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활용능력 1급 실기 (2.3급 포함) - 족보집, 오피스 2000.2002.2003 공용, 2008
박이술 외 지음, 김병권 / 한빛미디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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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활용능력 시험을 보고 싶다는 갑작스런 목표, 그리고 그에 따른 의욕에 따라 공부하기 전부터 실기 서적부터 구매해버리는 기염(?)을 토했다. 필기 관련 서적을 사보고 그 친절함과 편한 학습법에 놀랐었기 때문에, 실기도 당연히 한빛미디어의 족보집으로 구했다. 이번 2008년의 디자인은 개판(?)이 컨셉인지, 필기의 경우는 비글이 표지를 장식했었는데, 이번에는 시베리안 허스키다. 그것도 귀여운 새끼.

컨셉이 족보집인 만큼, 이 책 역시 부록으로 제공되는 기출문제집이 먼저 눈에 띈다. 하지만 실기의 경우는 실제적으로 프로그램을 사용해야 하는 만큼, 이 기출문제집에 한 가지를 더 제공한다. 훨씬 두꺼워졌고. 다름 아닌, 출제가 확실한 함수 40. 2003년 1회부터 2007년 3회까지 출제된 함수의 종류와 내용을 분석하고, 그를 기반으로 시험에 자주 나올만한 함수를 모아놓았다. 실제적으로 자주 출제되는 함수일수록 자주 쓰이는 함수인 법이고 또 그것들이 시험에 어떻게 출제되었는지 경향을 분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족보집'이라는 이름에 참 잘 어울리는 또 하나의 요긴한 컨텐츠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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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출문제와 출제가 확실한 함수정리. 그야말로 '족보집'이란 이름에 걸맞는 별책부록이다

그리고 본책의 경우에도 조금 구조가 다르다. 필기의 경우는 전체적인 학습서와 모법답안을 별도로 구성해서 좀 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던 반면, 실기의 경우는 실기의 두 과목인 스프레드시트와 데이터베이스를 각각 한 권으로 구성해서 분책해 다닐 수 있도록 했다. 워낙 책의 두께가 두꺼운 탓에 선택한 편리한 방법이 아닐까 한다. 마치 초등학교 전과가 생각난달까? '이 책 한 권이면 이 과목은 끝이야!'라는 그런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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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과목을 각각 분책해서 갖고 다닐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런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정말 '친절함'을 느낄 수 있는 훌륭한 컨텐츠들은 여전하다. 동영상 강의 CD는 물론이고, 공부를 하는 방법 자체를 가르쳐주고, 사이트를 통한 질의응답, 본시험 당일 정답 공개, 저자직강 세미나 등의 다양한 서비스까지 생각하면 참... 요즘 학원들 경쟁력 갖기 위해 골치 좀 아프겠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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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강의를 볼 수 있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궁금한 것을 질문하고 그에 대한 피드백을 3시간 이내에 받는다. 이 정도면 정말 '학원'이 부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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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방법론까지 알려준다는 것. 어쩌면 노파심이지만 어쩌면 이만큼 요긴한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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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페이지마다 들어선 '시험에서 통하는' 혹은 '꼼수' 같은 컨텐츠들은 생각보다 더 공부에 도움이 된다

책을 처음 받고 그 두툼한 두께에 놀랐다. 그리고 풍성한 컨텐츠에 놀랐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책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 의욕이 생긴다는 점에 놀랐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마지막 부분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 그만큼이나 참 잘 만든 학습서가 아닐 수 없다. 이 정도 책을 보고 있으면 자격증을 못 따면 이상할 것 같달까. 쩝. 이러다 떨어지면 그만큼 창피한 일도 없겠지만 말이다. 크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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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성에 사는 사람들 - 무한카논 1부 무한카논
시마다 마사히코 지음, 김난주 옮김 / 북스토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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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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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間)'. 어쩌면 이 말 만큼이나 서글픈 말은 없을지도 모르겠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그래서 소속감도 동질감도 없는 '사이'의 존재. 영국의 천문학자 핼리에 의해 태양계의 구성원이라는 것을 입증받기 전까지는 '별'로서 인정받지도 못 하며, 그저 태양계를 겉도는 존재였던 혜성같은 '사이'의 존재. 그렇게 입증받은 지금에 와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태양계를 물었을 때 그의 존재를 떠올리지 못 하는 '사이'의 존재.



"너는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니, 철새처럼 아빠의 나라와 엄마의 나라 '사이'를 날아다니게 될 거다. 엄마는 부처님에게 자비를 구하여 저세상으로 가려 한다. 엄마가 이 세상에서 없어져도 엄마의 혼은 늘 네 곁에 있을 거야. 혼은 공기보다 가볍고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으니까, 엄머의 혼을 아빠의 나라에 데려가다오. 너는 자유와 평등의 나라에서 새로운 신에게 사랑받도록 하거라."


- 나비부인이 아들 JB(혹은 Sorrow)에게
<혜성에 사는 사람들> 237P
시마다 마사히코의 무한카논 시리즈 1부인 '혜성에 사는 사람들'은 이런 '사이'에 있는 사람들의 사랑이야기다.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에서 시작된 4대에 걸친 사랑 이야기는 그렇기에 더 슬프고 아름답다. 그들은 모두 뛰어난 재능과 유복한 환경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는다. 하지만 자신의 마음이 향하는 방향으로, 감성이 향하는 방향으로 뛰어듦으로써 결국은 이루어지지 못 하는 가슴아픈 사랑을 한다. 그리고 그런 사랑은 세대를 거듭하며 반복되고. 그렇기에 그들은 혜성에 사는 사람들이고 이 책은 무한카논(각 성부마다 악곡의 처음으로 돌아와서 몇 번이고 되풀이할 수 있는 카논), 즉 아픈 사랑의 돌림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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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름을 들은 것은 이 작품이 처음(아, 일천한 나의 일본문학 독서량이여)이었기 때문일까. 그의 독특한 느낌은 꽤 남다르게 다가왔다. 화려한 미사여구도 없고, 특별히 문장력이 뛰어나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입 안을 맴도는 맛깔나는 구절도 그다지 눈에 띄지 않고. 아주 건조하게 철저한 관찰자의 시점으로 서술함에도 불구하고 그 사랑 이야기가 빛난다. 신파극으로 예를 들자면, 여기저기 눈물샘을 자극할 요소들을 준비하고 '자, 이제 여기쯤에서 울어보지?'라고 쿡쿡 옆구리를 찌르는 그런 신파가 아니라, 그 스토리 자체를 좀 더 충실히 준비하는 그런 신파랄까. 그리고 그렇기에 더 마음에 들었고. 그만큼이나 혜성에 사는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는 독특하고 자기만의 색깔을 확실히 보여준다.

그리고 이런 사랑 이야기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4대에 걸쳐 일어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생겨나는 역사적인 사건들과의 만남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청일전쟁을 시작으로,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여파, 맥아더 장군 이야기(대한민국에서의 그의 이미지와는 사뭇 달라서 더 재미있었달까), 기업과 야쿠자와의 어쩔 수 없는 얽힘 등이 4대의 사랑 이야기와 자연스럽게 얽히면서 이야기에는 더 큰 현실감을, 사랑에는 더 큰 아픔을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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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첫장에 담겨진 가계도. 끝없이 반복되는 그들의 일그러진 사랑을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이 가계도다. 책을 읽고나면 이 가계도가 왜 중요한지, 어떤 의미를 품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500 페이지에 달하는 기나긴 사랑이야기를 읽고 난 후임에도 다음 권을 향한 갈증이 일어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왜 이 작품이 작가의 출세작이자 대표작인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랄까. 그들의 멈추지 않는 처절한 사랑이 강하게 느껴지는 만큼, 2부에서 이어질 가오루의 미국행에 대한 궁금함이 강하다. 철저히 감성적인 사랑을 추구하는 무한카논 시리즈. 그래, 사랑은 감성이니까. 아무리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이야기하지만, 결국은 감성이니까.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이 부분일른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나에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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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고... 북스토리 관계자님. 한 번에 3권 다 번역하고 내셨으면 안 되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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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 더 호라이즌 환상문학전집 15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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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소설가의 《단편집》은 언제나 재미있다. 그의 다른 저작물을 가슴에 담고 있거나, 혹은 머리에 담고 있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신비롭게도, 짧은 단편일수록 그의 냄새를 더욱 깊게 느낄 수 있다. 그게 예상대로의 방향이든, 그렇지 않으면 의외의 방향이든.

이영도라는 이름. 그 이름에 대해서는 특별한 설명이 필요 없을 듯하다. 다만, 그저 Killing Time용으로 치부되었던 국내 작가들의 판타지 문학의 위상을 바로잡았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그에게는 그저 고맙다. 그리고 98년 드래곤 라자의 출판을 시작으로 벌써 40권이나 되는 왕성한 창작에도 고맙고.

《오버 더 호라이즌》은 그런 그의 냄새를 깊게 느낄 수 있는 그런 작품이었다. 책의 절반 을 채우고 있는 세 편의 《오버 더~》 시리즈는 티르 스트라이크라는 깡촌의 보안관보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나머지 부분은 《드래곤 라자》를 통해 너무나 유명해져버린 마법사 헨드레이크와 그의 제자 솔로처의 짧은 이야기들로 엮인 《어느 실험실의 풍경》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사실 ‘헨드레이크’라는 캐릭터의 명성(?) 때문에, 그리고 헨드레이크가 말년에 어떤 만행(?)을 저질렀는지가 궁금해서라도 《어느 실험실의 풍경》이 더 재밌어보일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앞부분인 《오버 더~》 시리즈가 훨씬 마음에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뒷부분의 헨드레이크 이야기가 재미없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대마법사의 포악함이 만천하에 드러나며(...) 신비한 분위기의 천재 공주 헐스루인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새롭게 만나볼 수도 있고, 이영도씨의 우스개를 맘껏 맛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오버 더~》 시리즈가 마음에 들었던 것은 매력적인, 그러나 기존의 국내외 판타지에서는 접하기 힘들었던 소재의 발견이다. 오버 더 호라이즌/네뷸러/미스트의 세 편으로 이루어지는 이 시리즈의 각 소재는, 그 자체가 참신해서인지 광서방의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는 장서가 워낙 보잘것없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리 뒤져도 쉽게 찾을 수 없을 지경이다. 적어도 판타지 소설이라는 장르 문학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이런 소재들이 참 잘도 구현되어 있고, 또 재미가 있다.
또 하나 개인적으로 즐길 수 있었던 부분은, 역시 이영도씨의 장점으로 많이들 꼽는 자신만의 세계관에 있다. 물론 그의 소설에도 대부분의 저작에서 마법과 검이 난무하고, 엘프와 오크가 등장하긴 하지만, 자신만의 치밀한 설정 안에서 이영도 특유의 세계관을 만들어낸다. 그런 의미에서 《오버 더~》 시리즈의 세계관은 《드래곤 라자》와도 다르고, 최근의 《눈마새》, 《피마새》 등의 새 시리즈와도 다르다. 그런 새로운 세계관을 기존의 세계관과 비교하며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이 책, 《오버 더 호라이즌》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드래곤 라자》를 시작으로, 《퓨처 워커》, 《폴라리스 랩소디》, 《눈물을 마시는 새》, 《피를 마시는 새》...로 이어지는 그의 정력적인 저작들은 아직 완성되어 있지 않다. 매 편마다 그 나름대로의 변화에 대한 시도를 엿볼 수 있으며, 그런 변화의 시도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시도를 《오버 더 호라이즌》에서는 더욱 쉽게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언제나 단편은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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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tas BRAND - 부의 되물림, 브랜드 부랜드의 시민권, 브랜드 유니타스브랜드 1
유니타스브랜드 잡지 기획부 엮음 / (주)바젤커뮤니케이션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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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잡지에 대한 포지션은 정말 참담한 상황이다. 2006년 국민 독서 실태 조사 자료에 따르면, 1개월에 잡지를 한 권도 읽지 않는 사람이 70.8%, 1년에 한 권도 읽지 않는 사람이 62.3%다.  사실 책 자체를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 자신이 갖고 있는 취미, 혹은 일에 대한 전문분야 등은 전문 잡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참 많다. 같은 지식을 한 권의 책을 통해서 얻을 수는 있겠지만, 그 당시의 트랜드라든지, 그 전문분야에 대한 현재와 미래, 방향성을 읽는 능력을 함께 키워주기도 하고. 실제로 유럽 15개국 평균치는 18.4%라는 것(2004년 통계지만)을 생각하면 새삼 놀라울 정도다. 점점 잡지 시장이 힘들어져가고 있는 것을 눈으로 느끼고 있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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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잡지 한 권 읽지 않는 한국인이 62.3%. 새삼 참 놀랐다(2006년 국민 독서 실태 조사에서 발췌, 국회전자도서관)

그런 의미에서 게이머즈(게임), 판타스틱(장르문학) 등의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잡지들을 보고 있으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전문지'로서의 인식을 갖고 만드는 것, 시장이 이렇게나 협소해지는 상황에서 지속적인 출간을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텐데 말이다. 그리고 이런 잡지의 반열에 하나의 잡지가 더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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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브랜드 관련 잡지는 단 한 권도 없다'라는 저 한 마디가 꽤 의미심장하다. 분명 없는 이유가 있을 것이고, 또 잡지 시장의 규모도 협소한 우리나라에서 '유니타스 브랜드'라는 출사표를 내밀기에 그리 쉽지는 않았을 것인데 말이다. 이번에 보게 된 이 책, '유니타스 브랜드'는 작년 11/12월호로 창간한 동명의 격월간 잡지의 '창간기념단행본'이다. '브랜드'에 중점을 두고 창간한 잡지, 권당 15,000원이나 하는 고가의 잡지, 두 권밖에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두 권을 편집해서 묶은 단행본(20,000원이나 하는)을 낸 잡지. 여러 모로 독특한 행보 아닌가. 과연 얼마나 훌륭한 잡지이기에 그럴까 하고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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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솔직히 꽤 놀랐다. 다양한 필자군이 만들어낸 좋은 컨텐츠를 훌륭한 기획으로 묶어내는 솜씨하며, 하나하나의 기사들이 갖고 있는 매력들 하며, 전문지로서의 경쟁력이 굉장히 뛰어나다는 느낌이랄까. 물론 잡지를 낸 이후, 다시 손봐서 낸 '단행본'이기에 더욱 그 완성도가 높을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최근 읽은 잡지들 중 가장 볼 것이 많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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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브랜딩'이라는 특집의 성격에 맞게 클라우스 하파니에미를 인터뷰. 이전 그의 책(http://kwang.info/589)을 읽고 리뷰했던 만큼 꽤 관심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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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 고딘을 좋아하고 입소문 마케팅에 관심이 많았던 차에 즐겁게 읽은 또 하나의 인터뷰. 국내외를 불문하고 훌륭한 사람들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것, 전문지가 갖는 큰 장점 중 하나다


그래서인지 인터넷 검색을 통해 본 평들 모두 '소장할만한', '여러 번 볼 만한', '아직 50페이지밖에 못 읽은' 이라는 식의 평들이 지배적이었다. 개인적으로도 알고 있던 지식들의 재확인과 새롭게 알게 된 지식들의 흡수가 단번에 이루어지지 않아서 막 다 읽은 지금도 머릿속이 꽤 복잡한 느낌이고. 그만큼 충실한 컨텐츠로 가득하다는 이야기. 하지만 반면에 그래서 약간의 우려도 생긴다. 유니타스 브랜드의 홈페이지 FAQ를 보면, '마케팅 담당자나 브랜드 전문가를 타겟으로 하는 협소한 학술지가 아니라, 전 사원이 공유해야 할 전투교범'이라고 이 책을 포지셔닝하고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한 우려다. 현재의 느낌은 그렇게 되기엔 좀 헤비하거든. 뭐,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좋은 잡지, 앞으로 지속적으로 보고 싶은 잡지를 발견하면 참 기분이 좋다. 개인적으로 이쪽 일을 하고 있기도 하지만, '브랜드'라는 것에 관심이 많기도 하기에 더욱 그 매력이 다가오는 느낌. 1년 전쯤 '판타스틱'을 만났을 때의 그런 비슷한 느낌이랄까? 솔직히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수많은 잡지들이 하나씩 둘씩 사라지고 있는 그런 상황이기에 더욱 간절하다. 모쪼록 롱런하기를 기원한다.
브랜드 관련 잡지 하나 없는 나라, 대한민국. 그것도 참 우울한 일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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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타스 브랜드'도 그런 수집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어주길 바란다. 매호 읽으면서 응원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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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삐돌리오 언덕에 앉아 그림을 그리다
오영욱 지음 / 샘터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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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사람의 마음을 한 단계쯤 벗겨놓는다. 누구나 갖고 있을 마음의 껍질. 그 겹겹이 보호된 마음의 껍질은 상처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주지만, 그만큼 무언가를 받아들일 때 그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똑같은 빛도 그 껍질의 두께에 따라, 그리고 그 껍질의 재질에 따라 자신만의 편광된 빛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여행이라는 그저 말을 내뱉는 것만으로도 뭔가 아찔함이 묻어나오는 이 존재는, 그런 마음의 껍질을 조금은 벗겨놓는다. 덕분에 평소에는 하찮게 치부해버렸을 것들도 마음의 울림이 되고, 크게 인상에 남는다.

그렇기에, 여행자는 누구나 감성적이 된다. 시인이 된다. 또는 화가가 된다.

 

혹시 당신이 여행 후 남겨놓은 글이 있다면, 다시 한 번 잘 읽어보자. 일상 생활 속에서 썼던 글들과는 조금 다른 색깔을, 평소의 편광되었던 마음의 투영과는 조금 다른 빛깔을 느낄 수 있을 게다. 당신의 글 속에서. 그리고 사진이라면 당신의 얼굴 표정에서.

 

 

이 책은 그런 여행의 감성적인 측면을 참 강렬하게도 드러내고 있는 책이다. 건축가의 길을 걷는 오영욱이라는 작가는, 자신의 감성의 바다가 자아낸 여러 감정의 편린들을 쏟아내었고, 그 하나하나의 조각들이 모여 <깜삐돌리오 언덕에 앉아 그림을 그리다>라는 책은 완성되었다. 그 덕분에 이 책 안에 있는 수많은 나라들. 남미와 유럽을 넘나드는 여러 나라들은 실제 그 나라의 느낌이라기 보다는, 오영욱이라는 한 사람의 감성 속의 나라. 그가 만들어낸 약간은 몽환적인, 그리고 매우 감성적인 그런 곳들. <오즈의 마법사>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보는 그런 장소같은 인상을 받는다. 기묘한, 그러나 아름다운.

 

그리고 그런 인상을 받게 하는 가장 큰 촉진제가 바로 '그림'이다.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들은 언제나 부럽다. 여행지에서의 감성 200%의 상태, 그 자체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것. 자신만의 감정을 그 광경에 더할 수 있다는 것은, 사진이 할 수 없는 그림만의 축복이다. 저 멀리 칠레에서, 그리고 이스터 섬에서,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한 자리를 차고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을 그를 생각하면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그 그림을 그리는 동안 얼마나 많은 격정이 느껴졌을까를 생각하면. 그리고 그 그림을 볼 때마다 또 다시 그 격정 속에 빠져들 것을 생각하면. 또한, 그림이기에 사람들에게 훨씬 더, 그가 말하려던 감정이 다른 이에게 전달되는 효과도 훨씬 크다. 당장 이 책을 읽고 있는 나 자신도 그 어떤 다른 여행기(이 책이 과연 여행기일까...라는 의문이 들긴 하지만)보다 훨씬 감정적인 전달이 쉬웠으니 말이다. 적어도 작가의 바람 하나는 확실히 이뤄진 듯 하다. '나의 스케치를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었나보다'라는 작가의 말 하나만큼은.

 

 







그리고, 더불어 편집에 힘썼을 편집자에게도 갈채를 보내고 싶다. 종이색의 변화, 색의 반전, 사진과 글의 레이아웃 등에 여러 가지 시도와 노력을 기울였다는 흔적이 철철 넘치는 이 책은, 그 덕분에 훨씬 사람의 감정을 건드리는데 성공했다. 작가의 의도와 원하는 느낌을 잘 살려주는 것.을 편집의 가장 중요한 점이라고 한다면 이 책은 적어도 편집에는 만점을 주고 싶을 정도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바쁘게 살아가는 한국 젊은이의 한 사람으로서, 1년이라는 길다면 길다 할 수 있는 시간동안 여행을 갈 수 있는, 그리고 그 여행을 통해 수많은 감정적인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그가 부럽기 그지 없다. 과연 나에게 이런 여행의 기회가 생겼을 때 선뜻 갈 수 있었을까. 내 머릿속을 이미 차지하고 있는 수많은 집착과 이미 익숙해져버린 삶을 모두 제쳐두고 이렇게 훌쩍 떠날 수 있었을른지는 아무리 생각해도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부러움은 진짜다. 그리고 이런 부러움은, 적어도 내 또래의 수많은 사람들의 공통적인 마음일 거라는 것은 확신한다. 그렇기에 더욱 이 책이 내 마음의 한 구석을 건드린다. 그리고 마음을 한 두 겹쯤 벗겨낸다. 마치 여행을 떠났을 때처럼. 여행을 가지 않고도 여행지에서같은 마음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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