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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문고판) ㅣ 네버엔딩스토리 7
프란츠 카프카 지음, 이옥용 옮김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2월
평점 :
내겐 너무도 먼 변신. 카프카라는 이름을 들어보았고 실존주의 작품이라는 것도 어렴풋이 알고 있지만 선뜻 용기를 내지 못했던 작품이다. 특별히 문학작품과 친해질 계기가 있지도 않았으니 어렵다고 하는 작품은 애초부터 나와 인연이 없겠거니 했다. 그런데 우연히 그 기회가 왔다. 아니, 내가 선택했다.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읽어보랴 하는 심정으로.
그런데 역시 쉽지 않다. 만약 이것을 청소년 시기에 읽었더라면 과연 어느 정도 이해했을까 싶을 정도로. 딸도 읽더니 어렵단다. 그 말에 충분히 공감이 간다. 그러나 읽고 나서 잔상이 많이 남는다. 딸도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그랬다. 특히 그레고리가 처한 상황이나 심경의 변화가 읽을 때보다 읽고 나서 다시 곱씹을 때 더 와닿는다.
굳이 카프카의 성격이 어땠고 그가 실존주의의 선구자라는 것을 모르더라도 여타의 작품과는 어딘지 모르게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자신을 잃어버린 채 오로지 일만 하는 인간, 목적도 없고 행복이 뭔지도 모르면서(아니 행복을 이루겠다는 희망을 잃어버린 듯하다) 그냥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모습을 아주 비판적으로 그리고 있다. 단순히 비판적이라는 말로 모자란다. 오죽하면 도저히 수긍할 수 없는 벌레로 변신했다는 극단적인 설정을 하면서까지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했을까.
가족의 변화 또한 의미심장하다. 처음에는 마치 그레고리가 없으면 가족이 무너질 것처럼 보이지만(그레고리 자신도 그렇게 생각했다) 전혀 그렇지 않고 오히려 그레고리가 빠짐으로써 다른 가족이 제대로 된 삶을 살게 된 것처럼 보인다. 어쩌면 그 사실을 간파했기 때문에 그레고리는 다시 인간으로 변하고자 하는 꿈도 포기하고 벌레로나마 살아가는 삶도 포기했을 것이다. 그는 단순히 도구로 취급되었던 것일까.
여하튼 이 책에서는 <변신>을 비롯해 다양한 작품들이 들어있다. 다른 단편에서는 유머가 느껴지기도 한다. 유쾌하고 통쾌한 유머라기 보다 약간 씁쓰레한 유머라고나 할까. 카프카를 제대로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작은 문고본이라 들고 다니기에도 좋고 무엇보다 가격이 착하다. 안 그래도 모든 것이 오르는 판국인데(월급만 빼고) 내리는 것도 있으니 반갑다. 아, 나도 이제 카프카의 작품을 읽었다. 드디어!
책을 읽고 간단하게 해볼 수 있는 독후활동지다. 마지막에 실존주의에 대해 알아보고 거기에 해당하는 작가와 철학자를 알아보아도 좋겠다. 특히 우리나라 문학가도 알아보면 나중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들의 작품을 직접 읽어보면 실존주의가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백문이불여일견이라는 말은 여기서도 통한다. 아니, 백문이불여일독이라고 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