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이 세계라면 - 분투하고 경합하며 전복되는 우리 몸을 둘러싼 지식의 사회사
김승섭 지음 / 동아시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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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에 차별과 불평등이 항상 존재했던 만큼 우리 몸에 대한 인식에도 그런 차별과 불평등은 존재했다.몸에 대한 연구와 조치는 모두 남성이나 백인 같은 기득권 성, 인종을 우선해서 이뤄졌다.성적 불평등으로 인해 의료를 못 받는 일은 이제 많이 사라졌지만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해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아직 남아있다.이 책은 이런 역사와 작금의 현실을 짚고 있다.우리 몸에 대한 지식은 여러 시선들의 경합 끝에 나온 것인데 이중에서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시선이다.아프지만 병원에 가지 못하고 분투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주는 책이고, 의학자 혹은 보건학자답지 않게 역사에 밝은 책이다.조선시대나 중세 유럽은 물론 오래 전의 역사에 대해서도 데이터 근거에 충실하게 서술하고 있다.


우리의 시선에 들어오지 않은 혹은 그저 구경거리로만 여겨지는 사람들의 삶 역시 소중한 만큼 그들에게 필요한 지식도 생산해야 한다.기존 과학, 과학자들의 권력에 맞서 도전장을 내밀고 차별받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과학자들이 있다.과학은 새로운 질문과 끊임없는 검증의 체계라서 그런 도전이 가능했다.이렇게 과학이 변화하는 역사적 맥락을 읽어야 하고, 그 과학자들의 성과가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사회적 과정도 살펴봐야 한다.또 자본을 가진 사람들이 지식의 생산구조에 영향을 미치는지 역시 감시해야 한다.지금의 상식이 왜곡된 것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이 책은 그런 일을 수행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담고 있다.또 우리가 다른 사람들의 몸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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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보는, 청소년 인문학
경상대학교 인문학국책사업단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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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자살 등 청소년들의 일탈이 계속 문제되고 있다.여러 제도적 대책들이 논의되지만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것은 인성교육이다.그 인성교육의 핵심적인 내용은 인문학 교육이다.인간, 세상, 인생을 공부하게 해서 나를 제대로 파악하고 다른 사람과의 조화로운 관계를 맺게 하는 것이다.부모님의 사랑이 간섭으로 느껴지고, 선생님의 가르침이 잔소리로 들리기 시작할 청소년 시기에 사람에 대해 공부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아이와 어른 사이에 끼여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시기인 만큼 사람이 어떤 존재이며 어떻게, 왜 살아야 하는가를 가르쳐줄 필요가 크다.


청소년기에는 또래의 영향이 커지기 때문에 관계의 중요성도 커진다.부모님이나 선생님처럼 그 아이를 위해 헌신하는 존재가 아니라 서로 헌신하며 박자를 맞춰가야 하는 친구 사이는 쉽지 않다.또 이성친구가 눈에 들어올 시기라서 건전한 이성관계를 알려줄 필요도 생긴다.


최근 많이 문제가 되고 있는 스마트폰 중독 문화도 책에서 잘 다뤘다.아이들 뿐만 아니러 어른들도 스마트폰을 적절하게 관리하는데 실패하고 도구인 스마트폰을 제대로 다루지 못해 일상이 망가지는 경우가 꽤 있다.선생님, 부모님을 포함한 어른들이 스마트폰 문제에 모범을 보이고 활용법에 대해 교육해야 한다.아이돌을 보고 따라하는 춤이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그들의 감정과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몸짓이 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또 게임을 무조건 배척하지 말고 아이들의 문화로 인정한 다음 터놓고 대화를 나눠야 한다.


어른들이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터부시하는 돈 문제를 영화로 재밌게 풀어낸 것이 좋았다.적재적소에 영화를 활용해서 돈에 대해 가르친다.책에서는 공부, 진로 같은 전통적인 문제는 물론 인공지능과 같은 최근의 문제와 여행 같은 일상의 문제까지 잘 풀어내고 있다.인공지능으로 미래가 바뀐다고 하는데 그 미래의 변화에 가장 직접적이고 많은 영향을 받는 것은 아이들이다.또 시험이 끝난 후 혹은 방학을 이용해서 여행하는 청소년들도 많은 만큼 좋은 주제 선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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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과학 - 복잡한 세상의 연결고리를 읽는 통계물리학의 경이로움
김범준 지음 / 동아시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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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에게 최선의 선택이 사회적으로는 최선이 아닐 수 있다는 말을 고등학교 사회 시간에 배운 기억이 있다.대부분의 사람들은 각자 최선의 선택을 하고 나름의 선의를 가지고 살지만 내 행동이 복잡한 인간세상에서는 예측하지 못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사람 세명이 모이면 호랑이도 만들어낸다는 말이 있듯이 사람들 사이의 의사소통은 과장, 오해, 왜곡을 불러일으킨다.우리들 사이의 연결고리가 좋은 방향으로 작용되는 경우도 많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도 찾기 어렵지 않다.저자인 김범준 교수는 통계물리학을 전공하고 복잡계에 대해 연구, 강의한다.복잡계라는 것은 이런 인간세상의 특성에 대한 이야기다.이 복잡계라는 것은 단순히 인간세상만의 문제가 아니라 나비효과라는 말로도 알 수 있듯이 자연에서도 나타난다.

함께 사는 공동체에서 우리들과 우리들의 행동이라는 구성요소가 상호작용하는 모습은 보통 인문학이나 사회과학의 영역이었다.물리학은 자연과학인데 물리학적 관점에서도 사람들의 관계에 대해 연구한다니 신기했다.심리학이 인문학, 사회과학이지만 자연과학적 방법론을 많이 쓰듯이 이제 학문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여러 학문들이 넘나들며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이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사람들이 사회 속에서 하는 행동이 의도치 않은 결과를 창발하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사람들 사이의 관계에서 자주 빚어지는 오해와 집단주의 역시 과학적으로 측정이 가능하다.우정을 포함하는 인간관계를 수학적, 과학적으로 풀어볼 수 있다니 새롭다.장님 코끼리 만진다는 말처럼 어떤 한 부분만 파고들면 오히려 대상의 전체적인 모습을 오독할 수 있다.그런 면에서 통계물리학, 복잡계는 전체적인 모습을 짚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복잡한 세상을 재밌게 관찰하는 일에도 통계물리학을 포함한 이 책이 도움을 준다.우리가 피상적으로 이해하고 있거나 아니면 개인적인 추측만으로 이야기하는 사회문화적 이슈에 대해 이 책은 통계를 근거로, 과학적인 분석 결과를 내놓는다.시간이나 존재 같은 물리학의 기본적인 연구대상에 대해서도 언급하는데, 미래에 대한 기대보다 우려가 더 커지고 있는 지금 읽을 필요가 있는 부분이 아닐까.변화가 빨라지고 다양해지면서 세상이 더 복잡해지고 있다.학문도 세분화되었기 때문에 전문가라고 해도 우리의 미래에 대해 단언할 수 없다.이럴 때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되 전체적인 그림을 보는 시야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이 책이 그런 시야를 갖추는데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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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디
코트니 서머스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시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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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여자 아이의 진실, 남겨진 가족의 이야기, 여성들의 삶을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이 읽어야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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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피쉬
대니얼 월리스 지음, 장영희 옮김 / 동아시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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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아버지는 동물과 말을 할 수 있다고 했다.(중략)그는 동물들만의 특별한 언어를 알고 있었다.그에게는 그런 재주가 있었다."(17페이지)


"아버지에게 죽음은 최악의 것이었다.물론 이 말이 이상하게 들린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최악의 것이기 때문이다.그러나 아버지에게는 특히 더 끔찍했다.지상에서의 그의 기능을 앗아가는 병이 점점 심해지던 순간, 죽음을 준비하는 마지막 몇 년 간은 더욱 그러했다.비록 그에게 그 시간이 다음 생을 위해서는 이로웠을지라도 말이다.더 나쁜 것은 그가 늘 집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그는 그것을 너무나도 싫어했다."(27페이지)


"모든 것들이 별로 중요하지 않게 느껴진다.이젠 '위대한 사람'이라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겠어.음, 위대해지기 위해서는 어떤 전제 조건이 필요한지, 윌리엄, 너는?"

(중략) 

"한 남자가 자기 아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면, 그 사람은 위대해하다고 해도 좋지 않을까요?"

"아버지가 위대함의 망토를 입을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이것뿐이었다.아버지는 그 위대함을 더 넓은 세상에서 추구했지만, 놀랍게도 그것은 내내 바로 여기, 집에 있었던 건지도 몰랐다."(37~38페이지)


"그는 자신이 갖고 있는 성향 중 내게 물려주고 싶은 덕목들의 목록을 만들었다.

인내

야망

좋은 성품

낙천성

지적 능력

상상력

그는 이것을 슈퍼마켓에서 주는 누런 봉투 뒤에 적어놓았다.전에는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 그 덕목들이 필요했지만, 이제 그 덕목들은 아무런 보상 없이 나와 함께 나누고 싶은 것들이었다.갑자기 그는 내가 빈손으로 이 세상에 왔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기회인지, 그리고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깨달았다.내 눈을 들여다보면서 그는 끝없이 광활한 공간을 봤고, 그 공간을 채우고 싶은 욕망을 봤다.그리고 나를 채우는 일은 아버지인 자신의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174~175페이지)


이 책은 아버지에 대한 책이면서 저자의 장편 데뷔작이다.데뷔작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풍성한 이야기를 담고 있고,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바뀌는 시점 속에서도 이야기가 탄탄하게 연결되어 있다.아버지 세대의 생활상이 잘 그려져 있고, 비록 자주 떠나서 집에는 별로 없었던 아버지지만 그에 대한 추억도 듬뿍 담겨있다.많은 경험을 한 이야기꾼인 아버지 덕분에 같이 있던 시간의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책의 이야기는 끝이 없다.책에도 나오는 이야기지만 어떤 사람의 이야기가 전해지면 그 사람은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이 책의 아버지 역시 계속 남아있을 것이다.또 허황되면서도 재치 있는 유머가 진지한 대화를 방해할 수 있지만 어쩌면 그런 유머야말로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가정에 소홀했던 아버지의 회고가 대중매체에서 많이 다뤄진다.이 책 역시 노쇠하고 삶의 끝에 선 아버지가 아들과 대화하는 책이지만 보다 유머러스하고 (비록 사망을 목전에 둔 상황이지만) 다정한 분위기로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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