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도둑 - 한 공부꾼의 자기 이야기
장회익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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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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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도둑. 전 우주의 학문 보물창고에 들어가서 학문의 정수들만 다 골라 훔쳐내고 싶어한 그는, 그랬기에 모든 학문의 보물창고를 노렸고 마스터키를 찾아 헤맸다. 그리고 '물리'라는 마스터키를 얻었고.

한국의 대표적인 이론 물리학자로 꼽히는 장회익 선생의 삶의 이야기는 그가 밝혔듯 '공부도둑'이라는 한 마디로 귀결된다. 어려서부터 그가 갖고 있던 학문에의 갈증과 열정은 남달랐고, 초등학교를 강제로 자퇴당하거나 책을 사주지 않는 등의 역경은 오히려 그에게 '야생적인 공부법'을 가르쳐주는 스승이 되었다.

그런 그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70년의 인생을 하나하나 함께 짚어가는 과정은, '물리학'이라는 그의 전체적인 인생을 아우르는 학문에 가진 나의 어리석은 선입견을 놀라게 할 만큼이나(나 자신이 공돌이였기에 그랬던가) 섬세하고 나긋나긋하며, 심지어는 문학적이다. 조곤조곤 자신의 삶에 얽힌 이야기 보따리를 하나하나 듣는 동안 어느새 400페이지 가량의 두터운 분량을 다 읽어내 버렸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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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는 완벽한 마스터키는 아니야. 하지만 가장 마스터키와 비슷하지'라는 그의 말이 이해될 것만 같다

특히 그의 '공부도둑'으로서의 공부법과 사고의 발전 방법에 대한 이야기들은 굉장히 인상깊었다. 그 때 그 시절, 참 많은 사람들이 '주입식 교육'에 괴로워하고 있을 때에, 자기 나름대로의 고민과 공부를 통해 미적분과 물리학의 기초를 혼자 터득해나가는 그의 독특한 공부법은 참 많은 것을 시사한다.
그 어느 공부법 책에서도 가르쳐주지 않는, 하지만 꼭 필요한 공부법을 자신의 손자에게 말해주는 양, 사고의 흐름에 따라 말해주는 그의 공부법을 보며 참 많은 것을 느꼈다.
이 책에 담겨있는 그의 공부법과 비슷한 형태를 개인적으로도 갖고 있었고 그것이 얼마나 효과적이었고 또 나이를 먹고 학문의 정도가 깊어질수록 더 도움이 되는지를 나이를 먹으면서 새삼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더 값지게 느껴졌달까.
가장 큰 차이는 어렴풋하게 알고 있는 나와는 달리, 이제 공부도둑의 달인이 되어 마스터키 비슷한 것을 쥔 그이기에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알기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단계가 되었고, 또 이런 책을 낼 수 있었다는 것이겠지. 책 전반에 묻어나는 자신의 삶에 대한 자부심은 그렇기에 오만이 아니다. 그 단계의 사람이어야만 낼 수 있는 그런 긍지다.

삶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은 아름답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한 방향을 보고, 자기 자신의 삶을 살아온 사람들은 더 아름답다. 이 책의 한 페이지, 한 페이지는 그렇게 살아온 한 사람의 삶이 담겨있다. 이제는 자신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그런 인자한 한 할아버지의 모습으로. 그런 그들의 아름다운 삶을 훔치고 또 나의 것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 우리 후손들의 역할이 아닐까 한다. 특히 이런 아름다운 모습이라면.
새로운 공부도둑으로서.
그리고 새로운 온생명의 녹색사상가로서.



음... 잘 따라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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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 - 셰익스피어 & 컴퍼니
제레미 머서 지음, 조동섭 옮김 / 시공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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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조이스, 어니스트 헤밍웨이, 스콧 피츠제럴드, 에즈라 파운드, 앙드레 지드, 폴 발레리... 이름만 들어도 굵직굵직한 작가들을 그들이게 했던 비트 문학의 사랑방, 실비아 비치의 '세익스피어 & 컴퍼니'를 다룬 책이 '세익스피어 & 컴퍼니'(실비아 비치 작)라고 한다면, 이를 동경하며 이미 사라져버린 '세익스피어 & 컴퍼니'를 다시 만들어낸 조지 휘트먼의 서점(그리고 지금까지도 살아있는 바로 그 서점)을 다룬 것이 이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이다.



파리의 '세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와 샌프란시스코의 '시티 라이츠 북스'에서 책을 사다

 <인생에서 이루고 싶은 100가지> - 로버트 해리스


인생을 통틀어 이루어야할 목적 중 하나를 글쎄 한 서점에서 책을 사는 것으로 잡다니. 조금은 바보같고, 조금은 소박하고 또 조금은 로맨틱하다. 그런 로맨틱함에 무게를 실어주는 것이 다름아닌 저 '세익스피어 & 컴퍼니'와 '시티 라이츠 북스'의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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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제시(에단 호크)는 셀리느(줄리 델피)를 이 곳에서 만났을까. 그것도 10년만에 만나는 그런 중요한 순간에. 그리고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왜 자칭 이 서점의 '최고의 고객'이었을까. 그리고 어떻게 제임스 조이스는 이 서점 덕분에 <율리시즈>를 낼 수 있었을까. 그리고 모든 것을 떠나 도대체 왜 이 서점이 그렇게 유명하며, 파리 여행을 떠난 한국인들마저도 꼭 한 번씩 들러서 보게 되는 명소가 되었을까.

책,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은 이 서점에서 인생이 바뀌어버린 저자, 제레미 머서의 입을 통해 왜 이 더럽고 기괴하며, 마치 공산주의자와 무정부주의자들의 피난처같은 서점 하나가 그런 중요한 명소로서의 가치를 갖는지를 자연스럽게 밝혀준다.

책을 사랑하고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와서 무료로 자고, 수많은 책들을 맘껏 읽을 수 있는(아니 오히려, 하루 한 권의 책을 읽도록 '강독'(?)당하는) 기묘한 서점, 세익스피어 & 컴퍼니. 주인공 제레미 머서는 캐나다 한 신문의 사회부 기자로 일하던 어느날 협박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왔던 파리에서 서점, 세익스피어 & 컴퍼니'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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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정말이야? 라고 물을 만큼이나 믿을 수 없었던 저자의 약력. 하지만 그는 서문을 통해 이 책이 '이 시대에서 볼 수 있는 최대한의 진실'이라고 말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넘쳐나는 책 속에서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들이 얼마나 부럽던지... 비록 제대로 먹지도 씻지도 못하는, 잠도 자지 못 해 항상 퀭한 그런 삶 속에서 자유로움을 느낀다는 것. 어쩌면 어리석고 또 어쩌면 바보스러워보이지만 로맨틱한 그런 자유. 그런 자유를 한 번쯤은 맛보고 싶은 그런 일탈의 짜릿함과 항상 맡아도 좋은 매캐한 고서적의 먼지냄새가 가득한 이 책은 읽는 이에게 한 번쯤은, 적어도 한 번쯤은 맛보고 싶은 일탈과 자유의 절묘한 중간지점의 매력을 가득 뿜어내고, 그와 함께 파리의 여러 장소들에 대한 세밀한 묘사와 실제적인 삶의 모습들을 통해 생생한 파리를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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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 not Inhospitable to strangers, lest they be angels in disguise.. 책에서도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이 구절은 이 서점의 정신을 잘 담은 듯 하다. 언젠가는 나도 이 곳에 직접 가서 사진을 찍어보고 싶다(출처 : 네오님 블로그 http://blog.naver.com/hisdrama)

그리고 그렇게 내가 갖고 있던 문학에의, 일탈에의 막연한 동경을 자극하고, 그런 자극을 통해 스멀스멀 흘러나오는 그런 동경들과 나 자신이 갖고 있는 자기규제력과의 혼돈 속에서 나만의 구체적인 욕구로 발전한다. 언젠가 한 번쯤은 이 책을 들고 파리에 들르고 싶어진다. 그리고 책 속의 장소들을 방문해서 커피를 마시고, 빵을 먹으며, 박물관을 구경한다. 그리고 책을 산다. 마치 로버트 해리스처럼.
내 인생의 버킷 리스트를 추가하는 또 한 권의 귀중한 책을 만난 것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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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참 책들 예쁘게 만든다. 각 부를 시작하는 속표지는 예쁜 그림엽서처럼 구성되어 있다. 이 곳에 묵는 사람들을 위해 쓸 얼마간의 상팀을 벌기 위한 그림엽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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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소설처럼, 그리고 혹은 실화처럼 그려지는 저자의 서점에서의 삶을 통해 참 여러가지를 느낄 수 있었다. 괴팍한 무정부주의자이자 이 서점의 주인인 조지 휘트먼이 말하듯, 노틀담 성당이 바로 보이는 이 서점은 노틀담 성당의 별관같은 존재다. 본 건물인 노틀담 성당에 속하지 못 한 사람들을 받아주는. 그런 이유 때문일까. 이 곳에 머무는 사람들은 아이같은 열정을 갖는다. 어리석고 제멋대로인, 하지만 따뜻하고 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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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 - 제국이 지배하는 시대의 전쟁과 민주주의 제국 3부작 2
안토니오 네그리 외 지음, 조정환 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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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주주의. 이데올로기의 충돌 속에서 현존하는 것들 중 가장 합격점을 줄 만한 그런 존재. 언젠가 다른 이념으로 교체될지 몰라도 지금으로서의 큰 대안은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과연 현재 운용되고 있는 국가들 중 그것들이 제대로 운용되고 있는 나라는 몇이나 될까. 아니 그 이전, '국민의,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민주주의의 힘의 원천으로서 제대로 활동하고 있는 국민은 얼마나 되는가.

제국주의에서 제국적 권력으로 이행하는 세계 질서의 변화에 대해 논했던 <제국>이라는 기념비적인 작품을 통해 그의 이름을 널리 알렸던 안토니오 네그리와 마이클 하트는 그 작품에서 하지 못 했던 - 그래서 비관론들이 난무하고 수많은 질문과 비판을 낳았던 - 답을 '다중'이라는 이름으로 이 책을 통해 내어놓는다.

그렇기에, 이 책은 크게 전쟁, 다중, 그리고 민주주의로 구성된다. 더 이상 우리의 전쟁은 일부 국가들간의 전투로 볼 수 없는 상황이며, 아무리 국지전적 입장을 취한다 하더라도, 수많은 나라들의 이권 다툼과 세력이 분포되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결국 제국 주도의 전지구적 전쟁으로 보아야 하는 이런 전쟁들. 그리고 그런 전쟁을 종식시키고 만들어질 '좀 더 민주적인 세계'. 그리고 그를 위한 민주주의의 힘의 원천으로서의 다중을 논한다.

그러면 다중이란? 한 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으나, 군중이나 대중같은 획일화되거나 수동적인 주체가 아닌, 다양성을 유지하고 있는, 그래서 만인에 의한 만인의 지배라는 법칙을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사회적 주체로서의 '지구 시민'을 일컫는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며 참 흥미로운, 그리고 상징성있는 그런 인류의 구분법이라는 느낌과 함께, 그렇게 분류됨으로 인해 인식될 힘에 대해 새삼 몸을 흠칫했다. 꽃은 꽃으로 불리는 순간에야 꽃이 되는 법이듯, 우리네 인류도 자신이 그럴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에야 그 힘을 인식하는 법이니까.


이 책의 저자, 안토니오 네그리와 마이클 하트는, 이 책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읽고 이해시켜, 결국 탁상공론이 아닌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그래서 60억의 지구 시민들이 자신들의 힘을 자각하고 그것을 실천으로 옮길 것을 촉구하기 위해 최대한 그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그런 그들의 노력은 세익스피어부터 도스토예프스키, 베르톨트 브레히트, 심지어는 스타트랙에 이르기까지. 문화적인 예시와 메타포를 통해 자신들의 사유와 논리를 담는다. 그런 그들의 노력은 비록 굉장히 난해하고 쉽게 잡히지 않는 개념적인 내용들을 좀 더 흥미롭게 읽고 내 것으로 소화시킬 수 있는 그런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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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설명은 수많은 예시들로 현학을 넘어낸다. 그렇게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시 한 편은 개념에 대한 이해를 돕는 좋은 안내자가 된다


하 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쉽지만은 않다. 총 500 페이지에 달하는 본문과 100페이지 정도의 주석들을 따라 읽는 '다중'에의 대장정은 한 번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 다 읽고 책을 덮은 후에도 그 개념은 결코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단지 그가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었는가에 대한 어렴풋한 이미지가 떠오르는 정도랄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것은, 이 책이 담고 있는 그 이미지 만으로도 나 자신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가 되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60억분의 1일 뿐인 나 자신이, 어쩌면 한없이 하잘것 없을지도 모를 나 자신이 이 세계에, 이 세계의 정치와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에 대한 막연함. 그런 막연함에 대해 '다중'은 질문을 던진다.
과연 너는 민주주의의 근원으로서 존재하는가. 라는.

책장에 두고, 두고두고 꺼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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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쳐나는 텍스트의 압박은 이 책을 읽는 최고의 압박이었다. 좀 더 읽기 편한 편집이 아쉽지만, 그 압박만 넘긴다면 저자들의 멋진 저작에 찬사를 내놓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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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꺼이 길을 잃어라 - 시각장애인 마이크 메이의 빛을 향한 모험과 도전
로버트 커슨 지음, 김희진 옮김 / 열음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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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당수에 몸을 던졌지만, 결국 살아돌아온 심청 앞에서 심학규는 눈을 떴다. 그리고 너무나 행복하게 '청아!'를 부르며 행복의 결말을 맞는다. 마치 영원히 행복할 것만 같은. 그러나, 그 이후 눈을 뜬 심학규, 심봉사의 뒷이야기는 과연 행복했을까?

'기꺼이 길을 잃어라'는 세 살 때 시력을 잃은 시각장애자 마이크 메이의 이야기다. 40년 동안 그는 자신의 삶을 시각장애자로서 살아왔고, 수많은 사람들이 인정할 만한 훌륭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왔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이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삶을 살아왔다. 그런 어느날 '줄기세포 이식'이라는 신기술로 '시력을 되찾을 수 있다'라는 놀라운 소식을 듣게 된다. 그리고 한참의 고뇌 속에서 결국 수술을 받고 시력을 되찾는다. 하지만 그에겐 수많은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고, 그는 그 수많은 시련들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겪는다.

'시각장애인이 시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것. 그보다 기뻐할 일이 있을까? 라고 보통 생각하겠지. 물론 나도 그렇게 생각했고. 심청전이 해피 엔딩이라고 인정하는 수많은 사람들처럼. 하지만.


   
  조사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이러한 환자들의 경우, 본느 법을 배우는 데 숱한 어려움이 따랐다. 수술을 받고 빛과 색채라는 근사한 선물을 받은 환자들이 기뻐할 거라고 다들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현실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였다.
마리우스 본 센덴 - 공간과 시각

가장 충격적인 사실 중 하나는 시력을 회복한 환자 대부분이 우울증으로 고생할 뿐만 아니라 다시 앞을 보지 못하던 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행동한다.
알베르토 발보 - 장기간 실명 상태에 있다가 시력을 회복한 사례 연구
 
   


실제적으로 그것을 겪어본 적이 없는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결코 만만한 것은 아니었다. 수많은 시간 동안 그들은 시력을 잃었고, 시력을 되찾는다 해도, 시신경을 통해 전달된 시신호를, 받아들인 뇌가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대한 처리 프로그램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것을 직접 하나하나 만들어가야 한다면 그것은 결코 쉬운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 그렇기에 그런 과정이 유아기에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 않고, 이미 어른이 된 후에 이루어진다면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닌 것이다. 그렇기에 저렇게도 많은 사람들이 그 안에서 고민하고 우울증을 겪고, 앞을 보지 못 했던 시절로 돌아가게 되는 것인가보다. 너무 높은 산에 대한 도전이 결국 포기로 이어지게 되는 것. 겪어보지 못 한 일이기에 그게 어느 정도 높이의, 얼마만큼의 험난함을 간직한 산인지 알 수는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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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메이의 모든 삶은 위의 간단한 네 문장으로 요약된다. 단순하지만 결코 실천하기 쉽지 않은 네 문장으로

이 책의 주인공인 마이크 메이는 눈이 전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자전거를 탔고, 말을 몰았다. 안전지도대원을 했고,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서 공부했다. 활강 스키 세계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CIA에 취직하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름다운 한 여성의 믿음직한 남편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다. 수많은 여성들과 사랑을 나눈 경험이 있기도 하고. 그는 '장님'이다. 그런 입장에서 수많은 여성들과 교제하고 또 결혼할 수 있었던 것은 그런 장애를 뛰어넘을 수 있는 대단함을 보여주었기 때문일 거다. 그리고 실제 그는 그렇게 했고.

그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책의 원문 제목이기도 한 'Crashing Through' 정신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 끝없이 넘어지고, 수없이 다치고 실패해도 그는 일어나서 다시 도전했다. 뚫고 나가는 것. 기꺼이 넘어지고 길을 잃는 것. 그리고 그 길을 만끽하고 즐기는 것. 그가 시각장애인으로서 이만큼의 삶을 이루어낼 수 있는 것에는 그의 어머니인 오리 진 여사가 가르친 이 정신이 가장 큰 역할을 했던 것이다.

그런 그임에도 불구하고 '시력을 찾는 것'은 굉장한 모험이었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부작용에 대한 위험. 하지만 그는 그런 모든 일들을 하나하나 '뚫고 나간다'. 그런 모험 정신이 그의 삶이었던 만큼. 그리고 그것이 자신이 원하는 바였던 것처럼. '기꺼이 길을 잃는 것'은 그의 삶의 모토 아니었는가.

두근거림. 이 책을 한 단어로 요약한다면 두근거림이 아닐까. 한 인간의 삶을 바라보면서 이렇게나 많은 고통을, 이렇게나 많은 도전을 볼 수 있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도전들을, 앞으로 다가올 고통들이 충분히 예견되는 그런 고통들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주인공 마이크 메이의 삶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용기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그리고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도전정신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호기심과 용기, 그리고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였던 마이크 메이에게 찬사를 보낸다. 그리고 '시각장애자'라는, 쉽게 경험할 수 없는 만큼 공감하기도 힘든 소재에 대한 뛰어난 재현과 전개를 통해 공감을 이끌어내준 작가 로버트 커슨에게도. 책을 덮은 이 순간에도 두근거림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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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심봉사는 정말 행복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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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의 스캔들 1
필리파 그레고리 지음, 허윤 옮김 / 현대문화센터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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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인과의 결혼을 위해 국가의 종교를 바꾸다.
이 여인과의 결혼을 위해 이미 있는 왕비를 폐위시키다.
왕의 사랑을 차지하기 위해 친동생을 배신하다.
왕의 사랑을 차지하지만 결국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다.
끝없이 원했던 아들을 낳지 못 하지만 결국 그녀의 딸은 영국 최고의 여왕이 된다.
뉴욕타임즈가 선정한 '천 년 동안 최고의 스캔들'로 선정되다.
국가를 뒤흔든 세기의 사랑...이라는 말이 어울릴까. 혹은 권력에의 탐욕으로 인한 치정의 극치...라는 말이 어울릴까. 이미 한 국가의 종교를 바꾸는 등의 역사적 사건, 무려 6명의 왕비를 들였다거나, 형수와 결혼했다거나, 그 중 몇 명의 왕비가 '처형'되었다거나 하는 굵직굵직한(?) 사건 등을 이유로 참 많이 알려진 헨리 8세의 이야기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역사적인 관점이 아닌, '사랑과 연애'라는 입장에서 그렸다는 점에서 흥미를 끌었다. 게다가 최근 영화가 개봉되었고, 트로이의 '에릭 바나', 레옹의 나탈리 포트만, 진주목걸이의 스칼렛 요한슨 등의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들 덕분에 더욱 관심이 생겨 책과 영화를 모두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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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세 주인공은 각각 사랑, 권력, 욕망을 위해 사랑한다. 각기 다른 색깔의 사랑이 혼재하면서 영국 왕실 전체를 뒤흔드는데...(출처 : 네이버무비(사진), 책 천일의 스캔들(텍스트))


개인적으로 영화를 먼저 보고 후에 책을 읽은 경우에도 이렇게 만족스러운 경우는 참 간만이다. 흔히 책의 전체적인 내러티브의 폭로가 가져오는 재미의 반감은 꽤 큰 것이고, 영화적 연출에 의한 감정 곡선의 규정이 이미 이루어져버리기에 책의 의도와 미묘한 어긋남을 가져오곤 한다. 하지만 이 책의 경우, 각본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필리파 그레고리의 역량 때문일까 영화가 전체적으로 원작에 충실한 채, 약간의 트리밍만을 가미했기 때문일까, 영화는 영화대로 괜찮았고, 그 이후에 읽은 원작 역시 훌륭했다. 한 가문의 영화와 권력을 위해 자신의 딸들을 가문의 계략에 사용하는 가문의 흥망사를 방대하고 상세하게 그려낸 '천일의 스캔들'은 각 장면의 세밀한 묘사와 수 십명의 등장인물이 모두 살아있는 듯한 구성으로 극적이고 아름다운 장면들을 중심으로 그려낸 영화도 재미있었지만, 방대한 분량의 전체적인 스토리를 만끽할 수 있었던 책 역시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영화와는 조금은 다른 느낌의 주인공들의 삶을 따라가면서.

한 가문, 한 나라에 얽힌 사랑의 이야기를 이 정도로 생생하게 그려낼 수 있는 작가의 역량도 놀랍지만, 천년간 최고의 스캔들로 꼽힐 1000일간의 이야기 자체도 매우 흥미롭다. 권력이 인간을 어떤 식으로 바꿀 수 있으며, 그렇게 바뀐 인간들의 모습은 어떠하고 또 그 안에서 사랑은 어떻게 피어나는지에 대한 이 한 편의 대서사는 최근 보기 힘든 방대함과 풍부함을 가진 소설이라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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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책 속에 소개된 이 작품의 소재가 된 사건의 역사적인 해설 부분은 꼭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그들이 왜 그런 모습을 보였는지, 어떻게 변해갔는지에 대한 이해를 확실히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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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8세의 여인들 중 이 작품에 등장하는 여인들을 정리했다. (출처:네이버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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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책, 모두 즐길만 하니 이왕이면 둘 다 즐겨보길 추천한다. 개인적으로는 책에 더 무게를 싣고 싶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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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이지만... 이 영화를 '에로'로 표기하는 건 좀....(출처:Yes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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