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비울수록 뇌가 산다 - 뇌를 젊게 만드는 습관
이와다테 야스오 지음, 곽현아 옮김 / 이든서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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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리뷰의숲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평생을 최대한 많은 것을 머리에 넣어놓고 까먹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배우고 그렇게 살아가려 애쓴다.

그렇게 평생을 살아왔기 때문일까. 어느순간 문득 ‘내가 냉장고를 왜 열었지?’ ‘내가 무엇을 검색하려고 했지?’같은 깜빡깜빡하는 증상이 생겨나면 극도로 불안해하며 바로 나 치매인가? 같은 걱정 불안을 껴안고 살아가기 시작한다.

좋은것만 보고 듣고 생각하는 것에 인생을 전부 써도 모자란데 말이다. 하지만 오히려 뇌 건강에는 잘 잊어버려야, 그러니까 장 망각하는 것이 오히려 좋다면 믿겠는가?

믿어야한다. 사실이니까 말이다.
#기억을비울수록뇌가산다 (#이든서재 출판)을 쓴 #이와다테야스오 뇌신경외과학 교수는 잘 잊는 뇌가 더 똑똑하고 건강한 것이다고 이 책에서 말하고 있다.
망각이 뇌 수명과 뇌 건강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기존의 기억을 적절히 지우지 않으면 새로운 기억을 받아들일 수 없고, 기억을 바탕으로 한 사고 역시 깊이 있게 확장될 수 없기 때문에 뇌는 적극적으로 불필요한 기억을 스스로 지워내는 쪽으로 진화를 해왔고, 망각에 상당한 에너지를 사용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기억과 망각에 대한 뇌의 메커니즘을 도표와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도식화된 시각자료로 설명해 나간다.
기억에만 뇌과학적 원리를 찾아보고 생각했었지 망각에 대한 메커니즘과 필요한 이유를 생각하는 시간은 생애 처음인데도 굉장히 흥미로웠다. 이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잊기 힘든 기억으로 만들어지는 숨이 멎는 충격적인 상황인 ‘정동’이 아닌가 싶을만큼 책 자체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이런 과학적 의학적 사실들을 서술하면서도 저자는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이 저하되는 현상을 ‘노화’나 ‘질병’으로 생각하면 안된다라는 것을 잊지않고 꾸준히 어필한다.

아무리 과학적 사실로 증거를 보여봐도 이미 평생에 가까운 시간에 무의식에 가까운 기억으로 자리잡아 있는 것을 바꾸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진정으로 망각을 아주 중요한 것으로, 자연스러운 것으로, 오히려 좋은 것으로 받아들이고 편안한 생활을 하여야 한다.
바쁜 현대사회는 멀티태스킹을 덕목으로 요구하며 하나를 할때 다른 하나를 하지못하는 사람을 능력부족으로 일관한다.
그거란 것이 뇌를 쉬게 하지못하게하고, 그 ‘기억’이 우울감을 유발하며 그 우울감도 또다른 ‘기억’으로 넘어가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그러니 괜찮다라는 편안한 마음으로 아름다운 것을 보고 듣고 뇌를 편안하게 쉬게 해주는 시간을 반드시 가져라고 말한다.
기억을 유지해내는 것이 아니라 덜어내는 연습을 해보라고 말한다.

우리가 단기기억에서 장기기억으로 넘기기 위해서 잠이 중요하다며 학창시절 시험준비때도 최소한의 수면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제는 같은 수면이라도 수면, 운동, 예술 활동 등 뇌를 정돈하는 습관으로 여기고, 망각력을 키우는 것을 시작해야한다.
그것을 위해 책 분량의 상당량을 할애하여 망각이 심리적 안정과 창의적 사고를 회복시키는 데 얼마나 도움을 주는지 끊임없이 설득한다.

<기억을 비울수록 뇌가 산다>를 읽으면서 망각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며 가져야 하는 삶의 태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왜 그렇게 아둥바둥 살았는지 물론 미래를 위해, 함께할 누군가를 위해, 나 스스로를 위한다는 이유로 열심히 살아왔을테고 120%의 노력을 발휘해야 하는 인생의 순간이 반드시 필요하고,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것도 알고있다.

하지만 매순간, 평생을 그렇게 살아갈 필요는 없지 않을까.
아둥바둥 하며 살아가는 이유도 미래에는 아둥바둥하지 않기위해서가 아닌가.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정동’으로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고, 긴장하지않고 충분한 휴식, 아름다운 것들과 함께하는 평온한 삶으로 버릴건 버리는 조용하고 고요한 삶.
이것이 결국 우리가 꿈꾸는 행복이 아닐까.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의 행복을 포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행복을 맛보지 못한 사람이 어찌 미래의 행복을 오롯이 느낄수 있겠나.

기꺼이 망각하고 좋은 것들만, 아름다운 것들만 가득한 세상을 우리 모두가 살아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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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추홀, 제물포, 인천 1
복거일 지음 / 무블출판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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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책 정보를 계속 찾아보았다.
책정보 안내에도 책의 표지에도 떡하니 ‘소설’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있다. 그렇지 않았으면 나는 이 책을 소설이라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역사는 국가 기관에서 왕의 명으로 최대한 객관적으로 방대한 자료들을 참고해 적은 ‘정사’와 기이한 이야기, 종교적 신화적 이야기까지 담아놓은 야사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기록된다.

그래서 난 이 책도 정사와 야사를 합쳐놓은 하나의 역사서라고 생각했다. 인천 홍보대사 같은 그런 느낌?
인천에게는 굉장히 의미있는 책일 듯 하다.

첫 장을 열었을 때, 지구의 탄생과 생명체의 탄생, 대륙이동설 등을 포함한 창세기부터 시작되는 것을 보고 또 혼란스러웠다. 우주의 탄생의 순간부터 지구의 역사를 함께 역추적하며 인류에 대해 연구하는 것을 ‘빅히스토리’라고 한다는 것을 최근에 빅히스토리 분야 책을 읽으면서 알게되었는데 그 책을 다시 실수로 열었는가 싶었다. 삽화까지 있었으면 그건 정말 소설이 아닌 것이다.
#복거일 작가님의 작품 이력을 보면 전기적 소설로 가득했기에 망정이지 정말 소설이라고 생각하지 못할만큼 사실이 가득하다.
그것이 이 책의 신뢰도를 높여 독자로 하여금 몰입하게 하는 방식인 것 같았다.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 선조들의 유전적 정보와 유전적 조상까지 알 수 있는 책은 #미추홀제물포인천 (#무블 출판)이 유일한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이 왜 미추홀이 그만큼 2권짜리 장편소설에서 주요지역이 될만큼 우리 한반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개연성을 부여하고 있었다. 원래 이전에는 황해지역은 땅이 드러나 있어서 아프리카에서부터 우리의 선조가 이동해서 터를 잡을 수 있었고, 한반도의 동쪽은 험준한 산악지대라 이동하기도 먹을것을 구하기도 쉽지 않았고, 중국대륙의 지각판의 확장으로 시계반향으로 한반도가 밀려나고 2700만년 전에 황해가 탄생하며 고조선때부터 한에게 지배받아 한반도의 역사에 중국이 빠질 수 없을만큼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나라인데 중국과의 뱃길로 교류의 중심지였으며, 고려와 조선의 도읍지와 가까운 항구로 활발히 이용되었고 서양의 열강의 침입도 그곳으로 들어와 세계 속의 한반도를 상징하는 지역이 되었다는 과정은 신기하기도 하였고, 침략의 역사라 마음이 아프기도 하였다.

작가가 자신의 스승인 고 김현선생에게 이 책을 헌정한다는 시작글이 있었는데 김현 선생께서 작가에게 ‘소설은 모든 것을 담을 수 있소, 작가에겐 버릴 것이 업소‘라는 말을 했다는데 정말 유구한 한반도의, 미추홀의 역사를 하나도 버리지 않고 담아놓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추홀이 제물포로 바뀌는 유구한 시간동안 그시대의 국어발음까지 고대로 옮겨놓아 적응하기가 어려웠으나 그 낯섦이 분명히 존재했지만 우리가 잃어버린, 잃어버리지 말았어야했던 것들이 있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것이 이렇게나 덤덤하게 작가가 짧게는 수천년의 역사를 하나도 버리지 않고 적어놓은 이유가 아닐까 싶었다.
분명 작가가 이런 이야기를 혼을 갈아넣어 만들어낸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1권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계속 이 글을 쓴 이유에 대해 생각하며 글을 읽어나갔는데 지금까지의 나의 답은 그렇다.
잊지 말아야할 것을 잊어버린 것을 안타까워하며, 기꺼이 노력하고 애써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하고 알게하여 또다시 잊혀지는 것이 되지 않도록 하려는 것.

시대는 (비평가들은) 작가들에게 시대상이 담기기를,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외면하지않고 목소리를 내야할 의무가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전세계적으로 엄청나게 책이 팔리는 유명작가라고 평가가 박하기도 하고, 일반인들이 이름을 잘 들어본 적이 없는 작가들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한다.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가 꼭 그 시대에 진행 중인 어떤 ‘사건’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작가는 ‘잊지말아야할 것을 잊은 것‘을 현 사회의 문제점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이 책은 그런 작가의 마음을, 이 세상이 작가들에게 요구하는 것에 백퍼센트, 아니 그 이상을 충족시키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참 귀한 책을 우연하게도 알게되어 읽고있다는,
수십억명 중 똑같은 사람 하나없이 유일무이한 존재로 태어나는 행운만큼의 운좋음을 겪는다는 생각이 드는 독서였다.
2권도 너무나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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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데이즈 제프 다이어 선집
제프 다이어 지음, 서민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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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가까운 사람들의 끝을 경험하고 배웅해주다보면
전혀 나와는 상관없을 것 같았던 것이 덜컥 현실로 다가와 마음에 묵직한 돌 하나를 돌린다.
그래도 나이별로 차이는 있다. 내 부모 생각에 묵직해 질수도, 아니면 나 본인의 일로도 묵직해 질 수 있다.
어느게 더 무거운지는 답이 없지만.

나도 뭐 적지는 않은 나이이기에 위에 예를 들었던 두가지 돌 모두 묵직하게 가슴에 얹어져있다.
그래도 오늘은 나의 끝에 대해 생각해보고싶다.

#라스트데이즈 (#제프다이어 씀 #을유문화사 출판)은 작가로서, 한사람의 인간으로서, 스스로가 말년에 들었다고 생각하고 사람의 ‘끝’에 대해 제프 다이어가 생각한 것들을 쓴 짧은 글들을 주욱 나열해 놓은 책이다.

본인의 전공인 끝을 알 수 없는 문학적 지식과, 재즈, 락, 클래식을 넘나드는 음악적 지식, 무릎, 발목, 어깨, 팔꿈치의 통증이 인생의 말년을 느끼게 하면서도 여전히 사랑함을 마다하지않는 테니스를 비롯한 운동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문득문득 떠오르는 영감마냥 글의 한꼭지 한꼭지에 자기가 끝을 생각할 때 같이 떠오르는 것들을 적어놓았다.

그의 글을 주욱 따라가는 동안 밥딜런이나 베토벤, 로저 페더러 같은 나도 어느정도 아는 천재들도 많이 나왔지만 나보다 윗 세대의 이야기들이라 다 알아듣기는 힘들었다.
그럼에도 곡명이나 가사를 가져와 문장을 만들어내고 일상적이라 생각해보지 않은 것들을 본인의 일상에 가져와 자연스럽게 붙여내면서 잘 알지 몰라도 작가가 하고자하는 말이 무엇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책을 연지 얼마되지 않는 순간부터 덮는 순간까지 계속 느껴졌던 것은 인생의 끝을 논하는 <라스트 데이즈>라는 책의
제목이 주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책 속의 문장이 상당히 통통 튀는 느낌을 준다. 끝을 말하는게 맞나 싶을정도로 위트가 넘치며 생기발랄하다. 그리고 열정적이다.

분명 이 글을 쓸 때, 그리고 쓰고나서 이 책을 두고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할 때면 작가의 눈은 그 어느 십대 이십대 못지않게 반짝일 것이다.

그럼에도 악보로 적혀진 것 중 가장 슬프다는 베토벤의 현악사중주를 보고 말하는 바그너와 전쟁을 치른 <바그너의 경우>를 쓰고도 추신과 후기까지 덧붙이는 니체 등 슬프고 꼬장꼬장한 것들도 외면하지 않고 담는 것을 보며 인생의 말년이란 인생의 전체의 다른 표현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에서 능력이 쇠퇴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인생에서 누가 뭐라해도 이것 하나만은 자신있어 내가 1등이야 했던 것이 평범해져가고, 평범보다 못해질 수 있다는 걱정은 인생을 좀먹는다. 남은 인생도 불행해질 뿐만 아니라 앞서 살아왔던 시절마저 부정당한다. 무엇하나 좋은 것이 없다.
인생의 말년보다 먼저 맞이하는 끝이 있다면 은퇴 일 것이다.
평생 나의 정체성이 되어주었고 나 스스로를, 나아가 가족의 생계를 부양하게 해주었던 것을 더이상 하지못하게 되는 순간 대부분의 사람들이 남은 인생을 어찌 살아야할지, 이제 본인은 쓸모없어진 사람이라는 우울감을 겪는 시기이다.

이때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보고 싶었으나 일하느라 못했던 것을 도전해보거나, 이전의 경력이 인정받아 다른 곳으로 스카웃제의가 들어오거나 못했던 여행을 배우자와 함께 떠나면서 계속 몸에 생기를 넣어준다면, 제프 다이어를 떠올렸을 때 반짝일 것 같다던 눈빛처럼 우리의 삶도 그럴 것이다. 물론 그럴 수 있다는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주변인이 있으면 더 좋겠지만.

그렇게 은퇴의 시기를 잘 견뎌내면 나의 생물학적 나이만 다를뿐 이십대에 첫 사회생활에 발을 내딛던 그 시절의 나와 별반 다른 차이가 없다. 새롭게 시작한 일은 익숙해 지고 더 잘하게 될 과정이 이어질 것이니 쇠락해져가는 것을 대체하여 나를 또 다시한번 생생하게 젊게 만든다.

젊음과 쇠퇴는 물리적인 현상일 수도있지만 심리적인 현상일 수도 있다. 나이를 먹어 신체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할 수 있는 한에서 최선을 다하며 관리하는 방법 뿐. 하지만 왕성한 호기심으로 끝없이 무언가를 배우고 탐구한다면 뇌와 심장만은 여전히 끝이 아닌 현역일 것이다.

라스트데이가 아니라 라스트데이즈라고 이름 붙은 이유도, 끝이라 할만큼 각오를 다진 최선의 날들이 모이고 모여 또다시 인생이 됨을 뜻하는게 아닐까. 작가의 짧은 글들이 모여 <라스트 데이즈>라는 한권의 책이 된 것처럼 말이다.

끝이라는 각오로 끝이 끝이 아니게 만드는 마법.
그것이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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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캔버스
김영호 지음 / 군자출판사(교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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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의 도서제공으로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한 길만을 보고 평생을 달려가야 얻을까말까 싶을정도로,
모두가 할 수 있으면 하고싶어하는 일들이 세상에 많이있다.
보통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전문직들이 높은 경쟁률과 높은 학업 성취도를 요구한다.
돈이 제일의 가치인 것 같아 안타깝다는 시선이 많기는 하지만 그래도 집값과 물가가 폭등하는 요즘을 보면 어떤 위기가 와도 경제적으로 안전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경제적 안정을 위하는 것이 나쁘다고만은 이야기할 수 없다.
다만 너무 어릴적부터 평생을 학업이외의 다른 것을 생각하는 것이 사치일 정도로 앞만 달려와 하던 것 이외의 것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평생의 노력으로 겨우 얻은 것에 필요한 것들이 겪어보지 못한 사회에도 있는데 말이다.
전형적인 예로 의예과, 의대가 있다.
압도적인 학업성취를 요구하기에 공통교육과정이 시작되기 전부터 사교육으로 준비하는 경우도 많은 걸로 알고있는데 이런 과정을 거쳐 의사라는 숭고한 직업이 되면 의학적 지식뿐만 아니라 환자를 안타깝게 여기는 마음과 의사도 환자와 같은 사람이다라는 그런 인류애적 마인드도 필요하다.
그리고 관찰력은 물론, 어마어마한 직업적 스트레스를 잘 관리래줘야하는 것도 의사 스스로를 위해 필수적이다.

그래서 #김영호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이비인후과 교수는 의예과, 의대에 ‘세계 예술 속 의학의 이해’ ‘예술 작품 속 인간 : 질병과 치유에 대하여‘강좌를 개설하여 의사가 가졌으면 좋겠다 싶은 필수 덕목들을 강의하기 시작했다.

그 경험들이 하나의 책으로 묶여 #치유의캔버스 (#군자출판사 @ 출판)이 되었고, 이 책에서 저자는 의료인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인문학을 감상하는 힘을 기르고 그것을 체화해야하는 이유3가지를 들었는데 첫째는 자신과 같은 인간의 몸과 마음을 동시에 대해야 하는 필수직업이기 때문이며, 나도 환자도 결국 같은 존엄한 존재임을 인식해야하는 것이 둘째, 마지막으로 작품 감상 교육을 통해 인간사에 대한 간접경험의 기회를 많이 가져야 기때문이라고 언급한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의 소견을 요구하는 직업이 또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의대를 목표로 하는 학생들이 미리 알아두면 좋은 내용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존엄한 존재임을 인식하고, 다양한 간접경험의
필요성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마찬가지로 필요한 것이라 우리같은 일반 사람들도 읽기 좋은 책인 것은 분명해 보였다. 다만 그림에서 어떤 것을 의학과 결부지을 수 있을까가 궁금했다. 그래도 나름 유명한 작품들은 제법 봐왔다고 생각했는데 의학적인 배경이 담겨있다고 알고있는 그림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고흐의 별 헤는 밤의 곡선으로 굽이치는 화풍이 말년에 고생한 정신질환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라는 썰 정도랄까?

아주 유명한 그림인 티치아노의 <바쿠스와 아리아드네>에서 모두 바쿠스와 아리아드네에 주목하지만 그 뒤 작게 축 쳐져서 술에 취해 잠든 것으로 보이는 실레노스에 주목하며 그의 몸으로 BMI지수를 측정하여 어쩌면 수면무호흡증으로 인한 극심한 수면장애를 겪고있으며, 그로인한 주간기면증을 보이고 있는 것일 수 있다는 병리적해석, 르 쉬외르의 <알렉산더와 그의 의사>에서 알렉산더의 야윈 몸을 그린 해부학적 지식, 독살의 의심을 주변 신하들이 일컬을때 그의 신하이자 의사인 필립이 준 약을 마시면서 보여준 신뢰, 신뢰에 감동하여 지극정성으로 돌본 결과 회복한 알렉산더를 보여주며 환자와 의사간의 신뢰와 의무, 권리를 배운다.

이 외에도 성인의 순교장면과 흑사병예방과의 관계, 그뢰즈의 <깨진 거울>로 바라보는 인간의 내면, 밀레이의 <눈먼소녀>로욕망이 단순한 이기심인지 정신심리적 이상행동인지 의학적 시각뿐만 아니라 하나의 주제를 다르게 표현한 그림들을 비교하며 인문학적 심미학적 경험을 쌓을 수 있게 되어있어 의사로 필요한 관찰력과 공감능력, 그리고 인간으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아름다운 것들을 향유할 수 있는 도움까지 담겨있다.

<치유의 캔버스>는 의사만을 위한 책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독자는 환자와 보호자로 의사들을 만난다.
의사라는 직업을 좀 더 이해하고 먼저 신뢰를 보여준다면 의사 또한 자신의 의무를 분명 다 할 것이다.
삭막한 진단서에도 존댓말로 적어 환자가 사망한 뒤 보호자가 보기에 덜 시리도록 하는 의사들도 있다.
양방향의 존중과 연민이 기적의 씨앗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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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예술은 사라지지 않는다 윤혜정의 예술 3부작
윤혜정 지음 / 을유문화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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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나름 전시회를 보러다니고 예술서 몇권을 읽으면서 예술을 좋아한다고 제법 나랑 잘 맞는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렇지 않은가봐 라는 좌절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현대미술이다. 이차원적인 전형적인 예술을 벗어나 설치미술이나 퍼포먼스로 대변되는 현대미술은 신진작가전시같은 미술계가 가장 주목하는 작가들의 전시를 보러가도 퍽 당황스럽다.

자세한 설명도 없고 전시의 큰 목표나 메시지만 전하는 경우가 많아 이해하기 쉽지않았다. 뭐 모든 분야를 좋아하고 해야하는 것은 아니지만(그림 전시회를 가도 쓱 둘러보다 마음에 드는 작품, 꼭 봐야만 하는 중요작품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구경한다)그래도 현대미술이라고 이름 붙여진, 전쟁의 역사로 흐름이 끊기도 급변해서 지금 시대의 예술이라 이름 붙여진 것들과 친해지고 싶었다. 이해하고 싶었다.
그럴땐 전문가의 친절한 설명이 해답이 될 것이다.
그 전문가가 우리나라의 내노라하는 갤러리 ‘국제’의 이사, 매니징 디렉터 #윤혜정 이라면?

윌터의 상상은 현실이 되듯, 위의 상상도 #어떤예술은사라지지않는다 ( #을유문화사 출판)로 현실이 되었다.

<어떤 예술은 사라지지 않는다>에서는 윤혜정 저자의 평생에 이루어진 세계각지에서의 예술 경험이 담겨져있다.

예술이라는 것이 지속되는데에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를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눈에 보이는 것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것 까지 상상하며 감상하는 것은 우리를 좀 더 나은 우리가 되게 해준다. 그리고 그때 전시는, 예술은 하나의 시공간에서 또 다른 삶으로 전이되고 합쳐진다고.

그렇게 누군가의 또 다른 삶으로 합쳐진 ‘어떤 예술’은 ‘사라지지 않’고 그 예술의 진의에 좀 더 가까운 모습으로 살아남아가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경험은 실제 작품이 있는 장소에서 겪어야 가능한 일이다. 하나라도 놓칠세라 모든 그림을 찰칵 소리 한번으로 언제 다시 열어볼지 모르는 사진첨 속 한장의 그림으로 전락시키는 것이 아니라 예술 작품이 놓여있는 고유한 풍경과 함께 어우러졌을 때 제대로된 이야기를 전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비록 우리는 사진으로 구경하게 되지만 전문가이자 베테랑인 저자의 전하고자하는 의도가 담겨있는 사진과 설명으로 자신의 일터뿐만 아니라 한국의 유수 미술관과 도서관, 미국,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아르헨티나, 덴마크, 일본 등 세계 곳곳의 물리적 공간과 함께한 예술들을 볼 수 있다.
이차원이지만 삼차원적이고 나에게 와닿아 공명하면 사차원의 고차원의 것으로 나아간다.

혼자라면 알지도, 그로인해 가보지도 못했을 전 세계 방방곡곡을 저자를 따라 여행을 하다보면 무엇이든 나타내고 담을 수 있는 현대미술인듯 하지만 딱 하나 할 수 없는 것이 있다라며 시선을 끈다. 무엇인고 하니 바로 ‘하지 않는 것’이란다.
실제로 많은 예술가들이 창작의 고통에 몇날 며칠을 창작활동을 하지 않을 것 같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작업을 포기하지 않는 작가들이 대부분이라며, 삶이 나에게 부여한 숭고한 미션을 달성하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사라지는 것’을 거부한다.

하지만 이 ‘하지않는 것’, ‘사라지는 것’을 기꺼이 해낸 것으로 책의 마지막에 담아있는 예술이 바로 패트릭 브링리의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 입니다>였다.
미술관의 경비원으로 남아있지 않았고 사라지는 것을 기꺼이 행동으로 옮겼으며 자기 자신을 전혀 다른 인생으로 또 다른 현실로 기꺼이 옮겨놓았다.

예술은 결국 그 예술을 만들어낸 사람의 인생의 한꼭지이지 않나. 담아내는 것도 어려운데 그것을 통해 인생자체를 바꿔버리다니. 그 어떤 현대예술보다 심오하고 예술적인듯하다.

저자를 따라가며 여기저기에서 다양한 미술들을 겪다보니 나 스스로도 하나의 예술이 되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이든 비소설이든, 그림이든, 조각이든, 설치미술이든간에 멈추지않고 무언가를 진심으로 하다 하지않고, 사라져야 하는 순간이 되었을 때도, 내 인생이 누군가의 마음속에 오롯이 기억되어 사라지지 않는 예술이 되는 것.
그만한 성공적인 삶이 있을까?

수많은 예술들을 마주하며 마지막 페이지에서 든 생각은
나 스스로를 예술로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비로소 현대미술을 조금 알 것 같기도하다.
아무리 난해해도 인생보다 난해하겠나.
누군가의 인생 한꼭지가 담겨있는 것인데말이다.
결국 인생이라 그렇게 난해했구나 싶기도 하다.
삶이 복잡해졌듯 예술도 복잡해진것이겠지.
내가 남길 예술은 복잡하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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