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부주의자이면서 어떻게 나라를 위해 그것도 식민지 조선의 독립을 위해 나설 수가 있는가?”

 

사랑한다는 건 자아의 확대입니다. 나는 박열을 사랑했고 박열은 조선을 사랑했어요. 그래서 나는 조선을 사랑했고 조선독립을 위해 나선 것입니다.”

 

영화 박열보셨는지요? 많은 이들에게 잊혀졌던 한 아나키스트 독립운동가의 삶을 조명한 영화로 올 여름 극장가 화제작 중의 하나였죠. ‘군함도가 사실 이외의 불필요한(?) 장면 설정으로 논란이 된데 반해 박열은 사실에 충실한 영화로 호평을 받았죠. 관객 동원에서는 군함도가 앞섰지만 영화의 깊이에서는 박열이 앞섰던 것 같아요.

 

영화 박열의 주인공은 당연히 박열이지만 박열 못지않은 비중으로 다뤄진 인물이 그의 일본인 처 가네코 후미코(金子文子, 1903-1926)였죠. 영화에서 가네코는 박열 못지않은 투철한 아나키스트이며, 자신의 신념에 충실하기 위해 목숨까지 거는 당찬 여인으로 그려지죠. 위의 인용문은 가네코가 실제 재판정에서 판사와 나눈 말인데 그녀의 당찬 일면을 엿볼 수 있는 말이에요.

 

사진은 영화에서 가네코가 박열과 함께 형무소에서 찍은 사진 일부예요(실제로도 두 사람은 형무소에서 영화 장면과 똑같은 사진을 찍었어요). 이 사진은 결혼 기념 사진이었어요(감옥에 오기 전 두사람은 동거 상태였는데 재판이후 대역죄로 사형이 확정될 게 분명했기에 정식 부부가 되기로 합의하죠). 재미있는 것은 두 사람이 아나키스트답게 전형적인 결혼 기념 사진을 안찍고 파격적인 사진을 찍었다는 점이에요. 위 사진에는 안나오지만 원사진을 보면 박열은 의자에 비스듬히 앉아 한 손은 탁자에 올려 턱을 괴고 또 한 손으론 가네코를 안고 있어요. 놀라운 것은 가네코를 안은 손이 그녀의 가슴에 올려져 있다는 점이죠. 가네코 또한 박열의 손을 개의치 않고 박열에게 비스듬히 기대어 책을 읽는 포즈를 취하죠. 도무지 결혼 기념 사진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장면이죠. 두 사람은 아나키스트답게 결혼기념 사진에서도 기존의 틀을 벗어나려 투쟁했던 셈이에요. 그런 투쟁의 성과였을까요? 후일 이 사진은 언론에 공개되면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끝내 내각이 해체되는 결과까지 가져오죠(물의의 주원인은 대역죄인에게 그것도 형무소에서 결혼 기념 사진을 찍게 했다는 점이었지만, 여기에는 두 사람의 오만한 포즈도 한 몫 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요).

 

사진에서 가네코가 들고 있는 책 이름은 신지지(新地誌)예요. '새 지리 책' 정도의 의미예요. 이게 실제 가네코가 들었던 책인지 그저 영화 촬영시 소품으로 사용된 것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어요. 아마도 후자일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나 실제이든 우발적 소품이든 가네코가 든 책은 가네코와 잘 어울려요. 가네코가 걸었던 아나키스트의 삶은 매우 새로운 삶이었죠. 일본인으로서 천황제를 반대하고 조선 독립을 지원하며 여성의 독자성을 주장한 것은 새로움을 넘어 혁명적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어요. 신지지 역시 과거의 지리책을 탈각해 새롭게 만든 지리책이라고 할 수 있으니 가네코와 더없이 잘 어울리는 소품이죠. 그렇지 않나요? ^ ^

 

한자를 자세히 살펴 볼까요?

 

은 斤(도끼 근)과 木(나무 목)과 立(辛의 약자)의 합자예요. 나무를 베어 땔감을 장만했다는 의미예요. 斤과 木으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立은 음을 담당해요. '새롭다'란 뜻으로 많이 사용하는데 이는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예요. 새 땔감을 장만했다는 의미로요. 땔감 신. 새 신. 新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新舊(신구), 新聞(신문)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土(흙 토)와 也(蛇의 옛 글자, 뱀 사)의 합자예요. 대지라는 뜻이에요. 土로 뜻을 표현했어요. 也는 음을 담당하면서(사→지)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원래 대지에는 파충류들이 많았다는 의미로요. 땅 지. 地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地帶(지대), 天地(천지)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言(말씀 언)과 志(뜻 지)의 합자예요. 기억한다는 의미예요. 잘 듣고 말을 해봐야 기억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로 言을 의미 부분으로 삼았어요. 志는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기억하려는 대상에 전일(專一)하게 뜻을 모아야 기억이 잘 된다는 의미로요. 기록하다란 뜻으로도 많이 사용하는데, 이는 본뜻에서 연역된 뜻이에요. 잘 기억하기 위해 기록한다는 의미로요. 기록할 지. 誌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日誌(일지), 雜誌(잡지)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여담 하나. 지지의 사전적 정의는 특정 지역에 초점을 두고 그것을 둘러싼 자연 인문 현상의 배열과 결합을 통한 모든 관계를 밝혀 지역의 개성을 체계적으로 설명 기술한 것"이에요.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전통 지지로는 '세종실록지리지' '동국여지승람' 등이 있죠. 수록된 항목들을 보면 '건치연혁 - 관원 - 군명 - 성씨 - 풍속 - 형승 - 산천 - 토산 - 성곽 - 봉수 - 학교 - 누정 - 궁실 - 역원 - 교량 - 불우 - 사묘 - 명환 - 인물 - 제영' 등 이에요. 근대이후 서구의 지리학 영향을 받아 지지 편찬 등에 변화가 오는데 오횡목의 '여재촬요(輿載撮要, 1870)에는 태양과 지구의 운행에 관한 천문학과 지구 전도 및 대륙별 지지등이 실려 있어요. 이런 경향의 지리서를 '신지지'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이상 daum 백과사전 참조).

 

여담 둘. 영화 '박열'의 가네코 역을 맡은 최희서는 얼굴이 너무 따뜻하더군요. 연기 자체는 흠잡을데 없이 좋았지만 인물 자체는 가네코와 좀 거리감이 있지 않나 싶어요. 가네코의 사진들을 보면 매우 차가우면서 히스테릭하게 생겼는데 실제 성격도 그런 일면이 있었다고 해요. 재판을 맡았던 판사에 의하면 "반항적이고 열광적이며 눈물이 많고, 때로 무서울 정도로 히스테릭했다"고 하거든요. 좀 더 차가운 얼굴의 연기자가 가네코 역을 맡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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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50. 대한민국 99. 2017.

 

시간에는 금[]이 그어져 있지 않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에 금을 긋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건 아마도 '의미'부여와 상관이 있지 않나 싶어요. ‘새로운 출발이 그 대표적인 의미 부여겠죠. 연호를 쓰는 것도 비슷할 것 같아요. 그리고 여기에는 '새로운 출발'에 보태어 문화의 지배라는 강력한 의미가 포함될 듯 싶어요. 연호 사용은 문화 권력과 깊은 상관 관계를 가지니까요.

 

현재 우리는 서기(西紀)라는 연호를 사용하고 있죠. 서기라는 것은 예수의 탄생을 기점으로 하는 서구의 문화적 잣대로 만든 연호이죠. 이것을 차용해 쓰고 있다는 것은 서구 기독교 문화를 수용하고 이의 지배를(?) 용인한다는 의미라고 할 거예요. 과거 우리는 중국의 연호를 사용했죠. 이 역시 중국의 문화를 수용하고 이의 지배를 용인한다는 의미였다고 하겠죠.

 

사진은 '황명 홍치 사년 신해 조(皇明 弘治 四年 辛亥 造)'라고 읽어요. '효종 황제께서 계시는 명나라 홍치년 네 해째 간지로 신해년에 (성을) 축조하다'란 뜻이에요. 서산 해미읍성에 새겨진 문구로, 이 성의 축조 시기를 말해주는 내용이에요. 그런데 '황명'까지는 그렇다 쳐도 '홍치 사년 신해'라는 시간은, 요즘 우리에게는, 도무지 감이 오지 않는 시간 개념이에요. 옛 분들에게는 실감나게 와닿았겠지만요. 왜 그럴까요? 우리가 그만큼 서기에 익숙하고 과거의 연호에 낯설기 때문이겠죠. 홍치 4년은 1491년이에요. 조선이 1392년에 건국됐으니 선초(鮮初)가 조금 지난 시기라고 할 수 있겠네요. 연산군(재위1487-1505) 초기예요. 연호의 시기를 서기로 바꾸니 그렇지 않을 때와 시간 체감에 있어 확실히 차이가 있죠?

 

현대가 서구 기독교 문명이 지배하는 시대라는 것은 동양의 맹주에 해당하는 중국도 서기를 쓰고 있는 것으로 알 수 있어요. 북한이나 일본 대만 등이 독자적 연호를 사용하고 있지만 서기를 병기하고 있는 상황이니, 독자적 연호를 쓰는 것 자체는 가상하다 하겠으나 그게 그렇게 큰 의미를 지니는 것 같지는 않아요. 우리도 해방 후 한 때 민국00’, ‘단기등의 연호를 쓴 적이 있지만 5.16 군사정변(1961)이후 서기로 바꾸었죠. 이에 대해 부정적 견해가 없는바 아니지만, 북한이나 일본 대만 등에 비해 자존감 없는 일이라고까지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중요한 것은 연호를 사용하는 이면의 내실을 다지는 거겠지요(과거에 우리가 중국의 연호를 쓴 것은 사대의 의미도 있었지만 실제는 불필요한 중국과의 마찰을 줄이고 우리의 내실을 기하고자 함도 있었어요). 막말로 올 해를 2017년으로 표기하든 단기 4350년으로 표기하든 대한민국 99년으로 표기하든 그 자체야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이 해에 우리가 촛불 혁명을 이루었다는 사실이 의미있죠. 그렇지 않은가요?

 

첫머리에 내놓았던 숫자의 의미는 파악하셨는지요? , 그래요. ^ ^ 맨 앞은 올 해의 단기이고, 두 번째는 임정 수립을 기점으로 한 올해의 연도이며, 마지막은 올 해의 서기 연도예요.

 

세 자만 좀 자세히 살펴볼까요?

 

은 두 가지로 설명해요. 하나는 면류관을 쓰고 옥좌에 단정히 앉아 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보는 설이고, 또 하나는 (의 변형, 부터 자)(임금 왕)의 합자로 처음으로 임금 노릇을 한 위대한 자라는 뜻으로 보는 설이에요. 임금 황, 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皇帝(황제), 皇上(황상) 등을 들 수 있겠네요.

 

(활 궁)((팔뚝 굉)의 약자)의 합자예요. 화살을 쏜 후 활줄에서 나는 소리라는 뜻이에요. 으로 뜻을 표현했어요. 는 음을 담당해요(). 후에 넓다라는 뜻으로 사용하게 됐는데,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예요. 활시위 소리가 넓게 퍼져 나간다란 의미로요. 넓을 홍. 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弘益(홍익), 弘報(홍보) 등을 들 수 있겠네요.

 

(걸을 착)(고할 고)의 합자예요. 성취하다란 뜻이에요. 으로 뜻을 표현했어요. 는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남에게 알리는 것은 성취가 있은 다음에 알린다란 의미로요. '짓다'란 의미로 많이 사용하는데 이는 성취하다의 의미에서 연역된 뜻이에요. 성취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짓는 것이니까요. 지을 조. 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創造(창조), 造成(조성)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여담. 해미읍성은 이순신 장군이 군관 시절에 근무했던 곳이에요. 서산시는 이 점을 부가시켜 해미읍성을 정비하며 활터를 마련했는데, 이곳에 이순신 장군의 미니어처를 설치해 놓았더군요. 문제는 장군이 당시에 해미읍성을 다스리던 우두머리인 양 미니어처를 만들어 놓았다는 점이에요. 장군은 일개 군관에 불과했는데 말이지요. 고치면 좋지 않을까 싶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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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우 2017-08-28 20: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문제는 정부에서는 개천절에 단기연호(4350년)을 사용할 수 없다는 거지요. 서기연호(2017년)만 정부는 써야한답니다.
‘연호에 관한 법률‘에서 ‘대한민국의 공용연호는 서력기원으로 한다‘라고 되어 있어 서기만 써야 하고 단기연호를 쓰면 불법이랍니다. 1961년까지는 ‘대한민국의 공용연호는 단군기원으로 한다‘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단기연호는 고조선 건국일부터 날짜를 기산하는 것이므로 우리민족의 나이라고 볼수 있습니다.
개천절은 우리 한민족의 생일, 홍익인간 정신은 한민족의 가훈이라고 할수 있지요.
반만년 역사의 정확한 기간은 고조선을 기준으로 할때 4350년입니다.
서기연호도 쓰고 필요시 단기연호도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연호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찔레꽃 2017-08-29 05:47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저도 그렇게 개정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제 꿈은 재벌 2세 였어요."

 

갓 직장에 들어온 어린(?) 동료 한 사람이 잡담중에 한 말이에요. 듣던 동료들이 모두 웃었지만 왠지 뒷 맛이 개운치 않더군요. 왜 일까, 곰곰 생각해 보았어요.

 

매슬로우(Abraham Maslow, 1908-1970)의 욕구 5단계설이란게 있죠. 생리적 욕구, 안전과 인정의 욕구, 애정과 소속의 욕구, 자기 존중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 저층의 욕구 부터 상층의 욕구까지는 위계를 지니며 각 단계의 욕구가 충족될 때 그 다음 단계의 욕구를 갈망하게 된다고 하죠. 사람의 욕구가 꼭 이런 위계를 밟아 진행되느냐는 비판도 있지만, 대체로 우리의 삶을 살펴보면 그런대로 타당성이 있는 이론이란 생각이 들어요. 먹고 살기 바쁜 사람이 언제 자아실현의 욕구를 갖겠어요?

 

사진은 '무량수유대복(無量壽有大福)'이라고 읽어요. '한량없는 장수와 큰 복의 소유' 혹은 '한없이 오래 살고 큰 복을 소유하라'라고 풀이할 수 있어요. 선친의 글씨예요 ^ ^;; 큰 누님댁에 있는 휘호인데, 이번 여름에 누님 댁을 방문했다 찍어 왔어요. 기억하기론 누님이 오래 전에 지금사는 집을 새로 짓고 입주했을 때 선친께서 기념으로 써주셨던 것 같아요. 으레이 입주때 써 줄만한 평범한(?) 문구예요.

 

'한량없는 장수와 큰 복의 소유'는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설로 보면 생리적 욕구 그리고 안전과 인정의 욕구 충족에 해당될 듯 싶어요.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은 생리적인 것과 관계 깊고,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것은 안전이나 인정과 관계 깊으니까요. 저희 누님은 아버지의 이런 휘호 덕분(?)인지 건강하게 오래(?) 살아 계시고 경제적으로도 넉넉하세요. 다만 매형이 좀 아프신게 흠일 뿐이죠.

 

누님은 해방(1945) 끝머리에 태어나 초등학교 밖에 졸업 못하고 일찍부터 경제전선에 뛰어들어 힘겹게 지내셨어요. 그러나 타고난 낙천적 성격과 사교성 그리고 이재술(理財術)과 베풀줄 아는 마음 그리고 여기에 미용 기술까지 익혀 경제적 풍요를 이뤘어요. 홀시아버님도 정성껏 모셨고 세 아들도 결혼에 집 마련까지 다 해줬고 이따금 친정이나 형제들이 어려울 때도 적잖은 도움을 줬지요. 4년 전부터 매형께서 파킨슨 병으로 몸져 누워계시지만 여전히 낙천적으로 생활하고 계시죠. 미용실을 운영하시면서요. 누님의 연세는 70이 넘었어요.

 

제가 보기에 누님은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설로 볼 때 4단계(자기 존중의 욕구)까지는 충족하시지 않았나 싶어요. 누님은 가족은 물론 주변인들과도 사이가 좋고 칭송도 많이 듣고 계시거든요. 그런데 5단계(자아 실현의 욕구)는 달성하기 어려우시지 않을까 싶어요. 아니, 그런 욕구가 있으시기나 한가 모르겠어요. 가족의 삶과 자신의 삶을 일체화시켜 온 것이, 제가 보기에, 누님의 삶이었기 때문이죠. 누님의 삶에서 시아버지, 자식, 남편, 친정 식구를 빼면 남는 것이 없거든요. 지금도 돈을 버는 누님은 "돈을 만지니 좋아!" 하면서 자신이 베풀 기회가 오면 넉넉하게 베풀고 계세요. 어쩌면 누님은 이런 것이 자신의 '자아 실현'이라고 생각하고 계신 것은 아닌지 모르겠어요.

 

그러나 누님이라고 왜 '자아 실현의 욕구'가 없을까요? 다만 저를 포함해 가족이나 주변인들이 그런 것을 묻지도 않고 본인도 생각해 볼 겨를이 없거나 생각하려 하지 않았을 뿐 이겠지요. 그런 것은, 누님이 살아온 세대에게는, 사치였을 테니까요.

 

누님이 그토록 자신을 희생시켜 가며 2세를 키운 것은 자신과 같은 삶을 살지 말라는 기대였을 거예요. 자아실현의 삶을 살라고 말이죠. 그런데 2세는 과연 그런 삶을 살고 있을까요?

 

조카들을 보니, 제가 보기엔, 여전히 그런 삶과는 거리가 있어 보여요. 더 큰 아파트, 더 많은 돈을 원하고 있거든요. 이것을 자아실현이라고 보기는 좀 그렇잖아요? 위에서 어린 직장 동료의 말 - 제 꿈은 재벌 2세 였어요 - 을 듣고 개운치 않다고 했는데, 그 이유를 알았어요. 부모의 희생(?)으로 성장한 세대가 더 나아진게 아니라 오히려 퇴보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이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사회 문제인 것 같아요. 우선 떠오르는 것은 욕망의 과다와 부인부빈익빈의 사회구조예요. 누님 세대가 키운 2세들은 만족할만 한 경제 상황임에도 상대적 빈곤감으로 과도한 욕망을 품고 계속 물질적 풍요를 추구하고 있죠. 이와는 또 반대로 사회 구조가 불평등하여 풍요 속에서도 절대 빈곤이 늘어나고 있구요. 이외에도 다양한 요인들이 있을 거예요. 인간다운 삶이 정착된 행복한 나라, 여전히 힘든 숙제인 듯 싶어요. 2세들의 과제도 누님 세대가 해결해야 했던 과제 만큼이나 녹록치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자를 두어 자 자세히 살펴 보도록 할까요?

 

重(무거울 중)의 약자와 曏(향할 향, 向과 통용) 약자의 합자예요. 경중을 헤아린다는 뜻이에요. 重으로 뜻을 표현했지요. 曏 약자는 음을 담당해요. 헤아릴 량. 量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度量(도량), 測量(측량) 등을 들 수 있겠네요.

 

老(늙을 로)의 약자와 음을 담당하는 나머지 글자로 구성됐어요. 오래 되었다란 뜻이에요. 老로 뜻을 표현했어요. '목숨'이란 뜻으로 많이 사용하는데, 이는 본뜻에서 연역된 뜻이에요. 오래 된 것중 가장 의미있는 것이 목숨이란 의미로요. 목숨 수. 壽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長壽(장수), 壽命(수명)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의 약자, 귀신 신)(가득할 복)합자예요. 신이 상서로운 일로 인간을 도와준다는 의미예요. 의미를 줄여 '으로 사용해요. 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인간을 만족시켜 주는 일이 바로 ''이란 의미로요. 복 복. 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禍福(화복), 福券(복권)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무량수유대복, 좋은 내용이지만 이제는 이를 넘어서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이런, 선친께서 (하늘 나라에서) 기분이 언짢으실 듯. "감히 애비의 말에 토를 달어!" 죄송합니다, 아버지.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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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남의 좌우 연해에 큰 적들이 가득하여 저돌해 오는 환난이 반드시 아침과 저녁 사이에 있습니다. 군사를 일으킨 지 3년 만에 공사간의 재물이 탕진되고 전염병 또한 극성한데다 사망으로 거의 다 없어진 것이 육지나 바다가 똑같습니다. 대총(大總) 유정(劉綎)은 이미 군사를 철수시켜 고국으로 되돌아가니 위급한 형세가 호흡하는 사이에 닥쳐와 있어 온갖 생각을 해봐도 막아 지킬 수 있는 길이 전혀 없습니다. … " (노승석 역 『난중일기』259 쪽)

 

 

  임진왜란이 발발한 지 3년이 된 1594년 11월 28일 난중일기에 적힌 내용이에요. 당시 이순신이 처한 상황을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인데, 한마디로 고립무원의 위기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거대 군단의 적들이 앞에 있는데 자신의 상황은 물자와 인력이 절대 부족하고 원군으로 왔던 명군마저 철수했으니 고립무원의 지경이라해도 과언이 아니죠.

 

 

  사진은 같은 날짜에 나오는 장군의 시예요. (사진은 수안보의 한 숙소에서 찍었어요.)

 

  蕭蕭風雨夜(소소풍우야)    우수수 비바람 치는 이 밤에

  耿不寐時(경경불매시)    맘이 초조하여 잠 못 이룰 적에

  懷痛如摧膽(회통여최담)    아픔 마음은 쓸개가 잘리 듯

  傷心似割肌(상심사할기)    슬픔 마음은 살을 에는 듯

  山河猶帶慚(산하유대참)    산하는 오히려 부끄러운 빛 띄고

  魚鳥亦吟悲(어조역음비)    물고기 날새들도 슬피 우누나

  國有蒼皇勢(국유창황세)    나라에 다급한 형세가 있는데

  人無任轉危(인무임전위)    평정을 맡길 인재 없도다

  恢復思諸葛(회복사제갈)    중원 회복한 제갈량이 그립고

  長驅慕子儀(장구모자의)    적을 몰아낸 곽자의 사모하네

  經年防海策(경년방해책)    여러 해 바다 막을 계책 세웠으나

  今作聖君欺(금작성군기)    이제 성군을 속인 것이 되었네

                                                                                             (번역: 노승석 역 『난중일기』262 -263 쪽 인용)

 

 

이 시의 내용은 위에서 언급한 장군이 처한 상황과 연계하면 금방 이해가 돼요. 더없이 힘든 상황에 처한 장군의 고뇌를 읽을 수 있죠. 그런데 이 시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장군의 고뇌와 더불어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결연한 의지 그리고 그 의지의 배후에 있는 마음 자세예요. 

 

제갈량과 곽자의를 생각하는 것은 절대 불리한 상황에서도 승리를 이끌어낸 제갈량과 곽자의처럼 자신도 고립무원의 상황을 타개하고 승리를 쟁취해 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며, 성군을 속인 것이 됐다는 것은 조정의 지원없이 전쟁을 수행하지만 결코 조정을 원망하지 않는 충의의 마음을 표현한 것 이에요.

 

이 시는 고뇌하면서도 고뇌의 수렁에 침몰하지 않고 희망을 찾으며, 타인[성군, 조정]을 원망하기 보다는 외려 가엾게(?) 여기는 평범하면서도 초월적인 한 위대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최근 군 장성의 갑질 논란이나 군에 만연한 방산 비리 등을 생각하니 장군의 시가 한결 더 묵직하게 다가와요.

 

여담. 사진의 시는 『난중일기』에 나오는 시와 달라요. 『난중일기』에는 사진의 시와 유사한 내용의 시가 2편 나오는데, 사진의 시는 이 2편의 시를 짜집기한 거예요. 인터넷을 찾아보니, 사진의 시는 이은상 씨가 난중일기의 시를 '무제육운(無題六韻)'이란 제목으로 번역한 거라고 나오더군요. 그런데 노승석 씨가 새로 번역한 『난중일기』에는 이 시의 제목이 '소망(蕭望, 쓸쓸히 바라보며)'이라고 나와요. 이렇게 보면 이은상 씨는 이 시의 원제를 제대로 탈초해 읽지도 못하고, 원시도 함부로 짜집기 해 유포시킨 잘못을 범한 셈이 돼요. 아쉬운 일이죠. 하지만 인터넷 정보에도 오류가 많은 점을 감안하면, 이은상 씨를 그릇된(?) 유포의 주인공으로 확정짓는 것은 좀 조심스러워요.

 

 

낯선 한자를 몇 자 자세히 살펴 볼까요?

 

는 艹(풀 초)와 肅(엄숙할 숙)의 합자예요. 향기나는 쑥이란 의미예요. 艹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肅은 음을 담당해요(숙→소). '쓸쓸하다'란 의미로도 사용하는데, 이는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예요. 향내가 다하고 시들었다란 의미로요. 쑥 소. 쓸쓸할 소. 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蕭颯(소삽, 쓸쓸한 바람 소리), 蕭瑟(소슬)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耳(귀 이)와 火(불 화)의 합자예요. 잠을 제대로 못자 귀가 뜨겁다(열이 난다)란 의미예요. 편안치않을 경. 耿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耿耿(경경, 마음이 편안하지 아니한 모양) 정도를 들 수 있겠네요.

 

는 잠잔다란 의미예요. 정확하게는 잠을 자기 위해 침대에 편안하게 몸을 눕혔다란 의미예요. 未(아닐 미)는 음을 담당하고 나머지 부분은 뜻을 나타내요. 잠잘 매. 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寤寐(오매), 寐語(매어, 잠꼬대)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扌(손 수)와 崔(높을 최)의 합자예요. 꺾는다는 의미예요. 扌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崔는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꺾으려면 높은(강대한) 힘이 필요하다는 의미로요. 꺾을 최. 催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催枯拉朽(최고납후, 마른 나무를 꺾고 썩은 나무를 부러뜨림. 일이 대단히 용이함의 의미), 催感(최감, 기가 꺾이고 마음이 슬픔)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刂(칼 도)와 害(해칠 해)의 합자예요. 베어낸다란 의미예요. 刂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害는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베어내면 대상을 해하게 된다란 의미로요. 벨 할. 割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割引(할인), 分割(분할)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忄(마음 심)과 斬(벨 참)의 합자예요. 부끄럽다는 의미예요. 忄으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斬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마음이 베어질듯이 부끄럽다란  뜻으로요. 부끄러울 참. 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愧(참괴), 悔(참회)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忄(마음 심)과 灰(재 회)의 합자예요. 마음이 넓다는 뜻이에요. 忄으로 뜻을 표현했어요. 灰는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바람이 불면 산지사방으로 흩어지는 재처럼 그같이 마음이 넓다란 의미로요. 넓을 회. 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恢恢(회회, 여유가 있는 모양), 恢弘(회홍, 크고 넓음)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馬(말 마)와 區(지경 구)의 합자예요. 말을 몬다는 의미예요. 馬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區는 음을 담당해요. 말몰 구. 驅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驅使(구사, 사람을 몰아쳐 부림), 驅逐(구축, 쫓아 버림)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竹(대 죽)과 朿(가시 자)의 합자예요. 채찍이란 뜻이에요. 竹으로 뜻을 표현했어요. 朿는 음을 담당하면서(자→ 책)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채찍에는 가시처럼 돌기 부분이 있다란 의미로요. '꾀'란 의미로도 사용하는데, 이는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예요. 말을 달리게 할 때 사용하는 채찍처럼, 위기를 타개할 때 사용하는 지혜란 의미로요. 채찍 책. 꾀 책. 策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鞭策(편책, 채찍질 함), 秘策(비책)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欠(이지러질 결)과 其(그 기)의 합자예요. 속인다란 뜻이에요. 欠로 뜻을 표현했어요. 속이는 사람은 그 마음에 흠결이 있다란 의미로요. 其는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속일 때는 어떤 대상을 예로 들어 상대를 오도한다는 의미로요. 其는 대상을 가리키는 대명사예요. 속일 기. 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詐欺(사기), 欺瞞(기만)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蕭 쓸쓸할 소   耿 빛날 경   寐 잠잘 매   摧 꺾을 최   割 벨 할    부끄러울 참   恢 넓을 회   

   驅 말몰 구      欺 속일 기   策 꾀 책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逐   (    )弘    (    )悔   分(    )     寤(    )   (    )耿   (    )瑟   秘(    )   (    )感   詐(    )

 

3. 다음을 읽어 보시오. 

 

  蕭蕭風雨夜 / 不寐時 / 懷痛如摧膽 / 傷心似割肌 / 山河猶帶慚 / 魚鳥亦吟悲

  國有蒼皇勢 / 人無任轉危 / 恢復思諸葛 / 長驅慕子儀 / 經年防海策 / 今作聖君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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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 청도터널 기념 휘호를 하나 쓰시지요?"

 

 

"뭐가 좋겠나?"

 

 

"글쎄요?"

 

 

"복리천추(福利千秋)가 어떻겠나?"

 

 

"복과 이로움이 끝없다 … 괜찮은 것 같습니다. 이 청도터널로 조선인들이 무궁한 혜택을 입을테니 말입니다."

 

 

"자네 아직도 세상 물정 어둡군!"

 

 

"예에~?"

 

 

"왜 조선인들이 무궁한 혜택을 입나? 우리 대일본제국이 무궁한 혜택을 입지!"

 

 

"아, 아~ 그런 뜻이…. 역시 각하의 생각은 깊고 멀으십니다."

 

 

"으하하핫 …"

 

 

 

사진은 감 와인 숙성지로 유명한 청도터널 입구 옆에 세워진 석각이에요. '복리천추(福利千秋)'라고 읽어요. '복과 이로움이 끝없다'란 의미예요. 낙관 부분이 파손되어 있어 누구 쓴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짐작컨대 일본 고위층 인물이 쓰지 않았나 싶어요. 청도터널이 일본에 의해 완성되었으니(1904), 그 기념으로 일본 고위층 인물이 쓰지 않았나 싶은 거죠. 낙관 부분의 파손은 후일 민족 자존심 회복 차원에서 누군가가 손을 댄 것 같아요.

 

 

복리천추란 말은 글자 그대로 보면 가없이 좋은 의미예요. 하지만 누가 어느 시점에 무엇을 대상으로 이 말을 썼느냐에 따라 그 의미는 전혀 다른 의미가 될 수도 있어요. 위 대화는 그 '전혀 다른 의미'를 가상한 대화예요. 복리천추가 결코 조선(인)의 복리가 영원하길 기원한 것이 아니라 일본(인)의 복리가 영원하길 기원한 것이라고 본 것이죠. 자신들이 놓은 철도로 인하여 생기는 부가 가치가 지속적으로 일본에 공급되기를 기원하는 의미로 말이죠. 이렇게 보면 복리천추는 일본(인)에게는 말 그대로 복리천추지만 조선(대한제국)에게는 고혈천추가 되는 거죠. 복리천추란 석각을 단순히 글자 그대로만 보는 것은 단견일 거예요.

 

 

이 석각은 보존할 가치가 없는 것 같아요. 낙관도 파손된데다 석각 내용도 음흉하고(?) 글씨의 미적 가치도 별반 없어 보이거든요. 혹 청도터널과 관계된 불행한 역사의 흔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석각 상단 오른 쪽에 빨간 색의 경고 문구 ― 손을 대지 마십시오 ― 를 붙인 것은 이런 이유 때문으로 보여요. 하지만 아무런 설명없이 그저 경고 문구만 붙여놓으니, 개인적으로는, 없어졌으면 하는 억하심정이 더 들더군요. 굳이 보존을 하고자 한다면 석각의 유래와 낙관 파손 경위 그리고 보존하려는 이유를 적은 안내판을 석각 옆에 세워 놓아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한자를 살펴 볼까요?

 

 

은 示(神의 약자, 귀신 신)과 畐(가득할 복)의 합자예요. 신이 상서로운 일로 인간을 도와준다는 의미예요. 의미를 줄여 '복'으로 사용해요. 示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畐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인간을 만족시켜 주는 일이 바로 '복'이란 의미로요. 복 복. 福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禍福(화복), 福券(복권)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禾(벼 화)와 刂(刀의 변형, 칼 도)의 합자예요. 익은 벼를 베어[刂] 수확한다란 뜻이에요. 이롭다란 의미는 여기서 연역된 거예요. 그렇게 수확을 하여 이익을 얻었다란 의미로요. 이로울 리. 利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利益(이익), 利權(이권)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人과 十의 합자예요. 사람의 수명을 보통 100으로 잡으면 열[十] 사람의 수명은 1,000이란 의미예요. 일천 천. 千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千年(천년), 千字文(천자문)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禾(벼 화)와 火(불 화)의 합자예요. 온갖 곡식이 결실을 맺는 계절이란 의미예요. 禾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火는 음을 담당해요(화→추). 秋는 귀뚜라미의 모습을 그린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해요. 가을의 대표적 곤충인 귀뚜라미로 가을을 표현했다고 보는 것이죠. 가을 추. 秋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春秋(춘추), 秋收(추수)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福 복 복   利 이로울 리   千 일천 천   秋 가을 추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年   (   )權   (   )收   (   )券

 

 

3. 아래 인용문을 읽고 우리가 취할 복리천추의 길은 무엇인지 의견을 말해 보시오.

 

 

등문공: 우리나라는 소국이올시다. 제 아무리 정성을 다해 대국을 섬긴다해도 화를 면하기 어려운 처지입니다. 어떻게 하면 이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을런지요? 선생의 혜안을 빌리고 싶습니다.

 

 

맹자: 음... 옛 이야기 하나를 들려 드리고 싶군요. 태왕이 빈 땅을 다스릴 때 일입니다. 적인이 빈을 침입해 왔습니다. 태왕은 온갖 재화와 육축으로 그들을 달래며 빈 땅에서 나가주길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허사였습니다. 태왕은 빈 땅의 원로들을 불러 이렇게 말했습니다. "보시다시피 온갖 재화와 육축으로 그들을 달래며 떠나주길 요청했지만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결국 우리의 땅을 차지하겠다는 마음입니다. 내 들으니, 군자는 사람에게 소용되는 물건을 가지고 사람을 상하게 하지 않는다고 하더이다. 땅 때문에 이 백성들을 다치게 할 수는 없습니다. 나는 이 땅을 떠나고자 합니다. 내가 없다하여 무슨 큰 일이 있겠습니까?" 태왕은 빈 땅을 떠나 양산을 넘어 기산 아래 정착했습니다. 빈 땅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저 어진 이를 어이 좇아가지 않으랴! 어서 따라 가자!" 빈 땅을 떠나는 사람들의 행렬이 줄을 이었다고 합니다. 또 한 가지, 제가 들은 어떤 이의 말을 해드리고 싶군요. "이 땅은 선조때 부터 대대로 지켜온 소중한 터전이다. 내 어찌 이 땅을 함부로 남에게 넘길수 있으랴. 죽음으로써 지키리라!" 왕께 드릴 수 있는 제 답은 이 두 가지 뿐입니다. 택일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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