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도시 이야기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16
찰스 디킨스 지음, 이인규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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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읽고 나서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났나보다. 바로 써야 감동이 그대로 묻어나는 건데... 그래도 시간이 더 지나기 전에 그 때 느꼈던 감동을 되짚어 가며 써 보련다.

찰스 디킨스는 워낙 시대를 풍자하고 비꼬기를 잘 하는 작가로 알고 있다. 언제나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려 하고 문제의식을 가지고 사건을 바라보는 그의 삶의 방식이 어쩌면 내 성향과 비슷해서 더 공감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사실 단순히 허구적인 이야기를 하거나 사랑만을 위해 이야기하는 것을 요즘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그것은 이제 소녀 적의 그런 낭만이 사라졌다는 씁쓸한 현실에 기인하기도 할 것이다. 어쨌든 요즘 주로 읽는 책이 우리 역사를 재조명하거나 그것을 매개로 한 책이었는데 이제는 그 범위를 세계사로 넓힌 셈이 되었다. 이것은 프랑스 혁명을 무대로 한 소설이니까.

처음에 시작을 그저 한 무리의 사람들이 마차를 타고 가는 것으로 시작하는 그야말로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알 길이 없는 게 안개 속을 걸어가는 기분이 들게 한다. 그러나 나중에 알고 보면 그동안 만났던 인물이나 지나쳤던 주변경관들이 그냥 배경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히 어떤 목적을 가지고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씨실과 날실이 정확하게 교차하며 하나의 천이 완성되듯이 이 이야기도 여러 이야기가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게 되어 있다. 얼마 전에 이와 비슷한 느낌이 드는 책을 만난 적이 있는데 170여 년 전에도 그런 방식을 구사한 작가가 있었다니... 작가의 다른 책을 읽은 기억은 있지만 당시에는 그저 내용에만 집착하느라 다른 것은 생각도 못했고 그런 걸 알아챌 능력도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동양적인 입장에서 영국이나 프랑스를 유럽이라는 동일범주로 생각하지만 그 두 나라는 예로부터 라이벌 관계였기에 미묘한 경쟁심이 있었다. 지금도 그 두 나라의 관계가 그다지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두 나라의 수도인 런던과 파리를 무대로 숨가쁘게 전개된다. 언제나 한 제국이 무너지려고 할 때면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게 마련인지라 프랑스에서도 민중들은 극심한 가난에 허덕이는 반면 극소수의 지배층은 호화로운 생활을 한다. 그러다가 억눌렸던 민중들의 감정이 최고조에 도달하면 결국 밖으로 분출되어 무서운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것이 혁명이라 불리는 일이다. 그중 하나가 바로 프랑스 혁명이었고.

그러나 이 책은 모든 촛점을 프랑스 혁명에만 맞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혁명은 배경일 뿐이고 주인공들의 삶은 혁명의 주변부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혁명이 주인공들을 둘러싸고 있어 결국 혁명의 중심부에 본의 아니게 서게 되고, 거기서 간신히 빠져 나온다. 인물들의 애궂은 운명이 하나씩 드러날 때마다 독자는 가슴 두근거리며 속도를 내게 된다. 그리고 간신히 그들이 빠져나왔을 때에서야 비로소 한숨 돌릴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완전히 한숨을 돌리며 안도하기에는 뭔가 아릿함이 남는다. 그건 바로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무미건조하게 살아가던 한 남자(시드니)가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사랑하는 여자의 남편을 위해 숭고한 죽음을 선택함으로써 그동안의 모든 무미건조한 삶이 아름다운 삶으로 승화되는 순간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읽기 전에는 표지에 있는 뜨개질이 무슨 의미일까, 내지는 참 예쁜 문양이라 생각했었는데 책을 덮는 순간에 본 그것은 결코 예쁜 문양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가 없었다. 무시무시한 살생부였으니까. 어디서나 혁명의 양상은 비슷한가보다. 온건파와 강건파가 있다는 것도 그렇고. 19세기에 씌어진 이야기들이 21세기인 현재에도 유효한 것들이 많다는 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세상은 어차피 돌고 도는 것이라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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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아지 내기 이야기 보물창고 10
이금이 지음, 김재홍 그림 / 보물창고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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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그림만 봐도 알겠다. 김재홍 작가의 그림이구나! 워낙 이 그림작가의 그림을 좋아하는 탓에 굳이 이름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이 이야기는 원래 <영구랑 흑구랑>에 들어 있는 단편을 자매 브랜드인 보물창고에서 그림책으로 펴 냈다. 교과서에 나오는 이야기를 어렸을 때 미리 만나게 하기 위한 방법일 수도 있겠다. 아이들 중에는 그림책은 쉽게 집어들어도 동화책은 선뜻 집어들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으니까.

동해네는 설날부터 정월 대보름까지 윷놀이를 하는 전형적인 시골 마을이다. 그림을 보고 있으니 어렸을 때 자랐던 시골 마을이 생각난다. 동해가 겁도 없이 태어날 송아지를 걸고 영도 할머니와 윷놀이를 한다. 나도 어렸을 때 내기를 했었단다. 솔직히 난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엄마는 지금도 가끔 이야기하신다. 동네 친구와 걔네 삼촌들과 내기 화투(어려서 좀 쳤다!)를 해서 우리들이 지면 강정을 몰래 가지고 갔었다고. 커다란 것은 아니었으니 동해처럼 두근거리거나 후회할 일은 아니었겠지만 어린 나이에 그래도 부담은 되지 않았을까.

영도 할머니는 시작할 때야 내기를 걸었지만 막상 이기고 나서는 생각지도 않는데 동해 혼자 속을 끓이며 냉가슴을 앓는다. 게다가 온 식구가 새로 태어날 송아지게 거는 기대가 어떤지를 뻔히 알고 있으니 오죽했을까. 걱정이 되어 집을 나와있으면 안에서 두런두런 들리는 말소리에 더욱 초조함을 느꼈을 것이다. 자신이 저 단란함을 깰 것이라는 압박감에. 그 분풀이는 결국 영도에게 향한다. 그래서 동해를 혼내주러 오는 할머니를 보고는 지레 겁을 먹고 송아지를 끌어 안고 울먹인다. 동해는 그렇게 거한 내기를 한 탓에 한바탕 마음 고생을 했지만 그것도 소중한 추억으로 자리할 것이다.

동해가 내기에서 이겨 송아지를 끌고 가는 모습을 상상하는 그림을 보고 있으면 괜히 웃음이 나온다. 또 내기에서 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풀 죽은 동해 그림은 황량하고 삭막한 겨울의 한기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끝없이 길게만 느껴지는 집으로 가는 길과 더 커 보이고 을씨년스러워 보이는 고목까지 동해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위풍당당해 보인다. 담벼락에 붙어서 할머니를 훔쳐보는 그림은 위에서 내려다보듯이 그려져 있어 마치 나무 위에서 동해를 관찰하는 듯하다. 그러나 동해 식구들이 식탁에서 밥 먹는 모습이 이상하게 겉도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주방이라는 공간은 따스함과 안락함을 느끼게 마련인데 이 그림에서는 그런 것을 못 느끼겠다. 뒤에 나오는 굴뚝과 안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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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의 행복한 여행 - 수거에서 재활용까지 지식의 씨앗 시리즈 2
제라르 베르톨리니.클레르 드라랑드 지음, 유하경 옮김, 니콜라 우베쉬 그림 / 사계절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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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분리수거에 강박증을 보일 정도로 신경을 쓴다. 그러나 간혹 어느 곳에 버려야 할지 몰라 비슷한 쪽에 그냥 버린 적이 있다. 그러면서 과연 이렇게 분리수거를 한다 해도 다시 누군가가 재분류를 해야할텐데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또 병을 분리할 때 뚜껑은 따로 버린다해도 병에 붙어 있는 알루미늄은 떼어낼 수가 없으니 그냥 버리게 된다. 이럴 때도 누군가가 다시 한번 작업을 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을 역시나 한다. 그러면서도 내가 더 이상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음을 절감한다. 그럴 때마다 세세한 분류 방법을 알려주는 설명서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전에 그런 설명서를 엘리베이터에 붙여 놓았지만 너무 복잡하고 까다로워서 그냥 무시했던 기억이 난다. 이러니 이상과 현실은 따로라고 하는 것인가.

평소에 그런 생각을 했었다. 과연 이렇게 분리수거한 재활용품을 어디에 어떻게 '다시' 사용하는 것일까. 만약 직접 과정을 보거나 간접적으로라도 어떻게 재활용이 되는지 안다면 분리수거하는데 약간의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고 말이다. 그저 막연히 다시 재활용이 된대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떻게 재활용이 되는지 안다면 버릴 때 좀 더 정확하게 버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내가 궁금했던 것들이 나와 있다. 물론 더 정확히 나왔으면 좋았겠지만 이 정도가 어딘가. 이 책을 보며 한 가지 안심했다. 내가 때로는 어느 쪽으로 넣어야 할지 몰라 대충 버린 것들도 누군가가 다시 정확히 분리를 한다니 다행이다.

며칠 전에 먹다 남은 물약을 버리며 참 안타까워했었다. 언젠가 약품을 함부로 버리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생각났기에. 그러나 아직은 달리 도리가 없다. 여기서도 그 이야기를 하는데 아직 우리나라에는 서울의 일부에서만 폐약품을 수거하고 있단다. 몇몇 외국에서는 국가적으로 시행한다고 하던데 아직 우리는 그런 의식이 부족한 것 같다. 그리고 야외에서 과일 껍질을 버리며(어쩌다) 금방 썩으니까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결코 그게 아니란다. 그러한 것이 썩는데도 짧게는 3개월에서 2년까지 걸린단다. 앞으로는 절대 그러지 말아야지. 또 하나, 껌도 음식물로 생각해서 쉽게 썩을 것이라 여겼는데 5년이 걸린단다. 어휴, 이건 정말이지 전혀 의외다.

앞으로는 세계적으로 환경이 주요 이슈가 될 것이다. 아직 미국이 환경협약에 협의를 하지 않아서 그렇지, 만약 미국이 합류하게 되면 결코 쉽게 넘어가려 하지 않을 것이다. 항상 문제가 터진 후에 부랴부랴 뒤쫓아가며 대책을 논의할 것이 아니라 미리미리(이미 늦었지만 그래도)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미래를 이끌어 갈 어린이들에게도 환경에 대한 인식을 일깨워서 그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충분히 대처할 만한 기반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어른들은 아직도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저 개발만 외치고 있으니... 그나저나 이 책은 외국 작가가 쓴 책이라 우리 현실과 딱 맞는 것은 아니지만 중간중간 우리 현실을 적어놓고 있어 많은 참고가 된다. 아이들 책 중에서 환경을 다루고 있는 책이 의외로 별로 없는데 이 책은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설명이 되어 있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 이런 책이 앞으로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우리 작가가 쓴 책이라면 더 좋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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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치가 거미줄에서 탈출했다 사계절 저학년문고 39
김용택 엮음 / 사계절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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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둘째가 새학년 시작 전인 지금 2학년이다. 즉 여기 나오는 아이들과 같은 나이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쓴 동시와 일기를 읽으며 자연스레 웃음이 나왔다. 어쩜 아이들이란 모두 똑같을까. 둘째가 쓴 일기를 보면 어떤 때는 정말 잘 썼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어떤 때는 귀찮아서 억지로 썼구나라는 것이 느껴지는데 여기 아이들도 그런가보다. 일기 소재가 없어서 일부러 일을 만드는 아이의 글을 읽으면서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이미 섬진강 시인으로 잘 알려진 김용택 시인이, 아니 선생님이 자신이 담임했던 아이들의 글과 그림을 모아 펴냈단다. 여기에 있는 글들을 보며 시골에서 지내는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만 상상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질 못하다. 그런 이야기를 아이들은 내색하지 않지만 어른인 선생님은 드러낸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선생님이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안타까운 마음에서, 그리고 미안한 마음에서 토로하는 것이지 불평불만은 아니다. 그러기에 김용택이라는 사람이 대단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모르겠다. 내가 어른이라 그런지 솔직히 아이들의 글을 읽으며 깊이 이해하거나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기보다 앞의 '엮은이의 말'을 읽으며 느꼈던 감정들이 더 깊다. 그리고 길게 늘여쓴 그 어떤 글보다 더 마음 아팠고 공감이 갔다. 지금은 아직 어려서 선생님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을 아이들도 나중에 커서 선생님의 글을 본다면 아마 알 것이다. 자신들이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고 학교 생활을 했는지를.

엮은이의 말처럼 여기에 있는 글들은 다듬어지지 않았고 형식이 맞는 것도 아니고 논리정연하지도 않은 글들이다. 만약 김용택이라는 사람이 아닌 전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 이런 원고를 가지고 가서 책을 내겠다고 한다면 출판사의 반응이 어떨까. 아마도 결과는 누구나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덕치초등학교 아이들은 복 받은 것이다. 이렇게 그들의 글을 이끌어줄 능력이 충분하고 영향력 있는(?) 선생님과 함께 공부하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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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가진 아이 사계절 중학년문고 9
김옥 지음, 김윤주 그림 / 사계절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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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이해하기 위해 애쓰고 있으며 그러기 위해 나름대로 그들의 책을 많이 읽는다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내 마음 속에는 어른의 잣대가 남아있나보다. 이런 책을 읽으면 불편하고 찜찜하니 말이다. 아니, 내가 읽는 건 괜찮아도 아이가 읽는 건 왠지 꺼려지니 나도 어쩔 수 없는 이 시대의 부모인가 보다. 좋은 것만 보여주고 싶어하고 밝은 면만 보여주고 싶어하는 그런 부모. 그러나 아이에게 이 세상은 행복하고 환상적인 일들로만 가득 찼다고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노력한다. 간혹 부작용이 있을지라도.

이 책의 화자이자 주인공인 동배는 그야말로 문제아다. 부모들이 이런 아이와는 친구하지 않길 바라는 전형적인 아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정작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남의 것을 훔치는 것에 대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거나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빌리는 것이라고 태연하게 생각한다. 대개 어린이책에서 나쁜 행동을 하는 아이들은 겉으로는 그런 행동을 할지라도 속으로는 갈등을 하는데 여기서는 그러질 않는다. 전적으로 아이 입장에서 서술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다. 다만 동배를 바라보는 어른들의 눈과 입을 통해 도둑질이나 하고 싸움질이나 하는 못된 아이로 묘사되고 있을 뿐이다.

아침 일찍 나가서 저녁 늦게까지 일을 하시는 엄마와 (으례 그렇듯이)가끔 집에 오는, 그리고 술을 마시면 항상 싸우는 아빠가 동배의 가족이다. 동배는 아빠를 그다지 반기지 않지만 엄마에게는 상당히 애착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기에 혹시 엄마가 자신을 두고 떠나갈까봐 항상 노심초사한다. 그러나 동배에게는 남모르는 비밀이 있다. 바로 주머니에 든든한 성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힘들고 남들이 뭐라해도 불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만 하면 용기가 생긴다. 불을 가진 아이, 그가 바로 동배다. 물론 그로 인해 나중에 큰 위험을 당하긴 하지만.

동배는 누구에게도 동정을 받거나 독자가 자신을 동정해 주길 바라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속마음을 솔직히 내비칠 뿐이다. 어쩌면 그래서 내가 불편함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왜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며 왜 변화의 기미를 보여주지 않을까라는 어른의 시각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동배는 위기에 처하거나 도피하고 싶을 땐 구구단을 외운다. 어렸을 때 아빠가 너무 무섭게 가르치는 바람에 칠단에서 멈추고 말았지만... 그러나 결국 가장 위기의 순간에, 가장 절박한 상황에 모두 다 외운다. 마지막에 동배가 구구단을 외웠다고 소리치며 벅찬 가슴으로 엄마를 향해 달려가는 마음은 어땠을까. 구구단을 다 외운 것을 자랑할 상황이 전혀 아닌데도 말이다. 그래도 그 길을 선택했다는 것은 그만큼 동배에게 억눌린 무언가가 있다는 의미일까. 마지막 동배의 행동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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