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속의 비밀 1
댄 브라운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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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나 있는 의미를 넘어 그 너머의 진의를 찾는 기호학을 대표하는 브레인 로버트 랭던 교수가 8년만에 #비밀속의비밀 (#댄브라운 지음 #문학수첩 출판)으로 돌아왔다. 나의 이십대는 댄 브라운의 소설로 로버트 랭던 교수가 함께했다. 그와 함께 뜻하지 않은(랭던도 마찬가지)위험을 넘고 또 넘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시작부터 혼자가 아니다.
플라토닉 러브를 수십년 해왔던 연상녀 캐서린과 낭만의 도시 프라하에서 한 침대에서 눈을 뜨는 것으로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하지만 랭던의 달콤한 시간은 세시간도 가지 않는다. 누구도 밟지않은 눈을 밟으며 아침운동을 다녀오던 중 한밤 중에 캐서린이 악몽에서 보았다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종교 심벌, 광배를 쓴 죽음의 냄새를 풍기는 여성을 카렐교에서 마주치고는 불안함을 안고 돌아오지만 캐서린은 호텔에 없다.

캐서린은 ‘인간의 의식과 잠재력‘을 탐구하는 노에틱과학자의 유명인물이다. 정통적인 과학자들의 유물론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노에틱과학에서 인류의 역사를 바꿀 비밀을 발견했다. 그 비밀을 살짝 털어놓는 강의를 한 당일 체코의 신경학자 게스네르와 아침약속을 위해 자리를 비웠었다. 하지만 약속장소인 게스네르의 연구실에는 두 여자 모두 없다. 로버트 랭던은 자신의 날카로운 지식과 관찰력을 살려 게스네르 연구실의 비밀통로를 찾는다. 그리고 그 통로의 끝에는 로버트 랭던과 내가 환장하는 비밀번로 입력 키패드가 놓여있다. 전날 저녁 게스네르와 함께한 술자리에서 기가막힌 비밀번호가 있는 출입구가 있다고 자랑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미술과 종교, 과학 다양한 학문을 아우르며 기호학 스릴러를 만들어온 댄 브라운이 이제는 인간의 의식을 건드린다. 빙의, 예지몽과 같은 비과학적 이야기들을 과학으로 가져와 오랜 팬들의 흥미를 돋군다.

주제는 솔직히 무엇이든 상관없다.
댄 브라운 이라는 이름, 그리고 로버트 랭던이라는 이름이면 수만 수억 명의 팬이 지갑을 들고 대기중이다.
나또한 그런 팬이고.

댄 브라운의 소설은 흔히 말하는 ’음모론‘적 요소가 가득한 이야기이라 호불호가 갈린다.
하지만 내셔널트래저, 툼 레이더같은 숨겨진 역사(보물)을 찾아나서는 시리즈들이 모두 음모론 요소가 기저에 있는지라 익숙하다.(심지어 좋아한다)그러니 나에게는 극호. 심지어 작가가 열심히 준비해 음모론에 기호학이라는 사실성을 부여해 픽션인지 논픽션인지 읽을 수록 헷갈리는 몰입력이 상당한 것이 댄 브라운 소설의 특징이라 각 권이 400페이지가 넘는 상당한 양이지만 즐겁게 읽었다.

학창시절의 추억이었던 해리포터가 영화로 태어나고 그다음 시리즈가 나왔을 때의 감격과 뭉클함이 느껴지는 추억의 소설 시리즈의 부활이었다.

책을 고르는 것에 내용 면에서 유익한 무언가를 선택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어릴 때 만화책이나 무협지, 판타지 소설을 읽는 것을 쓸데없다라는 소리를 들으며 혼났던 기억 때문일까.

북스타그램을 하면서도 어느 누구도 그렇게 말한 적이 없는데 그럴싸한 깨달음이나 리뷰를 쓸 수 있을 것 같은 책을 골라 읽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비밀 속의 비밀>을 읽으면서 내가 좋아하던, 추억이 있는, 의미심장한 교훈보다 읽는 재미에 집중하는 독서가 얼마나 유의미한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어릴 때 불빛이 세어나갈까봐 이불을 뒤집어 쓰고 손전등으로 책을 읽던 순수한 독서의 재미.

독서를 지속하는데 굉장히 중요한 요소였다.
자랑하려고 읽는 것이 아니라 즐겁고 행복하자고 읽는 것 아닌가. 조금 더 순수하게 재미를 포함해서 조금 힘을 뺀 느슨한, 그럼에도 끈끈한 그런 다정한 관계를 책과 맺고 싶어졌다. 나에게 그런 의미가 있는 책이 긴 시간을 지나 새로운 이야기로 돌아와서 너무 좋다.

그냥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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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 하·화도편 - 춤 하나로 세상의 보물이 된 남자
요시다 슈이치 지음, 김진환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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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삶의 의미를 특별한 순간에서 찾으려 한다. 그래서 삶에서 특별한 순간을 찾지 못한 사람들은 나는 왜이럴까라며 반짝이며 빛을 내고있는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괴로워한다. 이런 기조 속 올 한해 평범한 사람의 평범한 평생을 한 권에 담은 책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나와 비슷한, 어쩌면 내 미래와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보면서 책장을 덮을 때 따뜻함을 느낀다. 그 따뜻함이 위안을 준다. 묵묵히 보통의 나날들을 자신답게 살아간다면 의미있고 행복한 삶이라고 등을 토닥여 주는 것 같다. #국보 (#요시다슈이치 지음 #하발리스 출판)는 가부키라는 예술에 평생도 모자라 영원을, 영혼을, 가족들을 바친 사람의 이야기이다.
전혀 일반적이지 않은 이야기인 것 같은데 앞서 말했던 보통 사람의 보통의 생을 본 것 같았다. 왜 그랬을까.

평범함, 보통의 일상이란 어떤 것일까.
일상에 포함되어 있는 것의 특성과는 상관없는 것 같다.
아무리 특수한 무언가를 하더라도 그 사람에게는 매일 대부분의 시간을 그 하나에 바쳤다. 매일의 대부분이었다면 인생의 대부분이 아닐까. 그런 사람에게 그것이 일상이 아니면 무엇일까.

예술은 오래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향유하던 일종의 놀이였고 삶이었다. 그러다 특수집단만이 누리는 무언가라는 이미지가 생겨 일상과 멀어졌지만, 주인공 키쿠오는 예술이 곧 삶인 예술가의 삶을 살아갔다. 물론 예술애호가와 예술인이라는 차이가 존재하지만 보통의 일상으로 예술을 몰두하는 삶이 #상권_청춘편 까지만해도 이야기의 주인공이 가지는 서사라고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하권_화도 편에서는, 해도 너무한다 싶은 평탄치 않은 예술가의 삶이 담겨있다. 평탄했다면 자신의 글이, 그림이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하던 많은 예술가들이 저절로 떠오르는 처절한, 피를 나눈 가족들 조차도 키쿠오가 하나를 가지면 자신들은 하나를 잃는다며 두려워할 정도로 처절한 키쿠오의 삶이.

하지만 책을 덮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야기꾼 같은 문체때문인지, 세상 제일로 가부키를 사랑하는 키쿠오의 열정 때문인지 그의 아픔이 너무 아프게 읽는 독자를 할퀴지는 않는다.

키쿠오의 마음이 꺾이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여전히 자신의 삶의 가장 높은 곳에 가부키를 올려두고 평생을 무대에서 내려오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오십년이 넘는 시간을 가부키를 지키는 수호신으로 살아온 그의 인생은 슬픔으로 가득차 있었지만 그만큼,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가부키로 가득차 있었다.
가부키를 빼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만큼.
모두가 그것을 알고 놓아주고 싶었지만 그래도 그는 무대에서만 존재이유를 찾았기에 그만 내려오라 할수 없었다. 그를위해.

그런 그도 무대와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자 키쿠오의 마음도 무너졌다. 이 이야기의 시작에 그의 삶에서 내렸던 현실의 눈이, 이야기의 끝에는 무대에서 벚꽃처럼 흩날린다. 두 눈 모두 그에게는 현실, 또는 무대가 되어버렸다.

평생 무대를 내려오고 싶지 않다던 키쿠오는 책 속 마지막 무대에서 여장배우의 통로인 화도, 꽃길을 통하지 않도 객석으로 내려온다. 여전히 아름다운 눈을 보며 이쁘다며 감탄하면서. 무대가 끝났음에도 현실이 아닌 무대에서 걷고있다. 자신의 뜻대로 여전히 무대에 있는 것이다.

평생 무언가를 국보라고 여겨질만큼 성심을 다해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특별하다 싶지만 그 특별함이 그에게는 일상이었다.
고되고 힘들지만 수십년을, 인생 대부분을 그렇게 보통의 나날로 살 수 있었던 것은 가부키를 너무나 사랑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키쿠오처럼 살자라고 말할 수는 없다.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가족같은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것이기에. 더불어 살아가는 것에 삶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기에.

그러나 그의 삶의 태도는 가슴에 담아둘 가치가 있다. 수백년 수천년의 시간을 버텨내어 여전히 그 위용을 자랑하는 국보처럼, 흔들리는 삶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던, 영겁의 세월을 살아갈 삶의 태도. 그것이 보물이자 가부키보다 아름다운 예술이다.

그가 삶에서, 그리고 무대에서 보았던 눈처럼 시리도록 아름다운, 삶과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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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 너머 한 시간
헤르만 헤세 지음, 신동화 옮김 / 엘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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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자신을 투영한 글로 가장많은 사랑을 받은 사람을 꼽으라면 아마 #헤르만헤세 가 아닐까?
그는 어린나이에 그릇된 시도를 했을 정도로 마음이 병들어있었다. 그런 그에게 글은, 시는, 말그대로 숨통이었을 것이다. 유독 헤세 글의 번역에서 느낌표(!)가 많이 사용되는 것은 번잡스런 울분과 어둠 속에서 한줄기 빛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것과 같은 마음들이 담겨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자정너머한시간 ( #엘리 출판)은 헤세가 지금의 유명세를 얻기 전 세상에 나온 헤세의 첫 산문집이다. 물리적 공간과 어울리는 ‘너머’를 시간의 단위에 쓴 것이 신선하게 다가오는 제목이다. 헤세는 서문에서 자신이 시적인 시간과 나날을 보낸 꿈나라를 제목에 담고 있다고 밝혔는데 ‘꿈나라’가 주문 공간감을 나타낸 것 처럼 느껴졌다.

헤세에 관해 잘은 모르지만 읽어보면 분명 헤세의 글이다. 문장에 감정이 꽉꽉 눌러져 있달까. 시의 정제된 표현법에서 해방된 그의 온갖 감정들이 모든 문장에 녹아있는 것은 물론 넘쳐흘러 포화飽和 되어 있다.

그런 문장에 거부감이 들지 않는 것이 헤세만의 매력이리라. <데미안>의 씨앗이 된 산문이라는 설명 때문인지, 책 속에 실려있는 아홉편의 글 속에 ‘게르트루트 부인’과 같이 성숙한 여인이 자주 등장한다. 성숙한 여성은 괴테와 쇼팽을 거쳐 헤세의 뮤즈이기도 하고, 속사정을 털어놓을 수 있는 에로스적 관계를 넘어선 숨통같은 우정이기도 했다.

어머니의 장례식조차 찾아가지 않고, 아들의 작품을 인정하지 않았던 모자간의 관계에서 온 바램이었을까 싶기도 했다. 여인들과의 관계가 깊고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보기좋다뿐만 아니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그런 이유일 것이다. 워낙 자전적 인물이니 읽는 사람도 헤세의 삶과 자연그럽게 글을 연관지으려 애쓰게 된다.

내가 읽어온 헤세는 밤을 사랑했다.
음악과 문학, 미술과 같은 모든 예술을 사랑했으며 기꺼이 자기 글에 녹여냈다. 야상곡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글이 <자정 너머 한시간>에도 실려있고, 알레그로, 안단테, 아다지오 3악장으로 되어있는 ‘장엄한 야상곡‘이라는 글도 쓴 적이 있다. 쉽게 다른 사람에게 할 수 없는 말, 해가 떠있을때에는 이성에 밀려 지우고 삼켰을 감정에 충실할 수 있는 시간이라 헤세는 밤을, 꿈을 사랑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 글을 읽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거나 어떤 큰의미를 깨우친다기보다는 헤세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그가 22살에 발표한 첫 산문집이라는 상징성과 그 상징성에 맞먹는 헤세 특유의 감성충만한 문장들이 반가울 것이다.

누군가의 시작을 볼 수 있다는 것은 큰 사치이다.
그 시작을 잘 지켜내기도 하고 그런 시작이 있었나 싶기도 할만큼 변해버리기도 한다.
원전의 형태에 가장 가깝게 100년이 넘는 시간을 지나 부활한 <자정 너머 한 시간>을 통해서 봤을 때 헤세는 한결 같았다. 끝까지 변하지 않았으며 환희에, 슬픔에, 그리움에, 고독에, 밤에, 꿈에, 모든 순간에 기꺼이 잠겨 자신과 같은 글을 써냈다.

현실인지 꿈인지, 에세이인지 소설인지 모호한 글을 따라가다보면 머릿속에서 헤세라는 존재가 뼈대가 세워지고 그 위에 살과 근육 피부가 덮어지며 뚜렷해진다.
이 모습이 모두가 아는 객관적인 헤세라는 존재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이것또한 낭만 아닐까.

싸늘한 바람이 불면 낭만, 우수같은 단어들을 누리고 싶어진다. 흔히 가을탄다고 표현하는, 코트를 입고 주머니에 손을 넣고, 낙엽을 바라보거나 바스락소리를 들으며 그 위를 걸어보고 싶어지는 그런 낭만과 우수. 이질적인 듯 하면서도 동질적인 것처럼 보이는 것들이 가을에 담겨있다.
가을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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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도시 이야기 현대지성 클래식 71
찰스 디킨스 지음, 정회성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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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와 법.
21세기 지금에도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이 두가지가 지금의 모습을 갖게된 격변의 사건. 프랑스 대혁명.
영국이 있는 곳엔 프랑스가 있고, 프랑스가 있는 곳엔 영국이 있었던, 그 당시 세계의 패권을 다투던, 영국과 프랑스. 그 두 나라의 수도, 런던과 파리. 그 두도시에서 벌아지는, 아니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

#두도시이야기 (#찰스디킨스 지음 #현대지성 출판)에 대한 아무런 지식이 없는 무방비 상태에서 읽어서그런지 모든 이들의 삶이 생생히 그리고 잔인하게 내 안에 아직도 박혀있다. 귀족층은 부패했고 법은 아이러니 하게도 정의보다 그 부패를 보호한다. 양심이 있는 귀족들은 염증을 느껴 파리를 떠나 런던으로 향하기도 한다. 부패를 지키는 법은 시민들을 지키지 않는 것을 넘어 숨통을 죄어온다.
하지만 또 아이러니 하게도 상황이 급박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 당시에는 보편적인 삶의 배경이었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도 주인공들은 사랑하고 복수하고 사회에서 부야받은 자신의 일을 수행하며 ‘보통’의 나날들을 보낸다.

두 계층사이의 너무나도 다른 ‘보통’의 나날들이 하루하루 쌓이다보면 어느새 격변의 날은 다가온다.
하지만 그 격변의 날에도 찰스 디킨스는 역사적 사건을 기록하는 것이 아닌 그 순간에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 집중해 글을 쓴다.

각자의 인생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주목되는 하나의 삶이 있다면 해서는 안될 사랑을 하는 변호사. 시드니 칼튼의 삶이다.

일로 대변되는 이전의 삶에서 신념을 지키지 못한 시드니 칼튼은 살았으나 죽은 것과 다름없다. 하지만 사랑을 만나 신념을 지킨남자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지만 신념을 지켰기에 죽었으나 살았다.

부활.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는 것. 예수님이 보여준 기적으로도 유명함과 동시에 불로장생을 원하는 인간의 또다른 욕심이기도 하다. 인생 2회차와 부활의 차이점은 부활한 예수의 몸에 남아있는 못자국, 스키드마이다.
이 스키드마는 죽음을 기억하고 그것으로부터 다시 시작되었음을 뜻한다.

그는 죽음과도 같은 삶에서 신념을 지키지 못했다는 흉터를 잊지않고 간직한 채 사랑에서 죽음과도 같은 생으로 부활한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의 죽음은 그의 사랑이 향한 그녀는 물론, 인물네 매료되어 잠시 잊고있던 대혁명 상황에 떨고있던 보통의 농민들에게도 평온한 하루를 선물한다.

신념을 지킨 것이 나아가 의도치 않은 많은 이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이다.

예수의 부활로 많은 백성들이 환희에 빠진 것과 비슷해보이는 것은 기분 탓일까.
몸뚱아리가 살아있는지 죽어있는지는 중요치 않다.
자기의 신념,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기꺼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질 수 있느냐, 그것이 살아있는 것이다.

그 살아간다는 행위는 이때껏 그렇게 살아오지 못했던 신념을 지키지 못한 ‘죽은’ 사람이 용기를 내 실천으로 옮겼을 때 ‘부활’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된다.

역사적 사건 그 자체보다 인물들에 집중했던 이 이야기는 한사람의 ‘부활’로 대혁명이라는 역사적 사건의 의의를 그 어떤 역사서보다도 더 우리들의 가슴에 와닿게 전달하고 있다.
부당함에도 권위에, 삶의 힘듦에 무릎꿇고 죽은듯 살아가던 사람들이 악과 타협했다라는 스키드마를 잊지 않고 목숨을 걸고 타협하지 않음으로 모두가 진정한 삶을 살아가는 당당한 사람으로 ‘부활’한 사건이라고.

실제로 프랑스를 깊게 겪어보지 못한 영국인이 역사서를 탐독하며 사람들에게 주목하여 천부적인 공감과 이해능력으로 참고한 역사서를 쓴 역사가보다 그 당시 프랑스를 더 잘 이해하고 담아냈다.

피로 얼룩진 역사이나 그의 삶은 마냥 처절하지 않았다.
타협하고 신념을 지키지 못한 모습이 더 처절했다.
위협을 무릅쓴 그 행위가 그에게는 살아있음을 느끼는 그 어떤 순간보다 환희에 찬 순간이었다.

한 사람의 모습으로 그 때 혁명에 함께 했던 사람들의 환희를 보여주었다. 그들의 환희가 지금 우리에게는 숨쉬듯 , 해가 비추듯 우리 곁에 있다.

그렇게 150년 동안,
<두 도시 이야기>도 우리 곁에 환희의 순간을 여전히 들려주며 그렇게 우리 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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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인문학적인 음악사 - 수천 년 역사가 단숨에 읽히는 교양 음악 수업 세상 인문학적인 역사
정은주 지음 / 날리지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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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설 음악시간에 베르디의 오페라를 듣고, 대학시절 교양을 갖추겠다고 용감하게 신청했다가 끝내 굴복한 ‘서양 음악의 이해’수업, 그 이후로도 유명 연주자의 클래식 연주를 실처럼 가늘게나마 클래식에 대한 관심을 유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서양음악사’라는 거대한 흐름은 나에게 미스테리이다.

시대의 흐름은 나열할 수 있지만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이해되지 않았다. 구분할 수 있는, 구분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데 말이다.

#세상인문학적인음악사 (#정은주 씀 #비욘드날리지 출판)은 수천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에 대한 탐구의지를 유발하는 책이었다. 음악으로만이 아니라 역사적인 사건들과 엮어가며 음악이 생겨나고 변해가는 과정을 담고있는데, 각 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들 뿐만 아니라 바로크 시대는 오페라로 큰 의미가 있었다와 같은 한줄요약, 19세기에 들어서 지금의 지휘자가 탄생했다처럼 보통의 음악사 책에는 담겨져있지 않을 뒷이야기야 담겨있어 어떤 독자가 읽더라도 하나쯤은 무조건 기억할 수 있는, 서양음악사라는 퍼즐을 시작하는 퍼즐조각 하나를 쥐어준다. 퍼즐조각을 손에 쥐고 있다면 퍼즐을 맞춰보고 싶지 않을까? 그만한 동기부여가 될만한 것이 또 있을까 싶다.

나는 운이 좋게도 몇조각의 퍼즐을 더 손에 쥐었다.
20세기의 음악은 전쟁과 깊게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과 여성음악가들이 그것이다.

조성진의 앨범에 수록되어있어 라벨의 쿠프랭의 무덤이 프랑스의 바로크 거장 프랑수아 쿠프랭에게 경의를 표하면서 1차세계대전에서 전사한 영웅들을 위한 헌정곡이었다는 사실을 몰랐다. 라벨을 음악만으로 어느시대에 배정해야하는지는 너무 높은 레벨이고, 라벨=무슨시대 라고 외워봤자 시간이 지나면 헷갈리기 마련인데 이 책을 읽으며 라벨의 곡에 전쟁의 비극이 담겨있다라는 사실은 절대 까먹지않을 것이라 자신감이 들만큼 명료하게 다가왔다.

문학에서도 여성작가들은 배척당해왔는데 음악의 역사에서도 그랬다는 것도 충격적이었다. (그것만큼 문학도 음악도 같은 흐름이었을텐데 연관짓지 못하고 따로 생각하는 내 자신도 충격적이긴했다.)
원치 않게 어린나이에 수녀원에 들어가 교회음악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작품을 남겼으나 수도원밖으로 그녀의 작품도 나서지 못했던 성인 힐데가르트 폰 빙엔, 남성 유명 인물의 누이, 아내 같은 타이틀이 실력보다 더 유명했던 피니 멘델스존, 클라라 비크 슈만은 세상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수백곡을 작곡, 수천번의 연주, 최초 음악대학 교수와 같은 이정표를 남겼다.
물론 서양 음악사 최초로 이름은 남긴 여성작곡가 마달레나 카술라나도 남성에게만 지성과 예술적 재능이 있다는 생각이 허황된 오류라는 것을 역사에 남겨 수많은 여상 후학들의 앞길을 열어주었다.

물론 아직 클래식에서 여성의 입지는 좁긴 하지만 그래도 나아가고 있는 중이라는 작가의 말이 역사는 지난 것이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지금이순간, 그리고 앞으로 이어질 시간까지 담겨있는 것이라는 것을, 그렇기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외에도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다. 흥미롭다고 표현하기에는 좀(많이)그런 쇼팽의 장례식이 2주가 지나서야 열린 이유라던지, 하이든의 진정한 장례식이 145년만에 열리게 된 이유같은 이야기들이 포기하지 않고 이 책을 완주하게 해준다.

음악만의 기준에서 음악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인쇄술, 종교, 전쟁과 같은 다른 인문학적 요소와 나란히 두고 바라보게하여 더 잘 기억에 남게, 더 잘 순서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책의 서문에도 밝히고 있듯이 이 책이 유구한 서양음악의 모든 역사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왜 음악사를 알아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최소한 알아야하는 것들을 알려줘서 흥미를 유발하고 그 흥미를 계기로 더 방대한 역사를 스스로 관심을 갖고 익히도록 유도하는 책이다.

클래식에 대한 저자의 애정이 가득담겨있다.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재밌게, 관심갖게 해줄까를 고민한 흔적이 빼곡히 담겨있다.

이런 애정어린 이야기를 들었는데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나. 초대장을 받았으면 가야지.

음악의 세계로 스스로의 첫발을 망설이고 있다면 웡카의 골든티켓 같은 이 책을 선택하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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