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의 눈으로 3.1운동을 보다
강경석 외 지음, 이기훈 기획 / 창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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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카는 역사가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했다.역사는 단순히 기록에만 남아 있는 과거가 아니라 우리에게 교훈과 의미를 주는 대상이다.또 역사는 근본적으로 인간의 기억과 관련되어 있다.근래의 심리학 연구에서 밝혀졌다시피 인간의 기억은 보고 들은 것을 순수하게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과거와 현재에 영향을 받는다.또 그것이 정치적,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건일 경우 정치권력과 이념까지 그 기억을 자신들의 뜻에 맞게 바꾸려고 손을 뻗는다.3.1운동이 현재의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으며 3.1운동에 대한 기억은 지난 100년 동안 어떻게 변해왔는가.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좋은 대답이다.

 

3.1운동은 나라의 주인이 백성이라는 것 그리고 독립은 조선왕조의 부활이 아니라는 것을 만천하에 알렸다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독립은 한민족의 나라를 세우겠다는 것이었다.민주주의, 공화주의, 민족주의의 정신이 잘 드러난다.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민주주의, 나라가 개인의 것이 아니라는 공화주의, 같은 언어와 역사를 가진 사람들과의 관계를 강조하는 민족주의 이 3가지는 지난 촛불시위에서도 보여진 사상들이다.3.1운동 100주년이 더 특별하게 여겨지는 이유는 평화적인 정치적 항의가 성공한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이다.그것이 3.1운동이 가지는 의미의 현재성이다.

 

3.1운동과 관련해서 특기할 일은 매체와 관련된 일이 아닐까.사실 3.1운동이라고 하면 당연히 태극기를 들고 시위하는 것을 생각했을텐데 태극기 사용은 그 시기와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다.서울에서는 운동지도부가 태극기를 제국적이라 하여 사용하지 않았다.태극기 없는 3.1운동을 생각하면 어색하지만 고정관념이 아닌 역사적 사실을 채택하자면 그렇다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정치적 집회가 열리려면 사실을 전달하고 태초에는 어느정도의 정치적 조직화가 필요하다.그러려면 미디어를 이용해야 하는데 당시에는 깃발과 신문이 그 역할을 했다.지금은 뉴스와 sns가 그 역할을 맡고 있다.

 

얼마 전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논란이 있었다.보수정당 내 일부 인사들이 5.18을 왜곡하고 유공자들에 대해 모욕적인 말을 했다는 것이다.비교적 가까운 40년 전의 일에 대해서도 시대와 입장에 따라 기억과 해석이 바뀌며 논쟁이 일어나는데 100년 전의 일은 오죽할까.파란만장한 한국 근현대사에서 3.1운동에 대한 해석도 때때로 바뀌었다.역사의 변곡점마다 3.1운동은 항쟁의 상징으로 대표되었다.

 

3.1운동에 참여한 여성을 생각하면 유관순 열사를 떠올리기 쉽다.유관순 열사는 존경받을만한 인물이 맞지만, 그 이면에는 여성 운동과 많은 의식 있는 여성들이 있었다는 것도 기억하면 좋을 것이다.유관순 열사가 다녔던 이화학당은 물론 각종 여학교의 학생들은 여성도 역사의 흐름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애썼다.시위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시위에 참여한 여성들을 기록했고, 시위와 그 시대를 여성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글로 남겼다.

 

또 3.1운동은 종교와도 관련이 깊다.3.1운동 당시의 민족대표들은 종교적 대표성을 가지고 있었고, 독립선언서 역시 그들의 서명을 받았다.천도교, 기독교, 불교, 유교(유교는 종교가 아니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편의상 일단 종교로 보자) 등 다양한 종교의 모음이었다.그중 개신교가 3.1운동에 대해 가지는 입장은 정치와 시대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그 이야기 역시 읽어볼 가치가 있다.

 

서정주를 중심으로 한 문학과 3.1운동의 관계는 물론 세계사와 장기적 관점을 고려한 이야기도 들어가 있다.그 당시의 세계사적 맥락은 물론 다른나라의 반제국주의적 항거와도 비교해보면 더 넓은 시야에서 객관적으로 3.1운동을 돌아볼 수 있다.

 

평화와 통일을 지향하며, 내부적 균열을 치유하고, 주변국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 아직도 우리에게는 과제로 남아 있다.지난 100년 동안 다 이루지 못한 과제다.3.1운동은 평등, 평화, 통합이라는 메시지를 지금의 우리에게도 주고 있다.그 메시지를 잘 흡수하고 지난 역사를 발판 삼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그것은 우리에게 달린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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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쓰는 남자 - 헤븐 조선을 꿈꾸다
채종은 지음 / 지식과감성#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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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세상 사람들의 호평을 사기 위한 것이었다면, 나는 자신을 좀더 잘 장식하고 조심스레 연구해서 내보였을 것이다.모두들 여기 생긴 그대로의 자연스럽고 평범하고 꾸밈없는 나를 보아 주기 바란다.왜냐하면 내가 묘사하는 것은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몽테뉴, <몽테뉴 수상록1>(동서문화사, 2016) - 이 책을 읽는 이에게]

 

인디언, 독일계, 프랑스계의 혼혈이자 소설가인 루이스 어드리크는 본인이 아웃사이더이며 이방인으로서의 관점은 작가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했다.이 책의 저자 역시 직업이 없고, 연애를 14년째 안 하고 있다.더군다나 남자가 양산을 쓰고 다닌다고 하니 아무리 엄격한 잣대로 보더라도 아웃사이더로 봐야 한다.저자는 아웃사이더의 관점을 가지고 있지만 부동산, 의료사고, 법과 경제 공부 등 우리에게 친숙한 주제를 다룬다.자신의 경험과 의견을 가감없이 이야기하고 있다.

 

인생은 짧고 세상은 넓다.내가 직접 경험한 것 이외의 일들에 대해 배우고 싶다면 독서가 필요하다.또한 독서는 개인적이고 정적이다.고요한 환경 속에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싶다면 독서가 제격이다.이 책은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다.또한 책의 내용에 동의하지 않을 수는 있겠지만 본인의 삶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인 만큼 분명 가치가 있다.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써나가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전문지식이나 문학적 조예를 배우기는 어렵겠지만 수필로서의 역할은 충분히 한다.

 

우리는 남이 가는 길을 가기 위해 아둥바둥하고 있다.못 쫓아가면 자책한다.잘 쫓아가도 이게 내가 원한 길인가 후회하는 경우가 다반사다.그러다보니 개인에게는 우울 등 정신질환이 증가하고, 사회에는 비관주의가 팽배한다.그런 분위기를 잘 나타내는 표현이 헬조선이다.사회적 노력을 통해 이것을 개선할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저자처럼 여유와 나름의 주관을 갖추고 사는 것이 개인의 행복에는 필수적이다.마음의 여유는 바깥 환경과 달리 내 마음먹기에 달렸다.저자는 중년의 남성이지만 막대사탕을 먹고, 양산을 쓰며, 개인주의적이다.우울함을 피하고 헤븐조선을 이야기한다.이런 사람도 우리 사회에 하나쯤은 있어야 할 것이다.

 

"사람들은 시골이나 해변이나 산속에서 혼자 조용히 물러나 쉴 수 있는 곳을 갖기를 원하고, 너도 그런 곳을 무척 그리워하곤 한다.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너무나 어리석은 짓이다.너는 네 자신이 원할 때마다 그 즉시 네 자신 속으로 물러나서 쉴 수 있기 때문이다.사람이 모든 근심과 걱정에서 벗어나서 고요하고 평안하게 쉬기에는 자신의 정신보다 더 좋은 곳이 없다."[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현대지성, 2018), 68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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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유리창 법칙 - 사소하지만 치명적인 비즈니스의 허점
마이클 레빈 지음, 이영숙.김민주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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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유리창 이론은 원래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생각이었다.깨끗한 자동차가 아닌 유리창이 깨진 자동차가 거리에 있으면 도둑질, 파손, 낙서 등 온갖 위법행위가 발생된다.작은 흠결이 큰 문제들을 계속해서 발생시킨다는 것이다.미국의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 시장은 뉴욕에서 범죄를 없애기 위해 우선 경범죄부터 강력하게 단속했다.경범죄는 시민들이 자주 접하는 위법행위고 그것부터 근절해야 위법행위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퍼뜨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실제로 이 방침은 성공했고 뉴욕의 범죄율은 낮아졌다.우리나라에서도 쓰레기 무단투기를 하는 곳에 cctv나 거울보다 환경 개선이 효과가 더 낫다는 내용의 프로그램이 방송된 바 있다.


이 책에 따르면 깨진 유리창 이론이 비즈니스에도 적용된다.거대한 기업들이 사소한 실수나 부족함으로 무너지는 것이 그 증거다.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고객만족임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을 뒤로 두는 경우가 많다.심지어 오만하게 구는 경우도 있다.경영자가 깨진 유리창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먹더라도 일선 직원들은 또 다를 수 있다.경영자의 뜻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거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태만하게 구는 직원들이 많다.이 사람들은 마치 썩은 사과 같은 존재다.썩은 사과 근처의 사과들은 쉽게 썩는 것처럼 다른 직원들에게 불량한 근무 태도를 옮게 만든다.


성공적인 기업들은 덜 성공적인 기업들에 비해 사소하게 생각되는 부분에서 우위를 점한다.화장실, 페인트칠, 직원의 미소, 첫인상, 1분 미만의 속도, 홈페이지 등 기업 입장에서는 놓치기 쉽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크게 와닿는 것들이다.이런 것들에 대한 불평이 공식적인 루트로 제기될 정도면 실제로는 그동안 쌓인 것이 많았을 가능성이 높다.깨진 유리창으로 이미 입은 피해는 되돌리기 어렵다.유리창이 깨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고 그러려면 강박적이어야 한다.삶에 있어서 완벽함을 추구하기는 어렵겠지만 비즈니스를 할 때는 완벽하게 관리해야 한다.


깨진 유리창 이론의 특징 중 하나는 모두의 유리창에 흠집이 났을 때 나만 그것을 바로잡으면 이익이 크다는 것이다.근래에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에 대한 말들이 많은데 개별 자영업자의 입장에서 둘러보면 제품, 서비스, 환경 모두 개선의 여지가 많을 것이다.남들이 놓치는 부분이라면 작은 부분에 대한 개선도 경쟁력의 현저한 우위로 보답받을 것이다.깨끗한 화장실, 위생 관리의 철저함, 휴대폰을 보지 않고 손님에 집중하는 아르바이트생, 메뉴와 서비스에 대한 친절한 안내 같은 것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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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강아지의 시간
보스턴 테란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시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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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눈이 되어주는 안내견, 사람들의 외로움을 덜어주는 반려동물, 시설이나 사람을 지키는 경비견 등..개는 인류가 가장 먼저 가축화한 동물인 만큼 많은 곳에서 꼭 필요한 역할들을 맡고 있다.<총, 균, 쇠>의 저자인 제레드 다이아몬드에 따르면 가축화는 온순한 성질, 빠른 성장과 짧은 세대, 수직적인 집단생활, 초식동물의 조건이 필요하다고 한다.강아지는 그런 조건에 잘 부합해서 인간에게 많은 유용함과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강아지는 큰 힘이 되어준다.이 책은 그와 관련된 이야기다.

 

정치적 탄압에 부모를 잃고 사고로 남편을 잃은 여성, 음악인으로 미래를 꿈 꾸다 살해당하거나 살인자가 된 형제, 전쟁과 전쟁이 끝나고 돌아온 미국 땅의 황폐함에 실망한 전직 해병대원, 선한 마음을 가지고 버티다 태풍에 죽은 여성..여관 주인, 아마추어 음악인, 제대군인 등 미국사회에서 한명쯤은 있을법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미국의 현대사를 엮어냈다.그들의 공통점은 강아지에게 위안과 희망을 얻는다는 것이다.강아지 역시 그들 못지않게 고된 삶을 살았지만 삶에 대한 애정과 사람에 대한 애정을 버리지 않고 살았다.

 

강아지, 고양이, 기타 반려동물로부터 기운을 얻는 사람들이 서양에는 원래 많았고 우리나라에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개인주의가 발달하면서 혼자의 삶을 중시하다보니 인간관계에 연연하지 않고 반려동물에 기대는 것이다.이런 흐름 속에서 이 책이 주는 감동은 더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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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의 시간들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최성은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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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소설가인 레몽 크노는 인생은 여행 혹은 싸움이기 때문에 모든 이야기는 일리아스나 오디세이아에 속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미국의 소설가인 윌라 캐더도 세상에 스토리는 두세 가지가 전부이며, 이 두세 가지의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인 것처럼 되풀이할 뿐이라는 말을 남겼다.


모든 이야기들은 결국 옛날 이야기에 뿌리를 두고 있기 마련이고 그 옛날 이야기의 근원은 신화이다.이 책은 성경과 서양의 고대 신화를 20세기 동유럽과 연결 짓고 있다.또 태고라는 가상의 공간을 통해 인간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특히 20세기의 험난한 역사와 여성의 이야기를 엮고 있다.신화와 가상의 공간 그리고 초현실적인 장면 같은 요인들을 보면 판타지 소설인데 분명히 역사소설이기도 하다.인종주의, 학살, 전쟁 등 인간의 추한 면을 담담하지만 또렷하게 보여주고 있고 그속에서 아내, 어머니, 딸이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도 놓치지 않고 있다.


폴란드 소설은 처음이었지만 신비로운 분위기, 다양한 등장인물, 저자의 독특한 시선이 잘 느껴졌고 흠뻑 빠진 상태로 읽었다.저자가 왜 폴란드의 국민작가인지 알게 되었고 동유럽권 작가들의 작품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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