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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쓰는 남자 - 헤븐 조선을 꿈꾸다
채종은 지음 / 지식과감성# / 2018년 12월
평점 :
"이것이 세상 사람들의 호평을 사기 위한 것이었다면, 나는 자신을 좀더 잘 장식하고 조심스레 연구해서 내보였을 것이다.모두들 여기 생긴 그대로의 자연스럽고 평범하고 꾸밈없는 나를 보아 주기 바란다.왜냐하면 내가 묘사하는 것은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몽테뉴, <몽테뉴 수상록1>(동서문화사, 2016) - 이 책을 읽는 이에게]
인디언, 독일계, 프랑스계의 혼혈이자 소설가인 루이스 어드리크는 본인이 아웃사이더이며 이방인으로서의 관점은 작가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했다.이 책의 저자 역시 직업이 없고, 연애를 14년째 안 하고 있다.더군다나 남자가 양산을 쓰고 다닌다고 하니 아무리 엄격한 잣대로 보더라도 아웃사이더로 봐야 한다.저자는 아웃사이더의 관점을 가지고 있지만 부동산, 의료사고, 법과 경제 공부 등 우리에게 친숙한 주제를 다룬다.자신의 경험과 의견을 가감없이 이야기하고 있다.
인생은 짧고 세상은 넓다.내가 직접 경험한 것 이외의 일들에 대해 배우고 싶다면 독서가 필요하다.또한 독서는 개인적이고 정적이다.고요한 환경 속에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싶다면 독서가 제격이다.이 책은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다.또한 책의 내용에 동의하지 않을 수는 있겠지만 본인의 삶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인 만큼 분명 가치가 있다.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써나가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전문지식이나 문학적 조예를 배우기는 어렵겠지만 수필로서의 역할은 충분히 한다.
우리는 남이 가는 길을 가기 위해 아둥바둥하고 있다.못 쫓아가면 자책한다.잘 쫓아가도 이게 내가 원한 길인가 후회하는 경우가 다반사다.그러다보니 개인에게는 우울 등 정신질환이 증가하고, 사회에는 비관주의가 팽배한다.그런 분위기를 잘 나타내는 표현이 헬조선이다.사회적 노력을 통해 이것을 개선할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저자처럼 여유와 나름의 주관을 갖추고 사는 것이 개인의 행복에는 필수적이다.마음의 여유는 바깥 환경과 달리 내 마음먹기에 달렸다.저자는 중년의 남성이지만 막대사탕을 먹고, 양산을 쓰며, 개인주의적이다.우울함을 피하고 헤븐조선을 이야기한다.이런 사람도 우리 사회에 하나쯤은 있어야 할 것이다.
"사람들은 시골이나 해변이나 산속에서 혼자 조용히 물러나 쉴 수 있는 곳을 갖기를 원하고, 너도 그런 곳을 무척 그리워하곤 한다.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너무나 어리석은 짓이다.너는 네 자신이 원할 때마다 그 즉시 네 자신 속으로 물러나서 쉴 수 있기 때문이다.사람이 모든 근심과 걱정에서 벗어나서 고요하고 평안하게 쉬기에는 자신의 정신보다 더 좋은 곳이 없다."[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현대지성, 2018), 68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