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이 되기 전에 꼭 읽어야 할 만화 한자 교과서 2 되기 전에 시리즈 11
권욱 글 그림, 박원길 감수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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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학교에서 배운 것이 살아가면서 이렇게 많이 이용될 줄을... 많은 지식들이 실질적인 생활에 별로 쓰이지 않는다고 하지만 한자와 한자숙어는 참 많이도 쓰인다. 그런데도 당시에는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도 않았고 기억해야겠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저 들었던 것이 생각나면 그만이고 아니면 말지 하는 마음이었을 게다. 아니면 아무 생각없이 시험에 나올 것만 외우고 나머지는 버렸다던가. 아무래도 후자일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과라서, 그리고 한자를 그다지 중요시하지 않던 시대라서 지금도 한자는 내게 어렵기만한 글자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쓰는 것은 고사하고 읽는 것만이라도 하게 하려고 했으나 그것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해서 이제는 다른 것은 몰라도 고사성어를 알면 많은 면에서 도움이 되니 뜻이라도 알게 하려고 노력 중이다.

물론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아이들이 읽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그런데 이건 만화다. 워낙 유명해진 책이기에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일단 아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만화라서 그다지 부담을 갖지 않는다. 그렇다고 내용이 뒤떨어지거나 성의없는 것도 아니다. 뭐, 색상이 약간 유치하긴 하지만 워낙 만화들이 대부분 그래서 아이들은 별로 못 느끼나보다. 만화를 많이 읽지 않아서인지 사실 만화를 보면 글로 된 책을 읽는 것보다 시간이 훨씬 더 걸린다. 아이들은 만화를 훨씬 빨리 읽던데... 많은 고사성어를 9개의 장으로 나누어서 소개하고 있는데 아직도 만화에 적응이 되지 않아 마음만 급해진다. 그럴 땐 바로 하단에 있는 뜻풀이만 봐도 된다. 물론 아이들은 그걸 절대 보지 않고 만화만 보겠지만.

살아가면서 책을 읽거나 하다 못해 영화를 보더라도 사자성어를 모르면 곤란한 경우가 종종 있다. 어른들은 그걸 직접 경험해서 알기에 아이들에게 어떻게든 사자성어를 접하게 해주려 노력하지만 아직 또래집단에서만 생활하는 아이들에게는 어른의 그런 마음을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이것도 일종의 공부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 그렇게 가르치기도 한다. 한자를 쓰고 뜻을 외우고 하면서 말이다. 그래도 기억에 남으면 다행이지만 대부분은 기억하려 하지 않는다. 어른이 되어 어렴풋이 기억은 나겠지만 정확히 알지 못하면 안 써먹는 것만 못한 법이다. 그런데 이런 만화는 아이들이 읽으라고 강요하지 않아도 알아서 두 번 세 번 보니 저절로 반복 학습이 되어 외우려 하지 않아도 외워질 것이다. 사실 예전에는 만화를 꺼려했는데 어차피 공부로 접근해야 하는 거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으면 그 방법이 훨씬 좋을 것 같아 이젠 만화도 제한하지 않는다. 가끔 내가 책에서 본 신기한 상식을 아이들에게 들떠서 설명하면 이미 알고 있는 경우가 있다. 어떻게 알았냐고 하니 만화책에서 보았단다. 아마 이 책도 그렇게 되기를 기대하며 아이 책상에 슬쩍 던져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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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 초등 교과서 속 과학 먼저 알기 100가지 과학 1000가지 상식 3
신경순 그림, 판도라 글, 오준호 감수 / 세상모든책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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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조금 시들해졌는데 얼마전까지만 해도 둘째가 휴머노이드에 굉장한 관심을 가졌었다. 그래서인지 어쩐지 <아이 로봇>이라는 영화를 여러 번 보았다. 하긴 꼭 로봇에 관심이 없더라도 그런 영화는 재미있으며, 혹시 나중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누구나 해 보았을 것이다. 나도 예전에 회사일로 자동차 공장에 간 일이 있는데 그때 기억이 또렷하다. 공장에서 사람 팔을 닮은 로봇들이 일사분란하게 용접을 하고 뭔가를 하는 모습을 보며 이런 기계들이 라인을 향해 있던 팔을 어느 순간에 사람에게 향한다면 어떻게 될까 두려워했던 기억이 난다. 그야 물론 그간 봤던 영화의 영향이 컸겠지만 꼭 영화가 아니어도 그 상황에선 충분히 느낄 법한 공포가 아니었을까싶다.

바야흐로 로봇의 시대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작은 회로를 의미하는 로봇이 아니라 진짜 돌아다니며 뭔가를 하는 로봇. 이미 로봇청소기가 일반화 되었으며 로봇강아지도 인가가 많다고 한다. 예전에는 그저 먼 미래의 일이거나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들이 점점 현실 속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중에 로봇에게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그들에 대해 알아야 하지 않을까. 뭐, 그런 대단한 사명감이 아니더라도 아이들은 로봇에 대해 궁금한 게 많다. 그래서 이런 책도 나온 것이겠지.

로봇을 이야기하려면 컴퓨터를 빼놓을 수 없다. 컴퓨터 기술이 발전하면서 로봇도 비약적인 발전을 한 것이니까. 그렇기에 여기서도 둘을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신화에 등장하는 것들을 로봇에 비유해서 이야기하기도 하고 그동안의 변천사를 다루기도 한다. 당연히 미래의 로봇도 이야기한다. 그러나 때때로 '~일 것이다'라는 식의 어투가 보여서 완전한 믿음이 가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아무리 정확히 이야기할 수 없는 분야가 있다고는 해도 아니면 말고 식의 이야기는 지양했으면 좋겠다. 또한 억지로 끼워맞춘 듯한 이야기도 읽는 맛을 떨어트렸다. 간혹 소제목에서 의문점을 제기하고는 정작 내용에서는 물음에 대한 이야기는 사라져버린 경우도 있다. 이런 몇 가지를 제외하면 로봇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충분히 얻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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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임금 이야기 인물로 보는 우리 역사 1
박윤규 지음 / 보물창고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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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딸의 참고서를 보다가 고조선의 이름에 대한 내용을 보고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내용과 달라 의아해했던 적이 있다. 이리저리 알아본 결과 내가 알고 있던 내용도 맞고 참고서에 있는 내용도 맞으나 참고서는 현재 국사편찬위원회의 입장을 기준으로 했던 것이다. 즉 내가 그동안 여기저기에서 읽고 들은 이야기는 일종의 야사인 셈이다. 아직까지 우리 역사에 대해 제대로 정립된 학설이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고 화도 났다. 아무리 역사는 재평가되고 새로 발견될 수도 있다지만 지금 우리는 과연 그것에 관심이나 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고 비전공자에 그에 관한 지식이 전무하다시피 한 나 같은 사람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것을 모으고 분류하여 정리할 수도 없지 않은가.

그런데 새로운 접근을 하는 역사책을 만났다. 흔히 알고 있는 이야기를 무조건 받아들이고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더 생각하고 왜 이런 이야기가 나왔을까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는 그런 책이다. 사실 내가 학교 다닐 때만해도 단군신화는 단순히 신화로써만 존재했지 그것이 지니는 의미는 알지 못했다. 선생님들이 이야기해 주었는데 내가 잊어버린 것일 수도 있겠지만 역사적 흐름으로 보아서 그런 것은 아닌 것 같고 당시에는 모두 그런 식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인 것 같다. 역사 속 신화를 이렇게 새롭게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 불과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이 책은 거기서 더 나아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무조건 저자의 말이 옳다거나 이런 것이라고 단정짓지 않는다. 이런 주장도 있으며 앞으로 얼마든지 변할 수 있고 다른 해석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을 계속 주지시킨다. 이 책을 신뢰하는 이유다.

많은 역사 중에서도 특히 나라를 처음 세운 임금들을 모아 놓은 이야기로 모두 한번 쯤은 들어본 이야기라고 생각하겠지만 책을 조금씩 읽다 보면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꼭 들어있음을 알고 놀라게 된다. 그리고 아직 새로 밝혀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다양한 해석을 다 이야기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역사를 연구하지 않는 사람이 그런 다양한 학설을 일부러 찾아가며 읽진 않기 때문에 한 번에 많은 사람의 연구 결과를 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삼국사기>가 정사로 인정은 받으나 사대사상이 녹아 있고 승자의 역사만을 기록했다는 비판이 있는 반면 <삼국유사>는 야사지만 오히려 더 많이 사랑을 받고 풍부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도 이젠 한 가지 해석에 얽매인 역사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이처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책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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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5 2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봄햇살 2008-03-25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학년이 읽어도 괜찮을 거에요. 아빠가 들려주는 방식이라 그리 어렵지는 않아요. 다만 내용이 기본적인 역사를 알고 있어야 이해하기에는 좋겠지요.
전... 아이세움의 책 <내 동생 싸게 팔아요>랍니다. 그 책 저학년에게 읽히기 좋고 이야기 나눌 '꺼리'가 있는 책이랍니다. 독서교실에서 써도 될 거에요.

순오기 2008-03-27 23:41   좋아요 0 | URL
옙, 한번 살펴볼게요. 유감스럽게도 제가 읽은 책도 아니군요. ^^
 
마우스와 떠난 여행 즐거운 동화 여행 11
L. S. 매튜스 지음, 고진옥 옮김, 이주연 그림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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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성화에 못 이겨 강아지를 키운 지 1년이 조금 넘었다. 우리 강아지를 보고 아는 집 아이가 너무 졸라서 그 집도 결국 강아지를 키우게 되었다. 그런데 그 집 큰 아이가 중학생이 되자 강아지에 신경쓸 여유가 없을 것 같아 다른 사람에게 주기로 했단다. 당연히 아이들은 반대했지만 상황을 잘 설명해서 간신히 동의를 얻어놓았는데 그만 강아지가 먹으면 안 되는 닭뼈를 먹는 바람에 수술을 했다고 한다. 그 엄마는 별로 키우고 싶어하지 않던 강아지였음에도 불구하고 수술실에서 나오는 강아지를 보며 엄청 울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설마... 그렇지만 요즘 우리 강아지 하는 행동을 보면 조금 이해되기도 한다. 식구들이 외출을 하려고 준비만 해도 두고 갈까봐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며 자식 버리는 것도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자기가 키우던 애완동물을 버리는 것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을 하던 참이다.

존도 그런 경우다. 형이 아파서 강아지를 키울 수 없다는 것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보호소에 맡기고 싶지 않은 심정, 이해가 간다. 보호소에 맡긴다는 것은 강아지 입장에서 보면 버림받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테니까. 처음에 쥐라고 생각될 정도로 작은 강아지라서 짓게 된 이름 마우스. 강아지에게 마우스라니 이름이 참 재미있다. 하긴 고양이에게 '개'라는 이름을 지어주는 사람도 있긴 하더구만. 어쨌든 마우스는 그냥 어쩌다 키우게 된 강아지라기 보다 돌아가신 아빠를 대신해서 식구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귀한 존재다. 강아지를 키우면서 식구들이 조금씩 현실을 받아들이고 삶의 희망을 찾아갔으며 상실의 아픔을 잊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다시 그런 마우스를 보내야 하다니... 그건 아픈 형에게도 신체적으로 도움은 될지 몰라도 정신적으로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엄마 몰래 먼 길을 갈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어찌보면 이 책은 존의 여행기라고 해도 될 정도로 존이 마우스를 데리고 먼 곳에 있는 삼촌집에 가는 과정이 주를 이룬다. 엄마 몰래 떠나느라 돈이 얼마 없어서 중간까지만 기차를 타고 가고 그 후에는 걸어가며 겪는 여러 가지 일들. 어딘지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야기이긴 하지만 아이들이 마음 속에 품고 있는 모험에 대한 갈증을 풀어줄 수는 있을 것이다. 가는 곳마다 다행히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금방 친해지고 그 집에서 잠까지 자게 되는 것이 지금 우리 현실과 비추어 볼 때 터무니 없는 이야기로 치부될 수도 있겠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우리의 각박한 현실이 그런 것이겠지. 시대적 배경을 짐작할 수 없는 내용 못지 않게 그림도 내가 어렸을 때 보았던 만화가 생각난다. 중간에 들어 있는 삽화는 그런대로 괜찮은데 표지 그림은 글쎄... 좀 더 고민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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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아버님께 진경문고 1
안소영 지음, 이승민 그림 / 보림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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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이야기한다. 다산 정약용은 말년에 18년간 유배생활을 했었다고. 아주 먼 옛날 사람이기에 18년이란 기간이 얼마만한 시간인지 헤아리지 않고 쉽게 이야기한다. 즉 그 시간의 길이를 지금 내가 사용하는 시간의 길이와 같다고 보지 않는다. 그 시간에 나를 대입하거나 같은 선상에서 보려 하지 않는다. 그냥 긴 인생에서 일부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나도 그렇게 보았고 그렇게 생각했다. 정약용이 유배를 간 것은 반대 세력들의 견제 때문이었으며 18년 있다가 풀려났다라고 단순하게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시간이라는 것이 단순히 숫자로만 나타낼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워낙 역사서를 읽다 보면 유배 가는 경우가 많아서 당연하게 받아들이지만 실은 본인 한 명 한 명에게 결코 쉬운 생활은 아니었을 게다. 어디선가 다산의 경우 유배지에서도 아들을 불러 공부를 가르쳤다는 것을 읽은 기억이 난다. 그걸 보며 자식에 대한 가르침이 대단했구나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고 그들을 이해하려고 했던 부분은 딱 거기까지였다. 물론 가장이 유배를 갔으니 형편이 힘들고 사람들의 눈초리가 부담스러웠을 거라는 것은 짐작이 가지만 그들의 삶으로서의 고민에 대해, 가족으로서의 고민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보질 않았던 것이다. 다산이 유배지에서 풀려 난 것을 그저 당연하게만 생각했는데 거기에는 이런 사연이 있었구나. 그리고 결코 세월이 가서 풀려난 것은 아니었구나를 새삼 느꼈다. 물론 이것은 내가 정약용이라는 인물에 대해 깊이 알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어쨌든 남의 일이라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이 그들에게는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었을 그러한 일들이 지금도 내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을 거란 생각을 하니 착잡하다. 

다산의 둘째 아들인 학유의 입을 통해 정약용을 다각도로 알아가는 좋은 기회였다. 특히 당연하게 생각했던 유배지에서의 생활이나 풀려나는 계기 등을 그저 남 얘기가 아닌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람의 이야기처럼 접할 수 있었다. 그럼으로써 차갑게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진짜 학유가 된 것처럼 분개하기도 하면서 때로는 다산에게 화도 내 가면서 그렇게 책 속으로 들어가 있었다. 단순히 편지를 주고 받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다산의 생활이나 자취를 따라가는 것도 아닌 그야말로 인간 정약용과 그 가족들을 만나는 좋은 기회였다. 아, 정말 당시 잘 나가다가 차갑게 변해버린 사람들에게 이 정도의 분노는 당연했을 것이다. 그리고 하루 아침에 몰락한 가정에서 기 못 펴고 살면서 아버지를 원망하지 않을 자식이 얼마나 될까. 그런 모든 면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보여준다. 과연 어디까지가 작가의 상상이고 어디까지가 진짜 정학유의 생각이었을까 궁금할 정도로... 

작가가 철학을 전공해서인지 아니면 원래 이 시대에는 사람들이 이렇게 자신을 돌아보고 사색을 많이 한 탓인지 한 구절 한 구절이 마치 시 같았으며 한 귀퉁이에 써 놓고 다짐해볼 그런 말들이었다. 단순히 유배 간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나 자식으로서의 도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가족의 애환이 있고 개인의 고민이 있으며 세상의 부당함을 혼자 어쩌지 못해 좌절하는 인간이 있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의 비굴한 속내가 보이기도 한다. 사실상 정조가 죽음으로써 예정된 수순인 내리막길을 걷게 된 정약용의 인간적인 면을 만나는 기회였으며 유배지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그리고 남겨진 가족들은 어떻게 생활하는지도 만나는 기회였다. 위대한 실학자 정약용과 그 아들이 아니라 인간 정약용과 그 아들을 만나는 시간이었다. 초당으로 찾아가는 길을 읽는데 왜 자꾸 서애가 후학을 가르치던 병산서원 갔던 길이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둘의 처지가 확연히 달랐겠지만 제자를 대하는 태도와 학문을 대하는 모습만은 같았을 것이다. 해남 대흥사(대둔사)의 초의 선사와 김정희의 일화가 생각나기도하며 언젠가는 꼭 해남을 돌아봐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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