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왕 수학왕 - 휠체어를 탄 쌍둥이 현제의 꿈 이야기
고정욱 지음, 정연 그림 / 파랑새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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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작가를 보더니 대뜸 한 마디 한다. '이 작가는 항상 장애 이야기를 다루네'라고.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아이들도 직접 만나봤기에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비장애인이 장애인의 이야기를 다루면 네가 뭘 알겠냐라거나 마음 깊은 곳에는 동정심을 갖고(그러면서 본인은 장애인이 아니라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여기기에 더 삐딱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이야기를 쓰는 것 아니냐고 반감을 갖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작가에게는 그런 딴지를 걸지 않는다. 

책을 읽으면서도 이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인지 까마득히 몰랐다. 인간극장에 나온다는 이야기도 동화의 설정이라고 생각했지 사실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다만 실제 프로그램 이름까지 거론하기에 과장이 좀 심했구나라고만 생각했다. 헌데 모든 게 사실이었단다. 뇌성마비 쌍둥이를 키우는 엄마의 억척이 두 아이를 이처럼 밝게 키웠나 보다. 한 명도 쉽지 않은데 쌍둥이를 키우려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짐작이 간다. 

여기서는 환석이와 우석이가 3학년이 되어 친구들과 한 교실에서 지내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특히 똑똑하지만 이기적이고 욕심이 많은 태진이가 갈등의 축으로 등장한다. 태진이는 환석이와 우석이가 장애를 가졌는데도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고 선생님한테 귀여움을 받으며 거기다가 공부도 잘하기 때문에 무조건 싫어한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그러다가 학교에 화재가 나고 하필이면 환석이 아빠가 태진이를 구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고 태진이가 마음을 연다. 그런데 학교에 이런 화재가 나는 설정은 좀 심하긴 하다. 또 태진이 외할머니도 장애가 있고 미경이 오빠도 장애인이라는 설정도 좀 작위적이긴 하다. 또한 말을 더듬는 환석이가 축구 경기할 때 심판을 보며 더듬지도 않고 야무지게 말하는 모습은 일관성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나중에 태석이가 환석이 아빠 병문안을 오고 아이들과 화해하는 모습에서는 어쨌든 긴장이 풀어지며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가서 편안하다. 우석이와 환석이가 지금은 공부도 잘 하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지만 자라면서 어려움이 더 많을 것이다. 경쟁만 남아 있는 현실에서 약자를 둘러볼 여유가 없을 테니까. 그래도 이들이 끝까지 꿈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주변에서 극성이라고 말할 때마다 이야기한다는 엄마의 말은 가슴 아픈 우리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렇지 않으면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게 만만치 않다는 반증이니까. 여하튼 앞으로도 지금처럼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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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 최인호 동화집 처음어린이 9
최인호 지음, 이상규 그림 / 처음주니어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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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대부분은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한다. 어른들에게 '하지 말라'는 소리를 많이 듣기 때문에 어른이 되면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막상 어른이 되면 하지 말아야 할 게 훨씬 더 많다는 걸 알 것이다. 이런 건 언제가 반복되는 상황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제목을 보면 많은 아이가 공감할 만하다. 

소설가로 유명한 최인호의 동화집이다. 여기 있는 이야기들은 예전에 어린이 신문에 실렸던 작품을 모은 것이란다. 솔직히 소설가가 동화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작가가 머리말에서도 이야기했듯이 단지 어린이가 주인공이라고 해서 동화가 아니며 동화가 쉽게 써도 될만큼 만만한 문학이 아니다. 그래서 작가는 동화를 쓸 기회가 있었지만 별로 쓰지 않았다고 한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작가가 다 해주고 있다. 

그러나 알고 있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다른가 보다. 요즘 아이들이 읽는 동화와는 너무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동화를 전문적으로 쓰는 작가들은 모르긴 해도 어떻게 하면 지금 여기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들의 눈높이에서 그릴까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걸로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우리 어린이문학도 꽤 발전했다. 그러나 이런 식의 이야기는, 글쎄, 요즘의 동화 기준으로 보자면, 솔직히 실망스럽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는 게 옳다고 볼 수는 없다. 순전히 내 개인적인 감상이라는 걸 밝혀둔다. 

작가가 아들을 키우면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동화를 썼다고 한다. 부모의 수준은 아이 수준에 맞춰간다는 말이 있듯이 작가도 아들이 겪었던 일을 돌아보며 동화를 썼을 게다. 그래서인지 이야기 곳곳에서 아이에 대한 아빠의 사랑이 듬뿍 묻어난다. 그런데 여전히 아쉽다. 뭔가를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어른의 생각이 고스란히 드러나서 불편하기도 하다. 물론 동화의 궁극적인 목적은 어린이에게 뭔가를 알려주는 것이지만 이처럼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요즘 아이들이 얼마나 영악한데. 오래 전에 썼던 글이라는 말에 조금 위안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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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동저고리 파랑새 그림책 84
이승은.허헌선 글.인형 / 파랑새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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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색동저고리를 입고 싶었으나 한 번도 입어본 적이 없다. 어린 나이에 여러 색깔로 알록달록 만들어진 색동저고리가 얼마나 예뻐보였을까. 그러나 주로 밖에서 뛰어 놀았기 때문에 불편한 한복을 굳이 사 달라고 하지 않았다. 결국 한 번도 입어보지 못하고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하긴 그 당시는 한복을 입었다가도 한 시간도 못 되어 벗어놓았던 기억이 난다. 그나마도 몇 번 입지도 않았고. 

아직도 색동저고리는 막연한 동경으로 남아 있다. 아마 입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럴것이다. 그런데 기억 속에 있는 색동은 이 책에서처럼 그렇게 은은한 맛이 없다. 강렬한 색상이 반복되어 있는, 약간은 기계적인 냄새가 난다. 여기 나오는 색동저고리 색상이 훨씬 따스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뭘까. 그건 아마도 책 내용과 관계가 있지 않을까 싶다. 

어려운 살림살이 때문에 엄마는 일 가시고 밤 늦게까지 둘이서 놀다가 지쳐 잠든 아이들. 엄마를 기다리다가 잠든 아이들을 보는 엄마 마음은 또 얼마나 아플까. 설날 전날이라 아이들은 예쁜 옷으로 차려 입고 맛있는 것도 먹으며 놀지만 그럴 형편이 안 되는 돌이와 분이는 집에서 가오리 연을 만들며 논다. 예쁜 옷을 입고 나온 아이들을 부러운 듯 바라보는 분이 표정은 보는 사람을 안타깝게 할 정도로 사실적이다. 인형으로 어떻게 이렇게 만들었을까. 까치밥을 남겨 놓은 감나무며 야트막한 초가의 돌담, 문을 빼꼼 열고 내다보는 아이들 모습과 댓돌에 놓여 있는 짚신을 보고 있노라면 이 작은 걸 어떻게 만들었을까 싶다. 

자는 아이들에게 작은 선물이라도 주고 싶어 밤새도록 자투리 천으로 색동저고리와 목도리를 만들어준 엄마의 사랑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이야기다. 풍족하지 않은 형편이지만 따스함이 묻어나고 사랑이 느껴지는 이야기, 그러면서도 작은 인형을 감상할 수 있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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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은 어떻게 닭이 될까? 어메이징 사이언스 3
데이비드 스튜어트 글, 캐롤린 프랭클린 그림, 이지윤 옮김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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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는 매년 봄과 가을에 병아리가 깨어난다(가끔 여름이나 초겨울에도 깨어난다. 특히 초겨울에 깨어나는 병아리를 서리병아리라고 부른단다). 사 먹는 건 못 믿겠다며 달걀이라도 직접 얻겠다고 시작한 닭 키우기가 몇 년이 되었다. 매년 그렇게 봄 가을에 2,30여 마리의 병아리가 깨어나지만 남아 있는 숫자는 항상 비슷하다. 가끔씩 개가 닭장을 휘젓거나 어떤 일이 생기는 탓이다.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간혹 병아리가 한꺼번에 깨어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건 알의 문제가 아니라 하루 이틀 간격을 두고 아빠가 알을 더 집어넣기 때문이다. 그러면 나머지 병아리가 깨어나기까지 잠시 거실에 두고 키우신다. 그럴 때 엄마는 계란 노른자를 삶아서 병아리에게 먹인다. 처음엔 노른자가 병아리가 되는 거라 생각해서 참 이상했다. 자신의 종족을 먹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그런데 알고 보니 노른자는 알 속의 병아리에게 영양분을 공급하는 거란다. 그 후로 엄마의 그 방법이 옳았다는 걸 알았다. 헌데 며칠 전에 남편과 둘째에게 그 얘기를 해줬더니 전혀 수긍하지 못한다. 처음의 나처럼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런지. 

이런 사연이 있던 터라 이 책의 다양한 이야기 중 유독 그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병아리가 부화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그림을 보니 좀 더 명확해진다.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날 때는 안에서 오랜 시간 껍질을 깨기 위해 노력한다니. 문득 데미안이 생각나기도 한다. 그냥 쉽게 태어나는 것 같지만 실은 이처럼 힘든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다. 하긴 사람도 마찬가지다. 또한 병아리 부리 끝에 난치가 있어서 나올 때 이것으로 껍질을 깬다고 한다. 이건 처음 듣는 얘기다. 자연은 참 신기하다. 저절로 되는 건 없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일어나는 일은 없으니까. 닭이 알을 품을 때는 수시로 굴려서 골고루 온기를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심지어는 가망이 없는 알은 밖으로 굴려내기도 한단다. 이건 책에 없는 내용이다. 엄마가 수년간 지켜보고 얻게 된 상식이란다. 전에는 몰랐는데 요즘은 엄마에게 듣는 이런 이야기가 참 재미있다. 들으면 들을수록 자연은 신기하다 못해 위대하다는 생각을 한다. 

달걀부터 닭이 되기까지, 아니 닭이 알을 낳고 그것이 병아리가 되기까지를 보여주고 있는데 글이 많지 않은데도 들어갈만한 내용은 다 들어있다. 짧은 책 한 권을 읽으며 시골에 있는 닭을 생각했다. 그리고 그들과 살고 계신 부모님도 생각이 났다. 우리는 이렇게 '지식'으로 접하는 것들을 두 분은 직접 '생활'로 겪고 계시다. 그래서 엄마가 해주는 이야기가 머릿속에 더 잘 들어온다. 만약 이 책부터 봤다면 이처럼 기억에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직접 체험한 후에 봤기 때문에 이처럼 재미있게 공감하며 읽었던 것 아닐까. 아이들도 병아리와 종종 놀았기 때문에 적어도 책 속의 지식으로만 기억되진 않았을 거라 확신한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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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 형제 토끼 - 현덕 대표 그림동화 처음그림책 1
현덕 지음, 홍영우 그림 / 처음주니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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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노마를 만났다. 현덕의 작품에 항상 나오는 노마. 천진하고 마냥 어린이다운 노마. 지금까지 노마하면 이형진이 그린 고양이 흉내내는 노마가 생각났다. 그런데 여기서는 전혀 다른 모습의 노마가 나온다. 이유는, 물론 그린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현덕의 노마 이야기를 왜 그리 높이 평가하는지 잘 몰랐다. 요즘은 멋진 그림책이 워낙 많이 나오기 때문에 오래전에 나온(1947년이란다.) 이야기니 아무래도 차이가 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내용을 읽어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말이지 어린이들의 마음을 어쩜 그렇게 잘 표현했을까 싶고 어린이들의 놀이를 놀이답게 다루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눈이 내리는 겨울. 매년 내리는 눈이지만 노마와 친구들은 처음 보는 눈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모두 자기를 위해 내리는 눈이라고도 생각한다. 언제나 모든 것을 새롭게 바라보고 자기 위주로 생각하는 아이들. 이게 바로 아이들 본연의 모습이자 순수한 아이들 모습 아닐런지. 작가는 그러한 아이들을 과장하지도 않고 미화하지도 않으면서 정확히 그려냈다. 또한 눈이 먼 데서 오기 때문에 다리 아파서 아무 곳에나 내린다는 표현을 함으로써 글맛도 느끼게 한다. 노마와 영이, 똘똘이 이야기를 반복하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심심해 하던 아이들이 토끼가 되어 산에서 나무하는 엄마에게 갈 때부터는 이제 아이들이 아니다. 토끼가 되었으니까.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엄마 또한 단순한 엄마가 아니다. 아이들은 놀이에 쉽게 빠져든다. 또 다른 친구를 쉽게 받아들인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왔을 때 놀러 온 기동이를 보고 놀이에 필요한 늑대를 바로 생각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그러한 이야기를 길게 설명하지 않는다. 먼저 늑대란 놈이 와 기다리고 선 것이라고 슬쩍 넘어간다. 이로써 아이들의 놀이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비록 기동이가 악역을 맡았지만 그렇다고 끝까지 선과 악으로 나뉘어 싸우지 않는다. 이제는 빡으로 나가 눈에서 미끄럼을 타며 놀고 있다. 놀이는 그냥 놀이일 뿐이니까.  

늑대 이야기를 몸으로 표현하며 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재미있게 표현되었다. 확실히 보면 볼수록 글맛이 느껴지는 노마 이야기다. 자꾸 강렬한 이형진풍의 그림이 연상되어 밋밋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아이들일 때와 토끼와 늑대의 모습일 때를 적절히 표현해서 이야기를 도와주고 있다. 특히 소매를 길게 빼고 토끼 귀처럼 표현한 모습이 재미있다. 얼굴 모습이 천편일률적이라 약간의 아쉬움은 남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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