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께서 물가에 서서 말씀하셨다: "가는 것이 이와 같구나! 잠시도 쉬지 않는구나(子在川上曰 逝者如斯夫 不舍晝夜)."

 

<논어> 자한편에 나오는 말이에요. 주희는 이 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주석을 달고 있어요: "천지의 조화는 갈 것이 지나가면 올 것이 뒤를 이어 한 순간의 멈춤도 없다. 그것이 바로 도체(道體)의 본연이다. 그러나 그것을 가리켜 나타내기 쉬운 것으로써 흐르는 시냇물 만한 것이 없기 때문에  이를 들어서 사람에게 보인 것이다. 이는 배우는 자가 때때로 성찰하여 터럭만한 간단(間斷)도 없게 하고자 함이다." (인용문 출처 : 김도련, <주주금석 논어>, 271쪽)

 

자연에서 삶의 교훈을 배우는 것은 동양의 오랜 전통이죠. 공자 역시 흐르는 물을 보면서 삶의 교훈을 배웠을 거예요. 그런데 공자가 한 말의 진의가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어요. 그저 끊임없이 흐르는 물의 생리를 말했을 뿐이기 때문이죠. 주희는 성리학의 관점에서 공자의 말을 풀이 했다고 볼 수 있어요. 다른 각도에서 이 말의 의미를 풀이할 수도 있을 거예요. 예컨데 삶의 무상(無常)함을 탄식한 것이라는 의미로요.

 

사진은 윤봉길 의사의 시예요.

 

목계일곡수(木溪一曲水)   목계(시냇물 이름) 한 구비

수덕원자류(修德源自流)   수덕(수덕사가 있는 곳) 수원에서 흘러 왔다네 

척오신오예(滌吾身汚濊)   탁한 내 심신 맑게 씻어 주나니

무진격천추(無盡格千秋)   끊임없이 무궁토록 흐르리

 

윤봉길 의사의 생가터 주변에 목계(木溪)라는 시내가 있는데 이 시내를 두고 지은 시예요. 시를 읽어 보면 공자의 말이나 주희의 주석과 통하는 면이 있어요. 끊임없이 흐르는(흐를) 물을 말한 점은 공자의 말과 통하고, 근원과 수양을 말한 점은 주희의 주석과 통해요. 윤 의사는 서당에 다니며 사서삼경을 배웠어요. 그렇다면 필시 주희의 <논어집주>를 읽었을 터이고 - 전통적으로 서당에서 읽는 <논어>는 주희가 주석을 단 <논어집주> 였어요 - 그것이 체화되었다가 무의식중에 발현된 시가 아닐까 싶어요. 

 

윤봉길 의사하면 폭탄을 던진 열혈 투사로만 기억하기 쉽죠. 그러나 그것은 그가 역사에 빛을 발한 순간의 모습일 뿐이죠. 빛을 발한 순간 이전에 더없이 긴 평범한 시간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거예요. 그 시간들이 역사에 빛을 발한 순간을 만들어냈기 때문이죠. 위 시는 윤봉길 의사가 더없이 긴 평범한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가를 보여주는 시예요. 끊임없이 흘러가는 물처럼 자신을 끊임없이 순결(純潔)하게 다듬었기에 오욕(汚辱)의 존재들을 응징할 용기를 낼 수 있었을 거예요.

 

 

낯선 한자를 몇 자 살펴 볼까요?

 

은 氵(물 수)와 條(곁가지 조)의 합자예요. 씻는다는 의미예요.  氵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條는 음을 담당하면서(조→척)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곁가지는 바람을 맞으면 이리저리 흔들리는데, 씻을 때는 물체가 그같이 이리저리 흔들린다는 의미로요. 씻을 척. 滌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洗滌(세척), 滌去(척거)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氵(물 수)와 亐(어조사 우)의 합자예요. 더럽다라는 의미예요.  氵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亐는 음을 담당하면서(우→오)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亐는 본래 기운을 밖으로 토해 낸다는 의미예요. 그같이 가까이 하지 않고 멀리하는 것이 바로 더러운 것이란 의미로 본뜻을 보충해 주고 있어요. 더러울 오. 汚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汚染(오염), 汚物(오물)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氵(물 수)와 歲(해 세)의 합자예요. '흐리다, 더럽다'란 의미예요.  氵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歲는 음을 담당하면서(세→예)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해가 바뀌어도 깨끗해지지 않을 정도로 흐리다/더럽다란 의미로요. 穢와 통용해요. 濊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濊土(예토, 이승), 濊語(예어, 욕지거리)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木(나무 목)과 各(각각 각)의 합자예요. 나무가 무성하게 자란 모습이란 의미예요. 木으로 뜻을 표현했어요. 各은 음을 담당하면서(각→격)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가지는 가지대로, 줄기는 줄기대로 제각기 무성하게 자랐다란 의미로요. 지금은 주로 '이르다, 바로잡다'의 의미로 사용하는데, 이는 본 의미에서 연역된 거예요. '최고의 성장점까지 이르다, 제멋대로 자란 것을 바로잡아 주다'란 의미로요. 이를 격. 바로잡을 격. 格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格物致知(격물치지), 格心(격심, 바른 마음)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滌 씻을 척   汚 더러울 오   濊 더러울 예   格 이를 격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物致知    (   )土   洗(   )   (   )染

 

3. 다음 시를 읽고 풀이해 보시오.

  

   木溪一曲水   修德源自流   滌吾身汚濊   無盡格千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젊은 아버지는 길을 떠나기 앞서 곤히 잠든 어린 자식들과 아내를 물끄러미 쳐다 보았다. 순간 마음이 흔들렸다. "내가 이들에게 너무 무거운 짐을 남기고 가는 것은 아닌가?" 다시 한 번 그들의 얼굴을 쳐다 보았다. 자신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순간 그는 오치서숙(烏峙書塾)에서 장원했던 자신의 시를 떠올렸다.

 

不朽名聲士氣明(불후명성사기명)   썩지 않을 이름으로 선비 기개 밝으니

士氣明明萬古晴(사기명명만고청)   선비 기개 밝고 밝아 만고에 해맑도다

萬古晴心都在學(만고청심도재학)   만고에 맑은 마음 배움에 달렸으니

都在學行不朽聲(도재학행불후성)   배워 행함 속에 썩지 않을 이름 있네. (번역: 정민, '한시 미학 산책' 304쪽)

 

"그래, 나는 나의 배움을 배반하지 않기 위해 이 길을 떠나는 것이다. 아이들아 그리고 아내여, 너무 무거운 짐을 남기고 떠나 미안하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후 언젠가는 나를 이해할 날이 오리라 믿는다." 젊은 아버지는 마음을 추스리고 방문을 조용히 열었다. 밖은 어둠에 쌓여 있었다.

 

사진의 시는 윤봉길 의사 기념관인 충의사에서 찍은 거예요. 그가 서당을 다닐 때 지은 시라고 하더군요. 웬지 홍구우 공원 의거 전조를 알리는 듯한 느낌이에요. 언어는 주술성을 띈다고 하잖아요?

 

윤봉길 의사가 돌아간 나이는 25살 이에요. 그에게는 이미 아내와 어린 자식들이 있었어요. 그들을 두고 집을 떠날 때 그의 심정은 어땠을까요? 자신이야 대의(大義)를 위해 집을 떠난다지만 아내와 자식들에게는 몹쓸 짓이 될 수도 있잖아요? 그들에게 가해질 생활고와 일제의 탄압을 생각하면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을 거예요. 그때 문득 떠올린 것이 이 시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하여 가상의 이별 장면을 그려 봤네요.

 

윤봉길 의사의 시는 첩자시(疊字詩)예요. 각 구절의 끝 세 글자가 다음 구절에 그대로 반복되고 있죠. 얼핏보면 쉬워 보이지만 운과 내용의 완성도를 고려하면서 반복 구절을 써야 하기에 결코 쉬운 형식의 시가 아녜요. 윤봉길 의사의 시문 실력이 상당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라고 할 수 있어요.

 

 

한자를 몇 자 자세히 살펴 볼까요?

 

는 木(나무 목)과 丂(공교할 교)의 합자예요. (나무가) 썪었다란 의미예요. 木으로 뜻을 표현했어요. 丂은 음을 담당하면서(교→후)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는 본래 기운이 올라가다 위에서(一) 막힌 것을 표현한 글자였어요. 여기서는 이 의미로 사용됐죠. 즉 기운이 올라가다 위에서 막힌 것과 같이 성장이 막힌 것이 썩은 나무란 의미로요. 썪을 후. 朽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不朽(불후), 朽廢(후폐, 썩어서 쓸모없게 됨)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耳(귀 이)와 磬(경쇠 경)의 약자가 합쳐진 거예요. 경쇠가 울릴 때 나는 것처럼 분명하고 확실하게 귀를 통해 들리는 그 무엇이란 뜻이에요. 그게 무엇이겠어요? 소리지요! 소리 성. 聲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音聲(음성), 聲量(성량)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본래 夝으로 표기했어요. 夝은 夕(저녁 석)과 生(星의 약자, 별 성)의 합자예요. 비가 개인 후 저녁 하늘에 별이 보인다는 의미예요. 이 의미를 줄여 '개다'로 사용했어요. 갤 청. 晴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晴天(청천), 快晴(쾌청)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阝(邑의 약자, 고을 읍)과 者(渚의 약자, 물가 저)의 합자예요. 수도란 의미예요.  阝으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者는 음을 담당하면서(저→도)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수도는 물가를 띠고 형성된다는 의미로요. 도읍 도. 都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都市(도시), 都農(도농)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朽 썩을 후   聲 소리 성   晴 갤 청   都 도읍 도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音(   )   (   )農   快(   )   不(   )

 

3. 다음 시를 읽고 풀이해 보시오.

  

   不朽名聲士氣明   士氣明明萬古晴   萬古晴心都在學   都在學行不朽聲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cyrus 2017-01-24 15: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독립운동가들 그리고 그들의 후손들이 이 사회에 인정받고, 훌륭한 업적들이 오래오래 전해져야 하는데, 가면 갈수록 그들의 이름이 무관심으로 인해 썩어 잊히고 있습니다. 정작 생각이 썩은 사람들을 잘 살아가고요.

찔레꽃 2017-01-24 15:40   좋아요 2 | URL
그렇죠. 안타까운 일입니다. ㅠㅠ
 

<이미지 출처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001&aid=0008916476&sid1=001>

 

 

이순신 - '신화'가 된 인물이죠. 그래서 그럴까요? 그에 관한 뭔가 새로운 것이 발견되면 초미의 관심사가 되죠. 최근에 이순신 연구가인 노승석 씨가 이순신의 장계 초안을 발굴하여 화제가 됐죠. 특히 그 안에 있는 '금토패문(禁討牌文: (일본군) 칠 것을 금하는 패문)' 전문이 관심을 끌었어요. 금토패문은 이순신을 분노케 했던 명군의 지시 전달서죠. 그간 일부 내용만 전해져 전문이 궁금했는데 그 궁금증을 풀게 된 거예요.

 

사진은 이번에 발굴된 이순신의 장계 초안이에요. 정확하게는 중간 분류선 후반부만 이순신의 장계 초안이고, 전반부는 다른 이의 글이에요. 장계 초안이 들어있는 기록물은 정탁의 '임진기록'인데, 이 안에는 임진왜란과 관련된 다른 이의 글도 들어 있거든요.

 

그런데 사진에서 아쉬운 점은 금토패문 내용이 나와있지 않다는 점이에요. 사진을 제공한 측이나 기사를 쓴 분이 신경을 덜 쓴 것 같아요. 아쉬운대로 한 번 읽어 볼까요? 탈초(脫草, 초서를 해서로 바꿈)된 원문은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 데이타 베이스에서 인용했어요.

 

삼도수군통제사겸 전라좌도수군절도사인 신 이순신은 삼가 적을 분별한 일로 아뢰나이다. 거제 · 웅천의 적들이 수없이 떼를 지어 진해 · 고성 등지를 제멋대로 드나들며 민가를 분탕질하고 백성들을 죽이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그들이 왕래하는 틈을 타 형편을 보아 섬멸코자, 각 처의 망대있는 산봉우리에 망보는 장수를 정해 보내면서 적선을 정찰하다가 적이 나타나는 즉시 보고하라고 하였습니다. 이번 3월 초사흘 미시에… (兼三道水軍統制使行全羅左道水軍節度使臣李舜臣謹達爲焚滅事. 巨濟熊川之賊. 數多作綜. 鎭海固城等處. 恣意出入. 焚蕩閭家. 殺掠人物是如爲白去乙. 乘其往來. 相勢剿捕次. 以各處通望峯頭望將定送. 瞭察賊船. 登時馳告亦爲白有如乎. 今三月初三日未時)

 

아쉽죠? 저도 그렇더군요. 하여 노승석씨의 저서 - 개정판 교감완역 <난중일기> - 를 사서 금토패문 전문을 읽어 봤어요. 그런데 기대가 큰 탓 이었을까요? 생각보다 특별한 내용은 없더군요. 일본군이 본토로 돌아가고자 강화를 요청하니 앞으로 일본군과의 교전을 금한다는 내용이 좀 상세하게 나와 있을 뿐이더군요. 이순신을 분노케 했던 대목은 기존에 알려진 내용 그대로였구요. 이순신이 신화화 된 인물이다보니 언론에서 호들갑을 떨었던 것 같아요. 이하는 노승석 씨의 저서에서 인용한 금토패문 전문이에요(원문은 생략). 빨간 글씨는 이순신을 분노케 했다고 알려진 대목이구요.

 

일본의 여러 장수들이 모두 귀화하는데 마음을 기울여 충순하고 정성을 다하려고 하였다. 어제 이미 표문을 갖추어 주청하고 책봉한다는 황제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제 바로 큰 일을 갖추어 일부러 찾아올 것이다. 일본의 각 장수들이 모두 갑옷을 풀고 전쟁을 그쳐 본국으로 돌아가고자 하니, 너희 조선도 전쟁의 어지러움을 벗고 태평의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 어찌 양국의 이익이 아니겠는가.

 

근자에 초병의 보고에 의하면 너희 조선의 병선이 일본의 진영에 가까이 주둔하여 땔나무를 채취하는 사람을 죽이고 전선을 태우고 훼손시키자, 일본의 여러 장수들이 함께 출병하여 너희와 함께 사투하기를 요구하거늘 본부와 행장 장군이 재삼 금지하므로 군사를 출동시키지 않았다. 의당 패문을 보내어 금지를 알려야 하겠기에 이 패문을 만들었으니 조선의 각 관원들이 잘 알아주기를 바란다. 너희의 각 병선들은 속히 본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서 일본의 진영에 가까이 주둔하지 말도록 하라. 교란시키는 일을 만드는 것은 사단을 일으키는 것이다.

 

만약 너희들이 돌아간다면 왜군이 대나무를 베어도 다른 뜻이 없어 베기를 마치면 속히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몽매하게 고집피우며 살피지 않고 이곳에 머물러 여전히 영락한 왜군을 다시 쫓아가 죽이고 배를 빼앗는다면, 본부는 즉시 경략병부 총독군문 송응창에게 첩정을 갖추어 보낼 것이다. 그러면 도리어 이제독과 유총병은 너희 국왕에게 문서를 보내어 엄하게 조사하게 할 것이고, 각 관군들은 병화를 불러일으킨 죄를 피할수 없을 것이다.

 

너희 조선의 각 관원들은 모두 문장에 통하고 이치에 밝아 시무를 익히 알고 있기에 본부에서 성을 내어 일깨우노니, 패문이 도착하면 즉시 글을 갖추어 회답을 보내라. 모름지기 이 패가 당사자에게 도달되어야 한다. 이상의 패문으로 조선의 각 배신들에게 바라노라. 이를 따라 패문을 시행하도록 하라.

 

잘 알려진대로, 이순신은 이 금토패문에 답장을 보내면서 특히 자신을 격노케 한 대목에 대해 이렇게 말했지요: "왜인들이 점거하고 있는 거제와 웅천 김해 동래 등지의 땅은 모두 우리의 영토인데 일본군의 영채에 가까이 가지 말라는 것은 무슨 말씀이며, 우리더러 속히 본처로 돌아가라 하시는데 본처란 곳이 어디를 가리키는지 모르겠나이다. 사단을 일으킨 자는 우리가 아니요, 바로 왜입니다!(倭人屯居巨濟熊川金海東萊等地 是皆我土 而謂我近日本之營寨云者 何也 謂我速回本處地方云 本處之方 亦未知在何所耶 惹起釁端者 非我也 倭也)" 미국 앞에만 서면 유독 작아지는 우리의 외교와 국방. 새삼 이순신의 당당함이….

 

탈초된 원문에서 두 자만 좀 자세히 살펴 볼까요?

 

은 糸(실 사)와 宗(마루 종, 마루는 기준 · 첫째란 의미)의 합자예요. 바디(피륙을 짜는 제구의 한 가지)란 의미예요. 糸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宗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피륙을 짤 때 바디의 실로 중심을 삼는다는 의미로요. 바디 종. '모으다'라는 뜻으로도 사용하는데,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예요. 바디의 실[세로 실]을 중심으로 다른 실[가로 실]을 모은다는 의미로요. 모을 종. 綜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綜合(종합), 機綜(기종, 베틀의 바디)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扌(手의 변형, 손 수)와 京(언덕 경)의 합자예요. 타인의 물건을 빼앗아 온다란 의미예요. 扌로 뜻을 표현했어요. 京은 음을 담당하면서(경→략)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京은 인위적으로 만든 높은 언덕이란 뜻이에요. 높은 언덕을 만들려면 다른 곳에 있는 흙을 가져와야 하죠. 다른 곳의 흙을 가져오는 것은 타인의 물건을 빼앗는 것과 유사한 행위죠. 하여 이 의미로 본뜻을 보충해주고 있는 거예요. 노략질할 략. 掠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掠奪(약탈), 虜掠(노략)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이야기가 좀 빗나가는데, 국정 농단의 주범인 최순실이 법정에서 좀 당당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 내가 다 조종했다. 모자라는 대통령 때문에 나라가 망할까 봐 그렇게 했다. 여한없이 부와 권력을 누렸다. 처벌, 달게 받겠다." 차라리 이렇게 나오면 국민과 재판관들의 동정심을 사지 않을까요? 어휴, 그 비열한 모로쇠라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그래도, 소아과는 ㅇ소아과가 최고지!"

 

 아내가 ㅇ소아과를 다년온 후 의사가 왜 그렇게 불친절하냐고 투덜대자 함께 있던 선배가 말했어요.

 

 "하지만, 너무 불친절해서 가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마치 어린애 나무라듯이 저에게 뭐라고 하는 거예요."

 

 아내는 선배의 말을 수용하지 않았어요. 아무리 실력있는 의사라 해도 환자의 부모를 막 대하는 의사에겐 가고 싶지 않다는 거였어요. 결국 아내는 아이가 다니던 소아과를 다른데로 옮겼어요.

 

 아이들이 어렸을 때 일이니, 벌써 십 수년전 얘기네요. 아내가 투덜댔던 그 소아과는 지금도 영업중인데, 전하는 말에 의하면, 원장님이 많이 부드러워졌다고 하더군요.

 

 사진은 '의학박사 최익순(醫學博士 崔益淳)'이라고 읽어요. 북촌에 갔다가 찍었어요. '최소아과 의원'(아래 사진) 원장님 문패예요. 최소아과 의원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일제 강점기를 다룬 영화같은데서나 나옴직한 건물이었기에 놀랐고, 간판 글씨가 지나치게 큰데다 가분수이고 요즘엔 좀처럼 쓰지 않는 검은 색을 사용했기에 놀랐고, 문패에 의학박사란 호칭을 사용했기에 놀랐어요.

 

이곳은, 인터넷을 찾아보니, 아직도 운영을 하고 있다고 하더군요(사진을 찍은 날은 문을 닫았어요). 1940년에 개원했고 원장님은 80이 넘으신 분이라고 하더군요. 북촌에 어울리는 병원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문득 '이 병원을 운영하는 원장님은 어떤 분일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처음엔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같은 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 왠지 부정적인 쪽으로 마음이 기울더군요. 병원 출입문에 내려진 철제 셔터, 담 위에 꽂아 놓은 쇠창살, 그리고 문패에 써 붙인 의학박사 호칭 때문이었어요. 이런 것들은 폐쇄적이고 자기 과시적인 설치물이에요. 이런 설치물을 한 병원의 주인이 과연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같은 분일까 하는 의구심이 든 거예요. 예전 아내가 싫어했던 ㅇ소아과 원장님 같은 분이 아닐까 싶더군요.

 

그러나, 이건 순전히 제 추측이에요. 처음 생각처럼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 같은 분일지도 모르겠어요. 출입문의 철제 셔터와 담장 위의 쇠창살은 보안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설치한 것이고, 의학박사라는 호칭이 있는 문패와 70년이 넘게 한 자리를 지켜온 병원 건물은 어쩌면 병원의 주인이 실력은 있지만 출세 보다는 의사로서의 본업에 충실하려는 것을 상징하는 표시인지도 모르지요. 

 

이런, 최소아과 원장님이 만약 이 글을 보신다면, 보실 일이 거의 없겠지만, 대단히 불쾌하실 것 같네요. 문패를 찍은 것도 불쾌한데, 남의 인격을 함부로 재단하는 말까지 했으니. 원장님, 죄송합니다! 원장님 건물이 문화재 수준의 건물이라(좋은 의미입니다!) 건물 주인에 대해 중얼거렸을 뿐입니다. 딴 뜻 없으니, 용서해 주셔요. (_ _)

 

인터넷을 찾아보니 원장님이 연로하셔서 오래지 않아 병원 문을 닫을 거라고 하더군요. 다른 분이 인수하시거나 자녀 분 중에 가업을 이은 분이 계속 운영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북촌에 북촌다운 병원 하나 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사진 출처: http://blog.naver.com/whiteskykh/220444238729>

 

醫와 博과 焞자가 좀 낯설어 보이죠? 자세히 살펴 볼까요? 

 

는 殹(앓는소리 예)와 酉(酒의 약자, 술 주)의 합자예요. 酉는 여기서 약이란 의미로 쓰였어요. 앓는 소리하는 환자를 약으로 치료해주는 사람이란 의미예요. 의원 의. 醫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醫師(의사), 醫術(의술)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十(열 십)과 尃(펼 부)의 합자예요. 十은 여기서 '두루, 널리'라는 의미로 쓰였어요. 알고 있는 지식의 범위가 두루 펼쳐져 있다, 즉 넓다란 의미예요. 넓을 박. 博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博學(박학), 廣博(광박)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火(불 화)와 享(누릴 향)의 합자예요. 밝다란 의미예요. 火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享은 음을 담당해요(향→순). 밝을 순. 焞은 일반적으로 '성하다, 어슴푸레하다'란 뜻으로 사용해요. 이 경우는 음도 달라져요. 성할 퇴. 어스름할 돈. '밝다'란 의미는 이름자에만 사용해요. 焞이 사용된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焞焞(퇴퇴, 세력이 왕성한 모양),  焞焞(돈돈, 빛이 어슴푸레한 모양)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醫 의원 의   博 넓을 박   焞 밝을 순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學   (   )焞   (   )術

 

3. 본인이 만났던 좋은 의사 분이 있으면 소개해 보시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임채봉 2017-01-16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10여일만이라서 뮤자게^^ 반갑습니다!

찔레꽃 2017-01-16 17:24   좋아요 0 | URL
앗, 저도... ^ ^ 한동안 바빴습니다. ^ ^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과디, 윗뜸, 옥거리, 물안이, 산정말..."

 

고향 동네 이름들이에요. 과디는 구아대(舊衙臺)의 줄임말로 옛 관아터란 의미이고, 윗뜸은 위에 있는 동네란 의미이고, 옥거리는 감옥이 있던 곳이란 의미이고, 물안이는 물을 안고 있는 동네란 의미이고, 산정말은 산 꼭대기에 있는 마을이란 의미예요. 의미를 알고 동네 이름들을 대하니 동네 이름이 한결 더 친근하게 느껴지더군요.

 

그런데 이 이름들은 행정 구역상 명칭이 아니고 동네 사람들 사이에서 불리는 별칭이에요. 하지만 이런 별칭이 행정 구역 명칭보다 훨씬 더 그 구역의 특성을 잘 반영한 것 같아요. 이 동네들의 행정 구역 명칭은 서정리(西亭里)인데, 구역의 특성을 반영 못한 무미건조한 명칭이에요.

 

여기서 문제 하나 내 볼까요? '붉은 빛을 띈 흙이 있는 고개'는 무슨 이름으로 부르면 좋을까요? 그래요! '붉은 고개' 혹은 '붉은 재'라고 부르면 돼죠. ^ ^

 

사진은 '홍현(紅峴)'이라고 읽어요. '붉은 고개'란 뜻이에요. 고개의 흙 색깔이 붉은 빛을 띄어 붙여진 이름이에요. 처음에는 한글 이름으로 불리다 후에 한자로 변환되었어요. 지금은 아스팔트로 덮여 '붉은 흙'의 존재를 확인할 길 없고 다만 표지로 옛 이름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에요. 이런 표지조차 없다면 그나마도 옛 이름을 잊고 말았을 거예요. 다행(?)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종로구 화동에 있는 표지석인데, 박대통령 퇴진 집회차 서울에 갔다가 찍었어요. (요즘 박대통령 때문에 원치 않게 서울 구경을 자주 해요. ㅠㅠ)

 

한자를 자세히 살펴 볼까요?

 

은 糸(실 사)와 工(장인 공)의 합자예요. 옷감을 붉게 물들였다는 의미예요. 糸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工은 음을 담당하면서(공→홍)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정교하게 붉은 색을 물들였다는 의미로요. 붉을 홍. 紅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紅葉(홍엽, 단풍), 鮮紅(선홍)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山(뫼 산)과 見(볼 견)의 합자예요. 고개라는 의미예요. 山으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見은 음을 담당하면서(견→현)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고개에서는 아래에 있는 것들이 잘 보인다는 의미로요. 고개 현. 峴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阿峴洞(아현동), 泥峴(이현, 진고개)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紅 붉을 홍   峴 고개 현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鮮(   )   泥(   )

 

3. 본인이 사는 동네 이름의 유래를 말해 보시오.

 

 

주소 체계가 지번에서 도로명으로 바뀌면서 그나마 남아있던 마을 유래를 나타내는 명칭들이 많이 상실됐죠. 효율성이 대세인 세상이니 어쩔 수 없는 변화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아쉬움이 있어요. 마음의 고향인 유년의 기억을 빼앗긴 기분이랄까요? 도로명 주소가 어쩔수 없는 추세라 해도 옛 이름을 잊어 버리지 않게 '홍현' 표지처럼 흔적을 남겨 놓으면 어떨까 싶어요. 마음의 고향을 잃은 실향민이 되지 않도록 말이지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