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박사와 떠나는 공룡대탐험
두걸 딕슨 지음, 원지인 옮김 / 파브르북(북공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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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아이들은 '공룡시기'를 거친다. 여기서 말하는 공룡시기란 공룡에 빠지는 시기를 말한다. 우리도 한때는 공룡책을 찾아 헤매기도 하고 공룡 장난감을 보이는 대로 사들이기도 했다. 큰 것부터 아주 작은 것까지. 처음에는 발음하기도 힘들었던 공룡 이름이 이제 기본적인 것들은 익숙해졌다. 전에는 공룡에 대한 책들이 많지 않았었다. 있다 해도 내용이 부실하거나 그림이 영 아닌 것들이었다. 그나마 수소문해서 괜찮다고 하는 것을 사 줬는데 그것도 내용면에서는 약간 2%가 부족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내용에 상당히 깊이가 있다. 게다가 내가 모르는 공룡이 이렇게 많았나 싶을 정도로 광범위한 공룡의 세계를 보여준다. 그래서 아이에게 보여줬더니 약간 시큰둥해 한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이제는 공룡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단다. 이래서 '적기'(right time)라는 말이 있나보다. 하지만 책이라는 게 어디 가는 것도 아니고 관심이라는 것이 줄어들었다가 다시 늘어나기도 하는 것이니 그다지 걱정하지는 않는다. 언젠가는 보겠지.

모두 사라져 버렸기에 더 궁금한 공룡. 게다가 아직도 밝혀진 것보다 밝혀지지 않은 것이 훨씬 많기에 사람들이 신기해 하고 경이롭게 생각하는 것일 게다. 공룡이 왜 지구상에서 사라졌는지도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잖은가. 게다가 공룡들에게 이름을 붙여 주고 모양을 복원했다지만 그 마저도 정확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예를 들면 스테고사우르스의 경우 골판이 한 줄로 늘어서 있을 것이라는 이론과 두 줄로 서로 교차되며 늘어서 있을 거라는 이론, 골판이 누워있을 것이라는 이론 등 아직도 명확하지 않다고 한다. 지금까지 아이들 장난감이나 그림에서 골판이 두 줄로 교차되며 나 있기에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이론을 가지고 만들었던 것이다.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1,2억 년 전에 공룡이 살았다는 둥 2억 년간 공룡이 지구를 지배했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지만 1억 년이란 시간은 엄청난 시간이다. 인류가 나타난 것이 5백만 년 전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공룡이 지구에서 생활한 기간은 대단한 것이다. 아무튼 공룡에 대한 호기심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발견이 될 때마다 점점 더 늘어나는 것 같다. 이 책에서는 단순히 공룡의 종류에 대한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최근에 발견된 것을 포함해서 새로운 이론들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있어서 새롭다. 흔히 알고 있듯이 공룡이 유성우 때문에 사라졌다고 하지만 요즘 어떤 학자들은 공룡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단순히 날아다니는 특징들을 가진 생명체로 진화했다고 본단다. 과연 어떻게 된 것일까. 공룡이 사라진 원인이 확실히 밝혀지는 날이 오긴 할까. 알면 알수록 더 궁금해 지는 것이 바로 공룡에 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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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보내기 재판놀이 최하림 시인이 들려 주는 구수한 옛날이야기 19
최하림 글, 김 담 그림 / 가교(가교출판)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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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이야기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재차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사실 나도 아이들에 대해 그리고 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 때는 뻔한 결말에 뚜렷한 권선징악이 드러나는 그런 옛이야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그런데 아이들책에 대해 조금씩 눈이 떠지면서 그동안 얼마나 잘못 알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아이들의 발달 과정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것을 무시한 채 내 기준으로 판단했던 것이다. 그나마 요즘은 옛이야기의 중요성을 많은 사람들이 인식했는지(아니면 원래 많았는데 내가 미처 몰랐는지) 옛이야기 그림책이나 동화책이 많이 나온다. 참 반가운 일이다.

이 책에는 옛이야기가 세 개 들어 있다. 세 번째 이야기는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첫 번째와 두 번째 이야기는 생소한 이야기다. 특히 첫 번째 이야기는 좀 특이하다. 암행어사가 남루한 차림으로 지나는데 마침 어느 집에서 암행어사를 외치는 소리를 듣고 자신을 부르는지 알고 놀랐지만 알고 보니 딸들이 놀이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야말로 자신들의 처지를 그대로 놀이에 풀어낸 것이다. 아이들이 놀이를 끝내고 한숨을 지으며 자신들의 처지를 한탄하는 소리를 듣고 암행어사는 의미심장한 말을 하며 떠난다. 즉 어사의 임무 중 하나가 될 일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고나 할까. 아니면 어사로서 백성들의 어려운 일을 풀어줄 힌트를 얻었다고나 할까.

두 번째 이야기는 그림 속으로 들어가서 무릉도원에 갔던 이야기. 그러나 천도복숭아를 따면 안 된다는 말을 어기는 바람에 하마터면 다시 집으로 돌아오지 못할 뻔한다. 세 번째는 멸치의 꿈 해몽에 얽힌 이야기로 생김새가 이상해진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러나 두 번째 이야기의 경우 마지막에 나그네에 대한 이야기만 있고 방안에 함께 있었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옛이야기는 원래 논리적으로 따질 필요가 없는 것이지만 좀 애매하게 끝난다. 또 세 번째 이야기에서도 읽는 동안 나타나지 않았던 병어나 꼴뚜기 메기 등이 마지막에 왜 갑자기 나왔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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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살의 인턴십 - 프랑스의 자유학기제를 다룬 도서 반올림 12
마리 오드 뮈라이유 지음, 김주열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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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선호하는 출판사가 있기 마련이다. 나 또한 그런데 '바람의아이들'도 내가 좋아하는 출판사 중 하나다. 특히 책을 낼 때 사람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원고의 내용으로 한다는 말이 마음에 들었다. 왜 유은실 작가도 이 출판사를 통해 데뷔를 한 다음 다른 책을 내서 성공하지 않았던가. 비록 나중에는 다른 출판사에서 냈지만. 이처럼 기존의 관습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것을 느꼈기에, 그리고 진정으로 좋은 책을 내고자 하는 것을 느꼈기에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서는 겨울만 되면 대학입학 문제로 온 나라가 들썩인다. 전공을 선택할 때도 자신의 적성이나 좋아하는 것을 고려하기 보다는 점수에 '맞춰서' 지원하는 경향이 많다. 말로는 항상 적성을 고려해야 한다느니 어쩌니 하지만 막상 점수가 나오고 범위가 결정되면 또 원래대로 되고 마는 게 현실인 것 같다. 물론 고등학교를 선택할 때 실업계냐 아니냐를 선택하지만 현재의 상황을 보면 실업계로 가는 학생들을 배려한 제도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주목받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게 세상은 수능을 보는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로 구분된다.

그런데 프랑스는 중학교 때 자신의 적성을 알아보거나 혹은 사회생활을 경험해 보는 인턴십 제도가 있나 보다. 만약 이런 제도가 우리나라에 도입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서류상으로만 일하는 것으로 하고 실제로는 학원이나 도서실을 가지 않을까.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보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외국의 사례를 보고 봉사제도를 도입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현실을 보며 드는 생각이다. 

어쨌든 루이는 아무 생각없이, 별로 내키지도 않는 미용실에서 인턴십을 하게 되면서 루이의 인생이 완전히 바뀐다. 루이는 학교가 그야말로 적성에 맞지 않았던 것이다. 어쩔 수 없이 학교를 가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듣지만 흥미도 없고 능력도 없고 관심도 없이 그렇게 시간만 보내는 것이다. 그러니 성적이 좋을 리 없다. 아마도 루이는 흥미가 없어서 무기력해지고 스스로 주눅들었던 것이 아닐까. 하지만 우연히 인턴십 생활을 하게 된 마이테 미용실에서의 일로 인해 루이는 활력을 찾고 능력을 발견한다.

물론 그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아니 죽을 고비를 넘기기까지 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유명한 외과의사인 아버지는 아들이 못 배운 사람들이나 하는 미용사가 된다는 것을 도저히 인정하지 않았으니까. 그래도 루이에게는 자신을 믿고 지지해 주는 엄마와 할머니가 있어서 다행이다. 게다가 마이테 미용실의 원장을 비롯하여 모두가 루이를 지지해 주고 아껴줬으니 얼마나 행운아인가. 현실이 모두 이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자신의 적성에 맞고 능력을 발견하면 주저없이 그쪽으로 뛰어들어 결국에는 성공한다면 말이다. 또 낮은 학력에도 불구하고 크게 성공하고 자신의 삶에 만족한다면 더 없이 이상적인 삶일 것이다. 읽으면서 루이의 행동이나 상황을 주인공인 루이에게 대입하는 것이 아니라 루이가 자꾸 내 아이라면 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랬다면 내가 루이 엄마처럼 그렇게 할 수 있을까. 혹시 난 루이 아빠처럼 행동할 확률이 훨씬 높지 않을까. 이상하게(부모가 읽는다면 '당연하게'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루이와 아빠가 진정으로 서로를 받아들이고 이해하게 되는 부분에서 가슴이 뭉클해졌다. 비록 늦었지만 허황된 욕심을 버리고 아들의 가치를 깨닫게 되는 아버지를 보며 많은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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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상식 바로잡기 - 한국사 상식 44가지의 오류, 그 원인을 파헤친다!
박은봉 지음 / 책과함께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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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니면서 역사를 배울 때 동기를 갖지 않고 오로지 시험과목으로만 배웠었나 보다. 이렇게 재미있는 역사를 왜 힘들어 했는지 모르겠으니 말이다. 사실 어른이 되고 나서도 특별히 역사에 흥미를 갖지 않았는데 아이가 초등 고학년이 되면서 함께 역사 나들이를 다니게 되면서 해설사에게 여러가지 설명도 듣고 책도 찾아보고 하다가 급기야 모임에서 역사를 주제로 공부하다 보니 이젠 이보다 재미있는 분야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가 되었다. 아직 역사적 지식은 초보 수준이지만...

내가 읽은 책은 한계가 있어서 때로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새로운 사실을 알기도 했다. 그러다가 유적지에서 해설을 들으면서 그동안 알고 있었던 사실과 다른 내용을 듣고는 적잖이 놀란 기억이 난다. 그리고나서 다른 책도 보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러한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역사라는 것은 시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고 더 많은 연구자료가 보충되어 바뀌게 되는 부분 또한 있으니 어쩌면 그게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찾아보는 사람에게만 진실이 드러난다고 생각하니 참 많이 아쉽다. 만약 나도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모르고 지나갈 것들이 얼마나 많았겠느냐 말이다.

역사란 공부하면 할수록 재미도 있지만 어려운 분야라는 생각이 든다. 뭐, 지금 내가 책 조금 읽은 것을 가지고 역사 공부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포석정에 대한 이야기는 요즘은 그래도 여러 책에서 제대로 다루고 있는 듯하다. 작년 여름에 그곳 해설사에게 들었던 내용도 이 책에 있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김정호가 지도를 만들 때 실제로 백두산을 여러 번 올라갔고 옥사했다는 말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런데 사실 함흥차사에 대한 이야기나 원효대사에 대한 이야기는 생경했다. 물론 처음부터 다루는 고조선의 '고'자에 대한 어원에 대해서도 모르고 있었긴 하다. 아니, 몰랐다기 보다 관심도 두지 않았다고나 할까.

한 가지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기회가 되면 아이들이나 남편에게 이야기해 줬다. 그런데 아이가 하는 말이 이런 책은 선생님이 먼저 읽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한다. 이럴 땐 참 난감하다. 그렇게 교육의 틀이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게다가 책 한 권으로 인해 지금까지 기정사실화 되었던 이야기가 변화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기에 하는 말이다. 가끔 저자도 이야기한다. 설혹 한 인물에 얽힌 이야기가 과장되거나 미화되었다 해도 그 사람의 업적이 퇴색되는 것은 아니라고. 아마 문익점이나 우장춘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그랬던 것으로 기억한다. 비록 문익점이 위험을 무릅쓰고 붓두껍에 목화씨를 감춰 온 것이 아니라 그냥 쉽게 주머니에 넣어왔다고 해서 그의 업적이 빛바래는 것은 아니다. 본국으로 돌아오면 귀양을 갈 것이 뻔한 상황에서도 목화씨를 가지고 와서 우리의 면화산업을 개척한 것은 문익점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잖은가. 

함흥차사를 이성계가 모두 죽인 것이 아니라고 해서, 고조선이 기원전 2333년에 건국된 것이 아니라고 해서 최영 장군이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고 한 것이 아니라 그의 아버지가 한 말이라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하지만 간혹 절대 잘못된 상식 그대로 있어서는 안 되지 않을까라는 것들도 있었다. 식민사관으로 얼룩진 것도 있었고 후에 승리자의 입장에서 심하게 왜곡된 것도 있었다. 이런 것은 분명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역사란 고정된 사실을 가지고 바라보는 방식이 변하는 것이라고는 하나 이 책을 읽으며 정말 '역사는 흐른다'라는 말을 실감했다. 그나저나 기존에 나왔던 역사 관련 책들(특히 어린이책)을 보면 이건 잘못된 것인데라거나 지금은 이렇게 해석하지 않는데라는 생각이 먼저 떠오르니 큰일이다. 자꾸 오류만 보일까 봐. 그래도 이런 책을 읽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간혹 작가의 주관적인 견해로 마무리 되는 것도 있는 듯 보이지만 거기에조차 설득당하는 느낌이다. 아직도 이렇게 밝혀야 할 것이 많다니, 과거는 과거로써 끝이 아니라 현재를 거쳐 미래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기본적인 논리가 새삼 실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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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네 설맞이 우리문화그림책 온고지신 1
우지영 글, 윤정주 그림 / 책읽는곰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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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며칠씩 들뜨는 분위기가 마냥 기쁘고 손님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 결혼 후, 꼭 이렇게 부산을 떨어야 하나, 최대한 간소하게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이것이 무엇이냐면 설에 대한 인식의 변화과정이다. 어렸을 때 맞이했던 설은 단순히 하루 명절이 아니었다. 특히 농번기 때인 추석과 대조적으로 농한기인 설은 겨우내 먹을 간식거리를 만드는 일도 함께 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근 한 달 전부터 준비했으니 얼마나 설레고 기대가 되었을까.

이 책을 보니 추억이 새록새록 생각난다. 물론 이 책의 배경은 더 오래전인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명맥을 유지해 왔던 몇 가지 일들은 똑같다. 연이는 다듬이 소리를 듣고 설이 다가오고 있음을 안다고 했다. 그 옛날에는 식구들의 옷을 모두 만들어서 입었으니 그랬을 것이다. 게다가 설에는 꼭 새옷을 입었으니까. 집안의 여자들은 모두 옷 만드는데 동원된다. 심지어 어린 연이도 다른 식구들 옷을 만들지는 않지만 엄마 옷을 만들 때는 작은 역할이라도 맡는다. 바쁜 와중에 엄마 자신의 옷을 만들 여력이 없다는 것을 안 딸들은 엄마 옷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야말로 가족의 따스한 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남자들은 남자들 대로 꿩을 잡고 시장도 보고 떡메도 친다. 아이들은 중간중간 놀거리를 준비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모든 것을 그렇게 자급자족했던 시절의 설이란 노동력을 엄청 들여야 하는 것이었을 게다. 그런데도 모두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일하는 가족들의 얼굴에도 웃음이 가득하고 연을 만드는 할아버지와 사내 아이의 얼굴에도 웃음이 가득하다. 어디 그 뿐인가. 옆에서 턱 괴고 들여다 보는 연이 얼굴에도 약간의 부러움을 담은 모습이 마냥 행복해 보인다.

내가 어렸을 때도 설이 다가오면 우선 엿을 고았다. 지금처럼 가스레인지가 있던 시절이 아니었기에(있어도 워낙 많이 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가마솥에 가득 엿을 고았다. 그림에서처럼 커다란 주걱으로 계속 저어줘야 했다. 아마 2박 3일이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동안 엄마는 편하게 잠을 못 주무시는 것이다. 특히 국물 만을 얻기 위해 짜고 남은 엿밥을 먹기 위해 기다렸던 것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단물이 쏙 빠져서 맛도 별로 없고 또 많이 먹으면 속이 느글대서 조금 밖에 먹지 못했는데도 왜 그리 기다려졌는지 모르겠다. 엿이 되기 전에 조총을 가지고는 과자에 쌀강냉이를 발라서 먹었었다. 그렇게 박스에 차곡차곡 담아 놓으면 이른 봄까지 근사한 간식거리가 되는 것이다. 잊고 있었던 기억들이 책을 보자 어제 일처럼 떠오른다. 

요즘은 모든 것을 시장에서 사니 아이들이 그 맛을 알 턱이 없다. 아마 나중에 어른이 되더라도 지금 내가 느끼는 그런 추억은 없겠지. 그렇다면 무엇을 추억하며 명절을 맞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그러기에 이 책도 아이에게는 생소한, 옛날 풍습을 들려주는 것으로만 다가올 뿐이고 오히려 어른인 내가 옛일을 기억하는 아름다운 책이 될 것 같다. 그래도 전통이란 이처럼 직접이든 간접이든 꾸준히 이어져 내려가야 하는 것이라 생각하기에 아이와 함께 본다. 글이 약간 길게 늘어지는 느낌이 있지만 그 속에 설에 담긴 뜻과 놀이 등 풍습이 들어 있다. 또한 그림을 찬찬히 살펴보면 더 많은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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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09 1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봄햇살 2007-12-26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랬군요. 어쩐지 처음 보는 출판사더군요. 이 책을 보며 제 어렸을 때 생각이 많이 났어요. 다음에는 저희 엄마와 함께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어린이책 많이 만들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