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상자 사계절 웃는 코끼리 1
김옥 지음, 서현 그림 / 사계절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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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책 읽는 연령대를 자꾸 세분화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책을 읽는데 딱 잘라 연령을 구분할 수 없다지만 막상 누구에게 책을 추천하거나 소개하려면 연령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게 바로 현실인 것이다. 그래서 책의 연령을 세분화하는 게 상술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정보를 제공한다고도 할 수 있다. 특히 전집이 아닌 이런 단행본이라면 상술이라고 말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아니, 오히려 이처럼 사각지대에 있는 연령대를 생각해준 것 같아 고맙기까지 하다. 이제 막 그림책을 벗어난 아이들이 읽을 만한 책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나와서 하는 얘기다. 내가 그림책은 유아만 보는 게 아니라고 말하고 다니고, 어른이지만 그림책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솔직히 초등 고학년인 아이가 여전히 그림책을 보고 있으면 답답하다. 그래서 슬쩍 비꼬기도 한다. 동화책도 잘 읽으면서 그림책'도' 본다면 그것처럼 환상적인 게 없을 테지만 이건 동화책은 거의 읽지 않으니 속이 탈 수밖에. 그래도 어쩌랴. 그림책이 좋다고 열심히 사들이는 나를 탓해야지. 

워낙 다양한 글을 써서 동화책 세계에서는 유명한 김옥 작가의 글이다. 저학년 중에서도 가장 낮은 단계의 어린이들이 읽는 이야기답게 재치있고 재미있다. 게다가 만화 같은 그림(눈물바다>에서 봤기 때문에 더욱 친근한)이 재미를 더한다. 동생을 꼼짝 못하게 하는 비결을 들려주는 첫 번째 이야기는 어느 집에서나 일어나는 일일 게다. 동생이 무조건 자기 마음대로 하는데도 동생만 보면 귀여워 어쩔 줄을 모르는 엄마 아빠에 대한 원망이 살짝 묻어나기도 한다. 

아이가 방학하면 엄마는 그때부터 개학이라는 말이 있듯이 방학 때 두 형제가 온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며 노는 평범한 이야기다. 그러다 낮잠은 잔 동생이 갑자기 일어나서 유치원 가겠다고 인사하고 나가는 이야기. 사실 이런 경험 한 번쯤은 다 있지 않을까. 아이 뿐만 아니라 어른도. 솔직히 나도 어렸을 때 낮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어두워지려고 해서 학교 늦었다고 울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 여기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특별한 사건이라고는 할 수 없다. 어느 집에서나 요 또래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일어나는 일이지만 재미있게 다가오는 이유가 뭘까. 아마도 상황을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 간단하게 설명하는데 그럼으로써 독자가 상황을 유추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러면서도 아이는 어른의 속셈을 훤히 꿰뚫고 있다는 걸 암시하는 이야기가 어린 독자의 마음에 쏙 들 것이다. 어른인 나도 엄마의 속셈을 알아차린 주인공의 마음에 공감이 가는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암튼 무언가를 알려주거나 가르치려는 이야기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아이 마음을 읽으려고 애쓴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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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천재 클레멘타인 동화 보물창고 26
사라 페니패커 지음, 최지현 옮김, 말라 프레이지 그림 / 보물창고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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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전에 다니던 학교에서는 매년 학예발표회를 했다. 각자 또는 몇몇이 모여서 한 가지 이상씩 발표를 하는데 특기가 없는 아이들은 난감해 한다. 고학년은 자기들끼리 알아서 하니까 덜한데 저학년의 경우는 부모가 더 심란해 한다. 모르긴 해도 특기가 별로 없는 둘째 같은 아이들 마음이 딱 클레멘타인 같지 않았을까. 다행히 그곳에서 잠깐 다니다 전학을 왔는데 여기 학교는 그런 행사가 없어 안도했다. 

재능 발표회를 한다는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은 클레멘타인은 신나기는 커녕 심란하기만 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은 발표회를 할 만한 재능이 없기 때문이다. 친구 마거릿은 너무 많아 행복한 고민을 하는데 말이다. 그러나 클레멘타인도 자존심이 있기 때문에 속으로만 끙끙 앓는다. 재능이 없어 걱정이라고 은근슬쩍 선생님께 암시를 줘도 전혀 눈치채지 못하니 더 애가 탄다. 오죽하면 역할놀이를 할 생각을 할까. 동생이 개가 되고 클레멘타인이 주인인 놀이를 말이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들은 선생님의 반응이 재미있다. 무조건 안 된다고 하지 않고 스스로 왜 안 되는지 깨닫게 유도한다. 연습할 때 난장판이 되어도 선생님은 한숨을 쉴 지언정 틀에 가두려 하지 않는다.  

클레멘타인의 엄마는 또 어떻고. 운동화를 사러 가서 온갖 신발을 신어 보고 까다롭게 굴어도 그대로 둔다. 나 같으면 혼쭐을 내줬을 텐데. 작가는 그런 어른의 시각은 신경도 쓰지 않고 오로지 아이 입장만 생각하나 보다. 신발을 사러 누가 갈지를 정하기 위해 클레멘타인의 엄마와 아빠가 벌이는 실랑이를 읽으면서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로 상의하고 타협하는 부부가 있을까. 이런 게 바로 문화의 차이라는 건가 보다. 

클레멘타인은 우여곡절 끝에 재능 발표회 감독을 아주 잘 수행해서 많은 사람들의 박수를 받았다. 재능이 아무것도 없다고 좌절할 뻔했는데 그래도 재능을 발견했다. 그런데 이 재능은 주변 사람들이 있었기에 발견할 수 있었다. 클레멘타인은 천방지축인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알기에 미워할 수가 없다. 툭 하면 교장 선생님에게 달려가 투정 부리는 모습까지 귀엽다니까. 게다가 그림이 재미있다. 클레멘타인의 표정을 너무 잘 표현했다. 톡톡 튀는 글과 툭툭 던지는 듯한 문장에다 등장인물들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하나로 연결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재치와 유머가 가득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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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하나면 되겠니? 신나는 책읽기 26
배유안 지음, 남주현 그림 / 창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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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학년 동화와 청소년소설을 쓰던 작가가 처음 쓴 저학년 동화란다. 작가들은 저학년 동화를 쓰기 어렵다고 말한다. 저학년은 아직 논리력이나 비판력이 약하기 때문에 그냥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상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단다. 그러니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피상적인 이야기만 할 수도 없어서 어렵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내용이 재미있으면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를 은근슬쩍 하는 이야기를 만난다. 즉 어렵다는 뜻이지 불가능하다는 뜻은 아닐 게다. 

처음엔 누구나 아는 평범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중간에 은이가 개미굴로 들어가는 장면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 할머니가 개미에게 콩을 하나 둘씩 줄 때부터 나중에 도움을 받으리라는 것도 예상할 수 있었다. 이처럼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 같지만 뒤로 갈수록 그 안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지네가 할머니의 기운을 가둔다는 설정이나, 알고 보니 지네도 할머니 콩을 먹고 싶어서 그런 것이지 선천적으로 나쁜 마음을 가진 건 아니라는 이야기는 예상을 빗나갔다. 개미들과 은이가 힘을 합쳐 지네와 싸울 때는 지네가 악이라고 생각해서 은이와 개미를 응원했는데 나중에는 지네가 측은하게 느껴졌다. 결국 은이도 같은 마음이었는지 나중에 집으로 돌아와 할머니에게 지네에게도 콩을 주라고 부탁한다. 자연을 인간의 입장에서 선과 악으로 나누지 않고 자연 그 자체로 존중해주는 작가의 시각이 마음에 들었다. 

두부를 만들어 파는 할머니의 곤궁한 삶 때문에 혹여 은이가 마음의 상처를 받지는 않을까, 그런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렇지 않다. 아니, 전혀 아니다. 밝고 명랑하며 건강한 마음을 가진 은이의 모습을 보니 나까지 행복해진다. 힘겹게 맷돌 돌리는 할머니를 돕기 위해 친구들이 놀자고 해도 뿌리치는 은이의 마음이 참 예쁘다. 그런데 지네가 사람 침에 맥을 못 춘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지네에게 물린 할머니가 침을 뱉으며 하는 말을 그냥 흘렸는데 나중에 은이가 지네와 싸울 때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로써 어린 독자들도 새로운 사실을 알지 않았을까. 몰라도 상관은 없지만. 겉표지에 콩 하나도 나눠 먹는 삶의 지혜를 배운다던데 솔직히 거기에는 눈길이 가지 않았다. 지네에게 너무 많은 관심을 가졌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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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찬 기출문제집 2학기 중간고사 대비 중2 (2010년) - 2010
비상ESN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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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두산(김) 기가(금성) 한문(동화사)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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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고객센터 2010-06-10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타깝지만 문의주신 상품의 부록 정보를 주문시 배송지 정보 기재입력하시면서 <택배원에게 남기는말>에 기재하지 않아 업체에서 아무래도 함께 보내드리지 못한듯한데요. 오늘 출고되어 내일 배송예정으로 조회되는데, 수령하시고 문제 있으시면 1:1고객상담으로 연락주시면 이 부분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다만,함께 배송되지못해 재배송 원하시는경우, 별도의 배송비용 부담해주셔야 하는점 참고말씀 드립니다. 이후 상품평이 아닌 이용하시면서 불편하신 점은 1:1 고객상담을 이용해 주시면 됩니다. 편안한 시간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봄햇살 2010-06-11 11:35   좋아요 0 | URL
전화했더니 그냥 보내주신다네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옵션을 선택하는 기능 추가는 안될까요. 그러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을 텐데요.
 
교환학생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7
샤론 크리치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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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우리 작가의 책과 뭔가 다르다는 게 느껴졌다. 한 마디로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는 듯한데 도대체 그게 뭘까. 책을 읽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조금씩 피어오르던 의문은 얼마 남겨 놓지 않은 곳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그러다 갑자기 깨달았다. 아, 바로 그거였다. 대개 우리 청소년 책에서는 선과 악이 확연히 구별되어 대립하는데 반해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 그래서 때로는 지루한 느낌마저 들지만 다 읽고 나면 진정 주인공이 성장한 게 느껴지고 덩달아 읽는 나도 뭉클한 뭔가가 느껴지는 것이다. 

처음 디니 가족을 소개하는 부분에서 참 별난 가족도 다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니, 솔직히 이렇게 무책임한 부모가 있을까 싶어 화가 났다.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기분 내키는대로 훌쩍 떠나버리는 디니의 아빠. 혼자만 가는 것이 아니라 먼저 가서 살 곳을 물색한 다음 가족을 부른다. 그러면 디니 엄마는 남편을 따라 가족을 이끌고 이사를 간다. 아이들이 새로운 곳에 정착하느라 얼마나 힘든가는 고려되지 않는다. 그래서 디니 언니가 열여섯에 임신을 하고 오빠는 툭하면 말썽을 부리는 상황을 보며 당연하다는 생각까지 했다. 그렇다면 디니 아빠도 뭔가 깨닫고 달라지겠지라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여기서는 그런 이야기들은 중요하지 않다. 가족을 키워드로 잡았다면 잘못 짚었다. 물론 디니는 자신만 가족을 떠나 이모와 이모부와 살게 되자 가족에게 버림받은 것이라고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디니는 처음부터 끝까지 가족을 원망하지 않는다. 그리움을 간직한 채 자신의 삶을 하루하루 살아가다 그래도 가족이 있어 행복하다는 걸 깨닫는다. 즉 디니 내면에 일어나는 변화가 주된 이야기다. 

별다른 섧명도 없이 디니가 이모와 이모부를 따라 스위스로 떠난다. 독자는 당황할 수밖에 없다. 디니 가족이 힘든 상황이라는 건 알지만 어느 누구도 디니에게 설명해 주지도 않을 뿐더러 독자에게도 아무 말이 없다. 이모부가 교장으로 일하고 이모가 교사로 있을 학교에 디니도 함께 간다는 사실 밖에 알지 못한다. 그제서야 제목과 연결시켜 그곳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 디니가 겪는 일이 주된 이야기겠거니 짐작했다. 그렇다면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일, 즉 이방인으로서의 어려움이 나오겠거니 했다. 그 중 나쁜 친구가 있어서 대립하겠지라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모든 친구가 착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흔히 말하듯 못된 아이가 나오지는 않는다. 그나마 가장 악역에 가까운 인물이 릴라 정도다. 

스위스에 있는 미국인 학교지만 아이들 인종은 다양하다. 그만큼 성격들도 다양하다. 그러나 각자는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 선생님들도 마찬가지다. 릴라가 불평불만을 하며 다른 사람을 괴롭혀도 그게 문제로 나타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릴라의 성격이 그런 데에는 분명 가정에 어떤 문제가 있기 때문임을 암시하는데 그렇다고 직접적으로 이야기해 주지는 않는다. 다만 릴라 엄마 아빠의 행동을 보고 짐작하도록 할 뿐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디니의 마음이지 릴라의 가정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군더더기로 비칠 수 있는 요소는 모두 생략했다. 덕분에 별별 추측을 다 해본다. 

자신이 납치되는 것이라 생각하며 창문에 구조를 요청하는 글을 써 놓아도 심각하게 문제 삼지 않는 이모와 이모부의 재치와 여유, 수업 도중에 예고 없이 나온 어떤 주제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몇 시간씩 토론하도록 이끄는 수업 방식이 왜 그리 부럽던지. 또한 아이들끼리 이웃 나라로 너무 자연스럽게 여행가는 모습을 보며 지리적 여건에 따라 사고의 틀도 규정되는 것 같아 씁쓸함을 느꼈다.  

낯선 곳에서 적응하기 위해 애쓰지만 그것이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틀을 벗어나야만 다른 세계를 만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성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그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다양한 문화를 만날 수 있고 우리와 다른 방식의 삶을 만날 수도 있다. 또 작가의 재치를 만날 수도 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제목이 영 마음에 안든다. 내용에서 교환학생에 대한 것이 안 나오기도 하지만 디니가 다른 곳으로 간 이유는 그런 의미가 아니기 때문이다. 읽기 전에 기대한 것도 내용과 안 맞지만 읽고 나서도 작가의 메시지를 담기에는 여전히 뭔가 부족한 제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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