게 맥주는 특별한 술이다.
첫 술이 맥주여서 그럴까.
고등학교 선배들이 이제 술먹을 수 있는 나이냐며 저녁밥을 사주다 목이 맥혔는지(이제는 너무나 이해되는🤣)쭈뼛쭈볏 술을 시켰던게 바로 호가든 생맥이었다.

3000cc짜리로 크게 시켰던 것 같은데 처음에 마셨던 순간이 잊혀지지않는다. 첫 술이라고는 하지만 아버지가 가끔 한모금씩 주었던 하이트 병맥의 맛, 그 뭔가 쌉싸름하면서도 뒷맛이 시다고 해야할까 그 맛을 생각하고 기대도 없이 마셨다가 완전 감동. 시지도않고 부드럽고 빵을 먹는듯한 고소한 풍미가 넘쳐흘렀다. 거기에 약간의 꽃향기 까지!
이거 맥주맞냐고 뭔데 이렇게 맛있냐니까 비싼거라 그렇다며 깔깔거리며 3000cc 두 통을 더 사주던 선배들.

예전만큼 자주는 못보지만 그래도 끊기지 않고 잘 보고 있는 귀한 인연이다. 시간이 지나고 다양한 술을 맛보는 것을 즐기는 여자친구를 만나서야 호가든이 밀로 만든 밀맥주이고, 꽃향기는 오렌지 제스트와 고수씨앗이 들어가서 그런 향이 난다는 것, 그리고 에일이라는 맥주종류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 이후로 세계맥주코너에서 안먹어 본 종류로 하나씩 맛보는 재미를 어머니랑, 여자친구랑 맘껏 누렸다. 살도 맘껏 쪘었지😁

그러다가 결국 캬! 하는 그 한모금 때문에 탄산이 강하고 해외 맥주보다 비교적 가벼운 우리나라 맥주들을 주로 마시게 되었고(괜시리 소주를 조금 태우고 싶🙈)맥주에 대한 공부는 거기서 끝나버렸지만 그래도 치킨 피자를 먹을 때, 예능이나 스포츠 경기를 볼 때, 여름에 퇴근하고 샤워하고 나왔을 때, 러닝하고 들어왔을 때, 괜시리 속이 답답할 때 등 모든 순간에 제일 먼저 부담없이 손이 가는 술이 맥주인 것이다.

아마 한국사람 전체에게는 소주 다음으로 소울알콜?이 아닐까? 테슬라, 태진아로 대표되는 소맥 사랑은 해외에서도 유명할 정도니! 그래도 청량감은 맥주만 냉동실에 얼듯말듯 보관했다가 탈칵! 뜯어서 마시는 첫모금 만한게 없다.

#맥주의유혹 (#아빠토끼 출판)을 쓴 #윤한샘 저자는 정동 독립맥주공장 대표를 맡고있는 브루어이다.
책을 들고 방문하면 맥주를 한잔 주는 이벤트를 열었었는데 지방러는 슬펐다(술펐다) 액체 중에서 맥주를 가장 사랑한다는 저자는 <맥주의 유혹>을 통해 맥주의 기원과 역사, 한국으로의 맥주 유입(감사합니다), 맥주의 종류, 제조과정 등 브루어가 아니라면 절대 말 할 수 없는 전문적인 영역부터 신화, 역사, 종교, 정치, 문화까지 맥주가 관련되어있는 모든 것이 수록되어 있다.

맥주가 시작된 수메르 인들의 기록도 담겨져 있으니 말 다했지😁저자의 맥주사랑이 책을 읽는 내내 기분이 좋게 만든다.

개인적 이슈로 술을 입에 대지않은지 한달 반 정도가 되었는데 이 책을 받아들고 책 표지에서 반짝이는 잔에 담긴 맥주의 영롱함(정말🤣 제목이 따로 없었어도 표지 이미지만으로도 제목이 유추가능할 지경)이 나에게 한잔의 맥주를 허용하기에 이르렀다.

밤에 편의점까지 걸어가면서 어떤 맥주를 사야할지 너무나 많은 고민이 되었다. 나에게 첫 맥주마시는 이유를 알려준 호가든을 할 것이냐, 여자친구와 즐겁게 마시는 파울라너, 블랑을 마실 것이냐, 매너는 남자를 만든다는 기네스를 할 것이냐 고민을 엄청하다가 기네스로 골랐는데 띠로리. 기네스가 없🤣

내가 겨우 고른 하나의 맥주는 1인당 맥주소비량 1위의 나라 체코의 국민맥주, 부드바르의 흑맥주이다.
부드바르, 부드와이스, 버드와이저.. 미국 버드와이저의 원조인 맥주로 잘 알려져있어 맥주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내가 알고있는 약간의 지식도 글에 포함시키고 싶었달까?

이 맥주의 맛을 디자인한 두명의 서명과 지문이 멋들어지게 찍혀있어 자부심이 느껴져서 참 마음에 들었다.
자기일로 맥주를 얼마나 사랑하는지가 느껴진다.
분명 맛있을 수 밖에 없는 맥주이다.

안주없이 즐길 수 있는게 흑맥이라 생각하는 나에게
오늘같이 맥주가 주인공인 날에 아주 제격인 것 같다.

승자의 역사에 따라 저속한 민족의 술이라 오해받기도 하고, 귀하게 여겨지는 술은 아니지만, 이 사람의 취향에 맞게 맥주도 고르면, 나도 상대방도 그 사람에 대해 알아가며, 적당한 도수와 청량한 목넘김으로 대화의 분위기도 끌어올려준다.

주인공이 되기엔 조금 아쉽게 느껴졌던 맥주로 하나의 인문교양서적을 만들어낸 출판사와 저자가 참 대단하다.
문득 궁금하다. 이분들은 무슨 맥주를 좋아할까?
맥주가, 사람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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