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를 씌우고 양말도 두꺼운 걸로 신겨요!"

 

한 밤중, 아이에게 열이 나자 아내가 발을 동동 굴렀어요. 불현듯 야매 의사(?) -- 이따금 들르는 오행생식원 원장님 별명 -- 한테 들은 처방이 생각나 말했어요. 열이 나는 아이에게 되려 더 열이 나게 하는 처방이라 이상할 법도 했지만, 아내는 군말없이 아이에게 두꺼운 옷을 입히고 모자와 양말을 꺼내 씌우고 신겼어요. 해열제도 없고 병원에 갈 처지도 안되는데다 워낙 남편이 단호하게 말하니 그대로 따랐던 것 같아요. 아이는 땀을 비오듯이 흘리며 비몽사몽간을 헤맸어요. 새벽녘이 되자 아이의 체온은 뚝 떨어졌어요. 십 수년 전 일이에요.

 

사진의 한자는, 써있는 것 처럼,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고 읽어요. 열로써 열을 다스린다란 뜻이지요(잘 아시죠? ^ ^). 아이를 키우면서 경험했던 이열치열 처방이 생각나 적어 봤네요.

 

이열치열이 아무런 근거가 없는 처방이란 말도 있지만(http://islmoa.blog.me/220804931327) 저의 아이 경험으로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아요. 몸은 항온을 유지하려는 관성이 있죠. 그런데 허열(虛熱)이 있으면 몸은 뜨겁지만 사실 내부는 차가운 상태예요. 열이 남에도 불구하고 땀이 나지 않는 것이 그 증거죠. 따라서 이 경우 열이 난다고 몸을 식히려 냉찜질을 하거나 찬물을 들이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일시적으론 몸이 차가와질 수 있으나 도로 열이 나고 체온도 떨어지지 않죠. 게다가 자칫 내장 기관도 상할수 있구요. 이 경우엔 반대로 몸을 따뜻하게 하고, 따뜻한 물을 복용해야 해요. 그러면 내외부가 함께 더워져 몸이 항온을 유지하기 위해 땀을 배출하게 되고, 땀이 배출되면 체온이 자연스럽게 떨어지죠. 일견 미련하게 보였던 저의 처방이 효과가 있었던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에요.

 

그러나 이 처방이 항상 유용한 것은 아니예요. 선천적으로 속열이 많은 사람은 별 효과가 없어요(저의 아이는 다행히(?) 이런 예외가 아니었기에 효과가 있었던 것이죠). 속열이 많은 사람은 찬밥을 먹으면서도 땀을 흘리거든요. 이런 이들에겐 이열치열이 의미없는, 아니 오히려 해로운 처방이에요. 요는 이열치열이 의미있는 처방이긴 하지만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 처방은 아니라는 점이예요. 이런, 마치 의사나 된듯이 주절됐네요. 죄송.

 

 

한자를 좀 자세히 살펴 볼까요?

 

는 已(그칠 이, 이미 미)를 뒤집어 놓은 거예요(모양이 약간 달라졌죠). 본래는 '그치지 않고 계속하여 사용한다'란 의미예요. 以를 보통 '써 이'라고 읽는데, 이때 '써'는 '수단, 방법'이란 의미예요.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지요. 써 이. 以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以心傳心(이심전심), 事親以孝(사친이효)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氵(水의 변형, 물 수)와 台(怡의 축약형, 기쁠 이)의 합자예요. 일정한 법도에 맞게 다스려 잘되게 한다란 의미예요. 水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물은 아래로 흐르게 해야 문제가 없기에, 이 의미로 본 의미를 표현한 것이지요. 台는 음을 담당하면서(이→치)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일이 일정한 법도에 맞게 잘 다스려지면 즐겁고 기쁘다란 의미로요. 다스릴 치. 治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治山治水(치산치수), 治療(치료)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埶(심을 예)와 灬(火의 변형, 불 화)의 합자예요. 덥다, 뜨겁다란 의미예요. 灬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埶는 음을 담당하면서(예→열)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심은 것이 잘 자라는데 필요한 것이 더운 기운이란 의미로요. 더울 열. 熱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熱氣(열기), 以熱治熱(이열치열)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以 써 이   熱 더울 열   治 다스릴 치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療   (   )氣   (   )心傳心

 

3. 다음을 한자로 써 보시오.

 

   열로써 열을 다스리다.

 

 

사진의 이열치열은 어느 죽집에서 여름철 메뉴(불짬뽕죽)를 홍보하기 위해 사용한 것인데, 무심코 보면 별 문제 없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약간 문제가 있어요. 열로써 열을 다스린다는 말은 맞는 말이지만, 열을 다스리는 '열'이 '매운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에 뜨거우면서 매운 맛이 틀림없을 불짬뽕죽이 이열치열에 적합한 메뉴라고는 할 수 없기 때문이죠. 차가운 날씨에 어울리지 않는 철지난 홍보물 만큼이나 어색한 메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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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7-02-25 0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통 뜨거운 음식과 놓고 많이들 쓰는데 ..그렇군요!^^

cyrus 2017-02-25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운 맛을 좋아하는 심리가 플라시보 효과와 비슷해요. 그러니까 흔히 매운 음식을 먹고 나면 속시원한 기분이 든다고 하는데, 그게 뇌의 착각이라고 하더군요. 오히려 매운 음식을 갑자기 받아들이는 장이 부담스러워합니다. ^^;;
 

 

 

"선생님, 만일 위나라 임금이 선생님을 중용한다면 무슨 일을 먼저 하시겠습니까?"

 

"반드시 명칭[名]부터 바로 잡을 것이다."

 

"선생님도, 참,  현실 돌아가는 것에 어두우시긴…. 그건 그렇고 무엇 때문에 명칭부터 바로 잡겠다고 하시는건지요?"

 

"떼끼, 버릇없구나. 군자는 자기가 알지 못하는 일에 대해선 함부로 말하지 않는 법이다. 왜 명칭을 바로 잡아야 하는지 그 이유를 말해 주마. 각자가 지닌 명칭, 곧 직위가 그가 지닌 실제적 권한과 일치해야 내려진 명령이 실천되고, 명령이 제대로 실천될 때에 일이 이루어지며, 그런 후에야 예악 등 문화적 교육이 가능하게 되고, 형벌이 올바르게 적용되어 백성의 삶이 편안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자의 이 말은 원래 부정형으로 되어 있는데, 여기서는 긍정형으로 번역했어요. 번역 참조:  김승혜,『유교의 뿌리를 찾아서(지식의 풍경: 2008)』, 337쪽)

 

『논어』「자로」편에 나오는 공자와 자로와의 대화예요. 공자를 형님인 듯 스승인 듯 대하며 '솔까'하는 자로와 그런 자로를 타박하면서도 웬지 따스하게 어루는 공자의 모습이 잘 드러나는 대화 장면이에요. 여기 자로에게 답변한 공자의 말은 후세에 '정명(正名)'사상이라 불린 공자의 정치 사상이에요. 정명 사상은, 쉽게 말해, 명(名)과 실(實)이 상부한 행사(行事)가 이뤄질 때 정치 질서가 잡힌다는 주장이에요. 하극상이 빈번하게 일어나던 춘추 말기를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되는 정치 사상이죠. 물론 이런 정치 사상이 춘추 말기에만 의미있었다면 공자의 정명 사상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을 거예요. 시대를 초월한 보편성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끌었던 것이죠. 당장 지금의 탄핵 정국만 봐도 정명 사상이 의미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자신의 명칭에 해당하는 직무 범위를 벗어난 권한 행사로 인해 지금의 사태가 초래된 것 아니겠어요?

 

정명 사상을 대변하는 공자의 대표적인 발언은 사실 자로에게 한 말 보다는 제경공에게 답변했다는 다음의 발언이에요: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부모는 부모답게, 자식은 자식답게 행동해야 합니다[君君 臣臣 父父 子子]."  자로에게 말한 장황한(?) 내용을 간결하게 압축하여 표현한 발언이라 할 수 있죠.

 

사진의 한자는 유정(有晸)이라고 읽어요. 보통 유정이라고 하면 有情으로 표기하는데 이 식당의 유정은 有晸이라고 표기했어요. 왜 이렇게 표기했는지 궁금하더군요(음식을 사 먹으러 들어갈 식당이 아니었기 때문에 물어보질 못했어요). 두 가지 가능성이 있는 것 같아요. 첫째는 간판을 제작하는 이가 한자를 잘못 입력했을 가능성이에요. 요즘엔 한자에 익숙하지 않아 한글을 한자로 변환할 때 그 한글 음에 해당하는 한자를 대충(?) 택하는 경우가 있더라구요. 어차피 사람들이 한자에 크게 신경쓰지 않으니까요. 둘째는 식당 주인 이름일 가능성이에요. 자신의 이름이기에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有情'과 다르다는 의미로 有晸이란 한자 표기를 부기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에요.

 

첫째 이유이든 둘째 이유이든 한글 이름 전체를 한자로 부기하지 않고 식당 이름만 한자로 부기한 것이 특이한데, 간판의 이 한자 부기를 응시하다 보니 문득, 앞서 말한, 공자의 정명 사상이 떠오르더군요. 한글 이름에 한자를 부기하여 그 의미를 분명히 밝히려는 것은 그 이름에 걸맞는 뭔가를 하려는 것이고, 그것은 바로 공자의 정명 사상과 맞닿아 있는 것 아닌가 싶었던 거죠.

 

이 식당 주인이 식당 이름에 걸맞는 뭔가를 하려고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본래 표기하려던 한자가 有情이었다면, 정감있는 식당 혹은 정감있는 음식을 만들어 내겠다는 것일테고, 만일 有晸이 식당 주인의 이름이라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음식을 만들겠다는 뜻 아닐까요? 비록 허름한(?) 식당의 간판이지만 이름의 의미를 분명히 하여 그 이름에 걸맞는 뭔가를 하려는 자세는 더없이 아름다운 자세로 보여요. 

 

식당 이름의 한자 부기(附記), 웬지 허술하게 넘길 표기가 아닌 것 같아요. 너무 견강부회했나요?

 

 

한자의 뜻과 음을 알아 볼까요?

 

는 두 가지로 설명해요. 하나: 月(달 월)과 又(手의 변형, 손 수)의 합자로, 있어서는 안될 일[월식]이 있게 됐다란 의미이다. 又는 음을 담당(우→유). 둘: 月(肉의 변형, 고기 육)과 又의 합자로, 손에 고기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있을 유. 有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無所有(무소유), 有限(유한)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日(날 일)과 政(정치 정)의 합자예요. 해뜨는 모양이란 뜻이에요. 日로 뜻을 표현했어요. 政은 음을 담당해요. 해뜨는모양 정. 晸은 중국 신화의 한 주인공 이름이에요. 따라서 딱히 예로 들만한 것이 없군요. 晸에 관한 신화를 살짝 소개하는 것으로 예를 대신하죠. 晸은 염제의 후예예요. 일찍이, 해가 '우'라는 연못에 떨어지기 전 해 그림자를 따라 잡으려 뒤쫓아갔다고 해요. 도중에 목이 말라 황하와 위하의 물을 다 마셨는데 그래도 갈증이 그치지 않아 이번엔 대택수의 물을 마시러 북쪽으로 가던 중 갈증이 극심해 죽었다고 해요(인용 참조: http://100.daum.net/encyclopedia/view/b02g0831a).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有 있을 유   晸 해뜨는모양 정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無所(   )

 

3. 특별한 한자 표기가 있는 식당 이름을 소개해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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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7-02-19 02: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정 ㅡ만 골똘히 들여다보니 , 그 넘의 정치가 매일 매일 우리 바람과는 다르게 행해지는 것과 비슷하단 생각이 들어버리네요 . 잡으려하면 저버리는 해그림자같이..
재미있었어요 . 잘 ( 제대로 이해는 한건지)읽고 갑니다~^^

찔레꽃 2017-02-19 08:42   좋아요 4 | URL
새 정권은 민의와 소통하는 정권이 되겠죠! ^ ^

[그장소] 2017-02-20 03:38   좋아요 3 | URL
그래야죠~^^
 

 

 "아무 말 마세요!"

 

 아들 아이가 1달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며 힘겹게 모든 돈으로 한 턱 내겠다고 하길래, 여러가지 이유를 대며 안 내도 된다고 하니 아들 아이가 선언하듯 말했어요. 그리고는 한 마디 더 덧붙였어요. "제가 하고 싶어 하는 거예요." 아이의 뜻을 꺾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겠다 싶더군요

 

 일요일, 모처럼만에 인근 팔봉산에 올랐어요. 오랫만에 세 식구가 같이 산행을 하니 기분이 좋더군요. 정상을 넘어 산 아래 이르렀을 때 아들 아이에게 말했어요. "어디, 한 턱 좀 얻어 먹어 볼까?"

 

 산 아래 있는 음식점에 들러 식사를 시켰어요. 해물 파전, 감자 전, 얼큰 칼국수 2인 분. 세 식구 전부 먹성이 짧아 칼국수는 2인분만 시켰어요.

 

 

 사진은 음식점에서 찍은 거예요.

 

청산혜요아이무어(靑山兮要我以無語)     청산은 나를 보고 말 없이 살라하고

창공혜요아이무구(蒼空兮要我以無垢)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하네

요무노이무석혜(聊無怒而無惜兮)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여수여풍이종아(如水如風而終我)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나옹(懶翁, 1320 - 1376) 선사의 시로, 많이 이들에게 회자(膾炙)되는 시죠. 이 시에서 나에게 말없이 살 것을 그리고 티없이 살 것을 주문하는 청산과 창공은 실제 청산과 창공이 아니라 내 본마음을 가탁한 존재예요. 사람이 한 세상 살면서 이래저래 만나게 되는 구덥의 원천은 말과 욕심이죠. 말은 늘 시비를 동반하기에 내 의도와 상관없이 사단을 일으키고, 욕심 역시 마찬가지죠. 그러니 그 말과 욕심을 버린다면 아무 것에도 걸림이 없는 물과 바람처럼 한 세상을 살 수 있겠죠. (셋째 구는 첫째 구와 둘째 구의 내용을 이어반복(異語反復)한 것이라 볼 수 있어요.) 현실의 삶은 비록 말과 욕심에 휘둘리고 있지만 나의 본마음은 그렇게 살지 말라고 끊임없이 나를 일꺠우고 있는 것이죠.

 

칼국수를 먹으며 아들 아이에게 이 시의 의미를 말하며, 한 마디 보탰어요: "네가 꼭 이 시 처럼 행동했구나!" 아들이 무슨 소리냐며 되물었어요. "아빠가 한 턱 내지 말라고 했더니, 네가 날 보고 뭐라고 그랬니? '아무 말 말라!'고 하지 않았니? 첫째 구와 맞는 말이잖아. 애써 번 아르바이트비로 엄마 아빠에게 한 턱을 냈으니 탐욕을 벗어 놓은 것 아니니? 둘째 구와 세째 구에 맞는 행동이잖아. 그리고 또 네가 뭐라고 했니? '하고 싶어 하는 거라고 하지 않았니?' 이건 탐욕을 벗어 놓고 물처럼 바람처럼 자연스런 마음의 흐름을 따른 것 아니니? 네째 구에 맞는 행동이잖아. 그러니 네가 이 시에서 말한 것 처럼 행동한거지 뭐니?" 아들이 말했어요: "아빠는 참 갖다 붙이기도 잘 갖다 붙이시네요. 고작 31,000원에 곡학아세하시는 것 아녜요?" "곡학아세? 우하하 …." 더없이 유쾌한 산행이었어요.

 

시를 뜻과 음으로 다시 한 번 읽어 보고 낯선 자를 몇 자 자세히 살펴 볼까요?

 

靑山兮要我以無語    푸를 청/ 뫼 산/ 어조사 혜/ 구할 요/ 나 아/ 써 이/ 없을 무/ 말씀어

蒼空兮要我以無垢    푸를 창/ 하늘 공/ 어조사 혜/ 구할 요/ 나 아/ 써 이/ 없을 무/ 때 구

聊無怒而無惜兮       애오라지 료/ 없을 무/ 성낼 노/ 말이을 이/ 없을 무/ 아낄 석/ 어조사 혜

如水如風而終我       같을 여/ 물 수/ 같을 여/ 바람 풍/ 말이을 이/ 마칠 종/ 나 아

 

는 八과 丂의 합자예요. 八은 발성된 기운이 위로 퍼져 올라가는 형상을 나타낸 것이고, 丂는 발산하는 기운이 위에서[一] 막힌 것을 의미해요. 합쳐서, 말하던 것을 잠시 쉰다는 의미예요. 어구의 사이에 끼우거나 어구의 끝에 붙여 어기가 일단 그쳤다가 음조가 다시 올라가는 것을 나타내는 조사로 사용해요. 어조사 혜. 兮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大風起兮 雲飛揚(대풍기혜 운비양, 큰 바람 이니 구름 드날리네), 風蕭蕭兮 易水寒(풍소소혜 역수한, 바람 소슬하니 역수 차가워라)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본래 西의 형태로 사용했어요. 후에 女가 추가 되었죠. 西에서 ㅠ는 척추를 그린 것이고, 양쪽은 '[ ' 과  ']'는 척추를 지탱하는 근육을 표현한 거예요. 인체에서 척추(허리)가 중요하다, 혹은 중심이 된다는 의미예요. 중요할 요. 要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重要(중요), 要點(요점)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두 가지로 설명해요. 하나. 본래 톱을 그린 것인데, 가차하여 1인칭 대명사로 사용하게 되었고 톱은 후일 鋸(톱 거)로 표기하게 되었다. 둘. 手(손 수)와 戈(창 과)의 합자로, 창을 들고 자신을 지킨다는 의미에서 1인칭 대명사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나 아. 我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彼我(피아), 我軍(아군)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艹(풀 초)와 倉(곳집 창)의 합자예요. 풀빛과 같이 푸른 색이란 의미예요. 艹로 뜻을 표현했어요. 倉은 음을 담당해요. 푸를 창. 蒼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蒼空(창공), 蒼蒼(창창)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土(흙 토)와 后(임금 후)의 합자예요. 티끌이란 뜻이에요. 土로 뜻을 표현했어요. 后는 음을 담당해요. '티끌' 보다는 '때'라는 의미로 많이 사용하는데, 이는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예요. 때 구. 垢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淸淨無垢(청정무구), 垢弊(구폐, 때가 묻고 떨어짐. 또 그 물건)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耳(귀 이)와 卯(酉의 옛 글자. 닫고 그치게 한다는 의미)의 합자예요. 이명(耳鳴)이란 의미예요. 耳로 뜻을 표현했어요. 卯는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이명 증상이 있으면 외부 소리가 차단되어 잘 안들린다는 의미로요. 귀울 료. '애오라지(부족하지만 그런대로)'라는 뜻으로도 많이 사용하는데, 이 경우 본뜻에서 연역된 뜻이에요. 이명이 있으면 제대로는 아니지만 그런대로 약간 외부 소리가 들린다는 의미로요. 聊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聊啾(요추, 이명), 聊爾(요이, 구차한 모양)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心(마음 심)과 奴(종 노)의 합자예요. 성이 나있다란 의미예요. 心으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奴는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종은 억압 받기에 늘 마음속에 성이 나있다란 의미로요. 성낼 노. 怒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憤怒(분노), 怒濤(노도, 성난 파도)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忄(心의 변형, 마음 심)과 昔(옛 석)의 합자예요. 마음 아파 한다는 의미예요. 心으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昔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사람은 대개 지나간 옛 것을 마음 아파하며 그리워한다는 의미로요. 애처롭게여길 석. '아끼다' '아까와 하다'의 의미로도 사용하는데, 모두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예요. 惜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惜別(석별), 惜福(석복, 검소하게 생활하여 복을 길이 누리도록 함)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糸(실 사)와 冬(겨울 동)의 합자예요. 끈의 마지막 매듭 부분이란 의미에요. 糸로 뜻을 표현했어요. 冬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한 해의 마지막인 겨울처럼 끈의 마지막 매듭 부분이란 의미로요. 마칠 종. 終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始終(시종), 終結(종결)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兮 어조사 혜      要 중요할 요   我 나 아    蒼 푸를 창   垢 때 구  

 

   聊 애로라지 료   怒 성낼 노      惜 애처롭게여길 석   終 마칠 종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濤   (   )結   (   )爾   (   )空   風蕭蕭(   ) 易水寒   (   )別   (   )點   (   )軍   淸淨無(   )

 

3. 다음을 한문으로 번역해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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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이병욱 2017-02-18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앍었습니다 해박한 한자 한문 지식에 또 한 번 감탄했습니다

찔레꽃 2017-02-18 22:01   좋아요 0 | URL
과찬을... 무심 선생님, 저도 선생님의 ‘숨죽이는 갈대밭‘ 잘 읽었습니다. ^ ^ 하루에 한 편씩 12일에 걸쳐 읽었습니다. 많은 이들에게 널리 읽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평을 할 처지가 못 돼 이런 말씀만 드리는게 좀 아쉽네요. ^ ^

ilovehills 2017-03-02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워낙 무심한 성격이라 댓글을 3월 들어서야 봤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아~ 이런 정도일 줄은 정말 몰랐다!"

 

 공자는 제나라에 갔다가 고대 순(舜)임금이 제작했다는 소(韶)라는 곡(曲)을 듣고 감탄해서 외쳤어요. 자신이 생각했던 그 이상이었기에 절로 나온 감탄이었지요. 공자는 고기를 먹어도 고기 맛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소에 심취했어요.

 

 공자가 감탄했던 소를 오늘 날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실제 듣게 된다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따분해서 하품을 하지 않을까 싶어요. 언젠가 아악(雅樂)을 들은 적이 있는데 곡조가 너무 느려  절로 하품이 나오며 눈꺼풀이 무거워지더군요. 모르긴 해도 순임금이 제작했다는 소도 필시 아악류의 점잖은 음악일테니, '하품 운운'이 무리한 추측은 아닐듯 싶어요.

 

 그런데 점잖은 음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건 고대인들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아요. <맹자>에 이런 고대인에 관한 일화가 나와요. 맹자가 양나라 혜왕이 음악을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그를 칭찬하자, 양혜왕이 낯빛을 붉히면서 이렇게 말해요: "저는 선왕(先王)의 음악 - 소같은 류의 - 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올시다. 세속의 음악을 좋아할 뿐입니다." 양혜왕이 즐겼던 세속의 음악이란 오늘 날 우리가 즐기는 대중가요 같은 걸 거예요. 한 나라의 왕이 이러니 일반인들이야 더하지 않았겠어요? 점잖은 음악을 듣고 감탄하며 고기 맛을 잊었던 공자는 특별한 사람이에요.

 

사진은 소무원(韶舞園)'이라고 읽어요. '소무'는 위에서 말한 '소'를 가리켜요. 보통 노래는 춤과 동반되기에 춤추다란의 의미의 '무'를 추가해서 부르죠. '원'은 동산이란 뜻이구요. 소무원의 일차적인 의미는 '순임금의 음악 소무를 즐기는 동산'이란 의미이고, 이차적인 의미는 '고상한 음악을 즐기는 곳' 혹은 '풍류 동산'정도가 될 듯 싶어요. 이름이 특별해서 인터넷으로 관련 자료를 찾아 보니 이곳 주인되는 분이 전직 성악가였다고 나오더군요. 서양 음악을 하신 분이지만 동양 음악에도 조예가 있으신 듯 싶어요. 어찌됐든 주인에게 어울리는 동산 이름이에요. 해미에서 예산 가는 길에 찍었어요.

 

오늘 날 음악은 개인 취향으로 치부되지만 과거에는 치국(治國)과 관계된 중요한 문화로 취급되었지요. 왕조가 바뀌면 음악을 정비하곤 했던 것이 그런 이유죠. 공자만 해도 자신이 정치를 한다면 정성(鄭聲, 정나라의 음악. 음란한 음악의 대명사)을 추방하겠다고 했는데, 음악을 치국과 밀접하게 인식했기에 나온 발언이죠. 우리도 70년대 '건전 가요'운운하며 대중가요를 단속한 적이 있는데, 일면 이런 전통과 맥이 닿아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음악을 개인 취향으로 치부하든 치국의 도구로 생각하든 명심할 점이 있어요. 그 명심할 점을 맹자는 이렇게 말했어요: "타인과 함께 즐겨라!" 이것을 명심한다면 개인 취향이 갖게 될 문제점인 자폐성이나 치국의 도구가 갖게 될 문제점인 강제성이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 같아요.

 

 

한자를 좀 자세히 살펴 볼까요?

 

는 音(소리 음)과 召(紹의 약자, 이을 소)의 합자예요. 순임금이 제작한 음악이란 의미예요. 音으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召는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순임금의 음악은 전대(前代) 요임금의 맥을 이은 음악이란 의미로요. 순임금음악 소. 의미를 확대하여 '풍류'라는 뜻으로도 사용해요. 풍류 소. 韶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韶代(소대, 태평한 세대), 韶警(소경, 총명함)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舛(어그러질 천)과 無(없을 무)의 합자예요. 춤춘다는 뜻이에요. 발을 전후좌우로 옮긴다는 의미의 舛으로 춤춘다는 뜻을 표현했어요. 無는 음을 담당해요. 舞를 상형으로 설명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양 손에 깃털 장식물을 들고 춤추는 모습을 그린 거라고 봐요. 춤출 무. 舞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舞踊(무용), 舞臺(무대)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口(에워쌀 위)와 袁(옷길 원)의 합자예요. 과수원이란 의미예요. 口로 뜻을 표현했어요. 과수원은 타 구역과 구분 짓기 위해 울타리를 쳐 에워싼다는 의미로요. 袁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과수원의 울타리는 대개 길다는 의미로요. 일반적으로 '동산'이란 의미로 사용하는데,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예요. 동산 원. 園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庭園(정원), 果樹園(과수원)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韶 순임금음악(풍류) 소   舞 춤출 무   園 동산 원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臺   (   )代   果樹(   )

 

3. 좋아하는 음악이 있으면 소개해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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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7-02-08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핫 ㅡ 글 창에 사진의 위부분만 보이곤하잖아요 . 글을 클릭하면 완전창이 뜨고요 . 윗부분만 보곤 먹구름이 잔뜩이네 하며 원글을 보니 웬걸 나무였네요.^^
재미진 이야기 잘 듣고 갑니다~^^

찔레꽃 2017-02-08 13:56   좋아요 1 | URL
그장소님, 지난 번 그장소님의 ‘선배와의 조우‘ 이야기는 단편소설처럼 읽었습니다. 역시 필력이... 그나저나 그 글에서 크게 아프셨던 일이 있었던 것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늘 건강 유의하셔요~

[그장소] 2017-02-08 18:41   좋아요 0 | URL
아 ㅡ 고맙습니다.^^ 그 덕에 집순이 다된걸요. ㅎㅎ 찔레꽃님도 건강 조심하시고요!
 

 

"여보, 여기 당신 좋아하는 거!"

 

지난 토요일 오후 광화문 광장. 촛불 집회 참석 전 여러 설치물들을 구경하고 있는데, 앞서 걷던 아내가 소리쳤어요. 오뉴월 소불알처럼 대답했지요: "내가 좋아하는 거?" 그러자 아내가 번갯불에 콩볶듯 말했어요: "와 봐!"

 

사진은 광화문 광장 바닥에 설치한 대자보(?)예요. 한자가 씌어 있는 것을 보고 아내가 반색을 했던 거예요. 방민구심방해(防民口甚防海). 백성들의 입을 막는 것은 바다를 막는 것 보다 어렵다. 원문은 "방민지구 심우방천(防民之口 甚于防川, 백성들의 입을 막는 것은 냇물을 둑으로 막는 것보다 어렵다)"인데, 전달 의미 - 민의를 수용하라 - 를 강조하기 위해 천(川)을 해(海)로 바꾸고 조사 '지(之)'도 빼면서 압축해 표현했어요.

 

주(周)나라 여왕(厲王)은 국정을 비방하는 자가 있으면 적발하여 가차없이 죽였어요. 백성들은 공포에 떨며 입을 닫았죠. 여왕은 중신 소공(邵公)에게 자랑스럽게 말했어요: "어떻소? 내 정치하는 솜씨가. 나를 비방하는 자가 한 사람도 없지 않소. 소공은 우려스러운 목소리로 말했어요: "백성의 입을 막는 것은 둑으로 시내를 막는 것 보다 더 어렵습니다. 흐르는 시내를 억지로 막으면 언젠가는 둑이 무너지고 이로 인해 많은 인명이 희생될 것입니다. 백성의 입을 막는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백성을 다스리는 이는 백성들이 마음놓고 말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방민지구 심우방천"의 유래예요. 주 여왕은 어떻게 됐을까요? 소공의 우려대로 분노한 백성들에게 쫓겨 수도를 떠나야 했어요. 이후 주나라에서는 왕의 자리가 비어 14년동안 신하들이 협의하여 국정을 운영하는 '공화정(共和政)'이 이뤄져요. 주나라 역사상 초유의 사태였죠.

 

최근 박 대통령이 구차한 자기 변명을 하고 있죠. 게다가 수구 매체들과 친박 단체들이 왜곡 보도를 해가며 대통령의 구차한 변명에 힘을 실어주고 있구요. 이런 일들은 정론(正論)을 입막음하려는 행위라고 할 거예요. 저 여왕의 행위와 다를 바 없는 행위이죠. 정론의 둑이 터지는 날 - 탄핵 결정과 사법 처리 - 저 구차한 변명과 왜곡 보도는 만인의 지탄을 받으며 가뭇없이 사라질 거예요.

 

防과 甚 두 자만 좀 자세히 살펴 볼까요?

 

은 阝(언덕 부)와 方(모 방)의 합자예요. 둑이란 의미예요. 둑은 언덕처럼 높기에  阝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方은 음을 나타내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方은 본래 두 대의 배가 나란히 있는 모양을 나타낸 것 이에요. 이같이 둑은 수면과 대등한 높이로 쌓아 올린다는 의미로 본뜻을 보충해 주고 있어요. '막다'라는 의미는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둑 방. 막을 방. 防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堤防(제방), 防禦(방어)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甘(달 감)과 匹(짝 필)의 합자예요. 자신의 배우자를 좋아한다란 의미예요. 지금은 '심하다'란 의미로 사용해요.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예요. 배우자를 매우 좋아한다는 의미로요. 심할 심. 甚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甚大(심대), 甚深(심심, 매우 깊음)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防 막을 방   甚 심할 심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大   (   )禦

 

3. 다음을 읽고 뜻을 풀이해 보시오.

 

   防民口甚防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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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2-08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때 대통령 행세한 사람에게 ‘여왕’, ‘공주’라는 수식어까지 붙이고 싶지 않습니다. 그냥 무능력하고 독단적인 사람입니다.

찔레꽃 2017-02-08 13:33   좋아요 0 | URL
ㅋㅋ Cyrus님, 윗 글의 여왕은 女王이 아니고 厲王입니다. ^ ^

cyrus 2017-02-08 17:30   좋아요 0 | URL
ㅎㅎㅎ 알고 있습니다. 여전히 그녀를 여왕처럼 떠받들고 보호하려는 사람들이 한심해서 한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