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사랑 처음 만나는 철학 4
오스카 브르니피에 지음, 박상은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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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딸이 친구와 통화하면서 '우리 엄마는 동생과 싸워도 신경도 안쓴다'는 말을 했다. 마치 엄마가 방치하고 있다는 듯이. 내 딴에는 둘의 문제는 둘이 알아서 해결하도록 해야한다는 나름대로의 육아원칙에 의한 것이었는데 그것을 받아들이는 아이들은 그게 아니었나 보다. 그 순간 깨달았다. 아무리 선한 의도를 갖고 한 행동일지라도 상대에게는 충분히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나중에 아이에게 그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줬다. 안 그러면 계속 오해하고 있을지도 몰라서. 

이 책을 읽는 순간 그 일이 떠올랐다. 어디 그 일 뿐이겠나. 남편과 있었던 일도 생각났고 아이들과 티격태격 했던 일들도 떠올랐다. '주기만 하고 받지 못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반대로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주는 게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만난다면 어떨까. 둘이 대화를 해서 문제를 풀지 않는 한 상당한 오해가 생길 게 뻔하다. 마치 딸과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형제자매는 괴롭히고 귀찮게 하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건 대부분 형제자매 본인들이고 반대로 서로 돕고 의지하는 소중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건 대개의 부모들일 게다. 그만큼 서로 생각하는 게 다르다. 그러나 그들이 어느 정도 자라면 후자라는데 동의하긴 한다.  

서로 반대되는 생각을 이야기하지만 그렇다고 하나가 옳고 다른 하나는 틀린 게 결코 아니다. 왜냐하면 어느 것이든 절대적인 건 없으니까. 아이들에게 조금 힘든 주제일 수도 있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므로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어려서부터 다양한 생각이 존재한다는 걸 깨닫는다면 그들이 나중에 자라면 훨씬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그게 바로 삶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진정한 이유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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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 화학 스스로 해보는 활동 2
신시아 라이트 브라운 지음, 김은령 옮김 / 우리교육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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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에게 화학을 이야기하면 어려워한다. 그러나 가만 생각해보면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것 또한 화학이다. 우선 우리가 숨쉬는 공기나 물에 관한 것을 설명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화학에서 사용되는 용어나 원리가 나오니 말이다. 괜히 학문으로 접근하려니 어렵게 여겨지는 것뿐이다. 

이 책은 화학에 관한 것을 이야기하되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것들을 이야기하면서 그에 알맞는 실험을 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그렇다고 내용이 무시해도 될 정도로 쉬운가하면 그건 아니다. 내용은 깊이가 있되 어린이들이 이해할만한 범위에서 설명한다. 물론 아직 원자나 분자를 설명한다고 해서 모두 알아듣는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어차리 지금 모든 것을 이해하길 바라는 것은 아니잖은가. 그리고 또 요즘은 아이들 수준이 워낙 높아져서 이미 들어보았을 것이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버키볼에 대한 설명과 실험이었다. 게다가 버키볼 모형을 만드는데 이쑤시개와 젤리를 사용하다니. 그럼 만들면서 하나씩 집어먹는 재미도 있겠다. 예전에 어느 전시회에 갔을 때 이에 대한 설명을 했는데 잘 못 들어서 아쉬웠는데 여기 자세히 나온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축구공 모양과 똑같다. 그러니까 버키볼은 원래 있었는데 사람이 발견한 것이다. 그것도 1985년에 발견되었다니 그다지 오래 되지도 않았다. 뭐, 현재 초등학생인 아이들은 옛날이라고 여길테지만. 이런 것들이 나와 같은 동시대에 발견되었다니, 기분이 묘하다. 아차, 버키볼은 오각형 12개와 육각형 20개로 이루어져 있는데 무척 탄탄하다고 한다. 또 그 안에 다른 원자를 집어넣을 수도 있다니 아마 우리 아이들과 동시대에 그걸 응용한 뭔가가 발명되지 않을까. 그럼 나중에 나와 같은 기분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뭔가를 알아간다는 것은 기쁘다. 또 그것이 기초가 되어 다른 연결고리를 발견했을 때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런 기초 지식이 될만한 책을 읽어야겠지. 둘째도 장래희망이 추천사에서 초등학생에게 장래희망을 물어보면 가장 많은 답이 나온다는 과학자다. 그래서 되도록 과학 관련 책을 많이 읽히고 직접 실험해보도록 유도하는데 그닥 효과를 보진 못했다. 우선 실험 자체가 번거롭기도 하고 혼자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요즘은 그래도 따라하기 쉬운 책이 많이 나온다. 이런 책처럼.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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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아이를 먹을래 알맹이 그림책 8
실비안 도니오 글, 도르테 드 몽프레 그림, 최윤정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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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악어. 악어가 귀엽다고? 무시무시한 이빨과 울퉁불퉁한 피부를 가지고 있는 악어가 귀여울 리 없다. 직접 악어를 보게 되면 멀리서 안전하다는 보장이 있어야만 보게 되는 동물이 바로 악어인데 귀엽다니 말도 안 된다. 실제에서는 그렇다. 하지만 책에서라면 충분히 귀여울 수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아쉴같은 악어라면 더욱 더. 

어느 그림책에서 악어가 다른 동물을 잡아먹어야 한다는 '사실'에 괴로워하며 채식을 고집하는 악어가 나온다. 너무 오래전에 읽어서 가물가물하지만 그때 악어의 고뇌가 기억난다. 또 영화 <마다가스카>에서도 육식을 하지 않기로 결심하는 사자가 나온다. 이처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이야기에서는 본능을 거부하는 이야기가 종종 나오는데 때로는 이성이 본능을 이기기도 하고, 아주 가끔은 본능에 무릎 꿇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처음부터 아쉴 가족이 채식을 한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싱싱한 바나나를 '당연하게' 먹는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아쉴이 꼬마를 먹겠다고 고집을 부리며 단식을 감행한다. 누구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었는지 모르겠으나 아마도 본능이 아니었을까. 엄마와 아빠는 아쉴을 설득하기 위해 커다란 소시지도 줘보고 초콜릿 케이크를 만들어 주지만 아쉴의 고집을 꺾을 수가 없다. 

그러다 아쉴이 우연히 꼬마 아이를 만났는데 웬걸. 꼬마는 아쉴을 보더니 무서워하기는 커녕 작아서귀엽다며 괴롭히기까지 한다. 아쉴이 그동안 꼬마 먹을 생각에 다른 것을 너무 안 먹었나 보다. 꼬마와 함께 있는 그림을 보면 악어가 어찌나 작던지 정말 귀엽다. 상식적으로 아무리 새끼 악어라도 기본적인 힘이 있어서 무섭기 마련인데 이 그림만 보자면 전혀 아니다. 결국 꼬마에게 내팽개쳐진 악어는 집으로 와서 바나나를 많이 달라고 소리친다. 얼른 먹고 커야겠다나. 그래야 나중에 꼬마를 먹을 수 있으니까. 

별다르게 특별한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아니지만(그래서 별 대섯 개를 주기는 약간 망설여진다.) 아이들은 무시무시한 악어를 꼬마가 간단하게 제압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어 할 것이다. 무서운 악어가 귀여운 애완동물처럼 다가오는 이야기. 단순한 그림과 배경이 동일한 상태에서 아쉴의 표정 변화를 보는 것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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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발레 학교 신나는 음악 그림책 7
안드레아 호이어 지음, 유혜자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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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보다 더 접하기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발레다. 물론 여자 아이들은 어렸을 때 잠깐이라도 발레를 배웠을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남자 아이에게는 너무나 먼 당신이다. 발레에 대해 친숙하지 않을 뿐더러 기본 상식이 없다 보니 발레 공연을 구경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만약 공연을 보더라도 내용을 음미하기보다는 동작의 화려함과 신기함에 의미를 둔다. 

클래식 음악회나 다양한 악기에 대해 지식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읽고 나면 저절로 알게 되는 책을 쓰는 안드레아 호이어가 이번에는 발레를 이야기한다. 특히 여자 아이 뿐만 아니라 남자 아이도 등장시켜 누구나 발레에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다지 작위적이지 않으면서도 발레에 대한 웬만한 내용은 거의 들어 있는 게 이 책의 장점이다. 전에 나왔던 책들에 이어 이 책 역시 실망시키지 않았다. 

파울은 발레를 직접 배우는 동생을 데려다 주고 연습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조금씩 발레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진다. 마틸데의 발레 선생님이 파울에게 같이 할 것을 권유할 때 파울의 반응은 아마 대부분 남자 아이들의 반응이 아닐까 싶다. 바로 여자들이나 하는 무용이라고 생각하는 점. 그러나 우연히 연습에 참여하게 된 파울은 발레가 꼭 여자들만 하는 것이 아니고 재미없는 것은 더더욱 아니라는 걸 직접 깨닫는다. 정말이지 여기서 파울이 겪는 일련의 사건들은 일반적인 사람이 생각하는 것과 정확히 일치한다. 어쩌면 독자는 그래서 더 공감하며 읽는지도 모르겠다. 

<호두까기 인형>을 공연하기 위해 연습하는 장면을 보여주는데 대략적인 줄거리를 이야기해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발레를 표현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이를테면 까치발을 하고 종종 걷는 것은 두려움이나 불안을 나타내고 펄쩍펄쩍 뛰는 것은 기쁨이나 강한 힘을 표현하는 것 등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상식을 모르고 발레 공연을 본다면 그 느낌이 완전히 전달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발레에 대해 낯설지 않게끔 해주는 좋은 역할을 한다. 지나치게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으면서 발레란 어떤 것인지, 어떻게 감상하면 되는지를 저절로 '느끼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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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루터 킹 아이세움 지식그림책 29
도린 래퍼포트 지음, 서애경 옮김, 브라이언 컬리어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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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을 그리는 책은 여러 종류가 있다. 대개 인물의 삶을 시간대별로 따라가며 업적 위주로 설명하는 책이 대부분인데 비해 이 책은 한 인물의 가장 중요한 순간을 위주로 이야기한다. 물론 어렸을 때 이야기를 잠깐 하지만 그 이야기는 훗날 우리가 알고 있는 마틴 루터 킹을 있게 한, 꼭 필요한 이야기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듯이 마틴은 목사가 되어 흑인 인권운동을 했으며 로자 파크스와 함께 버스 안 타기 운동을 했고 나중에는 암살되었다. 이 책도 그 범위안에서 마틴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여타의 책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문장 하나하나가 시 같은 느낌을 준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각각의 문장이 화려한 수식어를 쓰거나 은유법을 쓰지 않는다. 그냥 담담하고 간략하게 마틴을 설명한다. 그러나 그 안에 다른 많은 말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함축적인 문장 때문에 시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게다. 

글을 쓴 도린 래퍼포트는 마틴 루터 킹이 어렸을 때부터 '뜻 깊은 말'을 하려 했다는 것을 감지하고 자서전과 연설문, 설교문 등을 읽어 보고 거기서 공통점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것은 루터 킹 목사의 발언이 단순하고 직설적이며 진실하고 시적이라는 점이다. 바로 이책의 각 페이지에서 큰 글씨로 되어 있는 부분이다. 남을 설득하는데 직설적이되 진심으로 호소했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루터 킹 목사를 따랐을 것이다. 

또한 책을 펼치자마자 만나는 속지는 교회의 색유리를 연상케 한다. 이것은 그림 작가가 킹 목사의 삶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것이 주로 교회의 색깔 유리창이기 때문에 이처럼 구성한 것이다. 흔히 그림책은 겉표지부터 속지와 뒷표지까지 꼼꼼하게 살펴보라고 하는데 그 말에 부합하는 그림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이 칼데콧 아너 상을 수상했을 것이다. 물론 본문 그림도 상당히 심사숙고한 흔적이 보인다. 전체적으로 검정색을 많이 써서 아두운 분위기와 상대적으로 환한 속지가 묘한 대조를 이룬다. 어쩌면 그래서 킹 목사의 삶과 죽음이 무겁고 힘겨웠지만 결코 헛되지 않았다고 느끼는 것 아닐까. 

"어느 누군가는 훗날 역사책을 쓸 때, 권리를 찾기 위해 싸운 용기 있는 흑인들이 있었다고 기록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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