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새의 비밀 - 삶의 순환과 죽음에 대한 안내
얀 손힐 지음, 이순미 옮김, 정갑수 감수 / 다른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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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순환과 죽음에 대한 안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표지에는 죽은 새(알고 봤더니 벌새란다.)가 있어 순환보다는 죽음에 눈길이 간다. 제목도 그렇고. 그렇다. 이 책은 죽음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책이다. 그런데 죽음을 이야기하려면 삶에 대한 것부터 차근차근 접근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삶을 이야기하고 죽음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죽음이 끝이냐면 그렇지 않다. 환생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순환한다는 뜻이다. 즉 부제가 책 내용과 의도에 딱 들어맞는다. 



지구상에 있는 생명체는 수명이 저마다 다르다. 심지어 같은 종이라도 똑같지 않다. 볼락이라는 물고기가 250년이나 살았고 강털소나무인 므두셀라는 약 4800년이나 살았단다.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시간을 버티고 있었을 나무를 생각하니 경이롭다. 그런데 매미에 대한 설명에서 애벌레로 17년이나 있다고 하는데 이건 일부가 그런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니까 심지어 17년까지 애벌레로 있다는 얘기지 모든 매미가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다. 헌데 여기서는 다른 설명 없이 17년만 언급해서 마치 모든 매미가 그런 것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다. 열심히 머릿속에 새로운 사실을 입력하며 읽다가 이 부분에서 걸렸다. 그럼 내가 몰라서 그렇지 또 오해할 만한 글이 있지 않을까하고. 



책의 처음에 죽음을 생각하면 편치 않지만 사실은 우리가 먹는 음식도 모두 죽음과 관련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다른 생명체를 먹어야한다. 그런데 요즘은 살기 위해 먹어야하는 단계를 넘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여기 있는 먹이 사슬을 보면 그 관계가 명확해진다. 바다에서의 먹이 사슬은 사진의 크기로 표현했다.



다양한 죽음을 이야기하는데 종의 죽음, 즉 멸종이 눈에 들어온다. 이미 많은 생물이 사라졌고 지금도 사라지고 있다지. 죽은 후에는 어떻게 될까. 그야 당연히 분해가 된다. 그런데 간혹 분해되지 않고 이처럼 화석으로 남는 경우가 있다. 그걸 여기서는 '시간에 갇힌다'고 표현했다. 그러고 보니 이 책은 제목을 참 잘 붙였다. 사진 오른쪽 위는 탄화된 사람 얼굴이란다. 보존이 너무 잘 되어 있어서 1950년대에 발견한 사람이 살인당한 줄 알고 경찰을 불렀다고 한다. 정말 주름까지 그대로 드러난다. 

작가는 창고로 들어왔다가 나가지 못하고 죽은 벌새를 보고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정지비행을 하고 뒤로도 나는 유일한 새라며 그저 신기하다고만 생각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단다. 미처 그 생각을 못했다. 그렇다면 에너지를 얻기 위해 얼마나 먹어야할까. 즉 먹지 못한다면 바로 죽음과 연결된다는 얘기다. 이처럼 자연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 봐서는 절대 안되는데 그걸 또 간과했다. 여하튼 때로는 두루뭉실 넘어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간단간단한 상식으로 알고 있을 만한 내용이 많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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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토로의 희망 노래 미래의 고전 16
최은영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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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어 어린이책을 숱하게 읽으며 많은 것을 배운다. 그러면서 이런 것들을 진작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그러나 내가 학교 다닐 때는 이런 책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제라도 읽고 알게 된 걸 다행이라 생각해야지 싶다. 

엄밀하게 말해서 역사동화라는 명칭은 없지만 편의상 그렇게 분류하곤 한다. 그래서 모임에서도 역사동화를 따로 읽기도 했다. 그런 역사동화를 통해 제암리를 알았고(다른 사람은 그 책을 읽기 전에 알고 있었지만 솔직히 난 몰랐다.) 노근리를 알았다. 그리고 이번에 우토로를 알았다. 동화를 읽지 않았더라도 제암리는 마침 그 근처로 이사를 와서 알았고 노근리는 최근 영화로도 나와서 알게 되었을 가능성이 있지만 우토로는 아마 이 동화가 아니었다면 몰랐을 것이다. 보아하니 방송에도 나오고 다양한 방면에서 우토로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 애쓰고 있었나본데 난 지금까지 전혀 몰랐다. 아이들은 오죽할까. 

일제감정기 때 일본 정부가 비행장을 만들기 위해 강제로, 아니 솔직히 강제로라기 보다 속여서 사람들을 데려가 일을 시키고 정당한 보수는 당연히 주지도 않고 그곳에서 잘 살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도 않은 채 떠나버렸단다. 그러니 힘들지만 하나의 희망만 바라보고 살았던 사람들은 떠나지도 못하고 그곳에서 살 수밖에 없었다. 낯선 나라의 황무지에서 온갖 차별을 받으며 살아야 했던 사람들의 고통이 얼마나 컸을까. 그런데 더 황당한 것은 마을 대표가 주민들 몰래 땅을 일본의 회사에 팔아넘겼다는 점이다. 그러니 그 회사는 주민들에게 땅에서 나가라고 하고 주민들은 못 나가겠다고 버텼지만 결국 모두 패소했다. 법적으로 보자면 당연한 결론이다. 팔아먹고 도망간 사람을 원망할 수밖에. 그제야 한국에서 그 사실을 알고 도와주고자 사방팔방 애쓰는 모양이다. 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우토로에 정착할 때 어린이였던 보라가 겪은 일을 딸인 홍이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심한 차별을 받으며 학교를 힘겹게 다니다 결국 스스로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으면 일본인들에게 계속 당하고 살 것이라는 걸 깨달은 보라는 그 후 당당하게 생활한다. 마을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애쓰는 할머니와의 갈등도 많았지만 그것이 당신을 위한 게 아니라 후손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 함께 동참하기도 한다. 그런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그곳에서 지난날을 회상하며 딸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바로 우토로 이야기다. 기나긴 이야기(첫 장과 마지막 장만 현실이고 나머지는 모두 회상이다.)를 장례식장에서 들려준다는 설정이 조금 어색하지만 이 이야기는 그러한 작품성보다 필요성에 가치를 두고 싶다. 그나저나 우토로 사람들이 정말 희망을 이루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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쉘 위 토크 Shall We Talk - 대립과 갈등에 빠진 한국사회를 향한 고언
인터뷰 지승호& 김미화.김어준.김영희.김혜남.우석훈.장하준.조한혜정.진중권 지음 / 시대의창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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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감에 빠져 지낸 지 꽤 된다. 한때는 입에 거품 물고 내 생각을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그게 무슨 소용인가 싶어 그냥 신경 안쓰기로 했다(그러다가도 아주 가끔 입에 거품 문다). 무력감을 넘어 이제 무관심의 단계라고나 할까. 사랑의 반대말이 무관심이라고 할 정도로 이것은 무서운 단어인데 지금 내가 그렇다.  

전에 모 시사주간지 기자와 이야기하면서 이렇게 아무리 사람들이 반대하고 잘못을 지적해도 저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데 이런 것들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싶은 회의감이 든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 분 말씀이 이렇게라도 해야 나중에 일을 돌이킬 힘의 원천이 될 수도 있고, 또 나중에 그래도 우리는 이렇게 작은 목소리라도 냈다는 위안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한다. 하긴 일제강점기 때 조선일보가 어떤 기사를 내보냈는지 지금도 역추적해서 이야기하며 그들의 정통성을 따지는 걸 보면 맞는 말이긴 하다. 나중에 후손에게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했음을 알려줘서 분명 잘못된 길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 또한 중요한 임무일 것이다. 뭐, 그래도 여전히 답답한 건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비교적 나와 비슷한 프레임 안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니 조금 숨통이 트이는 듯하다. 이미 여러 곳에서 지금의 진보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현 정권에 반대한다는 구도를 설정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비록 현 정부가 못하는 일이 많더라도 대통령만 바뀐다고 모든 일이 잘 돌아가지 않는다는 걸 이미 체득한 바 있다. 솔직히 우리는 여당과 야당이라는 것만 존재한다는 생각도 든다. 야당이었던 사람들이 여당이 되면 여당의 모습이 바뀌는 게 아니라 그냥 사람만 교환한 거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집권자 한 사람만 바뀐다고 문제가 해결될 일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바뀌고, 그러려면 제도가 바뀌어야 하고 교육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도 왜 바뀌지 않는 걸까. 참 미스터리하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때로는 공감하고 때로는 좀 지나치게 앞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대체로 동의한다. 그렇다면 여기 있는 사람들과 정반대 입장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면 어떨까 문득 궁금해진다. 내 생각을 제대로 정립하기 위해서는 반대쪽에서 주장하는 사람들의 글도 읽어야하는 게 당연하건만 잘 안된다. 미리 선입견을 갖고 있어서겠지. 그렇다면 마찬가지로 이런 책을 반대쪽에 있는 사람들이 읽으면 현재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게 될텐데 왜 읽지 않을까 안타까운데 그들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세상은 복잡한 듯하면서도 실은 정말 단순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무척 어렵다. 서로 상대의 입장을 한 번만이라도 생각해 보면 될텐데 그걸 못하니 말이다. 그래서 이 첵도 제목을 대화하자고 제안한 것은 아닐런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의 대화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는 게 훨씬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에게 있어 먹고 사는 문제는 그 어떤 것보다 앞선다. 아무리 민주화가 중요하고 깨어 있는 시민의식이 중요하다 해도 경제를 간과해서는 절대 안된다는 걸 근래 절감한다. 그런데 진보라는 사람들은 그걸 무시했다. 그래서인지 진보도 잘 살아야한다는 김어준의 말이 왜 이리 와닿는지 모르겠다.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이 먹고 사는데 불안하고 경쟁만이 전부인 세상에서 자기희생을 강요하는 옛날 방식의 진보가치는 이미 퇴색했다. 세상은 변하고 그 안에 있는 사람들도 변하는데 그 때 그 사람들은 아직도 변하지 않고 있으니 진보가 맥을 못 추는 건 아닐런지. 아무튼 진중권과 우석훈, 장하준, 김어준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들의 틀에 있는 생각들을 엿볼 수 있었고 김미화, 김영희, 김혜남, 조한혜정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문화적인 차원에서 요즘을 바라봤다. 인터뷰 형식이라 전체적인 맥이 한 눈에 잡히진 않지만 대신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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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보물창고 50
모디캐이 저스타인 글.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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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자기 전에 이를 닦으러 간 둘째가 한참이 지나도 감감 무소식이다. 나중에 왔길래 뭐했느냐고 했더니 책 책을 봤다고 한다. 처음엔 무슨 소린가 했다. 헌데 알고 보니 바로 이 책을 봤다는 얘기다. 아무 부제도 없이 '책'이라고만 씌어 있는 책. 제목은 단순하지만 지은이와 옮긴이를 독특하게 적었다. 꼬마 아이가 도망가며 소리치며 지은이를 알려주고 있고 그 뒤로 (아마도)후크 선장과 앨리스, 홈즈와 삐에로가 따라간다. 그림은 모두 위에서 내려다 본 것처럼 되어 있다. '책'이라는데 이 사람들이 나오는 책인가. 

책장이 닫히면 책 속에는 밤이 오고 책장이 열리면 아침이란다. 정말 그렇군. 책장이 열려 아침이 되자 책 속에 사는 가족 모두 일어난다. 강아지도 물고기도. 그런데 이 모든 상황들을 독자는 위에서 내려다보도록 되어 있다. 글씨조차 그런 구조다. 설명은 별로 없고 등장인물들이 자기들끼리 대화하는 장면을 독자가 들여다본 듯한 구조다. 이런 구조는 끝까지 이어진다.  

여자아이는 책 속에 살고 있는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의 이야기가 무엇인지 궁금해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찾아 길고 긴 여행을 떠난다. 독자의 얼굴을 보고 정말 크다고 말하는 걸 읽는 순간 독자는 잠시 헷갈린다. 마치 책 속 여자아이와 내가 상호작용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니까. 일종의 메타픽션 형태의 책이라고 봐야 하나. 

어쨌든 그 다음부터 여자아이를 따라가다 보면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헨젤과 그레텔, 개구리 왕자, 신데렐라, 빨간 모자 등 웬만한 이야기는 다 만난다. 게다가 셜록 홈즈까지! 온 곳을 헤매고 돌아다니던 아이는 드디어 자신만의 이야기를 쓰기로 결심한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온전히 자신만의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에는 독자에게 정중히 부탁한다. 자고 싶으니 책을 덮어달라고. 그리고 캄캄한 방에 침대와 고양이가 있는 간지를 끝으로 여행은 끝난다. 휴, 아이가 자기만의 이야기를 찾아서 다행이다. 그렇다면 이제 독자가 각자의 이야기를 만들 차례다. 어떤 이야기를 만들까, 아니 만들어갈까. 

흔히 파란만장한 삶을 이야기할 때 '책 몇 권은 될' 거라고 표현한다. 정말 책 속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이 펼쳐진다. 실제로 만나서 듣는 이야기도 참 다양하다. 비슷한 곳에서 살고 있어도 어쩜 이리 살아가는 게 다른지, 때론 신기하기까지 하다. 이렇듯 모두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안고 살아간다. 아니, 만들어간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모두 자신의 책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 다만 책이라는 형태로 나오지 않았을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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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가족 상상도서관 (다림)
로드리고 무뇨스 아비아 지음, 남진희 옮김, 오윤화 그림 / 다림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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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이 세상에 완벽한 것이 있을까. 완벽하려고 최선을 다할 수는 있지만 결코 완벽해질 수 없다. 만약 제목처럼 완벽한 가족이 있다면 부럽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론 불편할 듯하다. 너무 건조하다고나 할까, 아니면 인간미가 없다고나 할까. 그러나 제목에서 이렇듯 완벽을 강조했다는 것은 완벽하지 않다는 걸 드러내기 위한 역설적 표현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알렉스는 처음부터 자신의 부모님과 두 누나는 완벽하므로 자신의 가족은 완벽하다고 말한다. 자신은 빼고. 부모님은 근사한 직업에 항상 이성적이며 절대 화를 내지 않는다. 모든 아이들이 바라는부모의 모습 아닐런지. 물론 절대 그럴 수 없다는 게 문제지만. 알렉스 부모님은 아이들이 아무리 잘못을 해도 절대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단다. 여기까지는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럼 좀 권위적이거나 냉정한 사람들이겠거니 하며 어떻게든 단점을 찾아보려 한다. 그러나 다음에 이어지는 설명은 그런 생각마저 부질없다는 걸 깨닫는다. 정말이지 너무 완벽해서 질투가 나다 못해 그와 너무 다른 내 모습을 보며 좌절감마저 느낀다. 농담을 즐기며 아이들과 풀밭에서 뒹구는 것도 좋아한다니. 뭐야, 그럼 정말 완벽하잖아. 그런데 알렉스네 집에서는 '엄마, 아빠'라는 말을 들을 수 없단다. 아무리 잘 놀아주고 농담도 잘하며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한다지만 어딘지 인위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알렉스는 완벽하지 않다. 두 과목에서 낙제를 했으니까. 그때부터 알렉스는 다른 식구들의 약점을 찾아내기 위해 애쓴다. 그러면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다른 사람들의 고민을 찾아낸다. 뭔가 다른 걸 해보고 싶어서 일을 그만둔 아빠(게다가 모두가 기대하는 학자였음에도), 일이 힘들어 담배를 피우게 된 엄마(모든 음식의 기준을 '건강'에 두고 있음에도), 컨닝을 한 누나들. 그러나 알렉스가 그들을 관찰하며 사실을 알았을 때도 서로 다른 가족에게 전혀 문제를 내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자신의 속마음을 말하지 못하고 혼자 속으로만 끙끙 앓고 있다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남과 다를 게 없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지만 어느 순간부터 가면을 쓰게 된 것이다.  

그러다 일련의 사건을 겪은 후(댓가가 좀 큰 사건이었다.)에 각자 속마음을 털어 놓고 진정한 대화를 하고 나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가끔은 싸우기도 한단다. 가끔 십 년 이상을 함께 살면서 싸움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부부를 본다. 참 사이좋고 이상적인 커플이다 싶으면서도 과연 그게 가능할까 싶다. 그야말로 너무 완벽한 것 아닐까. 처음의 알렉스 가족처럼. 여하튼 그 후로 알렉스 가족은 모두 변했다. 단순히 가족끼리의 모습만 변한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도 변했다. 특히 라파의 부모님을 보고 '건강한' 사람들이라고 표현한 부분은 큰 의미가 있다. 어쩌면 이 작가가 진짜 말하고 싶었던 게 바로 이게 아닐런지. 전 같으면 정신없고 정리정돈도 안 되고 이상한 음식만 먹는 사람들로 여겼을텐데 이제는 그들 나름대로의 삶을 '존중'하고 인정한다는 얘기니까. 이처럼 자신의 기준대로 남을 판단해서는 안 되는데 아직도 완벽하질 않다. 알고 있는데도 실천을 못하는 이유는 뭘까. 그야말로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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