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이 인 더 시티
신윤동욱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사용자 삽입 이미지

책 표지를 보고 칙릿(Chick-lit)을 떠올렸다면 오산이다. 예쁜 표지와 그야말로 상반되는 이야기들로 가득한 책이 바로 이 '플라이 인 더 시티'다

소수자. 참 우울한 어감이다. 단지 수가 적다는 이유로 많은 부분에서 손해를 봐야 하는 존재. 분명 틀린 게 아니라 다를 뿐임에도, 그리고 바로 그 이유로 배척당하거나 힐난의 대상이 되는 그런 사람들. 분명 나조차도 '어떤' 분야에서는 소수자이고 분명 어떤 사람이든 소수자 취급을 받는 분야가 있을 터인데 우리들은 너무나 쉽게 그것을 잊는다. 그리고 다수자로서 소수자를 핍박하곤 한다.

그렇기에 소수자들은 대부분 조용하다. 목소리를 내보고 또 내보아도 결국은 조용해진다. 결국은 귀찮음이 앞서게 되니까. 다수자들에게 인정받으려고 매번 노력하는 것에 지쳐버리니까. 수많은 다수자들에게 자신을 설명하는 수고로움을 겪는 것보다는 그저 조용히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이 편한 상황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이 책의 저자인 신윤동욱 마저도 이 책 내에서 그런 소수자의 괴로움을 피력한다. 자신의 이름부터 그렇다. 부모님 양쪽의 성을 모두 쓰는 것. 왜 그렇게 이름을 쓰는지에 대해 매번 설명하고, 석자 혹은 두자 이름에만 익숙한 사람들이기에 항상 이름이 '신윤동'으로 인식되기 일쑤인 상황들... 비단 다수자들에게서의 반응이 핍박이 아니라 흥미나 호의인 경우라도 똑같은 노력에 대해 지쳐버리게 되는 것은 매한가지다. 그리고 그렇게 조용하게 자신의 길을 걷게 되고.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인 신윤동욱은 조금 다르다. 분명 굉장히 여러 분야에서 소수자로서의 삶을, 취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솔직'하게 자신의 것들을 이야기한다. 다른 사람들의 반발이나 거부 반응이 생겨날, 그래서 점점 귀찮아질 그런 것들에 대해서마저도 용감하게 자신의 의견, 자신의 취향을 피력한다. 그리고 이 책은 바로 그런 저자의 솔직한 글들로 가득한 그런 컬럼집이다.
특히 눈에 띄는 몇몇 소재들은 그 자체만 하더라도 벌써 다수자들이 일어설 판이다. 동성연애자(또는 동성애자), 북쪽 사람들, 대마초, 원 나잇 스탠드, 쇼핑 중독 등등. 그리고 그 소재에 대한 입장 표명 역시 마찬가지다. 거칠 것 없는 그의 글 속에서는 자신이 30대 중반의 '쇼핑 중독자'라는 것이나 실제로 이태원의 클럽에서 '원 나잇 스탠드'의 직전까지 갔던 일들, 각종 사건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에 대한 혹독한 비판 등등을 거리낌없이 풀어놓는다. 만일 나라면 다시 한 번 망설이고, 결국은 꺼내놓지 않을 그런 '솔직한' 글들을 말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의 글들은 더 읽을만 하다. 쉽게 읽을 수 없는 글이기도 하거니와, 그런 그의 솔직한 자기 생각의 토로이기에 더욱 그 생명력을 가지니까.
그리고 또 하나, 솔직히 이 책에 실린 모든 취향, 소재에 대해 관심이 있거나 공감하는 것도 아니며, 그의 생각에 대해서도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적어도 틀린 말은 하나도 없다.

세상엔 언제나 소수자가 필요한 법이다. 시대는 변하기 마련이고 그럼에 따라 오히려 소수자가 다수자가 되는 상황도 벌어지기 마련이다. 그런 상황에서 그런 기회조차 사라진다면 그 사회는 그야말로 삭막하지 않겠는가. 그와 함께 좀 더 다양하고, 좀 더 풍부한 세계도 사라지겠지.
그런 의미에서 힘들지만 솔직하게 그리고 담백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저자같은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 뒤에 서서 조용히 응원을 보내는 소수자들이 힘을 얻는 것은, 자신과 같은 색깔의, 혹은 자신을 이해해주는 그런 소수자들로부터일테니.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예쁘게 찍고 편집된 사진들. 하지만 아마 당신이 이 사진을 보고 연상한 글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보게 될 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EO와 경쟁하라
김도연 지음 / 브리즈(토네이도)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사용자 삽입 이미지
'라이벌'을 삼는다는 것. 그것만큼 중요한 일도 없다. 자신이 발전하고 싶은 분야에서 라이벌이라는 존재는 경쟁과 협력을 반복하면서 자기 발전을 일으켜주므로, '멘토'만큼이나 중요한 요소인 것은 당연하며(실제로 라이벌과 멘토의 경계선이 애매하게 영향을 주는 경우도 많다), 그 라이벌이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그 효과가 확연히 달라진다. 어떤 부분에서 그가 나의 라이벌인지, 그 부분에서 그가 갖고 있는 역량이 나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혹시 너무나 차이가 있어 좌절하게 되거나, 혹은 너무 만만해서(?) 나 자신이 너무 쉽게 안주하게 되지 않는지 등.

이 책 'CEO와 경쟁하라'는 그런 라이벌을 'CEO'에 국한하라고 한다. 동료나 상사, 후배와의 경쟁에서 벗어나 나 자신의 라이벌은 오직 CEO 뿐이라고 생각하라는 것. 그렇게 CEO를 라이벌로 삼아, CEO처럼 생각하고 CEO처럼 실행해야만 나 자신의 경쟁력은 제대로 올라간다는 그런 이야기다.
실제로 'CEO처럼 행동하고 CEO처럼 일하는 오너형 샐러리맨'의 개념은 이전에 몇몇 책들(북인의 '황금감자를 캐라' 등)에서 본 적이 있지만 '경쟁하자'라는 느낌은 좀 더 본격적인 느낌이랄까? 문화일보의 기자인 저자는 이런 개념을 갖고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 전문가(전문 CEO부터 헤드헌터, 자기계발전문가, 조사기관, 학계 등등) 50인을 취재해 'CEO를 향해 뛰는 직장인'들을 향한 그들의 뛰어난 노하우를 정리해 기획기사로 연재했다. 그리고 이 책은 그 기획기사를 정리하고 추가한 일종의 '정수'이고.

마치 제목만 보면 'CEO가 되는 방법'을 기술한 책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 책은  'CEO를 향해 뛰는 직장인'을 타겟으로 한 책이고 그렇기 때문에 실질적인 책의 의도는 '뛰어난 직장인'에 맞춰져 있다. 즉, 자기관리나 뛰어난 비즈니스맨이 되는 법 등등은 물론, 좀 더 연봉을 제대로 받아내는 법이나 경력 관리, 상사와의 관계 유지법, 보고서 작성, 이직에 대한 이야기 등, 그야말로 '직장생활'에 초점을 맞춰 상당한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그리고 그 내용들은 상당히 방대하면서도 전문적이다. 그도 그럴것이 수많은 전문가들의 의견들, 혹은 자료들을 기반으로 정리된 책이기 때문. 어떻게 생각하면 '수많은 자기계발서의 엣센스를 모아놓은 책'이랄까. 덕분에 책을 다 읽는 동안 그 동안 읽어왔던 수많은 자기계발서들이 하나하나 정리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만큼이나 이 책 속에 담긴 내용들은 참 많고 또 정리된 느낌이다. 하지만 그만큼이나 그저 '노하우'를 정리해놓았다는 반대적인 입장도 느껴진다. 즉 단 하나의 내용으로 한 권을 장식하는 '깨달음이 있는 자기계발서'같은 그런 설득력은 부족하다는 것. 당연히 책의 컨셉이 그런 것이니 이런 깨달음까지 바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겠지만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분명 짧고 간략하게 정리된 '좋은 이야기들'을 어떻게 하면 더 잘 흡수할 수 있을지, 혹은 곁에 두고 자주 들춰보며 자신의 현재 상황을 비교해보면서 어떻게 하면 좀 더 뛰어난 직장인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해보는 일종의 '체크리스트'로서 읽어야 할 그런 책이라는 느낌이다. 그리고 그런 책으로서 굉장히 탁월한 책이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책 한 권에 들어있을만한 분량의 핵심기술이 한 페이지로 요약되어 있다. 그만큼이나 참 많은 내용이 담긴 책이다

이 책에 담긴 수많은 리스트들을 하나하나 읽으며 자신이 과연 정말 제대로 직장인 생활을 하고 있는지 한 번쯤은 체크해보길 권한다. CEO가 될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런 직장인이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런 책에 관심을 둘 사람들 중에서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펀을 잡아라 Catch the F.U.N.
진수 테리 지음 / 김영사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사용자 삽입 이미지

책을 다 읽고 나서 괜시리 이 책의 표지를 탓했다. 솔직히 이 표지를 처음 봤을 때 '웬 레크레이션 강사 아주머니의 이야기인가?'라고 느꼈으니까.

사람의 삶처럼 드라마틱한 것이 또 있을까. 최근 읽은 몇 권의 책들이 나에게 사람의 삶이란 얼마나 드라마틱하며, 그리고 그런 드라마틱한 삶 속에 담긴 짜릿짜릿한 에너지의 가치를 새삼 느끼게 해 준다. 다만, 앞의 생각에는 하나의 단서가 붙어야겠지. '움직이는'이라는.
이 책의 작가 '진수 테리'는 어쩌면 굉장히 우직한, 한국의 전형적인 우등생 스타일이었던 것 같다. 열심히 공부했고, 그렇게 공부해서 좋은 직장을 얻으려 했고. 하지만 그렇지 못하자 또 공부했고 석사 학위를 땄다. 그래도 좋은 직장을 얻지 못 하자 또 공부해서 박사 학위를 땄다. 그래서 결국 좋은 직장을 얻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7년간 한 회사에서 정말 열심히 일했고 그 결과 회사에 높은 성과를 가져다 주었다. 하지만 왠걸? 회사에서는 그녀를 해고해버렸다. 왜냐고? 놀랍게도 그 이유는 '재미가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에 충격을 받은 '재미없는' 진수 테리는 세계 최고의 '펀 경영' 컨설턴트가 되었다. 놀랍지 않은가?
'영어를 못 해서 영어를 가르쳐주는 스피치 클럽을 만들고, 비즈니스 능력과 리더십이 부족해서 비즈니스 트레이너로 활동하고, 재미가 없었으니 재미있게 경영하는 펀 경영 컨설턴트'가 된다'라. 이거 참 재미있는 일이다. 말조다 힘들게 들린다. 저자 왈 '쉽게 말하면 맞불작전이고 우아하게 말하면 역발상'이라는데. 믿기 힘든 일이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그렇게 한 저자가, 자신의 생각을 담아낸 책을 내가 읽고 있으니 믿지 않을 재간이 있나.

사용자 삽입 이미지

F.U.N 경영은 재미, 독창성, 보살피기 의 세 가지로 이루어진다. 쉽지..만 쉽지 않은 그런 느낌?


그런 그녀가 전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F.U.N'은 위의 사진과 같은 개념이다. 읽고 난 느낌은 '모든 직원이 즐겁게 일하는 회사를 만들자'라는 느낌? 누구나 알고 있지만 결코 실현하기는 쉽지 않은 그런 개념을 어떻게 하면 적용할 수 있을까...라는 것의 진수 테리식 실현 방안인 셈이다. 리더 자체가 즐겁게 일하며, 모든 사람이 즐겁게 일하게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그런 회사의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그런 방법을 이야기하는 그녀는 '리더는 치어리더가 되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자기 자신이 최고의 인재라고 느끼고 그런 인재가 가득한 회사에서 일할 수 있는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주자는 것. 이런 개념 자체가 그녀만의 것은 아니고 다른 책에서도 몇 번 비슷한 이야기를 본 적이 있긴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는 더 특별하게 여겨졌던 것은 그녀 자체가 너무나 재미있게, 자신있게 살아가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사막 여행을 사랑하고, 자동차 강도를 당했음에도 '와 다행이다'라고 외칠 수 있으며, '랩 음반'을 내는 40대의 아주머니인 그녀. 정말 재미있게 살아가는 분 아닌가? 게다가 실제로 그녀가 경영하고 있는 AGC라는 회사가 그런 회사이기도 하고.
정말 그런 회사라면 나 자신도 너무나 다니고 싶을 것 같은 그런 욕구가 생긴다. 그리고 나 자신이 나중에 그런 회사를 만들고 싶은 욕구도 함께.

여기에 그녀가 인정받는 점이자 그녀의 강점 하나 더. 바로 자신의 컴플렉스를 기회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녀는 분명 세계적으로 '소수민족'이라 할 수 있는 한국인이다. 그리고 영어도 잘 못 하고(실제로 DVD에 등장한 그녀는 아직도 유창한 영어라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런 컴플렉스를 이용해 '소수민족 직원들과 융화하는 방법'이라든지, '글로벌한 회사의 경영법'같은 방향으로 특화시켰다. 자신이 영어를 잘 못 하니까 겪을 수 있는 그런 노하우같은 것들을 F.U.N 경영에 접목시키면서 장점으로 승화시키는. 앞에서도 말했지만 '쉽게 말하면 맞불작전이고 우아하게 말하면 역발상'인 셈인데 참 훌륭한 마인드의 전환이 아닐 수 없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실제로 'Fun' 경영을 실현하고 있는 회사들. Google은 실제로도 그런 경영방식이 굉장히 유명하기도 하다. 이 책에 의하면 '재료를 마음대로 쓰는' Google의 사내 식당은 그저 빙산의 일각이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이런 그녀의 마인드 부분을 더 흥미롭게 읽었다. 간단하게 말하면 '긍정적인 사고방식'의 완성형이랄까. 정말 요즘 들어서는 지긋지긋하게 듣는 흔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결코 그녀의 이야기는 식상하지 않았다. 힘들지만 꿋꿋한 삶을 살아온 사람이 낼 수 있는 목소리로 들려주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의 이야기는 오히려 새로왔다. 그리고 나 자신조차도 지금까지 인식하지 못 했던 것 하나를 발견하게 해 주었기도 하고. 바로 나 자신의 '글로벌' 개념 말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성공,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그녀는 한국이 만들어낸 '펀 프로덕트'라고 자기 자신을 이야기했고, 자신이 '한국인이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 자신이 '글로벌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하고 있지 않았다. '난 못 돼'가 아니라 그런 개념 자체를 생각해본 적이 없달까. 그런 나에게 '한국이 만들어낸 또 한 명의 자랑스러운 펀 프로덕트가 되자'라는 또 하나의 목표를 만들어준 것만으로도 이 책은 나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펀 경영'보다 '펀 라이프 매니징'을 먼저 해야 한다는 그녀의 이야기에 너무나 동감하며 '곁에 두고 자주 뒤적일' 자기계발서 한 권을 더 건진 느낌이다.  
Catch the FUN, enjoy Global Success!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각 장의 뒷부분에 있는 F.U.N. 팁 코너. 이런 팁이 있는 책들은 참 많지만 이렇게 요긴한 느낌의 팁들을 준 책은 간만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동봉된 DVD에는 한 마디 해야겠다. 솔직히 책을 읽고 굉장히 인상적이어서 기대를 참 많이 하고 봤는데, '펀 경영 강연'이 아니라 '강연 홍보 영상' 정도의 느낌? 물론 비싼 강연 컨텐츠를 날로 먹고 싶다는 말은 아니지만 이 정도라면 '강연 하이라이트'라든지 하는 이름이었다면 적어도 실망하지는 않았을텐데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민희, 치즈에 빠져 유럽을 누비다 - 파리 뒷골목 치즈 가게에서 스위스 산골 농장까지
이민희 지음 / 고즈윈 / 200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래, 이쯤하면 됐지?'
자신 안의 자신이 걸어온 말 한 마디에 서른 살 생일날 아침 사직서를 낸 그녀.
그렇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치즈 문화를 담은 책을 내겠다는) 5개월간의 치즈여행을 떠났다. 그렇게 나온 것이 바로 이 책.


치즈를 참 좋아한다.
치즈 그 자체로서 먹는 치즈도 좋고 음식 속에 녹아든 치즈도 좋고. 와인과 함께 먹는 치즈도 좋다. 그래서 정말 표지만 보고 고른 책. 그러고나서야 이 책이 씌여진 이유를 알고 다시 한 번 놀란 책.
한 번의 유럽 여행. 그 여행 동안 보고 들었던 그 수많았던 문화 유적들보다 치즈가 더 좋았던 그녀. 그래서 그녀는 누가 보아도 무모할 만한 그런 '치즈 취재 여행'을 떠났고, 이 책을 잡는 순간 나는 이 책에, 그리고 그녀의 여행에 빠져들어 버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녀는 전에 다니던 회사 생활에서 사진 실력을 쌓았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아니면 그녀의 치즈에 대한 애정 때문일까. 그녀의 사진은 참 따뜻하고 그 안의 치즈들은 빛을 낸다


불어조차 잘 못 하는 그녀, 운전 실력도 그다지, 치즈에 대한 지식도 그다지, 프랑스나 스위스에 대한 지식도 그다지(죄송합니다)인 그녀.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즈에 관한 책을 쓰겠다는 열정 하나로 프랑스로 날아간 그녀의 일기식 여행기인 이 책은 책 전반에 걸쳐 치즈에 대한 그녀의 사랑이 담뿍 담겨있다. 그 덕에 이래저래 몇몇 지역에서의 치즈 취재 실패도 '뭐야, 취재라며 이 치즈에 관한 이야기는 그저 실패인거야? '라는 불만보다 오히려 걱정과 우려가 느껴질 정도다. 그런 옆에서 보기에 애정이 가는 그런 또 하나의 동반자로서 책을 읽어나갔다. 아마 그것은 나의 치즈에 대한 열정도 한 몫을 했던 듯 싶고. 그리고 그녀의 세심한(그리고 어쩌면 처절한) 글솜씨와 좌충우돌하는 실수 속에서 가끔은 웃음을, 가끔은 아쉬움을 함께 느끼며 그녀의 여행을 즐겼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진다. 첫번째는 그녀가 파리에 묵을 때 돌아다녔던 수많은 시장, 그리고 그 시장 속에서 만났던 치즈 이야기들. 프랑스에서는 치즈가 문화라는 것을 몇몇 책들, 그리고 다른 정보를 통해 이미 알고 있었지만, 막상 각종 시장마다 즐비한 치즈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새삼스럽게 그런 치즈 문화를 좀 더 진하게 느낄 수 있었고, 또한 '시장', 그리고 '치즈 구매' 부분에 대한 이야기였기에 시장의 분위기와 치즈의 맛에 더 집중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실제 그 시장의 위치 역시 표시해주어 '나중에 파리에 가면 꼭 가봐야지'라는 생각도 여러번 하게 되었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시장 소개의 마지막은 항상 그 치즈 가게가 있는 위치, 그리고 간단한 정보로 마무리하고 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이른바 '치즈 로드 무비'랄까. 프랑스와 스위스의 다양한 치즈 마을들을 직접 돌아다니며 겪은 수많은 경험들. 처음 가본 타국에서 친구를 사귀기도 하고, 융숭한 대접을 받기도 하며, 오히려 매몰차게 거절을 하기도 하고, 노숙에 지쳐 졸음 운전에 사고가 날 뻔 하는 등 수많은 실수와 또 행운 속에서 진행된 그녀의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엥?) 치즈 찾아 삼만리가 진행된다. 개인적으로는 이 파트가 더 마음에 들었다. 프랑스와 스위스의 여러 치즈 마을의 이야기들에는 치즈에 대한 그녀의 사랑, 그리고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이 잔뜩 녹아들어 있었으며 그 안에서 나 자신의 치즈에 대한 관심도 너 높아지는 느낌이랄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시골 인심은 어디나 같은걸까. 생면부지의 동양인에게 대하는 훈훈한 인심에 내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느낌을 여러 번 받을 수 있었다. 부럽다는 느낌도 함꼐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치즈에 대한 '두터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치즈에 대한 '지식'은 부족한 이 책의 단점을 어느 정도 매꿔주는 '팁' 코너. 치즈에 대한 좀 더 본격적인 지식들을 정리해서 전해준다

수많은 치즈 사진들을 즐기며 읽는 동안 '아 벌써 다 끝이야?'라면서 아쉬움 속에서 책장을 덮었다. 비록 조금은 '좀 더 계획적인 여행을 통해 좀 더 많은 내용을 전해주었으면'하는 아쉬움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었지만 그게 책에 대한 아쉬움으로 남지 않았던 것은 어쩌면 이 책을 바탕으로 좀 더 완성된 '두 번째' 여행을 내가 하고 싶다는 욕구가 끓어올랐기 때문일거다. 그리고 그런 욕구를 끓어오르게 할 만큼이나 이 책은 참 즐겁게 읽었던 것이 사실이고. 다만 더 아쉬웠던 것은 이 책의 마무리다. 자신이 정말 원했던 일 하나를 해낸 그녀. 그런만큼이나 이 일을 마쳤을 때 느낀 것도 많았고 나름대로의 치즈에 대한 어떤 '관'도 생겼을 것 같은데 그런 마무리는 너무 약한 느낌이랄까. 좀 더 자신을 정리해서 화룡점정을 찍어주지 않았던, 그냥 담담하게 감사인사로 책을 마무리한 그녀에게 조금은 아쉬움이 남았다. 아직 여행이 끝나지 않은 걸지도. 만약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는 고르곤졸라 치즈를 위해 이탈리아에도 한 번 다녀와주면?(퍽!)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여담이지만 부록으로 제공된 '치즈요리 미니북'은 꽤 아쉽다. 아무리 후반부에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애프터서비스'를 하겠다는 뉘앙스를 남겼다곤 하지만 5개의 요리에 나머지는 빈 페이지는 좀...(너무 부족해요!)



댓글(4)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겟피 2007-08-16 0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치즈 꽤 좋아하는데 이 책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광서방 2007-08-16 15:07   좋아요 0 | URL
아 예, 정말 보기만해도 치즈향이 나는 듯한 책입니다. 한 번 읽어보세요 ~_~

장난스런kiss 2007-08-16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군침이 벌써부터 돌아요.ㅠ 집에 두고온 치즈케익이 몹시 아쉬운 순간입니다. 잘 읽고 가요~^^

광서방 2007-08-20 11:33   좋아요 0 | URL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저는 그 '집에 있으시다는' 치즈케잌이 굉장히 땡기네요(농담입니다).. 정말 이 책 보면 사진에 우선 반한다니까요 ~_~
 
톰 고든을 사랑한 소녀 밀리언셀러 클럽 50
스티븐 킹 지음, 한기찬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스티븐 킹은 공포 소설 작가가 아닙니다. 그는 그저 '스토리 텔링'을 너무나 잘 하는 작가지 공포 소설 작가라 하긴 힘들죠. 그리고 그런 스티븐 킹의 소설 중 '톰 고든을 사랑한 소녀'를 읽어보세요. 그를 알기에, 그리고 그의 스토리 텔링적인 특성을 알기에 이 작품이 좋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톰 고든을 사랑한 소녀'를. 사실 개인적으로 '공포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에 그의 대단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회피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생각해보면 재미있다. 그의 소설이 원작인 '미저리', '그린 마일', '샤이닝', '돌로레스 클레이본' 등의 영화도 봤으면서 유독 그에게 갖고 있는 '공포 소설 작가'라는 코드 하나로 그의 소설을 기피해왔던 것은. 책 읽기를 무척이나 좋아한다고 자부하면서도 말이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읽어가면서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우선 '놀랍고도 열광적으로 공포에 빠져든다'라는 책 뒤를 장식하고 있는 무려, '뉴욕타임즈'의 서평에도 불구하고 하.나.도.무.섭.지.않.았.다.는 것이 무척이나 놀라웠고, 두 번째로 그가 그려내는 '트리샤'라는 캐릭터에 놀랐다. 어쩌면 그렇게도 귀엽고 앙증맞은, 그러면서도 똑똑한 어린아이의 묘사를 맛깔나게 해 내는지. 톰 고든이라는 MLB의 마무리 투수를 흠모하는, 그래서 광활한 숲 속에 혼자 떨어져 있으면서도 '톰 고든의 사인이 담긴 모자'와 '워크맨에서 흘러나오는 그의 경기'를 희망으로 삼아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나가는 트리샤에 대한 묘사도 놀랍거니와 여기에 굶주림, 갈증, 질병 등으로 인해 점점 쇠약해져감에 따라 나타나는 그녀의 공포와 광기, 그리고 그 공포가 실제로 형상화되어 나타나는 구체적인 '존재'에 대한 묘사에는 혀를 휘두를 수밖에 없었다. 과연 이것이 3억부를 팔아낸 베스트셀러 작가의 스토리 텔링인가...라는 것을 확실히 느꼈다는 느낌. 레드 삭스의 팬으로 유명한 스티븐 킹의 '야구 형식을 차용한 소설 구성'은 덤이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책을 읽는 내내 '트리샤'라는 너무나 귀여운, 마치 이런 아이가 내 딸이었으면...하는 마음까지 들게 만드는 귀여운 아홉살박이 아이가 '제발 얼른 저 숲에서 빠져나갔으면' 하는 조마조마함과 불안감, 그리고 연민의 감정만이 가득했다. 그래서 더 흡입력이 크게 느껴지기도 했고. 다코타 패닝 주연의 영화화라면 딱 어울릴 것 같은데 말이지.


책에 관심있으신 분들은 다음 웹툰도 필독! 앙증맞은 그림체와 '둘리 엄마'가 압권
[웹툰] 스티븐 킹의 『톰 고든을 사랑한 소녀』 by 원사운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