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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에서 만나다
토니 브래드먼 엮음, 김화경 옮김 / 동산사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이 세상에는 내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난다. 특히 안 좋은 쪽에서의 일이라는 것이 마음 아프다. 우리 나라 사람들도 전쟁을 겪고 가난을 겪었다. 또한 좀 더 사람답게 살기 위해 다른 나라로 몰래 떠나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어느 정도 극복하고 그럭저럭 잘 사는 나라가 되었다. 당시를 내가 직접 살아보지 않아서 그 고통을 짐작만 할 뿐이다. 우리에게는 옛일이 된 이런 것들이 어느 곳에서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아니, 사실로서 알고는 있어도 그것을 가슴으로 느끼기는, 솔직히 어렵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니 어느 정도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듯하다. 물론 그 전에도 내전이나 전쟁터에서 어린이들이 겪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는 책을 읽긴 했으나 이처럼 다양한 나라의 이야기를 한꺼번에 만나지는 않았다. 모두다 비슷한 상황에 처한 이야기라 마치 연결된 이야기라는 착각마저 들 정도다. 특히 외국으로 도피한 이들이 모두 아이들이라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개중에는 어른들도 있지만 그 중에서도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사람은 어린이니까.
고향에서는 행복한 가정에서 부러울 것 없이 지내던 아이들이 외국으로 도망가는 상황은 그야말로 비참하다. 그나마 엄마와 가족이 함께 떠나는 경우는 행운처럼 여겨질 정도다. 온 식구가 아이 한 명이라도 살리기 위해 힘겹게 비용을 마련해서 혼자 떠나보내는 이야기는 먹먹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모든 이야기가 그래도 희망적으로 끝난다는 점이다. 난민이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좋은 이웃을 만나 도움을 받기도 하니까. 그들도 언젠가는 당당한 사람으로 자라겠지.
작가가 영국인이라 영국에 난민 신청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처음엔 출발한 나라가 다양하니 도착한 나라도 다양할 줄 알았는데 대개가 영국이다. 어떤 이야기는 글쓴이가 중간을 너무 생략해서 앞뒤가 연결되지 않아 지레짐작으로 유추하기도 했다. 아마 그들의 문화를 잘 몰라서 그랬을 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책은 작품이 어떻고를 따지는 게 아니라 내용에 가슴 아파하고 그들을 이해하는 방법으로 읽어야 함은 확실하다. 이 이야기들이 먼 과거를 회상하는, 지금은 끝난 사건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현재도 일어나고 있고, 그리고 모르긴 해도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이야기라는 것이 더욱 가슴 아프다.
그런데 각 이야기의 주인공이 대개 흑인인데 표지는 예쁘장한 백인이다. 왜 그랬을까. 책 내용과 아무리 연결시키려 해도 잘 안된다. 그리고 그들이 난민을 신청하게 된 원인, 즉 그들 고향에서 일어난 일이 많이 나오리라 생각했는데 그 보다는 탈출하면서 겪은 이야기나 탈출 후 정착할 때의 이야기가 더 많았다. 하긴 제목을 봐도 쉼터가 주가 되긴 하겠다. 세계의 다양한 상황을 알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배려하기 위해 읽어야 하는 책이라는데는 동의하면서도 약간 아쉬운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