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의 화는 다른 사람을 믿는 데서 생긴다. 다른 사람을 믿으면 그 사람으로부터 제압받게 된다. 신하는 그 군주에 대해 혈육간의 친함이 있는 것이 아니라 권세에 매어서 어찌 할 수 없이 섬기는 것이다 … 군주가 되어 자식을 지나치게 신임하면 간악한 신하들이 그 자식을 이용하여 자기 사욕을 이루게 된다 … 또 군주가 되어 처를 지나치게 신임하면 간악한 신하들이 그 처를 이용하여 자기 사욕을 이루게 된다 … 대저 처 만큼이나 가까운 사이와 자식만큼이나 친밀한 사이까지도 오히려 믿지 못하는 것이니 그 나머지는 믿을 만한 자가 있을 수 없다." (이운구 역, 한비자Ⅰ(한길사; 2012), 245쪽)

 

한비자는 인간을 철저히 이기적인 존재로 파악해요. 하여 이런 이기적인 존재들을 추스려 국가를 운영하기 위해 군주는 철저히 법을 집행하고 술(術)을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요. 그가 살았던 약육강식의 힘의 논리가 지배하던 전국시대를 생각해 본다면 한비자의 논리는 더없이 현실적인 논리였다고 볼 수 있어요. 진시황이 그의 논리를 철저히 신봉하여 전국 시대를 통일한 것은 한비자의 주장이 옳았다는 것을 입증해주는 사례라고 볼 수 있지요.

 

그런데 전국시대를 통일한 진나라가 이후 2대 만에 망한 것은 역으로 한비자의 주장이 갖는 한계를 입증해주는 사례라고도 볼 수 있어요. 한비자의 주장이 갖는 한계, 다시 말하면 법과 술이 갖는 한계는 인간이 지닌 도덕적 가치에 대한 불신이라고 볼 수 있어요. 가의(賈誼)는 그의 <진나라의 허물을 논한다[過秦論]>라는 글의 말미에서 이렇게 말해요: "진나라는 구구한 옹주 땅을 가지고 만승의 권세를 이룩하여 8주를 점령하고 동렬(同列)들에게 조회받은 지가 백여 년이나 되었다. 그런 뒤에 육합(六合)을 집으로 삼고 효(殽)와 함(函)을 궁궐로 삼았는데, 한 필부가 난을 일으킴에 칠묘(七廟)가 무너지고 몸이 남의 손에 죽어서 천하의 웃음거리가 된 것은 어째서인가? 인의(仁義)를 베풀지 않아서였고, 공격과 수비의 형세가 다르기 때문이었다." 여기 "인의를 베풀지 않아서 였고"는 바로 한비자가 불신했던 인간이 지닌 도덕덕 가치가 '법과 술'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우는 대목이라고 볼 수 있어요.

 

사진은 이정미 헌법재판관 대행이 이임사에서 인용한 한비자의 말이에요. 만인은 법앞에 평등하며 이러한 법을 준수할 때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갈 것이란 의미로 인용한 듯 해요. 현직 대통령을 파면한 재판관이 인용한 글이라서 그런지 한결 더 그 의미가 무겁게 다가와요. 이 인용구에 토를 달 사람은 없을 것 같아요. 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일어난 혼란을 이 번 탄핵 정국을 통해 우리 모두 너무도 뼈저리게 학습했으니까요.

 

그런데 이 말에서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철저한 준법 이전에 가져야 할 '도덕적 가치'가 아닌가 싶어요. '도덕적 가치'를 상실한 준법이란 자칫 '질곡'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그의 수하들이 준법의 중요성을 과연 몰랐을까요? 몰랐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그의 수하들이 어떻게 '국기문란' '원칙' 등의 용어를 밥 먹듯이 내뱉었겠어요? 그들 역시 준법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그런 용어를 밥 먹듯이 내뱉었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내뱉은 용어들이 사실은 국민들을 질곡으로 몰아넣고 자신들 또한 질곡에 갇히게 만든 것은 도덕적 가치를 상실하고 형해화된 준법의 중요성만 강조했기 때문이지요. 한비자가 놓쳤던 인간의 도덕적 가치에 대한 불신은 법치가 존재하는 한 끊임없이 반성(反省)해야 할 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한자를 좀 자세히 살펴 볼까요?

 

은 본래 氵(물 수)와 廌(해태 치)와 去(갈 거)의 합자 형태로 사용되다가 후에 廌채가 빠진 형태로 사용하게 됐어요. 그런데 사실은 이 廌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廌는 뿔이 하나 달린 양인데 죄진 자를 알아보는 신이한 능력이 있었다고 해요. 고요라는 사람이 옥사를 맡았을 때 이 廌를 풀어놓아 죄의 유무를 판단했다고 전해요. 氵는 여기서 공평하다란 의미로 사용됐어요. 종합하면, 廌처럼 죄의 유무를 분명히 가리고 물처럼 공평하게 집행되어야 할 처벌이란 의미예요. 그게 바로 '법'이지요. 법 법. 法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法律(법률), 法治(법치)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의 아랫부분인 乁은 땅을 의미하고 나머지 윗부분은 발을 의미해요, 이쪽에서 저쪽으로 걸어간다는 의미예요. 갈 지. 之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단어로는 들만한 게 없네요. 문장으로 예를 들어야 겠네요. 將何之(장하지, 장차 어디로 가려는가?) 정도를 들 수 있겠네요. 之는 '가다'라는 뜻보다 '~의'라는 소유격 조사와 '그'란 지시대명사의 쓰임으로 더 많이 사용해요. 이 때는 '어조사 지'라고 읽어요. 이 경우 雲雨之情(운우지정, 남녀간의 좋은 정분), 淵深而魚生之(연심이어생지, 덕망이 있으면 사람들이 모인다) 등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는 두 가지로 설명해요. 하나. 손으로 코끼리를 이끌고 일을 하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둘. 爪(손톱 조)와 원숭이를 나타낸 글자의 합으로, 손톱으로 긁기를 좋아하는 원숭이를 표현한 것이다. 지금은 '하다, 되다, 위하다'란 의미로 사용하죠. 모두 본래의 의미에서 연역된 의미예요. 할(위할) 위. 爲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行爲(행위), 爲人(위인), 爲我(위아)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辶(걸을 착)과 首(머리 수)의 합자예요. 머리가 바라보는 방향을 향하여 걸어간다는 의미예요. 또는 그렇게 걸어가는 도로란 의미로도 사용하죠. 진리란 의미의 '길'이란 뜻은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걸어가는 길처럼 사람으로서 지켜나가야 할 올바른 가치란 의미로요. 길 도. 道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道德(도덕), 道路(도로)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止(그칠 지)와 舟(배 주)의 합자예요. 지금은 모양이 많이 바뀌었죠. 止는 본래 발을 그린 거예요. 前은 배에 올라타서 발을 움직이지 않은 채 배가 가는 것에 의지하여 앞으로 나간다란 의미예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가는 것과 같은 형국이지요. 앞 전. 前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前後左右(전후좌우), 前進(전진)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艹(풀 초)와 古(옛 고)의 합자예요. 도꼬마리란 약재를 가리키는 말이었어요. 艹로 뜻을 나타냈지요. 古는 음을 담당해요. 후에 이 약재의 맛이 써서 '쓰다'란 뜻도 갖게 됐어요. 쓸 고. 苦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甘呑苦吐(감탄고토, 야박한 세상 인심), 苦衷(고충)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턱과 턱수염을 그린 거예요. 턱수염이 턱에 붙어있듯, 앞말과 뒷말 사이에 붙어 문장의 의미를 상호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글자의 의미로 쓰이게 되었어요. 말이을 이. 而가 들아간 예는 무엇이 을까요? 和而不同(화이부동), 簡而易(간이이, 간단하고 쉽다) 등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은 장발 머리의 사람을 그린 거예요. 一 윗 부분은 장발 머리를, 一 아래 부분은 몸체를 표현한 것이지요. 긴 장. 長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長短(장단), 長髮(장발)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禾(벼 화)와 刂(칼 도)의 합자예요. 날카로운 도구를 가지고 벼를 수확한다란 의미예요. 이익이란 이 글자의 의미는 여기서 나온 거예요. 곡식을 거두어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는 의미로요. 이로울 리. 利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有利(유리), 利益(이익)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法 법 법   之 어조사 지   爲 될 위   道 길 도   前 앞 전   苦 쓸 고   而 말이을 이   長 긴 장   利 이로울 리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衷   (   )後左右   和(   )不同   (   )律   (   )人   將何(   )   (   )益   (   )短   (   )德

 

3. 다음을 한문으로 써 보시오.

 

  법의 도리는 처음에는 고통이 따르지만 나중에는 오래도록 이롭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논 두렁 밑에서 한 납자가 청정한 마음을 내고 있다면 그곳이 바로 절이요 그것이 바로 불교라네."

 

법륜 스님이 불교 개혁을 소리 높여 주장할 때 서암 스님이 해준 말씀이었다고 해요. 법륜 스님은 서암 스님의 이 말에 깨우친 바 있어, 진정한 불교 개혁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밖으로 향한 목소리를 안으로 불러들여 자신부터 성찰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불교 개혁의 시발점이자 종착역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진정한 절, 진정한 불교란 청정한 마음을 내는 곳(것)이지 그외 다른 곳(것)이 아니라면 감옥도 예외없이 도량(절)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진(자료 출처: http://www.bzero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78643)은 만해 한용운 선생의 옥중감회(獄中感懷)란 시예요. 읽어 볼까요?

 

일념단각정무진(一念但覺淨無塵)   한 생각 깨우치면 티끌없이 깨끗해

철창명월자생신(鐵窓明月自生新)   철창의 밝은 달 절로 새로워라

우락본공유심재(憂樂本空唯心在)   우락(憂樂)은 공한 것 오직 마음에 달려거니

석가원래심상인(釋迦原來尋常人)   석가도 원래 보통 사람이었네

 

선생은 지금 감옥에 있어요. 그런데 그 답답한 감옥 안에서 한 순간 깨달았어요. 대상에 대한 희노애락은 모두 마음이 지어낸 것이며, 마음이 지어낸 대상에 대한 희노애락이 소멸되면 모든 대상은 청정 그 자체라는 것을요. 이런 깨달음의 순간, 감옥 안 철창에서 바로 보던 서글픈 달빛도 이제는 달리 보여요. 더없이 깨끗하게요. 달빛이 슬픈 것은 내 마음이 슬프기 때문이요, 달빛이 명랑한 것은 내 마음이 즐겁기 때문이에요. 달은 본래 그 모습 그대로일 뿐인데 내 마음의 희노애락에 따라 달리 보였던 것이지요. 마음의 희노애락이 사라진 그 상태로 달빛을 보니 달빛은 청정무구 그 자체예요. 하여 선생은 대결론에 다달아요: "부처, 별 것 아니다. 깨달으면 부처일 뿐이다. 그도 깨닫기 전에는 우리와 진배없는 평범한 사람이었을 뿐이다."

 

이런 선생에게 감옥은 더 이상 감옥이 아니었을 거예요. 청정한 도량(절)이었겠지요.

 

요듬 적폐 청산[개혁]을 부르짖는데  적폐 청산은, 불교식으로 말하면, 단순히 제도나 관습을 바꾸는데서 이루어지는게 아니라 본래 청정한 마음을 되찾는데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어요. 보수를 탓하지 말고, 진보를 탓하지 말고, 내 자신부터 성찰하여 청정한 마음을 되찾을 때 그것이 적폐 청산[개혁]이 아닌가 싶은 거죠. 너무 유심론적인가요? ^ ^

 

낯선 한자를 몇 자 자세히 살펴 볼까요?

 

은 見(볼 견)과 學(배울 학)의 합자예요. 잠이 깨어 주변의 사물을 인지한다는 의미예요. 見으로 뜻을 표현했어요. 學은 음을 담당해요(학→각). 깨달을 각. 覺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覺醒(각성), 觸覺(촉각)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氵(水의 변형, 물 수)와 爭(다툴 쟁)의 합자예요. 때를 씻어 제거한다는 의미예요.  氵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爭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쟁→정). 씻어낼 때는 때와 물이 서로 다투게 된다는 의미로요. 깨끗할 정. 淨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淸淨無垢(청정무구), 淨化(정화)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鹿(사슴 록)과 土(흙 토)의 합자예요. 사슴이들이 달릴 때 일어나는 먼지란 의미예요. 티끌 진. 塵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塵土(진토), 塵埃(진애)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검은 색의 철이란 뜻이에요. 金(쇠 금)으로 뜻을 표현했어요. 鐵에서 金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음을 담당해요. 쇠 철. 鐵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鐵鑛(철광), 製鐵(제철)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木(나무 목)과 斤(도끼 근)과 辛(매울 신)의 합자예요. 나무를 잘라 땔감을 장만한다란 의미예요. 木과 斤으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辛은 음을 담당해요. 섶 신. 지금은 '섶 신'을 薪으로 표기하고, 新은 '새롭다'란 뜻으로만 사용해요. 새롭다란 뜻은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땔감을 새로 장만했다란 의미로요. 새 신. 新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新舊(신구), 新生(신생) 등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은 工(장인 공)과 口(입 구)와 寸(마디 촌)과 又(手의 변형, 손 수)와 彡(터럭 삼)의 합자예요. 교묘한[工] 말[口]에 대해 합리적 기준[寸]을 가지고 옳고 그름을 헤아려[又] 본다란 의미예요. 彡은 음을 담당해요(삼→심). 찾을 심. 尋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尋訪(심방), 심사(尋思, 마음을 가라앉혀 깊이 생각함) 등을 들 수 있겠네요. 尋을 길이의 단위[여덟 자]로 풀이하기도 해요. 이 경우는 尋을 ()()()의 합자로 보고, ‘양손[左右]을 벌리면 쉽게 잴[] 수 있는 길이란 뜻으로 사용한 거예요. 나아가 이 의미를 연역하여 보통(普通이란 뜻으로도 사용해요. 위 시에서는 보통이란 의미로 사용했어요.

 

은 巾(수건 건)과 尙(숭상할 상)의 합자예요. 천자와 제후가 사용하는 깃발이란 의미예요. 巾으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尙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존귀한[尙] 자들이 사용하는 깃발이란 의미로요. 常은 지금은 깃발이란 의미로 사용하지 않고 '항상'이란 뜻으로 사용하는데, 이는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예요. 천자와 제후가 사용하는 깃발은 항상 존중되며 선두에 세운다란 의미로요. 항상 상. 常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恒常(항상), 平常(평상)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覺 깨달을 각   淨 깨끗할 정   塵 티끌 진   鐵 쇠 철    新 새 신   尋 찾을 심    常 항상 상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舊   (   )訪   (   )醒   (   )化   (   )埃   恒(   )   製(   )

 

3. 다음을 읽고 풀이해 보시오.

 

   一念但覺淨無塵 / 鐵窓明月自生新 / 憂樂本空唯心在 / 釋迦原來尋常人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중국철학자 풍우란은 중국 철학을 이해하는 키워드로 '초세간(超世間)'을 말해요. 초세간은 현실과 초월이 통일된 제 3지대를 말하는 것으로 현실에 있으면서도 현실을 초월하는 경계를 말하는 것이에요. 그는 이러한 경지를 중용의 한 구절 '극고명이도중용(極高明而道中庸)'에서 '이(而)'를 가져와 설명해요. 이 '이'는 고명[초월]과 중용[일상]이 대립되지만 이미 통일되고 있음을 나타낸 것이라며, 초세간이 바로 그러한 경지라고 말해요.

 

그렇다면 초세간처럼 상반되는 대립을 통일시킨 제 3지대의 사회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요? 이질적인 것이 극렬하게 표출되는 - 진보와 보수, 부자와 빈자, 도시와 농촌, 기성 세대와 청년 세대 등 - 우리 사회이다보니 그 모습이 더 궁금해져요.

 

혹 공자가 말한 '화이부동(和而不同)'이 바로 그런 제 3지대의 사회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봐요. 화이부동은 이질적인 것의 무화(無化)가 아니고 각각의 고유성이 유지되면서 조화된 모습을 말해요.

 

이질적인 모습이 극명하게 표출되는 것은 얼핏보면 대단히 불안해 보일수도 있지만 조화를 이루기 위한 전제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질적인 것이 분명하게 나타나야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할 수 밖에 없기에) 인정하고 그 위에서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지 않을까 싶은 것이지요. 이러한 것이 바로 상반되는 대립을 통일시킨 제 3지대, 화이부동의 모습이 아닐까 싶어요.

 

이런 점에서 요즘 대선의 이슈로 떠오른 어설픈(?) 사회 통합 논의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오히려 좀 더 선명하게 각자의 이질성을 드러내고, 그 선명한 이질성 위에서 상대를 인정하며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것이 진정한 통합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 싶어요.

 

사진은 '차지미 무미이지미(茶之味 無味而知味)'라고 읽어요. '차는 맛이 무미하면서도 지극한 맛이 있다'란  뜻이에요(이 문장에서 '이(而)'는 무미와 지미를 통일시키는 제 3지대 역할을 하고 있어요). 맛이 없으면 없는 거고, 지극한 맛이 있으면 있는 거지, 맛이 없으면서도 최고의 맛이 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지만, '화이부동'을 적용해보면 불가능한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다른 맛이기 때문에 두 맛이 공존한다고, 아니 공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 사회도 이 차 맛처럼 상호 이질적인 것들을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해야 공존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그것이 진정한 통합으로 가는 길일테구요.

 

사진의 한자를 좀 자세히 살펴 볼까요?

 

는 艹(풀 초)와 余(나 여)의 합자예요. 쌉싸름 한 풀 혹은 그 풀로 우려낸 음료란 뜻이에요. 余는 음을 담당해요(여→다). 차 다(차). 茶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茶道(다도), 雪綠茶(설록차)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의 아랫부분인 乁은 땅을 의미하고 나머지 윗부분은 발을 의미해요. 이쪽에서 저쪽으로 걸어간다는 의미예요. 갈 지. 之는 '가다'라는 뜻보다 '~의'라는 소유격 조사와 '그'란 지시 대명사로 더 많이 사용하는데, 이는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예요. 걸어가는 것은 누군가의 발이란 의미로 '의'를, 이쪽에서 저쪽으로 간다는데서 '그'란 의미를 이끌어 낸 것이지요. 어조사지. 之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將何之(장하지, 장차 어디로 가려 하는가), 淵深而魚生之(연심이어생지, 연못 물이 깊으면 물고기들이 그곳에 산다)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口(입 구)와 未(아닐 미)의 합자예요. 입을 통해 느끼는 맛이란 의미예요. 口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未는 음을 담당해요. 맛 미. 味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調味(조미), 吟味(음미)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땅을 의미하는 二와 人(사람 인)의 합자예요. 사람이 죽어 땅 속에 묻혀 그 흔적이 지상에서 사라졌다란 의미예요. 없을 무. 無(없을 무)와 통용해요. 无涯(무애, 끝이 없다), 无名(무명)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턱과 턱수염을 그린 거예요. 一은 턱을, 나머지 부분은 턱에 붙은 수염을 그린 것이지요. 턱에 붙은 턱수염처럼, 앞 말과 뒷 말 사이에 붙어 그 기능을 수행하는 말이란 의미로 사용하게 되었어요. 말이을 이. 而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笑而不答(소이부답, 웃으면서 대답하지 않다), 視而不見(시이불견, 보아도 보이지 않는다)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새가 지상으로 내려오는 모양을 그린 거예요. 一은 지상을, 나머지는 새가 내려오는 모양을 그린 거예요. 이를 지. '지극하다'란 의미는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있는 힘껏 끝까지 내려온다는 의미로요. 지극할 지. 至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至極(지극), 至誠(지성)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茶 차 차(다)   之 갈(어조사) 지   味 맛 미   無 없을 무   而 말이을 이   至 이를(지극할) 지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視(   )不見   調(   )   (   )名   雪綠(   )   將何(   )   (   )誠

 

3. 다음을 한문으로 써 보시오.

 

  차는 맛이 무미하면서도 지극한 맛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군자가 진리에 깊게 도달하기 위해 정확한 방법과 순서를 밟아나가는 것은, 그러한 과정을 통해 진리를 자득(自得)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자득한다는 것은 홀로 스스로 깨닫는다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그 진리에 거(居)하는 것이 확고한 안정성을 얻게 된다. 확고한 안정성을 얻게 되면 나의 내면에 쌓여가는 것이 깊게 된다. 내면에 쌓여져가는 것이 깊게 되면 좌우의 비근한 일상체험으로부터도 진리의 근원을 만나게 된다. 이러한 묘효(妙效)가 있기 때문에 군자는 진리의 자득을 무엇보다도 중시하는 것이다. (김용옥, 맹자 사람의 길 하(통나무:2012), 466쪽)

 

 한 때 '마음 수련원'이란 곳을 다닌 적이 있어요. 이곳에 다니는 동안 설립자 우명이란 분의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분은 자신을 '진리' 그 자체라고 말하고 있더군요. 자신이 '진리' 그 자체 임을 입증해 보이기 위해 기자들에게 세상에서 궁금한 모든 질문을 자신에게 가져오게 한 후 그것에 답한 책을 펴내기도 했구요.

 

 제게는 이 분의 모습이 흡사 사이비 교주처럼 느껴졌지만 일면 부럽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어요. 어찌됐든 세상사에 대해 막힘없이 이해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진 것 처럼 보였기 때문이죠. 그가 이런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은, 그 자신의 말을 빌면, 오랜 수련 끝에 확철대오(廓徹大悟)했기 때문이라고 해요.

 

그런데 우명이란 분의 확철대오 경험과 위에서 인용한 맹자의 '자득'은 상통해요. 확철대오하여 세상사 모든 질문에 답할 수 있었던 것과 - 그것의 옮고 그름은 차치하고 - 좌우의 비근한 일상체험으로부터도 진리의 근원을 만날 수 있다는 말은 표현만 다를 뿐 같은 내용을 언급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이러고 보면, 우명이란 분의 '나는 진리다' 운운의 말은 사실 그렇게 대단한 말이 아니예요. 맹자의 언급을 빌면, 그것은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추구해야 할 목표이고 애쓰면 달성 가능한 목표이기 때문이지요.

 

사진은 '유연자득(悠然自得)'이라고 읽어요. '자득'은, 맹자가 언급한 것처럼, 진리를 자각했다는 의미인데 조금 부연하면 그렇게 진리를 자각하여 좌우의 비근한 일상체험으로부터도 진리의 근원을 만날 수 있기에 늘 여유있고 편안하다는 의미예요. '유연'은 그런 자득의 모습을 형용한 의태어이구요. 유연자득은 보통 '조용하고 한가롭다' 혹은 '한가롭고 걱정이 없는 모습'이라고 풀이하는데, 앞서 말한 내용을 요약하여 풀이한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사진은 어느 중국 차(茶) 상호인데, 아마 이 차를 마시면 세상사에 달관한 사람이 되어 늘 여유있고 편안한 상태가 되나 봐요. 웬지 상투적인 상호같으면서도 호감가는 상호예요.

 

한자를 자세히 살펴 볼까요?

 

는 心(마음 심)과 攸(아득할 유)의 합자예요. 생각이 깊고 멀리까지 생각한다란 의미예요. 心으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攸는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攸는 본래 물길이 길다란 의미인데, 그처럼 멀리까지 생각한다란 의미로요. 멀 유. '한가하다'란 의미로도 사용하는데, 이는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예요. 멀리까지 생각하기에 사태의 추이에 잘 대처하여 늘 여유있고 한가롭다란 의미로요. 悠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悠長(유장, 길고 오램), 悠然(유연, 한가한 모양)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灬(火의 변형, 불 화)와 肰(개고기 연)의 합자예요. 불사르다란 의미예요. 灬로 뜻을 표현했어요. 肰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고대에는 하늘에 제사를 지낼 때 개를 잡아 그 고기를 불살라 제사를 지냈기에, 이 의미로 본뜻을 보충해 주고 있는 것이지요. 불사를 연. 지금은 '불사르다'란 의미를 燃으로 표현하고, 然은 '그러하다'란 뜻으로 사용해요. '그러하다'란 의미는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예요. 번제(燔祭)에서 불사르듯 '그렇게' 불사른다는 의미로요. 그러할 연. 然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自然(자연), 泰然(태연)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본래 코를 그린 거예요. 그런데 고대 중국인들은 타인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 코를 가리키며 소개했기에 '자신'이라는 뜻으로도 사용하게 됐어요. 지금은 자신이란 의미의 '스스로'란 뜻으로만 사용하고, '코'란 뜻은 鼻로 표기해요. 스스로 자. 自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自律(자율), 自動(자동)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彳(걸을 척)과 日(貝의 약자, 조개 패)과 寸(手의 변형, 손 수)의 합자예요. 바닷가에 가서 조개를 잡았다란 의미예요. 줄여서 '얻다'란 의미로 사용하죠. 얻을 득. 得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獲得(획득), 所得(소득)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悠 멀(한가할) 유   然 그러할 연   自 스스로 자   得 얻을 득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動   泰(   )   獲(   )   (   )長

 

3. 스스로 '悠然自得'했다는 생각(느낌)이 든 경험이 있으면 한가지만 말해 보시오.

 

 

박근혜 대통령이, 헌재에서 8:0으로 탄핵이 인용되어, 파면을 당했죠. 이제 남은 세월을 '유연자득'하기 위한 반성(反省)의 시간으로 삼았으면 좋겠어요. 단 사이비는 경계하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습네다 ~

 

1945년 10월 16 일 8시 30분 이승만은 방송을 통하여 이렇게 말했어요. 그런데 이 앞에 생략된 말이 있다는 사실을 혹 아시는지요? 이 앞에 생략된 말은 "나를 따르시오!" 예요. "나를 따르시오!"가 추가된 "뭉치면…"과 "나를 따르시오!"가 생략된 "뭉치면…"은 의미 차이가 심하지요. 전자는 자신을 중심에 둔 독선이고, 후자는 타인을 염려하는 배려잖아요? 이래서 전후 맥락을 생략한 단장취의 이해는 경계해야 해요. 본뜻이 왜곡될 수 있거든요. 

 

이런 단장취의 오해는 사회 현상을 보는데도 나타나는 것 같아요. 그런 오해 중의 하나가 노동조합의 '파업' 아닌가 싶어요. 노동조합의 파업은 정당한 권한[단체행동권]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우 불법으로 치부되거나 시민 불편의 원흉으로 지목되어 지탄받기 일쑤죠. 나아가서는 국가 경제 발전의 발목을 잡는 사회악으로까지 보는 경향도 있죠. 이런 인식은, 위에서 말한, '뭉치면…'의 단장취의식 인식과 같다고 볼 수 있어요. 파업 이전의 맥락은 도외시하고 파업 그 자체만 보고 판단하기 때문이죠. 온전한 맥락으로 문장을 이해해야 문장의 원의미를 제대로 인지할 수 있듯, 노동조합의 파업도 온전한 맥락으로 이해해야 불필요한 오해를 하지 않을 것 같아요.

 

사진은 단생산사(團生散死)라고 읽어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란 뜻이에요. 지난 주말 광화문 광장에 갔다가 찍었어요. 이날 집회엔 많은 노동조합들이 참여했는데, 이 깃발 주변에도 노동조합 깃발이 휘날리는 것으로 보아 이 깃발 역시 어느 노동조합의 깃발이지 않나 싶더군요. 한자를 사용해 노동조합의 핵심[단결]을 표현한 것이 좀 의외더군요. 웬지 노동조합은 한자를 싫어할 것 같은 선입견이 있어서요. ^ ^ 이 또한 단장취의의 왜곡된 인식일까요? ^ ^ 깃발을 보다보니 이승만의 말이 생각나고 나아가 왜곡된 노동조합 파업 인식까지 연상되어, 약간 주제넘게(?) 중얼거렸네요.

 

한자를 살펴 볼까요?

 

은 口(에워쌀 위)와 專(오로지 전)의 합자예요. 둥글다란 의미예요. 口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둥근 것은 에워싸여 있는 형태잖아요? 專은 음을 담당하면서(전→단)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專은 본시 물레를 의미하는 글자였어요. 물레는 실을 감을 때 계속 돌아가면서 실을 감죠. 그 돌아가는 형태는 당연히 원형이구요. 그래서 이 글자로 둥글다란 원 의미를 일부분 보충하고 있는 것이죠. 둥글 단. 모이다(뭉치다)란 뜻으로도 사용하는데, 이는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예요. 모인 형태는 대개 둥글잖아요? 모일 단. 團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團體(단체), 團合(단합)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屮(싹날 철)과 土(흙 토)의 합자예요. 땅에서 새싹이 돋아난다는 의미예요. 날 생. 生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生命(생명), 生動(생동)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林(수풀 림)과 攵(칠 복)의 합자예요. 숲의 나무들을 치면 가지가 부러지고 잎이 떨어진다란 의미예요. 이 의미를 종합하여 '흩어지다'란 의미로 사용해요. 흩어질 산. 散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解散(해산), 分散(분산)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歹(앙상한뼈 알, 살을 발라낸 뼈)과 人(사람 인)의 합자예요. 정령(精靈)이 빠져나간 형해(形骸), 곧 뼈만 남은 시신이란 의미예요. 죽을 사. 死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生死(생사), 死後(사후)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團 둥글(뭉칠) 단   生 날 생   解 풀 해   死 죽을 사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解(   )   生(   )   (   )合   (   )動

 

3.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를 한문으로 써 보시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