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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새판짜기 - 박정희 우상과 신자유주의 미신을 넘어서
곽정수 엮음 / 미들하우스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책 읽으면서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 이거야라며 공감하고 예전의 문제점이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는 것에 한탄하며 정말 열심히 몰입해서 읽고 났는데 다 읽고 나니 마음이 착잡하고 무겁다. 현실은... 대담에 나온 세 경제학자가 일관되게 그리고 혼연일치로 금산분리법과 출총제 제한을 풀면 안된다고 그렇게 반대하는데 현재 어떻게 되고 있는가. 읽으면서 일었던 많은 생각들이 부질없게 느껴지고 전부 하얗게 되는 느낌이다.
워낙 경제에 대해서는 문외한이고(개인 경제의 기본인 가계경제도 전혀 몰라서 남편에게 한소리 듣는다.) 관심도 없는 지라 그런 분야의 이야기만 나오면 머리가 지끈지끈 했다. 아니, 사실 관심은 있어서 분명 이건 아닌데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이 그에 대해 반박을 하면 내가 상대를 설득시킬 지식이 부족해서 항상 답답해 하던 차였다. 이론적인 배경이 뒷받침 되는 것도 아니고 다른 경제학자의 이론을 차용할 만큼 알고 있지도 않으니 그저 주먹구구식으로 '우기다'가 말곤 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 가면서 그래도 내가 생각한 것이 완전 잘못된 것은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에 내심 흐뭇했다. 또한 전혀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던 것도 아니었구나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아직도 지식이 부족한 관계로 여기에 있는 이론들과 내 생각을 결합해서 다른 사람을 설득할 단계는 아직도 아니라는 점이 못내 아쉬울 따름이다.
한때는 텔레비전 뉴스가 공정하다는 순진한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는 막 민주화가 되고 난 후였으니까 비단 나만 그런 생각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비록 사실을 보도하되 언론사가 선호하는 방향에 시간을 많이 할애한다거나 그쪽의 인터뷰를 많이 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성향을 드러낸다는 것을 알고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그런데 15년도 훨씬 지난 지금 어떤가. 아직도 그런 행태는 변하지 않았다. 아마 앞으로도 그런 것은 변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그렇다면 결국 시청자인 우리들이 '알아서' 걸러내야 하는데 과연 그럴 만한 장치들이 있는가다. 많은 언론이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직접 찾아다니며 내가 동의하는 자료를 찾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일례로 요즘 인수위 측에서 연일 새로운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는데 그에 대한 검증이라던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언론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분명 금산분리와 출총제 완화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는데 그에 대한 반대급부의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러니 나 같은 우매한 사람은 분명 그게 아닌 것은 알겠는데도 많은 전문가들이 반대를 하지 않으니까 그래도 괜찮은가보다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세 학자가 모두 언론의 역할을 그렇게 강조하는 것이겠지. 하긴 그게 어제 오늘 일도 아닌데, 뭐.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아니 얻고 있는 정보의 상당부분은 기득권의 스펙트럼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언론도 기득권의 일부니까. 물론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세력도 기득권이다. 그러니 사회적 약자인 소시민들의 이야기를 대변해 줄 장치가 하나도 없는 셈이다. 또 관심도 없는 것이고. 이런 것을 막연히 '그럴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세 학자가 자신들이 경제 관료나 정치인을 만나서 직접 느꼈다고 하니 내가 괜한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만은 아니었다.
언론이든 관료든 재계든 자신들에게 유리한 자료만 가지고 이야기하고 또 그것만 보여주고 있어서 그렇지 실은 그들이(특히 재계) 간과하는 부분이 너무나 많아서 한심할 지경이었다. 그런데 왜 그런 것들은 일반 시민에게 알려지지 않는 걸까. 그걸 따지다 보면 귀결점은 또 언론이 되고 만다. 아, 이 악순환의 고리가 언제 끊어지려나. 자본의 속성상 재계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가려는 것은 당연할지 모르겠으나 그것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장치가 없다는 것이(있어도 관료들도 한통속이라는 것이) 문제의 시발점이 아닌가 싶다.
가만 생각해 보면 우리는 외국의 좋은 정책들 중 결과가 보여지는 것을 가져오기는 해도 그 저변에 깔려 있는 장치들은 전혀 신경을 안 쓰는 것 같다. 여기서 얘기하듯 법인세나 특소세 인하는 끝까지 관철시키면서 기업 투명성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한 가지 법이 있다면 그 법이 생기기까지의 과정이나 파생 장치들은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정작 일반인들에게는 그 과정에서 생긴 법이 아주 중요한데도 말이다. 그러니 결국 기득권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쉽게 끌고 갈 수가 있는 것이고. 이러한 사실들은 보통 사람들은 어떻게 알겠는가. 일부러 논문을 찾아 읽는 것도 아니고 외국 신문을 일일이 살펴보는 것도 아니니. 그렇게 우리는 정부와 관료들 그리고 재벌들에게 속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이야기하듯 우리나라가 가진 최대의 단점이 정책의 일관성과 투명성, 그리고 정책집행의 공정성 등이 부족하다는 것(296쪽)에 대해서는 모두 동의하지 않을까. 설마 이제 곧 들어올 새 정부도 이것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그것을 실천할 의지가 있느냐의 문제겠지. 내가 여기서 주장하는 학자들의 견해에 원래부터 동조하는 입장이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하나같이 모두 맞는 이야기인데 왜 이들의 주장은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일까. 답답하다. 그나저나 김상조 교수가 금산분리 원칙을 폐지하자는 주장은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는데 지금 새 정부에서는 그렇게 하려고 하니 이를 어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