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

"난, △△△"

"또 없어? 그럼 거수로 할까?"

"..."

"거수로 한다. 자 …"

 

80년대 초반. 갓 입학한 대학. 남학생들이 학교 근처 'ㅇㅇ집'에 모여 낮술을 마시며 과에서 가장 예쁜 여학생이 누군지 뽑기로 했어요. 아직 여학생의 얼굴과 이름이 매치가 안되는 상황인데, 이미 여학생 신상 파악이 끝난 두 친구가 모 여학생의 이름을 댔고, 사회를 자임한 한 친구는 거수로 결정하자고 했어요.

 

이렇게 과 퀸이 된 한 여학생. 이튿날 남학생들에게 불려와 'ㅇㅇ집'에서 한 턱을 내게 됐어요. 그런데 퀸이 된 여학생을 바라보는 남학생들의 눈에 실망의 눈빛이 역력했어요. '아닌데...'라고 모두들 무언의 아우성을 지르고 있었죠. 벌써 30년도 더 된 이야기네요.

 

대학가 주변에는 학생들이 즐겨찾는 술집이나 찻집이 있죠. 제가 속한 과 친구들이 과 퀸을 뽑은 'ㅇㅇ집'은 반 지하의 술집으로 막걸리와 소주를 주로 팔던 곳이었어요. 작년에 우연히 모교 근처를 갔다가 혹 'ㅇㅇ집'이 아직도 있나 살펴 봤더니 없어졌더군요.

 

사진은 학림(學林)이라고 읽어요(다 아시죠? ^ ^).  사진에 나온 것처럼 다방 이름이에요. 학림은 '배움의 숲, 학문의 숲, 학생들, 학교 근처의 숲 등' 여러 의미로 풀이할 수 있어요. 옛 서울대가 있었던 동숭동 대학로에 있는 다방이에요. 클래식 다방으로, 한 때 '서울대 25 강의실'로 불리며 많은 학생들이 찾아던 곳이에요. 옛 서울 문리대의 축제 이름인 '학림제'는 이 다방 이름에서 따왔어요. 이곳은 우리 문화계의 중추 역할을 한(하는) 많은 분들이 다녀갔어요. 김지하, 김승옥, 전혜린, 박태순, 이덕희, 김민기, 백기완…. 지금 주인은 30년 째 이곳을 지키고 있는데, 학림 다방의 변질이 안타까워 30년 전에 이곳을 인수했다고 해요. 한때 학원 소요의 중심지로 치부되기도 했지만(학림 사건), 지금은 그저 옛 정취를 간직한 맛있는 커피(비엔나 커피)가게일 뿐이죠. 아, 아니네요. 지금도 여전히 대학로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요. 문화단체들의 가교로요. 서울시는 이곳을 미래문화유산으로 지정했어요. (이상의 내용은 여러 인터넷 자료를 뒤섞어 인용했어요. 출처를 일일히 밝히지 못해 죄송해요.)

 

'ㅇㅇ집'과 학림 다방. 둘 다 대학가 추억의 장소인데 한 곳은 흔적없이 사라졌고, 한 곳은 누군가 자발적으로 고집스럽게 지키고 있어요. 왜 이런 차이가 생긴 걸까요? '돈'과 '문화'의 차이 아닐까 싶어요. 'ㅇㅇ집'은 '문화'에 대한 인식없이 그저 주류를 팔았기에 변하는 세월에 가뭇없이 사라진 것이고, 학림 다방은 '문화'에 대한 인식이 있었기에 변하는 세월에 지지않고 꿋꿋이 제자리를 지킨 것 아닐까 싶은거죠(학림 다방 주인은 '이윤이 별반 남지 않는다'고 고백하고 있어요). 이곳에서 마시는 커피는 단순한 커피가 아니고 문화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한자를 좀 자세히 살펴 볼까요?

 

은 본래 모양이 斅이었어요. 斅은 敎(가르칠 교)와 冖(덮을 멱)과 臼(절구 구)의 합자예요. 가르침을 받아 몽매한 상황을 벗어난다는 의미예요. 敎와 冖으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臼는 음을 담당하면서(구→학)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절구질을 할 때 물건을 넣는 사람과 찧는 사람이 잘 협조해야 하듯, 가르치는 이와 배우는 이가 잘 협조해야 성취되는 것이 배움이란 의미로요. 배울 학. 學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學問(학문), 學者(학자)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木(나무 목)과 木이 합쳐진 글자예요. 나무가 무성하게 있다란 의미를 나타낸 것이죠. 수풀 림. 林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林業(임업), 森林(삼림)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學 배울 학   林 수풀 림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森(   )   (   )者

 

3. 추억이 깃든 장소를 한 곳 소개해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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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왜 우리 형제를 이간질했는가(汝何爲離間我兄第)!"

 

"만일 선태자께서 일찍 제 말을 들으셨다면 오늘 이같은 화를 당하지 않으셨을 것입니다(先太子 早從徵言 必無今日之禍)."

 

"…"

 

현무문의 정변 후 권력을 장악한 당태종 이세민이 자신의 형 이건성의 부하 위징을 불러 나눈 대화예요. 위징은 이건성에게 이세민을 진즉에 제거하라고 권고했지만, 미적거리다 되레 이세민의 역습을 받아 죽게됐죠.

 

당태종은 위징과의 대화에서 형제간 이간질 운운하며 위징을 죽이려 했지만, 사실 위징의 말은 틀린데가 없는 말이었어요. 무엇보다 당태종 자신이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죠. 하여 냉정한 사실을 거림낌없이 말한 위징에게 매력(?)을 느껴 그를 죽이지 않고 수하로 거두죠.

 

권력은 형제간에도 나누기 힘든 속성이 있는 것 같아요. 한동안 신문에 오르내렸던 롯데가의 권력장악 모습도 한 방증이 될 듯 싶어요. 이런 - 형제간에도 양보하지 않는 - 권력의 속성에서 보면 권력 주변부 인물은 권력자에게 '울타리' 보다는 '혹'에 가까운 존재인듯 싶어요. 언제 자신의 위치를 넘볼지 모를 존재이니까요. 당태종의 경우, 현무문의 정변 후 화근을 없애기 위해 조카 10명을 모두 죽였죠.

 

조선의 태종 이방원 역시 당태종처럼 형제를 살육하고 권력을 장악했던 인물이죠. 태종의 형 정종은 아우 이방원에게 얼른 왕위를 넘기고 고향으로 돌아갔죠. 권력의 무상함 보다는 권력의 서슬퍼럼에 질려서요. 이런 그였으니 자식들에게 '혹'이란 존재는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를 절절히 알려줬을 거예요.

 

사진은 '선정묘(宣靖廟)'라고 읽어요. 정종의 4째 아들 '선성군(宣城君) 양정공(良靖公, 시호) 이무생(李茂生)의 사당'이란 뜻이에요. 서산시 운산면 여미리에 있어요. 본래 경기도 파주에 있었는데 이 곳으로 옮겨 왔다고 해요. 이무생은 한 때 불가에 입문한 적도 있는데, 아버지의 가르침 때문이었다고 해요. 인터넷을 찾아보니, 세종 시절 - 세종과 이무생은 사촌간 - 글 공부를 게을리해 귀양을 간 적이 있다고 나오더군요. 글 공부를 게을리 한 것은 머리가 둔하거나 세력을 믿고 그랬다기 보다는, 공부의 의미를 느끼지 못해 그런 것 아닌가 싶어요. 권력의 중심부에서 멀어지기 위해 불가에도 입문했던 처지니 수신제가치국평천하의 도를 가르치는 유교 경전 공부가 그에게 무슨 의미가 있었겠어요? 공부를 게을리한, 아니 일부러 멀리한 그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죠. 이무생은 자잘한 벼슬을 하며 권력과 거리를 두고 별 탈없이 지내다 68세에 돌아갔어요. 아버지가 일러준 '혹'의 처신법을 충실히 이행한 삶이었다고 할 수 있죠.

 

이무생은 한 세상 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능력이 있었다면 세상을 원망했을 것이고, 능력이 없었다면 자족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나 세상을 원망하든 자족하든 늘 살얼음판을 밟는 기분은 떨치지 못했을 것 같아요. 권력 주변부의 삶, 얼핏보면 행복할 것 같은데, 실상은 그다지 행복한 삶이 아닌 듯 싶어요. 경우는 약간 다르지만, 최순실의 경우도 한 방증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한자를 좀 자세히 알아 볼까요?

 

은 宀(집 면)과 亘(걸칠 긍)의 합자예요. 상하좌우 공간이 넓은 큰 집이란 뜻이에요. '베풀다'란 뜻으로 많이 사용하는데, 이는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공간이 넓은 큰 집처럼 널리 (은혜를) 베푼다는 의미로요. 베풀 선. 宣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宣揚(선양), 宣戰(선전)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立(설 립)과 靑(푸를 청)의 합자예요. 안정되어 있다란 의미예요. 立으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靑은 음을 담당하면서(청→정)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푸른 색은 변함없는 하늘의 빛깔인데, 이같이 변함없는 것이 바로 안정된 것이란 의미로요. 편안할 정. 靖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靖難(정난, 국가의 위난을 평정함), 閑靖(한정)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广(집 엄)과 朝(조정 조)의 합자예요. 조정은 엄숙한 의식을 진행하는 곳이죠. 그렇듯 엄숙한 자세로 돌아가신 선조께 예를 올리는 곳이란 의미예요. 사당 묘. 廟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宗廟(종묘), 文廟(문묘)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宣 베풀 선   靖 편안할 정   廟 사당 묘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閑(   )   宗(   )   (   )揚

 

3. 권력 주변부 경험이 있으면 말해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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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 2017-05-29 0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마침 권력의 냉혹한 속성을 잘 보여주는 책을 읽는 중이었습니다. 책의 이름은 ‘절반의 중국사‘. 책의 분량이 많고 가격도 높은 편인데 한 번 읽어 볼 만합니다. 다 읽고 난 뒤 제 블로그에 독후감을 올릴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기회에 한 가지 조언을 하고 싶습니다. 블로그의 ‘길에서 주운 한자‘라는 표현보다는 ‘길에서 만난 한자‘라는 게 어떨까요? 줍는다는 행위보다 만난다는 행위가 더 어감도 좋고 의미가 있어 보이거든요.
찔레꽃님의 영역을 건드리는 실수가 아닐까 조심스럽습니다만.

찔레꽃 2017-05-29 08:54   좋아요 0 | URL
무심님의 독후감이 벌써 기다려집니다. 블로그 제명까지 신경을 써 주시니... 감사드려요. ^ ^ 깊이 고민해보겠습니다. ^ ^ 농사는 잘 되시는지요?

무심이병욱 2017-05-29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도 예전 같지 않아 농사의 양을 많이 줄였습니다. 가뭄이 길어지면서 작물은 물론, 잡초들도 제대로 크지 못하는 희한한 풍경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찔레꽃 2017-05-29 15:54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큰 피해가 없어야 할텐데....
 

 

 

 

"악마는 프라다를 신고, 천사는 아지오를 신는다."

 

문재인 대통령의 헌 구두가 화제죠. 청각 장애인이 만든 무명 구두[아지오]에다 - 청각장애인 구두제작 업체(구두 만드는 풍경)는 명품을 지향했다지만 - 구두 바닥과 뒷축이 헤져서 말이죠. 하루가 멀다하고 감동을 쏟아내어 숨이 벅찰 정도인데, 이제는 신발로도 감동을 주는군요. 국정 농단 주범 최순실이 신었던 프라다와 대비시키니 그 가치와 감동이 배가돼요.

 

정치가는 바람이요, 백성은 풀이다. 풀은 바람이 부는대로 눕는다. 오래된 동양의 정치 윤리인데, 이게 결코 시효만료된 정치 윤리가 아니란 걸 실감하게 되네요. 지도자가 무심히(?) 신은 신발 하나가 이렇게 국민들에게 영향을 주니 말이에요. 앞으로는 최순실이 신었다는 프라다 같은 고가의 신발을 신는 것이 결코 자랑스러운 일이 못될 것 같아요. 그런데 이게 단순히 어떤 신발을 신느냐의 일로만 끝나겠어요? 전반적인 우리 사회의 그릇된 가치를 바로잡는 계기가 되겠지요. 돈있고 세력있다 위세부리거나, 돈없고 세력없다 기죽이는 잘못된 사회 기풍이 바로잡혀지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지요. 돈있고 세력있어도 겸손하고 검소하게 살며, 돈없고 세력없어도 성실하게 살면 존중받는 사회기풍으로 말이에요.

 

사진은 아내의 신발이에요. 겉으로 보기엔 있어보이지만 '메이드 인 차이나'예요. 아내는 늘 저가의 신발과 의류를 구매하죠(남편과 애들 것은 비싼 것을 사주려고 하면서요). 아내의 신발이나 의류를 볼 때면 늘 짠한 느낌을 받아요. 아내는 우리 집 경제 대통령이에요. 대통령이 이렇게 검소한데, 저나 아이들이 함부로 낭비 할 수 없죠. 역시 정치는 바람이에요. 집안 살림을 건사하는 것도 정치죠.^ ^

 

사진의 한자는 신발 바닥에 있는 한자예요. 한자를 읽어 볼까요? 투기(透, 공기 통함), 항진(抗震, 진동 방지), 防臭(방취, 냄새 방지)라고 읽어요. 한자를 자세히 살펴 볼까요?

 

는 辶(걸을 착)과 秀(빼어날 수)의 합자예요. 뛰어넘다란 의미예요. 辶으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秀는 음을 담당하면서(수→투)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뛰어 넘은 것은 보통 사람들 수준보다 빼어난 것이란 의미로요. 통하다란 의미는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통하는 것은 경계를 뛰어넘은 것이란 의미로요. 통할 투. 透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透過(투과), 透映(투영)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중첩된 구름이 위로 상승하는 모양을 그린 거예요. 여기서 기운이란 의미가 나왔어요. 기운 기. 일반적으로 기운 기는  氣로 표현하는데, 气는 氣의 원형이에요. 신발에 씌인 气는 氣의 간체자인데, 원형으로 돌아간 셈이에요. 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空气(공기), 運(기운)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扌(手의 변형, 손 수)와 亢(목 항)의 합자예요. 막는다란 의미예요. 扌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亢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목이 머리와 가슴 중간에서 자신의 역할을 담당하듯, 외부의 침략을 막아내고 자신의 위치를 고수한다는 의미로요. 막을 항. 抗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抗拒(항거), 抵抗(저항)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雨(雷의 약자, 우레 뢰)와 辰(震의 약자, 흔들 진)의 합자예요. 요란한 천둥 번개란 의미예요. 雨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震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천둥 번개가 치면 사물이 진동한다는 의미로요. 천둥소리 진. 흔들릴 진. 震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震動(진동), 震怒(진노)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阝(阜의 변형, 언덕 부)와 方(旁의 약자, 곁 방)의 합자예요. 둑이란 의미예요. 阝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둑은 언덕과 유사하죠. 方은 음을 담당하면서 의미도 일부분 담당해요. 둑은 물 옆에 조성하는 것이란 의미로요. 막다란 의미는 본의미에서 연역된 거예요. 둑은 물이 넘치는 것을 막기 위해 쌓은 것이란 의미로요. 막을 방. 防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防禦(방어), 防衛(방위)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自(鼻의 약자, 코 비)와 犬(개 견)의 합자예요. 개가 잘 맡는 것이 냄새란 의미예요. 냄새 취, 臭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惡臭(악취), 體臭(체취)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透 통할 투   气 기운 기  抗 막을 항   震 흔들 진  防 막을 방   臭 냄새 취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惡(   )   (   )過   抵(   )   空(   )   (   )動   (   )禦

 

3. 신발과 관련한 에피소드가 있으면 한 가지 소개해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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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기는 한 방을 가질 수 있었지! 자네 덕분에."

 

 

늦깎이 여자 복서와 늙다리 트레이너 겸 매니저와의 관계를 그린 영화 '밀리언 달러 베이비' 후반부에 나오는 대사예요. 매기를 훈련생으로 맞이하고 싶지 않았던 -- 다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 -- 프랭키는 매기의 간절한 소망과 집념 그리고 열정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매기를 지도하게 돼죠. 일취월장 승승장구하는 매기는 드디어 세계 챔피언 경기에 나가지만, 끝내, 프랭키가 우려했던 사고를 당해 -- 상대 선수의 반칙으로 목뼈가 부러져 몸을 운신할 수 없게 되죠 -- 사경을 헤매죠. 프랭키는 매기를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이런 불상사가 없었을 거라며 자책하죠. 이 때 친구인 에디가 해주는 말 중에 위 대사가 나와요. 매기는 비록 죽게 되더라도 자신이 해보고 싶은 것을 해보고 죽기 때문에 여한이 없을 거라는 말이에요. 그리고 그것을 도와준게 자네이니 너무 자책하지 말라는 위로의 말이죠.

 

 

영화에서 매기와 프랭키는 사제 관계이자 연인 관계이며 부녀 관계예요. 복싱 지도에서는 사제 관계이고,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려는 면에서는 연인 관계이며, 어떻게든 매기를 다치지 않게 보호하고 부상이후에 가족조차 무관심한 매기를 살려보려 애쓰는 면에서는 부녀 관계이기도 해요. 이런 미묘한 관계에서 둘 사이를 잇는 가치는 '은혜'라고 할 수 있어요. 다소 프랭키가 매기에게 일방적으로 베푸는 듯한 면이 있지만, 사실은 메기가 프랭키에게 베푸는 면도 적지 않아요. 프랭키는 매기와 비슷한 또래의 딸이 있지만 별거하며 관계가 원만치 못한데, 여기서 느끼는 서글픔을 매기가 채워주고 있기 때문이죠.

 

 

사진의 한자는 '은율(恩汨)'이라고 읽어요. '은혜가 흐른다'는 뜻인데, 전고가 있는 말은 아니고 조어인 듯 싶어요. 집사람이 선물받은 홍삼 제품 상호예요. 은혜가 흐른다는 것은, 얼핏 생각하면, 시은(施恩)의 의미로 보이지만, 보은(報恩)의 의미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출발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겠지요. 처는 보은의 의미로 받았어요. ^ ^

 

 

한 세상 살면서 때로는 은혜를 베풀 처지에 놓이기도 하고, 때로는 은혜를 갚을 처지에 놓이기도 하겠죠. 은혜를 베풀 처지에 놓일 적에는 '시은물구보(施恩勿求報, 은혜를 베풀었거든 보답을 바라지 말라)'를 명심해야 하고, 은혜를 갚는 처지에 놓일 적에는 '결보보은(結草報恩, 죽어서도 잊지 않고 은혜를 갚음)'을 명심해야 할 것 같아요. 그래야 아름다운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밀리언 달러 베이비'에서도 프랭키는 '시은물구보'의 자세를 보이고, 매기는 '결초보은'의 자세를 보이죠. 이런 자세와 두 사람 사이의 세 가지 복합적인 관계를 미묘하게 조율한 점이 이 영화의 주된 감동 요소가 아닌가 싶어요.

 

 

한자를 좀 자세히 살펴 볼까요?

 

 

은 因(인할 인)과 心(마음 심)의 합자예요. 의지하고 친하게 지내려는 마음으로 서로 돕는다는 의미예요. 은혜 은. 恩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恩惠(은혜), 恩澤(은택)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氵(물 수)와 曰(말할 왈)의 합자예요. 유창한 말처럼 물이 잘 흐르도록 조치한다란 의미예요. 흐를 률. 율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汨流(율류,  물이 빨리 흐름 또는 빠른 흐름), 汨遙(율요, 빨리 걸음. 달림)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오늘은 정리 문제를 안내도 괜찮겠죠? ^ ^ 감사의 달인 오월이에요. '시은물구보'와 '결초보은'의 아름다운 관계를 맺는 오월이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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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농단 사건의 출발은 정윤회 문건이다. 최순실씨의 존재를 밝혀내 경고하려 했던 민정수석실 공무원들이 도리어 처벌을 받은 것은 잘못이다. 당시 민정수석실과 검찰 책임자들이 벌을 받지 않은 것은 말이 안된다. 재조사 범위를 특정하긴 어렵지만 관련된 진실이 무엇인지 전반적으로 조사할 것이다."

 

새정부가 개혁정부라는 것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 같아요. 인용문은 조국 신임 정무수석의 발언이에요. 개혁정부의 일면을 보인 발언으로 평가할 수 있겠죠? 개혁이란 무엇일까요?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 많은 이들이 고루 혜택을 입게 하려는 것 아닐까요? 그 반대의 경우는 개악일테구요.

 

사진의 한자는 고려삼돈음품(高麗蔘燉飮品)이라고 읽어요. 인삼 찐 것[홍삼]을 음용하기 좋도록 만든 식품이란 의미예요. 쉽게 말하면 홍삼 액기스지요. 인삼이 좋은 식품이긴 하지만 모든 이들에게 좋은 식품은 아니죠. 이런 인삼의 한계를 극복하고 널리 많은 이들이 먹을 수 있도록 만든 식품이 바로 홍삼이죠. 홍삼은 일종의 개혁 식품이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개혁에는 항상 저항과 오류가 따르기 마련이죠. 위 조국 정무수석의 발언에 대해 자유한국당에서는 벌써 "적폐 청산을 내세워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 보복을 하려 한다면 국민들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비토를 놓았더군요. 인삼을 홍삼으로 만들 때도 아마 저항과 오류가 있었을 거예요. 비싼 인삼을 왜 쓸데없이 손을 대어 망치려 하느냐는 타박이나 홍삼 제조 과정에서 많은 오류가 있지 않았겠어요?

 

그러나 그러한 저항과 오류를 극복해냈기에 홍삼이란 개혁된 인삼이 탄생할 수 있었고, 많은 이들이 그 혜택을 볼 수 있는거겠죠. 새정부도 개혁 과정에서 만나게 될 저항과 오류를 잘 극복하고 홍삼처럼 개혁된 나라를 만들어 많은 이들이 그 혜택을 입었으면 좋겠어요. 다행스러운 것은 새정부에 그런 성공 조짐이 보인다는 점이에요. 조국 신임 정무수석은 그의 트위터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여기저기서 두들겨 맞겠지만 맞으며 가겠습니다." 쉽게 좌절하지 않고 끈기있게 개혁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결기가 느껴지잖아요?

 

한자를 몇 자 좀 자세히 살펴 볼까요?

 

는 鹿(사슴 록)과 丽(고울 려)의 합자예요. 무리지어 다닌다는 의미예요. 사슴은 성질이 유약해 무리지어 다니길 좋아하므로 鹿으로 뜻을 삼았어요.  丽는 음을 담당해요. 짝지을 려. '곱다'란 의미는 본뜻에서 연역된 거에요. 무리지어 다니는 사슴들의 모습이 멋있다란 의미로요. 고울 려. 麗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華麗(화려), 麗澤(여택, 인접한 두 못이 서로 물을 윤택하게 함. 벗이 서로 도와서 학문과 덕을 닦음을 비유하는 말)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艹(풀 초)와 參(석 삼)의 합자예요. 인삼이란 뜻이예요. 艹로 뜻을 표현했어요. 參은 음을 담당해요. 인삼 삼. 蔘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參茸(삼용, 인삼과 녹용), 紅蔘(홍삼)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火(불 화)와 敦(도타울 돈)의 합자예요. 불이 왕성하게 타오른다는 뜻이에요. 火로 뜻을 표현했어요. 敦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불이 왕성하게 타오르는 것은 화력이 풍부하기 때문이란 의미로요. 불이글이글할 돈. 燉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예가 거의 없어요. 燉煌(돈황, 敦煌과 혼용. 감숙성 서북에 있는 현으로 불교가 서쪽에서 처음으로 들어온 곳. 천불동이 유명) 정도를 들 수 있겠네요.

 

은 欠(하품 흠)과 食(먹을 식)의 합자예요. 하품하듯 입을 크게 벌리고 들여 마신다는 의미예요. 마실 음. 飮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飮食(음식), 飮料(음료)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여러 개[三]의 기물[口]를 그린 거예요. 저마다 개성을 지닌 물건이란 의미예요. 물건 품. 品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物品(물품), 現品(현품)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麗 고울 려   蔘 인삼 삼   燉 불이글이글할 돈   飮 마실 음   品 물건 품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煌   (   )食   紅(   )   華(   )   現(   )

 

3. 알고 있는 개혁 식품(?)이 있으면 한 가지만 소개해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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