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공룡 지도책 - 롤프의 공룡 여행 상상의눈 지식그림책 5
임종덕 외 글, 최병옥 외 그림 / 상상의집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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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 여행을 많이 다니는 편인데 둘째가 꼽는, 가장 좋았던 여행지는 고성이다. 그러면서 한 가지 덧붙인다. 공룡 발자국 보고 뛰어가다 만난 공룡 모형 진짜 무서웠다고. 사실 나도 아이가 저만치 앞서 가다 되돌아 뛰어오며 저 앞에 공룡 모형이 무섭다는 말을 하길래 가짜인데 뭐가 무섭냐고 퉁을 주고 가다 갑자기 튀어나온 공룡 때문에 나 역시 무척 놀랐던 기억이 난다.

 

  아이들은 어렸을 때 한번쯤 공룡에 푹 빠지는 시기가 있다. 그래서 어려운 이름도 줄줄 외우고 외형만 보고도 무슨 공룡인지 맞춰서 부모를 놀래키곤 한다. 그 때 만났던 공룡 모형은 모두 외래어였는데 알고 보니 우리나라 지명이 붙은 공룡 이름도 꽤 된단다. 한반도에 공룡이 많이 살았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이름까지 붙은 줄은 몰랐다. 둘째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자기는 어떤 만화책에서 본 기억이 있단다. 그러니까 결론은 내가 관심이 없어서 몰랐다는 얘기다. 이런.

 

  우리나라에서 공룡 화석이나 발자국이 발견된 지역을 롤프를 따라다니며 구경하다 보니 정말 많다. 지금 살고 있는 곳과 가까운 곳에 공룡알 화석지가 있다고 듣기는 했는데 직접 가지는 않았다. 아이가 어렸다면 멀리 살아도 갔을 텐데 조금 컸다고 오고 갈 때 지나치면서도 정작 들르는 수고는 하지 않는다. 원래 가까우면 잘 안 가는 법이긴 하다.

 

  고성은 물론이고 의성, 해남, 마산, 남해, 진주 등 공룡의 흔적을 찾아 롤플ㄹ 따라 남해안을 돌아보았다. 그러면서 부경고사우르스도 만나고 해남이크누스며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 코리아노사우르스 보성엔시스 등을 만나니 기분도 이상하다. 해남, 보성이 들어가서 그런가 보다. 이왕이면 각 지역 사진이 크거나 여러 장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우리나라에 살았던 공룡과 그들의 흔적을 보며 잠시 시간 여행과 함께 그 지역 여행까지 다녀온 느낌이다. 아, 그리고 표지의 공룡을 만져보니 예전에 아이가 가지고 놀던 공룡 장난감을 만지는 듯하다. 공룡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면 그걸 만지는 맛도 꽤 괜찮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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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쌀 한 알로 정승 사위가 된 총각 방방곡곡 구석구석 옛이야기 16
배서연 엮음, 전갑배 그림, 권혁래 감수, 박영만 원작 / 사파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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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어린이 책 모임에 나갔을 때 이 이야기를 가지고 그림자극 공연을 하는 걸 보았다. 물론 비슷한 이야기의 다른 판본이다. 워낙 옛이야기는 같은 이야기라도 여러 판본이 전해지기 때문에 똑같은지 아닌지를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이처럼 여러 판본이 존재하는 이유가,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이 잊어버리면 그 고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른 것으로 대체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그래서 옛이야기가 재미있는 법이다. 똑같은 이야기라도 듣는 사람의 반응에 따라 길이를 늘리거나 줄일 수 있고 기억이 안 나면 살짝 바꿔도 듣는 이는 알지 못하니 부담도 없다. 예전에는 이런 걸 미처 몰랐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사파리 출판사에서는 박영만 원작의 옛이야기를 꾸준히 펴내고 있는데 요 시리즈가 은근히 재미있다. 이미 알고 있는 것도 많고 이미 동일한 이야기가 다른 유명한 책으로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좋아한다. 딱히 그림이 멋지다거나 새로운 시도를 했다거나 그런 것도 아닌데 좋아한다. 지난 번에는 2학년들을 대상으로 1분기 동안 읽어준 책 중 가장 재미있었던 걸 뽑으라고 했는데 이 시리즈의 하나인 <붙어라 떨어져라>가 압도적인 1위였다. 그냥 사람한테 붙는 게 재미있고 똥을 쌌다는 게 웃긴 것이겠지만 책의 재미라는 게 뭐 별건가. 강하게 기억나는 부분이 있는데 그게 재미있으면 전부 재미있다고 느끼는 거지. 아직 이 책은 읽어주지 않았는데 이건 약간 강렬한 부분이 없긴 해도 좁쌀 한 알이 개가 되고 말이 되고 소가 되는 점층법이 재미를 더하지 않을까 싶다. 원래 아이들은 반복되는 걸 좋아하니까.

 

  좁쌀 한 알이면 웬만해서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데, 그걸 갖고 과거를 보러 가는 총각이나 그걸 맡아 주는 주막집 주인이나 특이하긴 하다. 그래야 이야기가 되니 일단 넘어가자. 다음 날 좁쌀 한 알이 남아있을 리가 없다. 쥐가 물어가지 않았더라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한 줌도 아니고 한 알이라니. 총각은 언제나 패기있고 당당하다. 나중에 정승이 총각의 소를 잡아갔다고 해도 굽신거리지 않고 당당하게 자기의 소를 내놓으라고 하니 꼿꼿한 성품의 총각인가 보다. 또 그걸 알아보는 정승도 보통 인물은 아니다. 여하튼 '그래서 이렇게 되었대요'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다음에 어떻게 될지 대충 짐작이 가는데도 계속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즉, 옛이야기는 은근 중독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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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핀 선생 죽이기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20
로이스 던칸 지음 / 보물창고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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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혹 책을 재미있게 읽었음에도 리뷰를 쓰기가 겁나는 경우가 있다. 무슨 말이든 하긴 해야겠는데 무슨 말을 해야할지,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가야할지 막막하기만 한 책, 그런 책을 만나면 리뷰를 최대한 미루다 다른 책으로 감정이 조금 상쇄된 뒤에 쓰곤 한다. 사랑하는 가족과의 영원한 이별을 이야기하는 책은 먹먹함 때문에 감정을 추스르고 나서 쓰는데 이 책은 피하고 싶기만 하다. 물론 책을 한번 손에 잡으면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숨가쁘게 읽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사건이 어떻게 될까하는 호기심 때문이지 내용을 마음에 두고 싶어서는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한 면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아이들 입장에서 묘사하는 그리핀 선생님은 정말이지 인정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사람처럼 여겨진다. 학생을 가르쳐야 할 대상으로만 보고 인간적인 교류는 전혀 관심조차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런 선생님이라면 나라도 정이 안 가겠다. 한 마디로 아이들이 시각에서 본 그리핀 선생님은 진정한 선생님으로서의 자격미달이라고나 할까, 여하튼 비호감 선생님이다. 그러나 그리핀의 일상을 보여주는 부분을 읽으면 그리핀은 누구보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 상당히 괜찮은 선생님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솔직히 지나치게 사건을 과장하고 비약한 면 때문에 리뷰를 쓰기가 거북했다. 어떻게 아이들이 선생님을 죽일 생각을 할 수 있느냐 말이다. 장난처럼 납치를 하고 겁만 주려 했을 뿐 진짜로 죽일 생각은 아니었다고 하지만 마크나 벳시, 제프, 데이비드의 행동을 보면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악한 모습이 나타나는 것 같아 불편했는지도 모른다. 그야말로 '악마를 보았'다고나 할까. 문제는 그러한 면은 아무리 선한 사람이라도 조금씩은 가지고 있다는 점이 나를 불편하게 한다. 다른 사람들은 그것을 이성으로 누르고 끄집어내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일 뿐 아닐까.

 

  통상적으로 이처럼 무시무시한 일을 저지르는 아이들은 가정적으로 큰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수잔이나 데이비드를 보면 꼭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친구들에게 인기는 별로 없지만 열심히 공부하고 재능도 있는 수잔이나, 훤칠하고 모범적이며 집에서는 다정다감한 아들이자 손자인 데이비드에게서 문제아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들은 잘못된 순간의 선택으로 인생에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이들의 잘못이라면 마크를 만났고 그의 제안을 거절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나머지 아이들은 중간중간 잘못을 뉘우치거나 되돌리고 싶어하는 반면 마크는 끝까지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합리화를 하려고 한다. 그것이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의 모습이란다. 게다가 하나의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또 다른 사건을 저지르는 모습에 경악한 수잔의 용기로 그나마 더 이상의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

 

  지극히 평범한 수잔이나 데이비드 같은 아이가 순간의 실수로 엄청난 잘못을 저지르는 모습을 보며 그들의 상황이 너무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치게 극단적인 설정이었다고나 할까. 책을 읽으며, 혹은 읽고 나서 안타까웠던 이유 중 하나다. 앞날이 창창한 아이들에게 남겨진 상처가 너무 엄청나서 같은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마음이 아팠다. 그러면서 적어도 현실에서는 이 정도는 아닐 것이라 위안해 본다. 자살을 다루는 책은 봤어도 진짜 살인을 다루는 책이라니……. 의도하지 않은 사건이었다 해도 실은 충격적이었다. 어른인 나도 이런데 과연 청소년 독자의 반응은 어떨까. 딸이 이젠 소설보다는 고전을 읽겠다고 하니 이야기 나눌 상대가 사라져서 아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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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도읍지 지도책 - 롤프의 역사 도시 여행 상상의눈 지식그림책 4
최설희 글, 이동승.한용욱 그림 / 상상의집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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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아이들도 그랬지만 많은 아이들이 의외로 역사를 어려워한다. 하긴, 돌이켜보면 나도 국사든 세계사든 어려워했던 것 같다. 당시는 오로지 교과서만 갖고 공부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역사는 무조건 외워야하는 과목이었으니까. 그러나 지금은 책도 다양하고 체험학습도 많이 다녀서 예전보다 훨씬 좋은 여건이 갖춰졌는데도 역시나 어려워한다. 아마 그건 흥미의 정도 차이가 아닐까 싶다.

 

  지금까지 내가 궁금해서 혹은 아이들에게 필요해서 다양한 역사책을 봤지만 계속해서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한 책들이 나온다. 도읍지를 중심으로 그 나라의 역사를 대략적으로 보여주는 책, 괜찮은 방식이다. 특히 백제의 경우 도읍지를 세 번이나 옮겨서 헷갈리기 쉬운데 도읍지를 옮긴 순서대로 설명하니 책만 여러 번 읽으면 자연스럽게 외워지겠다. 게다가 옛 명칭과 오늘날의 명칭을 제목에서 큼지막하게 알려줘서 눈에 잘 띈다.

 

  롤프를 따라 고조선부터 한양까지 여행을 하고 돌아오면 이제 각 나라의 순서며 도읍지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이 잡히지 않을까 싶다. 각 나라의 도읍지를 중심으로 당시의 문화와 사회 모습을 알려주고 지형도를 바탕으로 대표적인 문화재 위치도 보여준다. 평양이나 개성은 전혀 감이 안 잡히는데 이렇게라도 보니 조금 눈에 들어온다. 물론 지면의 한계 때문에 깊이 있는 정보를 얻는데는 무리가 있다. 예를 들면 한양 지도를 보다가 '숙청문'이 눈에 띄는데, 문득 숙정문이 아닐까 싶어서 찾아보니 둘을 함께 사용하다가 지금은 숙정문이라는 명칭을 더 많이 사용한단다. 그러니까 이러한 이야기를 싣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나처럼 더 찾아보면 될 것이다. 또한 그것이 진짜 스스로 하는 공부이고. 여하튼 이야기처럼 읽으면서 나라의 순서와 수도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아이디어가 썩 괜찮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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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의 재판 옛이야기 그림책 까치호랑이 21
홍성찬 글.그림 / 보림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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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에 빠진 사람 구해줬더니 보따리 내 놓으라 한다'는 속담이 딱 어울리는 옛이야기가 바로 이 이야기다. 유독 우리 옛이야기에는 호랑이가 많이 나오는데 죽을 때까지 인간 가족(이라고 믿는)에게 고기를 갖다 주는 착한 호랑이부터 엄마를 잡아먹고 그 아이들까지 잡아먹으려는 못된 호랑이까지 다양하다. 물론 이 이야기의 호랑이는 후자에 속한다. 구덩이에 빠졌기에 기껏 구해줬더니 배고프다며 잡아먹어야 한다나. 아니, 나그네도 그렇다. 이왕 물어보려면 인간에게 유리한 동물에게 물어볼 것이지, 왜 하필 모두 인간에게 유감이 많은 것들에게 물어보는지 모르겠다. 하긴 그러고 보니 인간에게 우호적인 동물이 얼마나 될까. 이런저런 이유를 들이대면 나그네 편을 들어줄만한 동물은 없어보이긴 한다.

 

  이렇게 옛이야기는 긴장을 유지한다. 반 정도까지는 나머지 동물들이 호랑이가 잘못했다고 하면 나그네가 살아날 가망이 있으니 기대를 하지만 반이 넘어가면 이젠 나그네가 죽었구나 싶을 것이다. 게다가 마지막 토끼를 만나기 전까지 모두 인간이 나쁘다고만 하니 이제 위기에서 빠져나오려면 신기한 재주를 부리는 누군가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그네는 처음부터 별로 걱정하는 눈치가 아니다. 장끼가 아무리 말려도 약속은 지켜야한다며 구해주더니 호랑이가 잡아먹겠다고 할 때에도 후회하지 않았다고 하니 언젠가는 선이 이긴다는 확신이 있었던 모양이다.

 

  게다가 이 호랑이는 원래부터 마을로 내려와 사람들을 못 살게 구는 등 못된 짓을 일삼던 호랑이라서 다시 구덩이에 빠져도 전혀 불쌍하지 않다. 그래서 저자는 처음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에 호랑이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줬나 보다. 만약 그 모습이 없었다면 약간의 측은함을 가질 수도 있을 테니까.

 

  노구의 저자가 가까스로 작업한 책이라고 한다. 시력이 점점 안 좋아지는 과정에서 작업한 책이라는데 그 말을 듣고 보니 <땅속나라 도둑괴물>보다 선이 거칠어진 듯하다. 그러나 거친 선도 나름대로 괜찮다. 아니, 원래부터 이런 의도를 가지고 그린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아이들에게 옛이야기는 세상을 배우는 통로라고 한다. 선과 악이 있고 살아가는 지혜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옛이야기를 하나씩 만나는 과정이 재미있으면서 의미있다. 그래서 보림의 까지호랑이 시리즈가 여전히 사랑받고 꾸준히 재창작되어 나오는 것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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