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전쟁을 몰라요 - 우크라이나에서 온 열두 살 소녀, 예바의 일기
예바 스칼레츠카 지음, 손원평 옮김 / 생각의힘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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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우크라이나 시민들 중에서도 아이들의 고통은 더욱 크게 느껴진다.이 책에서는 우크라이나의 한 소녀가 자신의 이야기를 전한다.그 이야기가 생생하기 때문에 독자를 이야기에 더욱 몰입시킨다.그리고 그 이야기에 담긴 고통이 더욱 아프게 느껴진다.그런 고통 속에서도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소녀가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참혹한 현실 속에서도 의지를 잃지 않는 일이 역시 가장 중요했다.또 그런 단단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글도 쓸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지옥 같은 환경에서 오히려 글은 더욱 빛난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흔히 역경에 처하게 됐을 때 정말 소중한 것들이 드러난다.소중한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진정성 있는 마음으로 대하게 된다.책을 읽으면서 우리의 사소한 일상도 참 소중하다고 생각했다.할머니와도 떨어지게 된 소녀를 보면서 평범한 삶에도 감사하게 됐다.사람의 삶은 물론 가정을 파탄으로 몰아넣는 전쟁의 무서움도 비록 책 너머에서지만 새삼 실감했다.전쟁은 물리적인 피해를 넘어서 영혼까지 갉아먹는다.대피하는 과정을 보면 물리적인 불편함 못지않게 정신적인 혼란도 컸다.그러나 역시 어리기 때문인지 소녀는 여전히 활기가 넘쳤다.어떤 상황에서도 완전히 낙담하지 않고 약간의 활기를 유지하는 자세야말로 어린이들의 가장 큰 자산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사람들의 생명이 위협받는 중대한 시기에 절망감이 팽배한 것은 당연하다.다만 그 절망감이 아이를 집어삼키지는 말아야 된다.나중에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 땅에 돌아갈 이 소녀는 절망감에 저항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사람의 힘으로 절망스러운 상황 자체를 바꾸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하지만 절망감에 맞서는 용기는 마음먹기에 달렸다.책을 읽고 이 책의 저자는 어리지만 그래도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했다.어린 나이에 난민이 된 저자의 사연이 안타까우면서도 전쟁통을 벗어났다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우크라이나 난민들을 지켜주는 아일랜드의 시민의식도 부러웠다.전쟁이라는 비극 속에서도 진실을 전하는 한 소녀의 목소리에 관심이 있다면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이 글은 컬처블룸 카페를 통해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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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 지르게 하라, 불타오르게 하라 - 갈망, 관찰, 거주의 글쓰기
레슬리 제이미슨 지음, 송섬별 옮김 / 반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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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는 우리말로 수필인데 수필에는 경수필과 중수필이 있다.이 책은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중수필에 가깝다고 생각된다.일상적인 에세이 같지만 주제의식이 심오하면서 또 저널리즘적 성격을 가진다.마치 취재한 결과처럼 에세이치고는 객관적이고 날카롭다.날이 서있다는 말에 가장 잘 맞는 책이다.그리고 더 날카로워지길 갈망하는 책이라고 생각되기도 한다.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대변한다는 측면에서는 수전 손택과 닮았다.그러나 수전 손택보다 새롭고 어쩌면 더 날카롭다.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사실 앞에서는 분명히 객관적이다.그러나 그 사람들의 감정에 다가서려는 태도 역시 분명하다.

현대인의 가장 큰 병은 고독이라고 한다.그런 고독은 소수자들에게 더 심하다.책을 읽으면서 소수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일은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소수자를 이해하는 일은 언젠가 소수자가 될 수도 있는 스스로에게 자비를 베풀어주는 일이다.사람은 누구나 독특한 구석이 있기 마련이고 힘든 시간도 겪기 마련이다.예리하면서도 사회비평적 성격이 있는 이 책은 비평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날카로우면서도 인간적인 비평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줬기 때문이다.냉정한 관찰, 예리한 시선, 인간적인 사고가 결합했을 때 독자를 감동시킨다는 생각도 들었다.

저널리즘에서 사진은 빼놓을 수 없다.한 장의 사진에도 참 많은 이야기가 담겼기 때문이다.사진에 대한 사연을 경청하는 일은 상대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일과도 연결된다.책을 읽고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백 마디 말보다 사진 한 장이 더 인상적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이야기 속의 진실보다 사진 속 진실이 더욱 직관적이기 때문이다.사진을 예술이 아닌 현실과 결부 지어야 한다면 삭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그러나 그런 현실성이 이 책의 매력이다.현실에 존재하는 사랑 역시 찾아내기 때문에 마냥 삭막하지는 않다.복잡한 현실 속에서도 현실을 회피하지 않고 제대로 맞설 용기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현실 앞에 매서우면서도 인간적이고 박학다식한 작가의 글에 관심이 있다면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이 글은 컬처블룸 카페를 통해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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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로서의 오페라 - 오페라 100선, 감상법 및 음반 소개, 개정판
이종순 지음 / 바른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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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변호사는 논리적인 사람들의 직업으로 여겨지지만 사람은 논리만 가지고 살 수 없다.사람은 논리 이상의 무언가를 바라는데 그건 예술의 영역이다.이 책에서는 그런 예술을 감상할 줄 알면서 변호사인 저자가 자신의 오페라 경험을 소개한다.오페라는 보통 고급 예술로 분류되지만 이제는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예술이다.이 책은 오페라에 입문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안내서가 되어준다.아는 만큼 보인다고 오페라의 재미에도 오페라를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작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아가는 일은 오페라에 대한 배경지식은 물론 관심까지도 증폭시켜 준다.

책 속에는 무려 100가지의 오페라가 나오는데 그 가짓수를 빼고 보더라도 오페라를 경험하는 일이 얼마나 삶을 풍요롭게 하는지 잘 보여주는 책이라고 생각된다.책을 읽으면서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기회는 역시 스스로 찾아야 된다고 생각했다.오페라는 종합예술이기 때문에 선입관만 버린다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데 좋은 선택지가 된다.오페라를 글, 노래, 비디오로 접할 때와 그걸 실황으로 볼 때는 당연히 다르다.저자는 실황에서 느껴지는 감동을 독자가 공감할 수 있도록 잘 표현했다.저자가 가진 오페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물론 독자가 오페라에 관심을 가지도록 현장에 대한 몰입감 있는 필력에도 감탄했다.조금만 인내심을 가지면 오페라가 삶에 대한 몰입감을 강화해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무언가에 빠져든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특히 이색적인 무언가는 감각적으로나 지적으로나 자극이 된다.마치 과거의 이탈리아로 여행을 간 것 같은 느낌의 책 속 오페라들이 그렇다.오페라 속 이색적인 배경도 그렇지만 오페라는 시학을 포함해서 예술 일반을 공부하도록 이끌어 준다.또 오페라는 우리가 학창 시절에 배운 예술을 떠올리게 만든다.책을 읽고 우리가 학교의 음악 시간에 공부한 모든 내용들이 오페라 이해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그런 음악을 연극적 요소로 버무려서 연출하다니 기존의 음악 공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도록 한다.또 셰익스피어를 비롯한 대문호들의 문학이 오페라로 만들어지는 과정도 인상적이다.음악, 미술, 문학의 매력을 한번에 만나볼 수 있다니 예술적 안목을 높이는데 오페라 감상만한 방법이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오페라가 얼마나 경이롭고 황홀한 경험을 가져다 주는지 궁금한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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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仁祖 1636 - 혼군의 전쟁, 병자호란
유근표 지음 / 북루덴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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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군이나 인조에 대한 평가는 아직 학자들 사이에서도 엇갈린다.워낙 혼란스러운 시기여서 그렇다.이 책에서는 인조에 대한 저자의 오랜 연구 결과를 보여준다.인조는 병자호란에서 패배했으나 결과만 가지고 평가한다면 온당하지 않다.그 과정을 봐야 된다.인조 시대의 결과 뿐만 아니라 인조가 어떤 왕인지를 치밀하게 분석한 책이다.인조가 권력을 어떻게 얻고 또 어떻게 썼는지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서 애쓴 결과물이 담긴 책이다.병자호란은 분명 역사적인 비극이지만, 역사적인 비극 이면의 진실을 놓치지 말아야 된다.피상적인 역사 이해를 벗어나서 역사적 인물을 보다 실체적으로 인식하는데 도움을 주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인조를 이해하고 싶다면 인조 시대 전후의 시대적 맥락도 이해해야 된다.그런 측면에서 이 책이 임진왜란 이야기로 시작되는 부분은 적절하다.책을 읽고 역사 속 인물에 대한 평가는 결코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선조부터 인조에 이르기까지 양란의 시대 속 인물들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누르하치라는 외부의 인물까지 함께 고려하면서 평가하자니 평가하는 과정에서 알아야 될 지식들이 늘어난다.인조가 혼군이라는 저자의 평가는 시대적 맥락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고, 많은 역사적 지식에 뒷받침되기 때문에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된다.한 인물에 대한 평가를 할 때 얼마나 많은 준비가 필요한지 잘 보여준 책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역사는 흔히 사료로 연구하지만 그 사료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이해할 때는 현장에 가보는 일도 필요하다.저자는 역사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현장도 자주 찾았다.책을 읽고 역사 연구는 고루하거나 따분한 일이 아닌 생동감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과거의 일을 생생하게 살려내는 일이기 때문이다.인조에 대한 평가에서는 크게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이 큰 분기점이지만 사실 정묘호란 이전의 인조에게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물론 과거를 돌아보는 이유는 누군가를 비난하기보다 교훈을 얻기   위해서다.그런 측면에서 인조 시대 같은 혼란과 파국의 시기에서 더 배울 점이 많다는 생각도 들었다.우리 역사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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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의 사도들 - 최재천이 만난 다윈주의자들 드디어 다윈 6
최재천 지음, 다윈 포럼 기획 / 사이언스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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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교수는 이미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생물학자다.생물학의 대표적인 인물인 다윈의 업적을 논하는 일에 최재천 교수보다 더 나은 사람을 국내에서는 찾기 힘들다.이 책에서는 그런 최재천 교수가 해외의 내로라하는 학자들과 만나서 인터뷰한다.모두가 각자의 분야에서 기라성 같은 인물들임에도 다윈을 존중하고 또 그의 제자임을 자처하다니 다윈의 위상을 잘 알 수 있는 책이다.현대의 과학은 다윈주의와 떼어 놓을 수 없다고 생각된다.그런 맥락에서 현대가 생물학의 시대라는 말도 이해하게 된다.다윈의 이론은 단순했지만 옳았고, 단순했기 때문에 그 가치가 더욱 빛났다.

다윈의 메시지는 명료했지만 그 바탕에는 수없는 연구와 사색 그리고 교류가 있었다.다윈은 진화생물학의 원조임과 동시에 사상가와 같았다.책을 읽으면서 다윈의 과학적 업적은 결과물 만큼이나 그 과정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비록 과학적 결과물 때문에 비주류의 입장에 서게 됐지만 버틴 그런 과정  역시 중요했다.다윈은 학구적이었고 학자로서 자신의 입장을 견지할 소신이 있었다.혹독한 검증의 결과 살아남은 다윈의 이론은 이제 검증이 아닌 응용의 대상이다.다윈의 이론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응용하는 일은 현대 과학과 공학의 근간이 되고 있다.이 책에서는 그런 다윈을 여러 관점에서 조명하고 있는데, 다윈이야말로 생물학이나 과학을 넘어선 학문의 융합에도 적격인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철학과 과학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다.원래 과학은 철학과 구분되지 않았지만 근대에 들어서 독립했다.다윈의 학문적 영향이 그린 궤적은 통섭이라는 말로 이어진다.책을 읽고 하나의 학설이 이렇게 결과적으로 포괄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감탄했다.다윈의 학설에 대한 집요한 공격이 오히려 다윈의 학설을 이해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철학과 종교를 다시 생각하도록 만들었다.다윈의 학문적 결과물은 그 결과물 자체로도 과학사에 남을만 하지만, 그 이후의 논의 과정 역시 주목할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런 논의 과정은 기존의 철학과 종교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인간의 사고를 발전시켰다.또 다윈의 이론에서 출발한 진화심리학은 기존의 심리학을 변화시켰다.전통적인 종교와 사고를 전복시켰던 다윈의 삶에 대해서 궁금하다면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이 글은 컬처블룸 카페를 통해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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