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애, 시는 그렇게 짓는 게 아니다.

 

첫눈이 내리던 날, 왠지 가슴이 뭉클하여 아버지께 시(한시) 한 수를 지어 보냈어요. 당시 아버지는 외지에서 홀로 기숙하고 계셨어요. 80이 가까운 노구셨는데 사람은 늙도록 활동해야 한다란 지론 때문에 월급쟁이 한의사 생활을 하고 계셨어요. 평소 자식들과 별로 말을 나누지 않는 무뚝뚝한 분이셨기에 편지를 보내기가 좀 멋쩍었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었어요. 첫눈이 용기를 준 것 같아요.

 

그런데, 주말에 집에 오셔서 제게 해주신 아버지의 답(장)은 형식을 지키지 않은 시에 대한 타박뿐이었어요(미숙한 솜씨로나마 시를 지어 보냈으니 그래도 칭찬 한 마디 쯤은 해주실 줄 알았는데...).

 

사진은 다산 정약용(1762-1836)의 편지로 추정되는 글이에요. 추정되는 이유는 감정이 내려지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비록 '다산(茶山)'이란 낙관이 있지만 확증하긴 쉽지 않은가봐요(이 때문에 이 편지에 대한 저의 언급은 오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어요). 한국고전번역원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고문서 번역 서비스를 해주는데, 문의가 들어오는 문서 중에 생각지 않은(?) 유명인의 작품도 꽤 있나 봐요. 이 작품도 그 중의 하나라는군요(관련기사 및 사진 출처: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70510024008&wlog_tag3=naver)

 

 

見汝書又得汝師手筆 具知春來無恙 欣慰難量 吾病一樣亦不具(견여서우득여사수필 구지춘래무양 흔위난량 오병일양역불구)

 

너의 편지를 보고 또 네 스승의 글을 받아 보니/ 이 봄날에 모두 별고 없다는 것을 알겠다/ 기쁘고 위로하는 마음 헤아리기 어렵다/ 내 병은 늘 그렇다. 역시 갖추지 못한다. (번역: 위 관련 기사 및 사진 출처에서 인용)

 

 

다산은 자식들에게 많은 편지를 보냈죠. 자신의 처지가 귀양 가있는 처지이기에 자식들과 소통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 편지였으니 많은 편지를 쓸 수 밖에 없었을 거예요. 이런 편지를 박석무 선생은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란 제목으로 책을 펴내기도 했죠. 오래 전에 읽어 그 내용이 잘 기억나진 않지만, 자식들에게 공부를 게을리하지 말라는 내용과 독서하는 방법 및 글쓰는 방법 등을 안내하는 내용이 있었던 것 같아요. 위 사진과 관련된 인용 출처의 기사에도 나오지만, 다산은 자신의 집안이 폐족이란 전제하에 자식들에게 각별한 당부를 했어요. 폐족의 처지에서 공부를 안하고 몸가짐을 바로하지 않으면 집안을 일으킬 기회를 완전히 상실할거란 위기감이 있었던 거죠. 사진의 편지는 안부를 확인하는 단순한 내용이에요. 하지만 은연중 자신의 위기감을 불식시켜준 자식에게 고마워하며 안도의 숨을 내쉬는 다산의 마음을 엿볼수 있어요.

 

문득 아버지께 보냈던 어설픈 시에 아버지께서 답장을 보내셨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봐요. 아버지께서 돌아가신지 근 30년이 되는데 제게 남아있는 아버지의 편지는 단 한 장도 없어요. 이런, 그러고 보니 저도 애들에게 편지를 쓴 기억이 거의 없네요. 아버지를 탓하는 자신이 정작 아버지와 같다니... 이것 참, 부전자전은 이런 때를 위해서 만들어 낸 말인지...

 

 

사진의 한자를 몇 자 좀 자세히 살펴 볼까요?

 

는 氵(물 수)와 女(여자 녀)의 합자예요. 물 이름이에요. 지금의 하남성 노씨현에서 발원하여 회수로 들어가는 물이에요.  氵로 뜻을 표현했어요. 女는 음을 담당해요. 물이름 녀. 지금은 물 이름보다 '너'라는 2인칭 대명사로 주로 사용해요. 이는 동음을 빌미로 뜻을 차용해 쓴 거예요. 너 여. 汝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汝等(여등, 너희들), 吾與汝(오여여, 나와 너)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心(마음 심)과 羊(痒의 약자, 병 양)의 합자예요. 근심이 있다란 뜻이에요. 心으로 뜻을 표현했어요. 羊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병이 있으면 근심스럽다란 의미로요. 근심 양. 恙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無恙(무양, 근심이 없음), 病(양병, 병)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欠(하품 흠)과 斤(도끼 근)의 합자예요. 웃으며 좋아한다란 의미예요. 웃으며 좋아하면 입을 벌리고 소리를 내기에 欠으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斤은 음을 담당하면서(근→흔)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도끼질을 할 때는 계속 소리를 내는데 웃으며 좋아할 때도 그같이 계속 소리를 낸다는 의미로요. 기뻐할 흔. 欣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欣欣(흔흔, 기뻐하는 모습), 欣快(흔쾌)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心(마음 심)과 尉(熨의 약자, 다리미 위)의 합자예요. 마음이 편안하다란 뜻이예요. 心으로 뜻을 표현했어요. 尉는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다림질로 옷주름을 펴듯 마음의 주름을 펴 마음이 편안하다란 뜻으로요. 위안할 위. 타동사의 의미로 '위로하다'란 뜻으로도 사용해요. 위로할 위. 慰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慰安(위안), 慰問(위문)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隹(새 추)와 暵(말릴 한)의 약자가 합쳐진 거예요. 전설의 새인 '난새(일명 금시조)'란 뜻이에요. 隹로 뜻을 표현했어요. 暵의 약자는 음을 담당해요(한→난). 난새 난. 지금은 난새보다 '어렵다'란 뜻으로 더 많이 사용해요. 전설상의 새이다 보니 보기가 쉽지 않아, '어렵다'란 뜻으로 사용하게 됐어요. 어려울 난. 難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困難(곤란), 難易度(난이도)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重(무거울 중)의 약자와 曏(접때 향)의 약자가 합쳐진 거예요. 경중을 헤아린다는 의미예요. 重으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曏의 약자[日]는 음만 당당해요(향→량). 헤아릴 량. 量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測量(측량), 數量(수량)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木(나무 목)과 羕(강이 길 양)의 합자예요. 상수리 열매란 뜻이에요. 木으로 뜻을 표현했어요. 羕은 음을 담당해요(양→상). 상수리나무 상. 지금은 '모양'이란 뜻으로 주로 사용하는데, 이는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상수리 열매의 모양이란 뜻으로요. 이 때는 음도 달리해 사용해요. 모양 양. 樣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模樣(모양), 樣態(양태)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汝 너 여   恙 근심 양   欣 기뻐할 흔   慰 위안(위로)할 위   難 어려울 난   量 헤아릴 량   樣 모양 양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測(   )   困(   )   (   )等   (   )問   (   )快   模(   )   (   )

 

3. 아버지에게서 받은 기억나는 편지가 있으면 소개해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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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비어천가 제 2장의 내용이에요. 용비어천가는, 잘 알려진 것 처럼, 조선 개국의 정당성을 홍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편 서사시지요. 총 125장의 장편인데 유독 제 2장이 널리 알려진 것은 학교에서 많이 다루는 부분이자 보편적 교훈을 담은 내용이라 그런 것 아닌가 싶어요.

 

 

용비어천가를 보면 한글 가사 옆에 한문 번역을 달아 놓았어요. 위 대목은 다음과 같이 번역되어 있지요: "根深之木 風亦不扤 有灼其華 有蕡其實 源遠之水 旱亦不竭 流斯爲川 于海必達(근심지목 풍역불올 유작기화 유분기실 원원지수 한역불갈 유사위천 우해필달)" 사진의 내용은 바로 제 2장 둘째 단락의 한역 내용이에요. 어느 폐교에 우연히 들렸다가 찍었어요. 학교에 이 액자를 걸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심원한 인격과 지식을 쌓으라는 무언의 가르침이 아니었을까요? 

 

 

그런데 '뿌리가 깊고 샘이 깊으면 바람에 쉽사리 흔들리지 않고, 가뭄에 쉬이 마르지 않는다'는 말은 선악시비 어느 경우든 적용될 수 있는 비유같아요. 무엇이든 연원이 깊고 오래되면 바뀌기 힘들잖아요? 최근 자유한국당을 보면 이런 생각에 더욱 확신을 갖게 되죠. 금방이라도 괴멸될 것 같은데 버티고 있는 것을 보면 정말 '뿌리가 깊고 샘이 깊으면…' 하는 생각을 아니할 수 없거든요. 게다가 저들도 또 다시, 언젠가는,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으며 바다로 나갈 것이라는 점이에요. 끔직하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섭리지요.

 

 

저 액자를 보고 학교 생활을 했을 폐교의 졸업생들. 그들은 선악시비 어느 쪽으로 더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바다로 나갔을까요?

 

 

 

두어 자만 좀 자세히 알아 볼까요?

 

 

은 氵(水의 변형, 물 수)와 原(근원 원)의 합자예요. 수원지란 뜻이에요.  氵로 뜻을 표현했어요. 原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본래 샘[泉]이 처음 시작된 곳이란 의미거든요. 이 의미로 본뜻을 보완해주고 있는 것이지요. 근원 원. 源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水源地(수원지), 根源(근원)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辶(辵의 변형, 걸을 착)과 袁(옷길 원)의 합자예요. 거리가 멀다란 뜻이에요.  辶으로 뜻을 표현했어요. 袁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옷이 길듯이 거리가 멀다란 의미로 본뜻을 보완해주고 있는 것이지요. 遠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遠近(원근), 遠距離(원거리)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日(날 일)과 干(범할 간)의 합자예요. 가물다란 뜻이에요. 日로 뜻을 표현했어요. 干은 음을 담당하면서(간→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상대를 범하려면 기세가 등등해야 하는데, 가물다는 것은 그같이 비가 오지 않고 햇볕이 기세등등한 상태란 의미로요. 가물 한. 旱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旱害(한해), 旱魃(한발)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立(설 립)과 曷(渴의 약자, 다할 갈)의 합자예요. 무거운 물건을 등에 져 올린다는 뜻이에요. 立으로 뜻을 표현했어요. 曷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무거운 물건을 짊어들 때는 최선을 다한다는 의미로요. 올릴 갈. 지금은 '다하다' '마르다'란 뜻으로 많이 사용해요. 모두 본뜻에서 연역된 뜻이에요. 다할 갈. 마를 갈. 竭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竭力盡忠(갈력진충, 있는 힘을 다해 충성을 바침), 竭涸(갈학, 말라 붙음)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源 근원 원   遠 멀 원   旱 가물 한   竭 다할(마를) 갈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害   (   )力盡忠   (   )近   根(   )

 

 

3. 다음을 한문으로 표현해 보시오.

 

 

   근원이 깊은 물은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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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는 하 · 2대를 거울삼았다. 주의 문물은 더없이 찬란하다. 나는 주의 문물과 그 정신을 계승할 것이다(子曰 周監於二代 郁郁乎文哉 吾從周)."

 

 

공자의 보수적 면모를 보여주는 말이에요. 보수란, 말 그대로, 지킬 가치가 있는 것을 보호하고 지킨다는 의미지요. 주나라는 망한 하나라와 은나라의 문화를 무시하거나 파괴하지 않고 좋은 점을 택하여 본받고 그 위에 발전시킬 점을 덧보탠 '보수'의 자세를 보여줬어요. 공자는 그러한 '보수'의 자세를 충실히 따르겠다고 말하여, 자신이 철저한 보수주의자임을 말하고 있지요.

 

 

사진은 '오대조가(五代趙家)'라고 읽어요. '오대동안 서산 어리굴젓을 담아온 조씨네'란 뜻이에요(다 아시죠? ^ ^). 한 세대가 30년이니 5대면 150년 가까이 되는 시간인데, 이 시간동안 한 집안에서 계속 어리굴젓을 담아왔으니 전통있는 어리굴젓 제조가(製造家)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사진을 보면 어리굴젓이 아니고 낙지젓이라고 돼있어요. 본래 어리굴젓을 담는 제조가인데 그 품목을 확대시켰어요. 이 어리굴젓 제조가는 공자가 추구했던 보수 정신을 잘 계승한 집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단순히 어리굴젓 제조법을 이어가는데 그치지 않고 그 제조법을 발전시켜 품목을 넓혔으니까요.

 

 

사진의 한자를 자세히 살펴 볼까요?

 

 

1~9중 교차점에 해당하는 수라는 의미예요. 위의 1을 의미하고 가운데는 X의 변형으로 교차점을 의미하며 아래의 9를 의미해요. 다섯 오. 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五色(오색), 五行(오행)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사람 인)(문지방 익)의 합자예요. 교체하여 이어간다는 의미예요. 그 주체가 사람이기에 으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문지방은 문 밖과 안을 구별짓는 표지지요. 문지방을 중심으로 안밖이 다르듯, 그와 같이 서로 다른 모습으로 이어간다는 의미로 본 의미를 보충해주고 있어요. 바꿀 대. 는 세대란 의미의 '대 대'로 사용하기도 해요(위 사진의 한자에서는 이 의미로 사용됐죠). 이 경우,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라고 볼 수 있어요. ''란 인물이 교체되면서 어떤 흐름이 이어지는 것을 말하는 것이니까요. 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交代(교대), 世代(세대)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달릴 주)(닮을 초)의 합자예요. 빨리 걸어간다는 의미예요. 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는 음을 담당해요(). 날쌜 조. 지금은 주로 나라 이름과 성으로 사용하죠. 나라이름 조. 성 조. 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趙孟頫(조맹부, 원나라의 문인), 趙雲(조운, 삼국시대 촉한의 무장)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집 면)(의 약자, 수퇘지 가)의 합자예요. 사람이 사는 집이란 의미예요. 대개 집에서는 돼지를 기르기 때문에 로 의미를 보완했어요. 는 음도 담당해요. 를 이와 달리 풀이하기도 해요. (사람 인)자가 세 개 모여있는 것으로 보고 사람들이[] 모여있는 집[]을 나타낸 글자라고 설명해요. 집 가. 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家和萬事成(가화만사성), 家庭(가정)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오늘은 정리 문제 대신 어리굴젓 담는 법을 알아 볼까요? 五代趙家 홈페이지에서 인용했어요. 그런데 일반적인 방법만 소개하고 비법은 생략한 듯 싶어요. 아무래도 영업비밀이라 생락한 거겠죠? ^ ^

 


<인용 출처: http://ohdaejo.com/index.php?MenuID=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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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상식과 정의 바로 세우기 차원에서 역사 교육 정상화를 위한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를 지시했다."

 

청와대 윤영찬 홍보수석의 발표문 일부예요. 지난 달 12일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해 비판을 받아온 국정 역사 교과서 폐지를 지시했죠. 아마 대다수 국민들은 속시원한 조치로 받아들였을 거예요. 그간 박근혜 정부의 무리한 국정역사교과서 추진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반대를 했던가요? 그 일이 깨끗이 해결됐으니 말이에요. 그러면서도 약간의 허무감도 느꼈을 것 같아요. 대통령의 지시 한마디로 그렇게 수많은 사람이 반대해도 해결 안되던 일이 즉시 해결되는 걸 보면서 말이지요.

 

사진은 '교육 불시정치공구(敎育 不是政治工具)'라고 읽어요. 뜻은, 사진에 나온 것처럼, '교육은 정치의 도구가 아니다'예요. JTBC 뉴스룸 앵커 브리핑의 한 장면이에요. 새 정부의 국정역사교과서 폐지 소식을 전하면서 전 정부의 국정역사교과서 추진을 비판하는 내용중에 나온 장면이에요. 우리나라 것이 아니고 대만 것이에요. 외국의 사례를 들어 국정역사교과서 발행이 타당치 않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죠.

 

그런데 '교육은 정치의 도구가 아니다'란 말은 얼핏 듣기엔 옳은 말 같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무엇보다 한 나라의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부가 행정부의 한 부서이기 때문이에요. 교육이 정치의 영향을 안받을 수 없는 거죠. 만일 국정역사교과서가 교육 논리대로 추진된 일이라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역사교과서 폐지 지시에 교육부는 반발해야 옳을 거예요. 그러나 교육 논리로 추진된 일이 아니고 정치 논리로 추진된 일이기에 아무런 반발이 없는 거죠. '교육은 정치의 도구가 아니다'란 말은, 좋은 말이긴 하지만 맞는 말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는 것 같아요.

 

교육은 정치의 도구예요. 중요한 것은 그 도구를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의 문제일 거예요. 합리적 이성과 비전을 소유한 이가 사용하면 올바른 인재를 배출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이가 사용하면 '혼이 비정상적인' 인재를 배출할테니까요.

 

 

한자를 몇 자 자세히 살펴 볼까요?

 

는 爻(본받을 효)와 攵(칠 복)의 합자예요. 윗사람이 지도해주는 것을 아랫사람이 본받는다는 의미예요. 가르칠 교. 敎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敎育(교육), 敎導(교도)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에서 윗 부분의 云은 태어나는 갓난 아기의 모습을 나타낸 것이고, 月(肉의 변형, 고기 육)은 음을 나타낸 것이에요. 아이를 낳아 기른다는 의미예요. 云으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기를 육. 育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育成(육성), 養育(양육)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日(날 일)과 正(바를 정)의 합자예요. 차별없이 비추는 태양처럼 바르다란 의미예요. 옳을 시. '이, 이것, ~이다' 등의 의미로도 사용하는데, 동음을 빌미로 가탁해 사용한 거예요. 이시. 是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是非(시비), 是日也放聲大哭(시일야방성대곡, 이 날을 목놓아 통곡한다. 을사늑약을 비판한 장지연 선생의 논설 제목)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正(바를 정)과 攵(칠 복)의 합자예요. 백성들을 독려하고 가르쳐 바른 길로 나아가게 한다란 의미예요. 이런 것이 바로 정치죠. 정치 정. 政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政治(정치), 臨政(임정)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氵(水의 변형, 물 수)와 台(怡의 약자, 기쁠 이)의 합자예요.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조치한다는 의미예요. 氵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台는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자연스럽게 조치하는 것이야말로 기쁘고 좋은 일이란 의미로요. 다스릴 치. 治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政治(정치), 治水(치수)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손잡이가 달린 끌을 본뜬 것이라고 보기도 하고, 정방형을 측정하기 위한 도구[자]로 보기도 해요. 도구 공. 이 글자의 일반적 의미인 '장인'은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도구를 사용하여 일을 하는 사람이 장인이란 뜻으로요. 장인 공. 工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加工(가공), 職工(직공)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廾(받들 공)과 目(貝의 변형, 조개 패)의 합자예요. 재화[貝]를 잘 간직하여 쓰임에 대비한다란 의미예요. 갖출 구. 具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具備(구비), 具成(구성)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敎 가르칠 교   育 기를 육   是 이 시   政 정치 정   治 다스릴 치   工 도구 공   具 갖출 구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職(   )   (   )育   (   )成   (   )備   (   )水   臨(   )   (   )非

 

3. '교육은 정치의 도구가 아니다'를 한문으로 써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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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냉면 사리하고 모주(母酒) 버렸어!"

 

"어헝?"

 

며칠 전부터 뱃속이 좋지 않았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냉면과 모주에 원인이 있는 듯 싶었어요. 냉면을 과히 좋아하지 않는데, 냉장고에서 그냥 놀고 있기에 아까워서 먹었더니 뱃속이 별로 편치 않더군요. 모주도 기호식품으로 그간 반주로 조금씩 먹었는데, 웬일인지 몸에 잘 안받는 것 같은 거예요. 둘 다 돈이 들어간 것이라 버리는게 좀 아까웠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간의 습관대로 또 억지로 먹을 것 같아 눈 질끈 감고 과감히 버렸어요, 제가 평소에 음식을 남기거나 버리는 걸 끔찍히 싫어하는 걸 잘 아는 아내기에, 냉면 사리와 모주를 버린 사실에 무척 놀란 눈치더군요.

 

일반적으로 건강을 지키는 방법은 ()’라고 알고 있죠. 부족한 것을 보충해야 건강이 나아진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러나 건강을 지키는 방법에는 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도 있어요. 넘치는 것을 덜어내야 건강이 증진되기는 거죠. 제 경우는 일종의 라고 할 거예요. 안먹는 것이 되려 건강에 도움이 되니까요.

 

사진은 '보화 경옥고(普和 瓊玉膏)'라고 읽어요. 보화는 상호 이름인데 널리 조화롭게 한다의미이고 경옥고는 약명인데 붉은 구슬을 고아 만든 진액이란 의미예요. 좋은 약재를 사용하여 만든 약이란 의미로 붙인 이름같아요. 경옥고는 한약 중에서 널리 알려진 보약중 하나죠. 인삼, 백복령, , 황기 등을 고아 만든 것으로, 동의보감에서는 "그 좋은 효능을 이루 다 말할 수 없다(功效不可盡述)."고 말할 정도로 좋은 보약으로 알려져 있죠. 얼마 전 처가 수술을 했는데 지인이 '보'하라고 사다 준 제품이에요. (시험 삼아 아내 몰래(?) 먹어봤는데 맛도 좋더군요.) 그런데 건강에 좋다고 경옥고를 계속 먹으면 건강이 무한 증진될까요? , 아니라고 봐요특히 몸에 화기가 많은 사람은 되려 건강이 상할 수도 있어요. 인삼 성분은 몸의 열을 올리는 성질이 있는데, 화기 많은 이가 인삼 성분이 들어간 경옥고를 장복하면 화기를 더 돋울 수 있기 때문이죠.

 

시중(時中)은 동양철학의 핵심 개념인데, 이는 건강에도 적용되는 것 같아요. '보'와 '사'가 균형을 이뤄야 온전한 건강이 이뤄진다고 보는 거죠. 전 아까운 냉면과 모주를 버린 후 뱃속이 가라앉았어요. 그러나 단순히 그 음식을 먹지 않아서 뱃속이 가라앉은 것 같지는 않아요. 어쩌면 그 음식과 함께 버리기 싫어하는 일종의 집착도 놓아 버렸기에 뱃속이 가라앉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어요. ‘는 단순한 물리적 배설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 배설도 포함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 경우, ‘도 마찬가지겠지요?

 

 

사진의 한자를 자세히 살펴 볼까요?

 

는 竝(나란할 병)과 日(날 일)의 합자예요. 햇빛이 사라져 일체의 색깔을 구분할 수 없는 똑같은 상태가 되었다란 의미예요. 넓을 보. 普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普遍(보편), 普通(보통)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口(입 구)와 禾(벼 화)의 합자예요마음의 소리가 서로 잘 통한다는 의미예요. 口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禾는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가장 순수한 곡물인 벼처럼 상호 순수한 마음으로 소통한다란 의미로요. 화할 화. 和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和合(화합), 和音(화음)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붉은 빛이 도는 구슬이란 의미예요. 王(玉의 변형, 구슬 옥)으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나머지 부분은 음을 담당해요. 耕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瓊團(경단), 瓊杯(경배, 옥으로 만든 술잔)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구슬 세 개를 하나로 꿰어놓은 형상이에요. 一은 구슬을, 丨은 관통한 모습을 표현한 것이에요. 본래는 王의 형태로 썼는데, 후에 임금이란 뜻의 왕과 구별하기 위해 丶를 추가해 玉의 형태로 쓰게 됐어요. 구슬 옥. 玉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玉石(옥석), 玉盤(옥반, 옥으로 만든 쟁반)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月(肉의 변형, 고기 육)과 高(높을 고)의 합자예요. 살쪘다란 의미예요. 月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高는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지방이 높은 상태가 살찐 것이란 의미로요. ‘기름이란 뜻으로도 사용하는데,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에요. 살찌면 기름기가 많잖아요? 기름 고. 膏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膏藥(고약), 膏粱(고량)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普 넓을 보   和 화할 화   瓊 옥 경   玉 구슬 옥   膏 기름 고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石   (   )藥   (   )團   (   )遍   (   )合

 

3. '보약(補藥)'과 '사약(瀉藥)'에 관한 경험이 있으면 소개해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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