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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꿍이 다 봤대요 ㅣ 사계절 중학년문고 8
유미희 지음, 이광익 그림 / 사계절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여간해서는 동시를 읽지 않고 좋아하지도 않는 나와 아이가 무척 재미있게 읽은 동시집이다. 그동안 어른들의 작위적인 동시를 그닥 좋아하지 않았던 터라 주로 아이들이 지은 어린이시를 주로 봤었다. 물론 임길택, 권태응, 김용택 선생님 등의 동시는 좋아하지만 말이다. 사실 동화책이나 그림책 등과 비교했을 때 동시를 읽는 비율은 5%도 되지 않는 것 같다. 아이들 국어 교과서에 보면 시가 참 많이도 나오건만 쉽게 다가가질 못하겠다.0
그런데 모처럼 '재미있다'고 할 만한 동시집을 만났으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시를 하나하나 읽으면서 내가 공감하는 내용도 있었고 간혹 우리 아이 모습이 그려져서 웃음짓기도 했으며 때로는 보편적인 아이들 모습이 떠올라서 맞장구쳤다.
'휴가'라는 동시를 읽으며 정말이네를 연발했다. 아이에게 들려 주니 아이도 동감한다. 당연한 것들을 당연하지 않게 보는 것, 또는 그 뒤에 있는 어떤 것을 보는 것, 이런 것이 바로 시인만이 가질 수 있는 감성이라는 것인가 보다. 우리는(적어도 나는)휴가라는 것을 자주 가면서도 이렇게 생각한 적이 한번도 없었으니까. 그저 앞으로 갈 곳만 생각했지 집에 남아 있을 것들에 대한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또 '매미껍질'이라는 시를 읽으며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아이를 다시 불러 놓고 너와 똑같지 않냐며 은근히 반성하기를 강요하기도 했다. 아이도 눈치가 있는지라 얼른 시인한다. 그러면서 그림을 보고 다시 한번 웃는다. 그렇잖아도 아침에 아빠에게 옷을 아무데나 벗어놓는다고 한 소리 들은 후였으니 얼마나 마음에 와 닿았을까.
내겐 시가 어렵다. 마치 뒤에 숨어 있는 근사한 의미를 찾아야만 할 것 같고 뭔가 대단한 것을 느껴야 할 것 같은 부담감 때문이다. 그러나 이 시집을 읽다보면 그런 부담은 느낄 필요가 전혀 없다. 주위에서 보고 듣고 느낄 만한 것들을 좀 더 세심하게 관찰하고 좀 더 느끼기만 하면 된다. 때론 아이들의 현실을 동정하기도 하고 때론 매정한 현실을 날카롭게 바라보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로지 도시 모습만 그리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시골 모습만 그리는 것도 아니라서 가끔은 시골을 연상하며 읽을 수 있었고 때로는 지금 내 아이들의 모습을 그리며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맨날 말로만 동시를 읽혀야 한다느니 중요하다느니 할 것이 아니라 이런 동시집(아이들이 좋아하고 공감할 만한)을 찾아 읽혀야 겠다. 아니면 밤마다 하나씩 읽어줘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