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 인간학 - 다스리지 않고 다스리다
렁청진 지음, 김태성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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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 무위자연을 말하고 '다스리지 않고 다스린다'는 사상을 가진 그들. 얼마 전 읽었던 유가 인간학 - 인문학의 바다에서 찾는 첫번째 보석, 유가(儒家) 에 이어지는 CEO 인간학 시리즈 두 번째 권을 읽었다. 유가 인간학이 '인의예지에 숨겨진 인간관계의 정수'를 논했다면, 이번에는 도가의 부드러움 속에서 꺾이지 않는 실리를 찾아나간다.

사실, 도가라고 하면 크게 노자와 장자를 통틀어 '노장사상'이라 부르지만 이 책에서는 현실의 속박에서 벗어나 철저한 정신적 해탈과 자유를 획득하는 방법을 추구하는 '장자'보다, 인간의 총명한 지혜를 최대한 발휘하여 화를 줄이고 최소한의 대가로 최대한의 이익을 얻는 노자의 사상을 논한다. 정확히는 노자에서 시작되어 세속으로 다가간 군인남면지술(도가식 통치술이랄까?)이다.

세속으로 다가간 도가이기 때문일까. 이 책 속에 담겨진 도가의 사상들을 읽으면서 내가 알고 있던 도가와 굉장히 다른 모습에 놀라가면서 책장을 넘겨갔다. 무엇보다 놀랐던 것은 실속. 전체적인 바탕은 무위와 소요유 속에서 도가가 갖는 색깔을 잘 나타내고 있지만, 그 안에서 극히 실용적인, 실리를 우선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그간 내가 모르고 있던 도가의 모습들을, 현대에도 적용하기에 적합한 그런 모습들을 발견해갔다.

시대나 역사의 흐름을 읽으며, 부드러움으로 굴욕을 넘어 영광으로 전환하며, 탐욕과 조급함을 금하고, 중용과 세세함으로 두루 살피며, 관용과 인자함으로 적까지 포용하는 도가의 사상은 지금의 우리에게도 충분히 적용할만한, 아니 꼭 한 번 살피고 참고할만한 그런 것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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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것은 꺽(...), 속페이지는 그렇지만 뒷표지에 들어간 오타는 좀 심각... 꺾인다...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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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으로 부자되기 - 아무리 아껴도 돈이 모이지 않는 사람을 위한
데이비드 바크 지음, 김시현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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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약' 재테크가 한참 각광받았던 때가 생각난다. 지금도 가끔씩, 그리고 여러 재테크 서적에서 '절약'의 중요성을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이 책 역시 그런 한 맥락에서 분류될 수 있을 것 같다. '라테 요인(Latte Factor)'를 찾아 이를 제거하고(하루 한 잔 마시는 커피값을 모으면, 혹은 하루 한 갑 피우던 담배를 끊으면), 그 비용을 투자하는 데 사용하면 '시간'이라는 요소의 놀라운 법칙에 따라서, 긴 시간이 지난 후에는 엄청난 차액이 생긴다는 것. 하지만 그런 '절약' 재테크 책에서 강조하는 것들 중 하나가 바로 '의지력'이다. 재테크를 열심히 공부하고 절약하고 모은다. 그리고 상황에 맞추어서 현재 하고 있는 재테크가 얼마나 좋은 방법인지를 지속적으로 체크하고(심하면 재테크 일기를 쓰라는 말까지 한다). 하지만 직접 해본 사람들이라면 이게 얼마나 힘든 일이고 많은 의지를 필요로 하는지를 안다. 오죽하면 'Privite Banker'니 'Financial Consultant'니 하는 직업군이 생겨나고 또 그들에게 돈을 줘가며 부탁하겠는가. 혹은 수익이고 뭐고 무작정 모으기만 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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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 책에 빠져들었던 것은 바로 저 페이지(정말 구미가 당기는 머릿말이다), 그 중에서도 '자동화' 부분이다. 사실 재테크를 열심히 하는 많은 사람들이 비용을 '계획적'으로 쓰고 투자 및 저축 등의 재테크 용으로 '남긴다'. '계획적', 그리고 '남긴다'는 개념. 생각할수록 지키기 어려운 개념 아닌가. 신경도 많이 써야 하고. 하지만 이 책 '자동으로 부자되기'는 그 제목처럼 우선 투자나 저축을 먼저 하고 시작하는 것을 주장한다. 모든 재테크 수단을 자동이체를 통한 자동화를 해버리는 것. 그리고 계획적으로, 투자비용을 남기면서 재테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남은 비용으로 살아가라는 것이다. 그리고 살다가 수입이 늘었거나, 혹은 생활비에 여유가 생긴다면 한 번 전화나 인터넷을 통해 재테크 비용을 늘리고. 발상의 전환일 뿐인데 이게 참 그야말로 와닿는다.
사실 부끄럽지만 개인적으로도 여러 재테크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투자해봐야지?', '이 상품이 수익률이 높구나'라고 생각'만' 하고, 지금와서 보면 이율이 0에 가까운 월급통장에 그냥 쌓이게 놔두고 있었다. 뜨끔하실 분들 많을 줄 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것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위안 아닌 위안을 하게 된다.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 우선순위가 상대적으로 밀리기 일쑤다. 수익의 변화가 눈에 확 띄게 생기는 것이 아니니까. 만약 일정 주식처럼 단번에 200% 수익을 올렸다거나, 집값이 2배 뛰었다거나 하는 그런 일이라면 '환장하고' 달려들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얼마 되지 않는 돈 수익율 연 1~2% 달라진다고 별 차이도 없을 테니까. 하지만 그것 하나로 나 자신의 은퇴가 빨라지거나 혹은 느려질 수 있는 것임에는 분명한데도 말이다. 요는 체감하기 힘들다는 이야기. 그렇다면 그런 의지력 대신에 한 번 정도의 수고로 자동화 시스템을 만들어버리자는 것. 이 하나의 개념만으로도 굉장히 가치가 있는 책이 아닐 수 없다.

한 시간, 혹은 두 시간이면 충분히 읽을 간단한 책이면서도 재테크의 기본적인 혁신을 말하고 있기에 참 인상깊게 읽었다. 또한, 대부분의 실례를 국내에 맞추어서 아예 내용을 수정해두었기 때문에 더 도움이 되었고. 다만 2008년에 나온 책임에도 불구하고 2006년의 정보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 것은 조금 아쉽지만. 다만 기본적인 시스템 자체는 동일하기에 자신이 읽었거나 새로 읽을 재테크서에 적용하기에 전혀 무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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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청담동의 한 벤치. 내가 이 책을 읽었던 곳이다. 한참 책을 읽고 있는데 참 멋드러진 외제 스포츠카 한 대가 지나갔다. 기분이 참 야릇했달까. 나 자신은 지금 저런 차를 몰 수 있는 그런 여유는 없다. 그리고 그러고 싶은 생각도 없고. 하지만 나 자신의 은퇴를 조금 더 앞당기고 싶고, 저런 차를 '여유롭게' 살 수 있게 되고 싶은 열망은 굴뚝같다. 이런 생각 안 하는 사람 있겠냐만은, 그러고 싶다면 한번쯤 짧게 시간을 내어 읽고 싶게 만들어주는 책이다. 벌써 여자친구에게 빌려주기도 했고. 당장 '라테 요인 적금'을 하나 만들어야겠다. 물론 '복리' 상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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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추리작가 10인 단편선 밀리언셀러 클럽 79
엘레나 아르세네바 외 지음, 윤우섭 외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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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세계(?)의 책들은 흥미롭다. 사실 어쩌면 러시아라는 대문호의 나라를 제3세계로 치부하는 것은 무척이나 거만하고 당돌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광서방에게는 제3세계다. 국내 대부분의 독자들에게 러시아의 '추리'를 접할 기회가 적었던 것은 분명한 것이고, 대부분의 경우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 등을 위시한 서양이나 일본 정도가 우리나라 추리 문학계의 메이저(?)랄까. 뭐, 추리문학의 입지가 꽤 줄어든 지금의 상황에서 메이저가 어울리는 말일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개인적으로 유년시절부터 추리소설을 무척이나 좋아했기에 새로운 만남, 그것도 흔치 않은 만남이기에 꽤 구미가 당겨서 읽기 시작했다. 너무 자주 써먹는 것 같지만 단편집을 읽는 것은 언제나 재미있다. 우선 부담이 없고, 작가의 특성이 잘 드러나며, 여러 편을 통해서 전체적인 방향성이나 문화적 코드를 발견하기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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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0편의 작품, 러시아의 유명 추리작가 3명과 신세대 작가 7명의 러시아같은 작품들이 모여있다

이 책에 소개된 총 10편의 단편들은 꽤 독특한 색깔을 갖고 있었다. 한 편씩 한 편씩 야금야금 읽어가는 동안 러시아의 일상을 맛보면서 그들의 독특한 추리소설은 간만에 독특한 나라의 음식을 먹는 느낌이었달까. 일상의 미스터리가 트랜드라는 요즘답게 러시아의 일상 속에서 느낄 수 있는 그런 작품들이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욱 러시아의 느낌이 물씬 풍겼으며, 소재 역시 러시아의 설원, 구소련의 잔재 등 러시아이기에 줄 수 있을 듯한 그런 재미를 준다.

비록 대단히 기발한 트릭이나 놀라운 사건, 사람의 머리를 치는 듯한 반전이 없었다는 점은 조금 아쉬웠지만 글을 풀어나가는 실력, 사람을 흡인시키는 빠른 사건 전개, 유려한 느낌의 문체 등 전체적으로 스토리텔링이 꽤 마음에 들었다. 특히 신진 작가 7명의 글에서도 이런 부분들이 꽤 괜찮아서 개인적으로 좀 놀라기도 했고. 왜 러시아를 '잘 알려지지 않은 추리 문학의 보물섬'이라 부르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달까.

베스트셀러를 골라보게되는 독자층, 그리고 그에 따라 유명 작가, 안전한 장르, 안전한 작품들 위주로 소개되는 한국의 서점에 이런 흔치 않은 만남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다. 리스크도 분명 예상되었을 것이고,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힘들었을 것만 같은 '제 3세계'의 추리소설을 발매하는 용기가 고맙고, 그래서 더 소중하다. 이 책을 계기로 좀 더 많은 러시아의 추리작품이, 더 많은 별식들을 맛볼 기회가 늘어나기를.

사족이지만, 첫 작품인 니나의 크리스마스 기적에서 마샤의 몸값에 대한 오타, 1만 '달러'(33p)가 갑자기 1만 루블(39p)이 되어버린 어이없는 오타는 꽤 분위기를 깨더군요. 그 환율차만큼. 그리고 소개 작가 소개의 첫번째 줄 '인문학부 마치고'(을->를)의 오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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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지니어스 Group Genius - 1등 조직을 만드는 11가지 협력 기술
키스 소여 지음, 이호준 옮김 / 북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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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밴드의 잼 세션을 보고 있으면 경탄이 절로 인다. 서로의 눈빛을 보며, 서로의 음악을 들으며 즉흥적으로 멜로디와 그루브를 만들어낸다. 어떤 특정한 악보가 없이 서로의 연주에 호응하며 만들어내는 선율은 가끔씩은 명곡보다도 아름답고 멋드러지다. 물론 그런 혁신적 선율이 나오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들이 필요하다. 우선 모두가 자기 포지션에서 일정 이상의 실력을 갖추고 있을 것, 서로에 대한 신뢰와 공명이 있을 것, 그 순간에 몰입할 것 등등. 이런 조건들이 만족되는 순간 보석같은 잼 세션이 완성되고 그 선율의 아름다움은 그야말로 극.적.이다.

이러한 보석같은 잼 세션을 산업으로 옮긴다면? 이 책 '그룹 지니어스'는 협력을 통해 내놓을 수 있는 최고의 결과, 이른바 혁신에 대한 이야기다. 번역하면 '집단 천재성'. 일반적으로 세상은 몇몇 천재들에 의해 움직인다고 생각한다(그렇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언감생심 기발한 아이디어나 혁신은 꿈꾸지 못 하는가?). 하지만 이 책의 개념 속에서는 그런 일반적인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에서 '집단 천재성'이 발휘되는 경우가 바로 혁신이 일어나는 순간이다. 일반인이라도 충분히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대박 상품의 아이디어를 꿈꿀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것. 단지 혼자가 아닌 다수의 - 같은 목적을 공유하는 - 머리를 모았을 때의 경우지만.

그러면서 수많은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상품들을 소개한다. '한 명의 천재'가 만들었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룹 지니어스'에 의한 결과물이었던 것들을. 다윈의 진화론, 모노폴리, 프리스비,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 모스의 전신, 텔레비전 등의 혁신적인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던 과정을 통해 개인적으로도 꽤 놀랐다. 여러 사람의 힘이 모여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아니라, 어쩌면 당연한 일인데 왜 나는 그렇게 여기고 있지 않았을까라는 점에 놀랐다. 사실 어떤 아이디어든 누군가가 던진 결정적 한 마디에서 착안하거나, 혹은 기존에 있던 물건의 용도를 바꾸거나, 전혀 다른 분야의 아이디어를 채용하는 등으로 혁신이 일어나는 수많은 것들을 보아오면서도 말이다.  
역사는 이긴 자들이 쓰고, 세상은 일등만을 기억하기 때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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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핵심은 '협력망이 창의적인 사람보다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와 같은 사고방식을 갖고 있기에, 이 책은 굉장히 많은 분량을 설득을 위해 할애한다. 수많은 실례를 들어가며 창의적인 사람 혼자의 힘이 아닌 협력망의 힘이 혁신을 불러온다는 사실을. 하지만 그런 설득보다 그 뒤에 있는 실제적인 방법론이 훨씬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하면 한 팀이 보다 나은 협업을 할 수 있고, 소위 말해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 특히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교수의 '몰입(Flow)'개념을 '그룹 플로'로 확장시키고 그룹 플로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개념이 가장 도움이 되었다. 분명 재즈 밴드의 잼 세션의 요건과 굉장히 흡사했지만 그 방법론의 훨씬 전문적이고 학문적이었기 때문에 실제 적용할 수 있을 가능성이 있었고(솔직히 조금 어렵거나 지루한 파트가 있는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어쩌면 세상은 더 이상 혼자만의 혁신을 이룩하는 것이 '아예'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발달과 변화의 속도는 눈부시며 그에 따라가기에도 힘에 부치는 그런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이기에. 그리고 그래서 대부분의 혁신은 회사 단위에서 벌어지게 되고. 그렇다면 나 자신은 왜 할 수 없는가. '그룹 지니어스'를 발동시켜 보석같은 잼 세션을 연주하는 것. 왠지 가능할 것만 같다. 나의, 우리의 그룹 지니어스를 시작해보려 한다. 우선 내가 이끌고 있는 팀을 통해. 물론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그것이 전세계를 감동시킬 명세션이 되든, 혹은 단 한 명의 눈물을 흘리게 할 공연이 되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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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속표지의 로고. 뜨거운 손을 맞잡는 진정한 협력을 통해서 끌어내는 혁신. 그것이 그룹 지니어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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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블룸 클래식 - 소장판 헤럴드 블룸 클래식
윌리엄 셰익스피어 외 지음, 헤럴드 블룸 엮음, 정정호 외 옮김 / 생각의나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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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 럴드 블룸 클래식, 'Stories and Poems for Extremely Intelligent Children of All Ages'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이 한 권의 대단히 큰 책은, 현대 서양문학 비평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영문학자 헤럴드 블룸이 엮은 서양고전문학의 마스터피스 앤솔로지다. 얼마 전 읽었던 이제 그만 울어요점블리 사람들 을 포함, 총 8권으로 발간된 시리즈 도서의 소장본인 셈이다. 소장본이라는 말을 쓸 만큼이나 소설로서는 대단히 큰 판본, 본문만 850페이지에 달하는 두께를 자랑한다. 종이질 역시 만져보는 순간 고급스럽다고 생각될 정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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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가본 중의 한 권인 이제 그만 울어요와의 크기 비교. 판본 자체나 두께 모두 '나는 소장본이야'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사 실 이미 두 권의 책을 읽었기에 이 책을 손에 잡기가 쉽지 않았다. '뭐, 전에 읽었던 내용 보아하니 그때 그 느낌이겠네'라는 생각이 자꾸 방해를 했달까. 하지만 막상 손에 쥐고 읽기 시작한 후의 느낌은 분명 다른 것이었다. 전 8권으로 된 염가판 중 두 권을 읽었을 때에도 그 작품들의 농축된 재미와 문학성을 맘껏 느꼈지만, 확실히 작가의 의도를 알기 위해서는 전체를 읽어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이 책 속에 담겨진 한 편, 한 편의 시와 단편소설들. 그 작품 하나하나의 재미와 작품성 물론 뛰어나다. 하지만 그것들 한 편, 한 편을 읽는 것으로 끝이 아닌 것은 이 책의 제목이 '헤럴드 블룸 클래식'인 이유일거다. 자신이 평생을 걸쳐서 읽어오고 사랑해온 작품들을 엄선해서 사계절로 나누고 그것을 한 권의 책(혹은 한 질의 시리즈)로 묶은 헤럴드 블룸의 서양고전문학 앤솔로지. 전에 읽었던 8권 중 두 권을 통해 어렴풋이 느꼈던 그의 의도가 이 한 권의 두툼한 책을 통해서 좀 더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이다. 물론 염가판이라 해도 8권을 모두 읽게 된다면 같은 느낌을 받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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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가판에는 없던 작가들의 초상화나 여러 미술작품을 보는 재미도 있다


거 장들의 작품이기에 한 편, 한 편의 작품성이 뛰어나며 재미도 있다. 그리고 현학적이거나 읽기 힘든 작품들은 사실상 거의 없기도 하고. 마음 편하게 읽으면서 즐길 수 있는 짤막짤막한 작품들이 모여있다. 그런 작품들을 하나씩, 하나씩 읽는 재미가 꽤 쏠쏠했다. 그리고 이제야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왜 이 작품들은 봄이며, 왜 이 작품들은 겨울인지를. 그리고 그런 부분들을 인식하면서 읽어나가는 재미는, 그저 두서없이 모여있는 '걸작 단편동화집'이나 '걸작 시선집'에서는 맛볼 수 없는 부분이었기 때문에 꽤 인상적이었고, 이 두꺼운 책, 수많은 단편소설과 시들을 질리지 않고 읽을 수 있게 해 주었다. 아무리 맛난 것도 계속 먹으면 질리지만, 어떤 테마를 잡고 맛집을 돌아다니면 질리지 않고 오히려 재미있는 그런 느낌이랄까? 예시가 좀 저열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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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작가인 코난 도일의 작가 소개. 그의 작품은 '소어 다리 사건'이 담겨있다

그 러고보면 참 재미있다. 한 편 한 편의 작품이 가진 매력 뿐만 아니라, 그것을 '자연의 순환이 주는 정서적 환기'라는 잣대를 대고 각각을 묶어주는 것으로 추가적인 매력과 감동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 분명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셰익스피어, 코난 도일, 모파상.... 등등의 그야말로 거장들의 작품들이기에 그 작업은 더 쉽지 않았을 테고. 헤럴드 블룸이라는 엮은이의 이름값을 넘어서 그의 노력과 심혈이 담겨있기에 더욱 그런 매력과 감동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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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비평가스러운 표정(?)을 뿜어내는 그. 자신의 이름을 걸고 책을 낸다는 것. 그것도 자신이 쓴 글이 아닌 엮은 책을 낸다는 것.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거다

책장에 그 크기에 버금갈만한 무게감을 가진 앤솔로지 한 권을 비치해두는 것.
갑자기 고전이 그리워질 때, 그 계절에 맞는 거장들의 단편소설 한 편, 혹은 시 한 편을 찾아읽는 것.
괜찮은 이야기 한 편을 아이들에게 읽어주는 것.
여러 의미로 값진 책이다.

사족이지만, 사실 '염가'본 8권을 전부 구매하는 것보다 '소장본' 한 권이 훨씬 저렴하다. 뭔가 좀 이상한 느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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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8-04-02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생한 사진과 함께 성실한 리뷰, 잘 읽었습니다.
사진을 잘 찍으니 이렇게 예쁜 리뷰를 쓸 수가 있군요.
저도 해럴드 블룸 좋아해요.

광서방 2008-04-02 16:02   좋아요 0 | URL
marine > 과찬이십니다! 특히 이 책 같은 경우 빛이 부족한 데서 찍어서 참 아쉽습니다. 본책에 비해 제대로 표현되지 않은 듯 해서요. 그런데 생각의 나무 책들을 무척 좋아하시나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