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크는 시계 돌개바람 11
발레리 제나티 지음, 김주열 옮김, 프레데릭 리샤르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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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있어 키라는 것은 참으로 예민한 주제다. 아니, 아이들 뿐만 아니라 부모들에게 있어서도 아주 중요한 주제다. 둘째가 이 책을 보자마자 읽더니 한 마디 한다. 키 크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딴에는 키가 커지는 비결이 숨어 있지 않을까하는 은근한 기대를 했었나보다. 어쨌든 스스로 책이 오자마자 읽는 경우는 아주 드문 경우라서 속으로 대견스러웠다. 그러고보면 이 책의 제목을 참 잘 지은 셈이다. 궁금해서 아이가 스스로 펼쳐보게 만들었으니까.

여덟 살 생일에 할아버지로부터 받은 생일 선물, 시계. 정작 본인은 심드렁한데 주인공을 제외한 나머지 식구들은 그 선물에 엄청 감동하고 호들갑을 떤다. 물론 그 이유는 제각각이다. 엄마는 본인의 엄마가 차던 시계라서 감동하고 아빠는 스위스제 고급 시계라서 감동한다. 하지만 줄리는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 당연하지. 어린이들이라면 언제나 친구들과 비슷한 걸 좋아하지, 지나치게 어른스럽다거나 옛것을 좋아하지 않으니까. 그래도 줄리는 싫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선물 준 할아버지의 마음을 생각해서...

꼭 시계를 받아서가 아니라 그럴 나이가 되었기 때문에 엄마는 줄리가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혼자 하길 바란다. 하지만 줄리는 아직 그럴 생각이 없다. 그러다가 결국 사건이 터지고 만다. 아이들이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것은 흔한 일이기에 그러리라 예상했다. 그러나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은 예상 외였다. 아니, 대부분의 어린이책에서 그러하듯 우여곡절 끝에 시계를 찾을 줄 알았다. 그러나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하지만 아주 합리적이고 사실적인 방식으로 해결한다. 

물론 잃어버린 것을 만회할 만큼 시계의 역할이 컸기 때문이기도 하다. 시계 잃어버린 것을 어떻게든 들키지 않으려고 혼자 목욕도 하고 옷도 입은 것이 줄리의 부모에게는 줄리가 컸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으니까. 하긴 잃어버렸다고 솔직히 이야기한 후로도 계속 혼자 했으니 분명 시계의 임무는 다 한 셈이다. 다시 한번 감탄하건대 정말 제목 한번 기가 막히게 잘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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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락 피면 - 10대의 선택에 관한 여덟 편의 이야기 창비청소년문학 4
최인석 외 지음, 원종찬 / 창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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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글을 쓰는 작가들은 어떻게 소재를 구할까 궁금하다. 그냥 어쩌다 하나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 아니라면 그 많은 이야깃거리를 어디서 구한단 말인가. 그러기에 자신의 경험이나 주변의 이야기가 녹아들어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전혀 다른 생각이나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기가 어려울 것이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면 8명의 작가가 쓴 단편집인 이 책을 읽고 나니 자기가 살아온 세대는 어쩔 수 없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기 때문이다. 시대를 거슬러 가서 그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는 있겠지만 앞으로 다가올 사회를 들여다보기란 정말 어려운 일일 것이다. 자칫하다간 공상과학처럼 돼버릴 테니까. 그러기에 작가들은 자신의 삶에서 완전히 떠난 이야기를 하기가 어렵지 않을까하는 나름대로의 추측을 해본다.

내가 읽기도 전에 딸이 냉큼 가져다가 읽는다. 요즘 자꾸만 청소년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건 엄연히 청소년책이라고 하자 자신도 10대란다. 내 참 기가 막혀서... 무조건 십의 자리가 똑같으면 되는 줄 아나보다. 다 읽더니 하는 말, '라일락 피면'은 별로 재미없고 '영희가 O형을 선택한 이유'가 제일 재미있단다. 내 그럴 줄 알았다. 광주항쟁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가지고 풀어낸 이야기를 이해하지도 못할 뿐더러 거기에 숨겨 있는 의미는 더더욱 모를 것이 당연하다. 그리고 딱 자기 또래에게서 관심이 가는 이야기인 혈액형 이야기를 재미있다고 하는 것 또한 당연하다. 게다가 그 두 이야기가 어투에서도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첫 번째 이야기는 그저 평범한 방식을 따르고 있다. 그러나 두 번째 이야기는 문체도 독특하고 재미있다. 딱 요즘 아이들 모습과 성격을 보는 듯하다. 그러니 딸이 그렇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8인 8색의 이야기라는 말이 정확하다 싶을 정도로 각각의 이야기가 전혀 다른 소재를 가지고 전혀 다른 방식으로 풀어간다. 흔히 청소년기의 방황과 고민을 이야기하면서 진로를 고민하고 공부를 걱정하는 그런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니, 어쩌면 그런 이야기는 별로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배부른 고민을 할 여유가 없었는지도... 동성애를 다루기도 하고, 자신과 치열한 내면 싸움을 벌이기도 하고 사회로부터 고립되거나 스스로 격리시키는 삶을 살아가는 청소년을 다루기도 한다. 아, 그리고 또 있다. 사촌 누나를 사랑하면서 겪게 되는 고민을 풋풋하게 그려내기도 한다. 많은 이야기들이 다른 책에서는 쉽게 만나지 못했던 이야기들이었다. 그래서 신선했다. 물론 가끔은 걱정되기도 했다. 이걸 읽고 설마 아이들이 따라하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에. 물론 기우라는 것도 안다.

모든 이야기가 독특하고 울림이 있지만 읽는 중에는 별로 못 느꼈는데 어느 순간 문득문득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마지막 이야기. 아마도 모름지기 사람은 평범한 게 최고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나에게(똑같은 걸 지독히 싫어하면서도 편안함에 묻어가려 한다.) 약간은 의외로 비쳐지는 엄마의 모습 때문이었을 것이다. 학교를 그만두고 집에서 지내는 빔도 이해가 안 가는데 오토바이를 사서 아들이 그걸 타고 세상 밖으로 나가길 바라는 엄마도 선뜻 이해하기 어려웠다. 청소년들이 오토바이를 탄다는 것은 곧 폭주족이라는 등식이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서 그려졌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 알겠다. 빔의 엄마가 얼마나 현명하고 얼마나 아들을 사랑하는지. 그래서 더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지도 모르겠다. 뭐, 체 게바라가 우리나라에서는 엉뚱한 방향에서 인기를 얻는 것이 영 못 마땅하긴 하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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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우유일지도 몰라 - 장독대 그림책 9
리자 슐만 글, 윌 힐렌브랜드 그림, 서남희 옮김 / 좋은책어린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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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모양을  생각할 때면 으례 직사각형을 떠올린다. 아이들 책이든 어른들 책이든 대부분 길쭉한 네모 모양을 하고 있다. 지금이야 각각의 책들이 나름대로의 모양을 고집하고 있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책꽂이에 꽂으면 조로록 줄이 맞는 획일화된 모양이었다. 오죽하면 그 틀을 깬 책들을 꽂아 놓았더니 나이 많은 어른들이 책을 왜 엉망으로 꽂았냐고 했다는 일화까지 있을까. 하긴 지금도 들쭉날쭉한 모양이 싫어서 되도록이면 크기가 똑같은 전집류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긴 하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다가 이렇게 서론이 길어졌는지 모르겠다. 아, 이 책은 모양이 정사각형이라는 점이다. 그것도 크기가 결코 작지 않은... 이런 경우 책꽂이에 꽂으면 불쑥 튀어 나와 자꾸 나모 모르게 밀어넣으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요즘은 이런 판형의 책이 꽤 있어서 그 옆에 꽂으면 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상식을 따르지 않는 모양처럼 내용도 과연 그럴까. 뭐, 제목을 봐서는 아이들이 흔히 궁금해 하는 그 어떤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문득, 정말 어느날 갑자기 떠오른 궁금증을 아이들은 속으로 삼킬 줄 모른다. 로지도 마찬가지다. 항상 보았던 달을 보고(하긴 항상은 아니었겠다. 밤이 새벽으로 바뀌는 시점에서 보았다는 것은 특별히 늦게 잤거나 자다가 깼다는 얘기일 테니까.) 무엇으로 만들어진 것일까가 갑자기 궁금해진 것이다. 옆에 있는 고양이에게 물으니 우유가 담긴 접시란다. 즉 우유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로지는 물론 믿고 싶지만 어디선가 의문이라는 것이 고개를 든다. 그래서 결국 닭에게로 가서 물어보기로 한다. 아침이 될 때까지 기다렸으니 얼마나 많이 참은 것인가.

그러나 모든 사람들 생각이 다 다르듯이 동물의 생각도 모두 다르다. 당연하다. 동일한 동물도 아니고 종이 다른 동물에게 물어봤으니 각자가 생활하는 모습이나 가치를 두는 것이 다르다 보니 대답도 당연히 다를 수밖에. 이렇게 고양이와 닭과 나비, 개, 쥐 등을 만나고 다니지만 동일한 대답은 하나도 들을 수 없다. 그러니 로지는 더 의심이 든다. 결국 할머니에게 가 보는데... 

흔히 어린이책에서 나타나듯 반복과 점층법의 구조를 따르고 있다. 그러나 신선했던 것은 마지막에 모아지는 결론이었다. 모두 틀리지 않았으며 그렇다고 어느 한 동물만 맞춘 것도 아니었고 게다가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그 모든 것을 보고 듣고 취합해서 자신만의 것을 만들어 내는 로지의 능력이었다. 동물 친구들도 모두 수긍할 만한 달을 이루고 있는 물질에 대한 로지의 정의. 

사람들은 자신이 보려고 하는 것만 보는 경향이 있다. 또한 남의 말을 자신의 견해에 맞춰서 생각하려 애쓰기도 한다. 그래서 똑같은 말을 들었음에도 그것을 받아들이거나 해석하는 데는 차이가 있는 것일 게다. 어른도 그럴진대 아이들은 어떨까. 자신의 말이 무조건 맞다고 생각하는 것은 예사고 더 나아가 '자신만' 맞다고 우기는 아이들도 있다. 이 얼마나 위험한 생각인가. 하지만 그것도 자라고 성숙하는 한 과정일 것이다. 다만 다른 사람의 생각이 나와 다를 수 있고 그들의 말도 맞다는 것을 안다면 편협하고 고집스런 어른으로 자라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런 소양을 길러줄 수 있을까. 그건 바로 이런 책을 읽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끌어내면 되지 않을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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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져라 너구리 파랑새 사과문고 62
이상규 그림, 이미애 글 / 파랑새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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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동물을 다루는 동화라면 인간으로 인해 불행해진 면을 들춰내면서 인간의 잘못을 한껏 드러내는 게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 책은 예상을 완전히 비껴갔다. 표지 그림으로 미루어보자면 마치 우리에 갇힌 너구리가 야생 너구리를 부럽게 쳐다보며 결국 탈출할 결심을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했다. 

그러나 책을 덮은 지금 다시 들여다보니 우리에 있는 너구리는 외래종인 라쿤이며 행복하게 엄마 품에 안겨 있는 너구리는 토종 너구리다. (사실 둘을 구별할 줄도 몰랐다.) 이제야 그림의 의미를 알겠다. 흰너구리가 행복한 야생생활을 포기하고 풀 죽은 모습으로 살아가야 할 동물원을 택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라는 것을. 즉 이 책은 지금까지 보았던 책들과는 약간 다른 시각에서 야생동물을 바라보는 그런 이야기다.

행복하게 살던 너구리 가족이 산이 개발되면서 떠나게 되고 게다가 돌연변이인 흰너구리를 쫓는 사람들을 피해다닌다. 약하고 눈에 잘 띄는 흰너구리 흰눈이를 보호하기 위해 애쓰는 오빠 너구리 꼬리별이와 친구들의 힘겨운 노력. 그리고 결국은 흰눈이가 모두를 위해, 특히 엄마 너구리의 유언처럼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자유는 없지만 충분한 식량이 있는 동물원을 택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작가도 처음에는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동물원에 갇혀 있는 불쌍한 동물들 이야기를 쓰려고 했다가 어린 날에 동물원에서 행복했던 자신을 떠올리며 반대로 동물원이 꼭 필요한 동물은 없을까라는 것에 생각이 미쳤다고 한다. 즉 동물원이라는 곳을 개체수가 줄어드는 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장소로 그린 것이다. 결자해지 차원에서 사람으로 인해 살 곳을 잃어버린 동물들을 보호하는 기능을 하는 동물원 말이다. 물론 극히 일부만 그렇겠지만...

뻔한 설교조의 주제와 결론일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의 사건과 결말에 마음까지 신선해진다. 가끔 이런 신선함을 맛보는 즐거움이 꽤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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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된 연어
김숙분 지음, 이상훈 그림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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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라고 하면 남대천에서 하는 연어 잡는 축제가 생각나고 강한 회귀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뭐니뭐니 해도 식당에 가서 가끔 맛보는 음식으로서의 효용성만 생각나곤 한다. 아, 또 있긴 하다. 자기가 떠났던 곳을 힘들게 힘들게 돌아와서 알을 낳고 죽는다는 것.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결혼하기 전에는 참 대단하다라는 생각을 했다가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다 보니 대단한 자식사랑에 감동하기도 했다.

그런데 동화로 풀어낸 연어의 생활을 읽다 보니 미처 알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알게 됐다. 북태평양을 지나 알래스카까지 가는 것도 그렇고 약 1억 마리씩 무리지어 다닌다는 것도 모두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강과 바다를 넘나들며 힘들게 삶과 싸우며 살아가는 연어. 하긴 뭐, 그렇지 않은 생명체가 어디있겠냐만은 유난히 연어에겐 그런 생각이 더 든다. 그런 연어가 돌아오는 때를 맞춰서 재미있게 놀아보겠다고 축제를 여는 인간의 모습은... 

연어가 과연 숲과 무슨 관계가 있기에 숲이 된 연어일까 궁금했다. 내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 물에 사는 물고기와 산에 사는 숲과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 연결이 되지 않았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알았다. 숲은 새끼 연어에게 그늘도 되어 주고 몸을 숨기는 보호막도 되어 주는 것이다. 연어는 자신의 몸을 기꺼이 숲의 양분으로 되돌려 줌으로써 둘의 고리가 연결되는 것이었다. 

어차피 생태계라는 것은 먹고 먹히는 관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인간은 포식자로서 연어를 잡게 되겠지만 적어도 연어가 어떻게 생활하는지 자신의 종족을 지키기 위해서 어떤 방법을 택했는지를 알고 있다면 무작정 자신의 욕심만을 채우기 위해 존재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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