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플까? 과학과 친해지는 책 7
권재원 지음, 신손문 감수 / 창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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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지난 겨울에 콧물이 계속 나왔었다. 처음엔 날씨가 추워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다. 그런데 며칠 지나자 코 앞부분이 헐어서 보기 흉해졌다. 그제야 알았다. 이건 단순히 콧물이 아니라 바이러스로 인해 수포가 생기면서 코 점막이 제 기능을 못해 콧물이 나왔다는 것을. 그러니까 콧물은 증상이지 원인이 아니었던 것이다. 요즘에도 몸이 조금 피곤하다 싶으면 증상이 도진다. 원래 그 바이러스는 한 번 몸에 들어오면 몸이 건강할 때 뇌 속에 숨었다가 상태가 안 좋으면 약한 부분에 자리를 잡는단다. 그래서 어떤 때는 입 주변이 보기 흉해지기도 한다. 이렇듯 우리 몸은 참 신기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몸이 신기하다는 걸 다시금 깨닫는다. 더러운 것이 몸속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려고 기침을 하거나 재채기를 하고 음식을 더 이상 먹으면 안 될 때 토하게 만드는 등 우리가 미처 모르는 사이에 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장염으로 설사를 할 경우 그 이유가 바로 병균이 작은창자의 벽을 건드리면 작은창자에서 물이 마구 나오기 때문이란다. 안 그래도 며칠 전에 장염으로 고생해서인지 이 부분이 특히 눈에 띈다.(이러고 보니 내가 각종 질병은 다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 외는 문제없다.) 

살아가면서 흔하게 만나는 질병(질병이라고 말하기엔 좀 뭣하지만 달리 표현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에 대해 원인과 증상을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준다. 각 질병의 마지막에는 '수달 선생님의 당부'코너를 두어 조심해야 할 것과 좀 더 알아둬야 할 것들을 설명해 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스트레스도 포함시켰다는 점이다. 대개 어린이가 무슨 스트레스냐며 무시하기 일쑤인데 여기서는 그것도 한 꼭지로 다뤘다. 그만큼 어린이의 마음을 헤아려줬다는 증거 아닐까. 물론 지나친 스트레스는 건강을 해칠 수 있지만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는 필요하다는 말도 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맘에 든다. 안 그러면 아이들이 이걸 무기 삼아 툭 하면 자신이 할 일을 회피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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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들아, 자연사박물관에 가자! 공룡엄마의 과학 수업 1
김성화.권수진 지음, 하민석 그림 / 창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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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알이라고 하면 데굴데굴 굴러다니고 생명은 있으되 생명체로 취급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동화에서도 여간해서는 알을 의인화하는 경우를 거의 못 보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이 우선 독특했다. 공룡 엄마가 알을 데리고 자연사박물관에 가서 고생대부터의 자연을 설명하니까. 처음엔 그림을 안 보고 글자만 읽다가 도대체 알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싶어서 자세히 관찰했다. 그런데 별 것도 없다. 그냥 알에 팔 다리를 그렸을 뿐이다. 하지만 알을 하나의 생명체로 인식해서 그들이 학교에 다니고 엄마와 놀러다닌다고 생각하니 괜히 웃기다. 이렇듯 어린이책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을 이야기할 때 더 재미있게 여기는 법이다. 

엄마 오리부리공룡(마이아사우라를 이렇게 부른다.)이 자연사박물관에 가서 우선 찰스 다윈의 진화부터 설명을 한다. 거기서 찰스 다윈의 일생을 간략하게 훑어준 다음 본격적으로 박물관을 탐험하며 이야기를 들려준다. 고생대는 박물관에서 자체적으로 설명해주는 '목소리'가 있고 어느 곳에는 연구하는 학자가 있기도 하다. 물론 모두 동물이다. 용암과 화산을 이야기하면서 바위의 역사를 알려주고 모래가 생기는 과정을 통해 자연은 순환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당연한 것인데도 이렇게 이야기로, 그리고 때로는 시로 들려주니 새삼 자연의 경이가 느껴진다. 바위가 부서져 자갈과 모래가 되고, 그 모래가 진흙이 되었다가 결국 굳어서 다시 바위가 되는 자연의 순환. 

그러고 보면 여기서는 인위적인 것이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어쩌면 그래서 더 경이롭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몇 만 년의 시간 단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한다. 그러면서 생물의 멸종에 대한 경각심도 잊지 않는다. 이미 사라진 도도새와 그 외의 다양한 동물을 이야기한다. 대부분을 공중에서 보내고 산란기 때만 땅에 내려앉는다는 앨버트로스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인간의 욕심에 불끈 화가 치솟기도 한다. 그런 것들을 억지로 이야기하지 않고 느끼게 한다. 

처음엔 엄마 공룡이나 박물관의 누군가가 설명하는 부분이 꽤 길어 지루할 것 같았는데 조금 읽다 보니 들려주는 이야기속에 절로 빠져들어 지루한 줄 몰랐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이 인간을 중심에 두지 않고 자연을 중심에 뒀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오리부리공룡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자연이 어떻게 일을 하는지 감탄할 줄 모른다면, 과학 공부는 따분한 거란다!" (1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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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똥 만들기 - 비타민 박사의 의학 그림책
기무라 유이치 외 글, 이장선 옮김, 나카치 사토시 그림, 사토우 타카오 외 감수 / 소담주니어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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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책이 많이 있지만 똥을 만들다니 제목 참 고약하다며 책을 펼쳐보지만 어디에서도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똥'은 만날 수 없다. 그러니까 우리 몸에서 소화가 일어나는 과정을 설명하는 책인데 그걸 좀 특별하게 설명한다. 그 기발한 생각에 일단 감탄사를 보낸다.



몸속을 하나의 섬으로 설정하고 그 안에 음식물이 들어가서 나오기까지를 운하(괜히 이 단어가 거슬리는데 이건 순수하게 설명을 위한 것이므로 현재 우리의 사정은 생각하지 말자.)로 표현했다. 십이지장부터 소장과 대장은 마치 아마존 밀림에 나 있는 물길을 보는 것 같다. 입을 항구로 표현하고 입술을 게이트로 표현한 그림을 보고 있으면 이게 정말 사람 얼굴일까 싶을 정도로 정확한 표현이다. 음식은 화물로 표현한 것은 또 어떻고. 게다가 그 안에 박테리아가 숨어있는 모습은 어디에나 세균이 있음을 나타낸다. 며칠 장염으로 고생하고 이 책을 봐서인지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소화가 되는 것은 화물 상자를 부수는 것으로 표현한 것도 그럴 듯하다. 게다가 화물이 한꺼번에 몰려서 적체되면 외국에 지원을 요청한다나. 그건 바로 약을 먹는 것이고. 그런데 한 가지 걸리는 부분이 있다. 펩신레인저가 힘이 빠지면 알카라들의 매력으로 힘을 준다고 하는데 펩신레인저는 근육질의 남자로 형상화 하고 알카라는 수영복 차림의 여자로 형상화 한 게 거슬린다. 꼭 이렇게 표현해야 했을까. 마치 여자의 모습을 봐야 힘을 낸다는 듯한 설명이다. 나중에 알카라와 한 쌍을 이뤄 어디론가 흘러가는 모습도 그렇다. 이 부분만 제외하면 소화를 재미있고 기발하게 표현한 책이라 할 수 있다.



똥을 주제어로 해서 마인드 맵을 해 보았다. 아이들은 원래 똥이라면 좋아하기 때문인지 뚝딱 해놓는다. 똥의 종류는 자세히도 써 놓았네. 아이도 이 책이 재미있다고 한다. 특히 설사를 대장천에 홍수 난 걸로 표현한 부분이 기억에 남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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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혼의 세 가지 소원 동화는 내 친구 54
플로렌스 패리 하이드 지음, 이주희 옮김, 에드워드 고리 그림 / 논장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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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을 꽤 본다고 봤는데 이 작가의 책은 처음이다. 트리혼 시리즈가 있으며 꽤 유명하단다. 그래서 은근히 기대를 했다. 그러나 약간 뭐랄까. 내가 생각했던 그런 게 아니라고나 할까. 아니면 이 책이 트리혼 시리즈의 마지막에 해당된다는데 처음부터 봤어야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으려나. 만약 트리혼이 온갖 모험을 겪는 이야기부터 읽었다면 지금처럼 이런 허망함은 안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나는 트리혼을 이 책에서 처음 만났으니 거기에 충실해야겠다. 트리혼은 생일날 식구들에게 어떤 선물을 받을까 무척 기대하며 하루를 보낸다. 그런데 가만히 식구들의 행동을 들여다 보면 트리혼에겐 전혀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아니면 정말 트리혼의 생각처럼 몰래 놀래켜주려고 그러는 걸까. 그런데 아무리 봐도 그건 아닌 듯하다. 어디 트리혼의 엄마 아빠 뿐인가. 친구 모시도 자기가 할 말한 하거나 심지어 다른 사람의 이야기 중에서도 자기와 관련된 것 외에는 전혀 듣질 않는다. 이렇듯 이 책에서는 모두가 각자의 이야기만 하고 있다. 서로 대화라는 걸 하지 않는다. 대화라고 해봐야 엄마 아빠가 가계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정도다. 게다가 병 속에서 나온 지니는 피곤하다며 좀 쉬겠단다. 참 나 원. 이 책에 나오는 인물은 이렇듯 모두 독특하다. 

결국 지니한테 세 가지 소원을 말해서 이루어졌는데 그게 바로 생일 케이크와 촛불이다. 이름이 씌어진 생일 케이크. 보통 아이들이라면 좀 더 거창한 소원을 빌려고 애쓸 텐데 트리혼은 전혀 그렇지 신경 안쓴다. 세 번째 소원은 좀 더 신중하게 이야기할 거라고 다짐했는데도 결국 이름 쓰는 걸 말했으니까. 

트리혼이 생일 케이크의 촛불을 끄는 것으로 끝나는데 난 왜 이야기가 슬프게 느껴질까. 마치 엄마 아빠의 사랑을 받고 싶어 애쓰지만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 마음의 상처를 받은 아이로 여겨진다. 작가를 '어린이의 생활에 대한 통찰력과 기묘한 유머 감각'을 가졌다고 하는데 선뜻 동의하기가 어렵다. 기묘한 유머 감각이라는 말에는 어느 정도 공감을 하겠는데 어른의 행동이 거슬리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작가는 그걸 꼬집으려고 했는지도 모르겠고.


그림책 판형이지만 두께도 꽤 되고 글밥도 꽤 많다. 왼쪽은 전부 글이 차지하고 오른쪽은 그림이 나온다. 병 속에서 나온 지니가 좀 초췌해보이긴 한다. 피곤하니까 마지막 소원이 준비되면 불러 달라는 지니. 우리가 흔히 알라딘의 요술 램프에서 나온 요정이 '주인님'하며 복종하는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아, 그러고 보니 작가는 그런 것들에서 기묘한 유머를 사용하는구나.



둘째에게 소원에 대해 글을 써 보라고 했다. 지금까지 소원이 거의 다 이루어졌단다. 하긴 강아지 키우고 싶다고 노래를 했는데 키우고 있고, 이층버스 타보고 싶다고 했는데 비록 영국에서는 아니지만 어쨌든 타보았으니 그것도 이루어졌다. 그런데 사람이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다더니 이젠 새로운 소원이 생겼단다. 어른이 돼서라도 꼭 하겠다는데 과연 그 때도 이 소원이 그대로 유지가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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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소나무 산하작은아이들 19
권정생 지음, 김세현 그림 / 산하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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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서 어린이책 관련 활동을 많이 하면서도 권정생의 작품은 그다지 많이 읽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무조건 추앙하는 듯한 분위기도 마뜩찮았었다. 아무래도 권정생 선생님의 작품은 내 취향과 맞지 않았던 듯싶다. 그러나 그의 삶의 방식은 존경스럽다. 아니, 나라면 도저히 그렇게 살지 못할 것 같다. 그러다 문득, 이 작가는 작품 속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그대로 실천했구나를 깨닫는다. 권정생 작품에 드러나는 특징은 한 마디로 '모든 존재에 대한 사랑'이 아닐런지. 욕심을 갖지 말고 나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사는 것. 선생님 또한 한평생을 그렇게 살지 않았던가. 

주변에 있는 사람들 중 권정생 선생님의 작품을 많이 읽은 사람이 꽤 있다. 그래서 언젠가는 좀 읽어둬야겠다 싶었는데 마침 몇 편을 만났다. 한편으론 요즘 아이들의 생활을 그리는 그런 동화가 아니라 약간 마음을 먹고 읽었다. 그러나 첫 번째 이야기인 <하느님의 눈물>은 생각보다 재미있다. 


둘째는 육식을 무척 좋아한다. 그런데 가끔 동물들이 불쌍하단다. 오로지 사람이 먹기 위해 길러지고, 그러다 어느 순간 죽어야한다면서. 그런 식으로 따지면 식물도 마찬가지 아니냐고 했더니 그래도 식물이 느끼는 죽음에 대한 공포를 우리가 알지 못하기 때문에 괜찮지만 동물은 그렇지 않아서 더 불쌍하단다. 아마 그 이야기가 생각나서 이 이야기가 더 와닿았는지도 모르겠다. 차마 풀을 먹지 못하고 있는 토끼와 비슷해서. 비단 우리 아이 뿐만 아니라 어렸을 때는 이런 식으로 동정심을 표현하는 아이들이 종종 있다. 그러다 나이가 들수록 무뎌진다. 그것을 보고 살아가는 방식을 터득했다고 해야하는지 잘 모르겠다.
한바탕 세찬 소나기가 지나간 뒤에 다시 활기를 찾은 도꼬마리와 명아주. 서쪽엔 무지개까지 떴다. 이 이야기는 아주 짧다. 어떤 특별한 일이 벌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한여름의 소나기가 지나간 뒤에 언제 그랬냐는 듯한 일상을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고 있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채인선의 <토끼와 호랑이와 담이와>가 생각났다. 산 너머에는 절대 가면 안된다는 부모님의 말씀을 듣고 절대 넘어가지 않지만 어느 날 똘똘이는 결국 산을 넘고 만다. 그런데 그 산 너머에는 똘똘이와 똑같은 다람쥐가 있었다. 그 부모들도 절대 넘어가면 안 된다고 했던 말도 똑같다. 그렇게 용기 있는 누군가에 의해 서로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고 이젠 평화롭게 왕래하며 산다. 이건 마치 남과 북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권정생의 아름다운 동화가 저학년이 읽을 수 있도록 큼직한 글씨와 그림을 넣어 나온 책이다. 약간 지루할 수도 있지만 읽다 보면 마음이 잔잔해진다. 확실히 자극적인 요즘의 동화와는 뭔가 다른 맛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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