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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아들
도릿 오르가드 지음, 박미섭 옮김 / 검둥소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도저히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문제. 제3자가 보기에는 그냥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단순한 생각도 해보지만 당사자라면 그렇게 말하지 못할 거라는 것도 잘 안다. 같은 민족인데도 지역이 다르다는 이유 때문에 아직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문제가 드러나는데 하물며 전혀 다른 민족에다 전혀 다른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라면 오죽할까.
하미드가 유대인들 도시인 텔아비브에서 그저 셋방을 구할 뿐인데도 온갖 차별을 받으면서 느끼는 비참함과 두려움은 아마도 내가 책을 읽으며 막연하게 느끼는 것보다 훨씬 심하겠지. 그렇게 아랍인인 하미드는 단지 의사가 되고 싶어 공부하러 간 곳에서 유대인들과의 거리를 뼈저리게 느낀다. 그 감정은 고스란히 독자에게 전달되어 유대인들은 어찌 이리도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고 있을까를 생각하게 만든다. 그러나 후반부에 하미드 마을에서 유대인에 대해 그들이 드러내는 적대감을 보자 이쪽도 별반 다르지 않구나를 다시금 느꼈다. 하긴 그렇게 양편이 똑같으니까 지금까지 상황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겠지.
우연히 어쩌면 운명이 그렇게 되어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하미드가 로젠 할머니 집으로 셋방을 보러 가면서 한 인간의 문제는 더 이상 거기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유대인을 대표하는 로젠 할머니 측과 아랍인을 대표하는 하미드 측의 얼키고 설킨 문제로 확대된다. 그러면서도 하미드와 로젠은 끝내 같은 인간이라는 본질적인 문제를 져버리지 않는다. 그랬기에 로젠은 비록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상태였긴 하지만 유대인 마을에 들어온 하미드를 포용했고, 마찬가지로 아랍인 마을에 들어온 로젠 할머니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간호한 것이다.
줄곧 하미드를 중심으로 유대인이 아랍인을 차별하는 모습을 드러내기에 그 감정에 도취되다가, 샤힌 박사의 태도를 보면서 문득 현실로 돌아온다. 서늘함을 느끼면서. 그래도 인간적이고 지적이라고 생각했던 의사가 유대인에게 보이는 적대적 감정을 보면서 그들의 감정이 결코 단순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한 것이다. 특히 당시 사정이 한창 아랍인과 유대인이 물리적 충동을 하던 때이기도 했지만 꼭 그렇지 않았더라도 거기서 많이 벗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다행이다.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으로 끝나서. 만약 현실에서도 이렇게 쉽게 해결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까지 우리가 세계정세를 바라보는 눈은 미국이라는 안경을 낀 채로 보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이스라엘 땅에 이방인인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무작정 들어와서 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었다. 나도 그랬고. 아니, 어쩌면 이런 사실들에 대해 관심이 얼마나 있었는지도 솔직히 모르겠다. 그저 남의 나라 문제라는 생각과 '또 왜?'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으니까. 그러나 이제는 이스라엘 인들의 그 정신이 오히려 무섭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세계를 좌지우지하려는 그들의 밉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이들은 이래서 싫고 저들은 저래서 잘못했다는 생각은 현실을 바꾸는데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저 그들 모두를 이해하고 좀 더 좋은 해결책이 있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